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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 구겐하임의 교훈

장윤규 | 28호 (2009년 3월 Issue 1)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문명화된다. 그러나 화려한 달의 반대편에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듯 도시가 발전할수록 버려지고 퇴화하는 도시 구조와 공간, 건축이 생긴다. 최근 기존의 기능에 대한 요구가 쇠퇴하면서 이전(移轉)이라는 변화를 꾀한 서울 마포구 당인리화력발전소나 철거되어 사라진 청계천고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의 문명화와 폐허화는 일종의 순환 체계처럼 지속적으로 되풀이된다. 특히 버려진 장소가 인프라적 역할을 하는 공공성의 건축과 연계돼 도시를 변화시킬 때 이는 단순히 새로운 건축물로의 변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 폐허화로 인해 버려지고 오염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바꾸는 것이 바로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 개념이다. 도시 재생은 쇠퇴하는 기존의 도시에 새로운 건축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도시 환경은 물론 산업·경제·문화 등을 다시 살려 부흥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새로운 건축으로 이뤄지는 미적 조작보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환을 유도하는 순환 체계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도시 재생 개념은 신도시나 신시가지 개발 전략으로 많이 사용됐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관리 개념의 커뮤니티와 문화적 장치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대단위 구조의 도시 재개발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도시의 새로운 변환을 불러온 도시 재생의 혁신 모델들을 살펴보자. 스페인 빌바오에 완성된 구겐하임 미술관이 대표적 사례다. 이 도시는 철광석 광산 중심의 공업도시로 번창했지만 20세기 후반의 산업 변화로 쇠퇴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문화도시로서의 전환을 결정하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 결합으로 도시를 재생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적 개입으로 새로운 전형의 도시 재생 효과를 이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소득과 문화적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유쾌한 건축 장치로 자리 잡았다. 빌바오는 초기 투자한 예산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물론 호텔업과 문화 시설 발전에 이어 도시의 다른 인프라까지도 재생하는 효과를 얻었다. 빌바오의 전략은 세계 도시의 개발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도 ‘친근한 외계인(A Friendly Alien)’이라 불리는 미술관 쿤스트하우스를 통해 도시 재생을 이뤄냈다. 오스트리아 중세도시 그라츠에서는 빈곤층 밀집 지역에 아트존을 설정하고 그 중심에 쿤스트하우스를 지었다. 건축가 피터 쿡과 쿨린 푸르니에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우주선 모습을 하고 있다. 유선형의 건물에 유기체 빨판처럼 촉을 내민 지붕의 창과 청색의 발광 아크릴은 도시의 기념물로 자리 잡았다.

쿤스트하우스도 일대를 문화적 공간으로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쿤스트하우스 주변에 재즈 바나 영화관·아틀리에·콘서트홀·공연장·카페 등이 빠른 속도로 들어섰다. 범죄율이 높아 인적이 끊겼던 빈민 지역이 밤의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장소로 변화한 것이다.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뮤론이 디자인한 테이트모던도 영국 런던의 빈민 지역이 문화적 공간을 통해 새로운 도시적 변화를 이뤄낸 좋은 사례다. 테이트모던은 런던 템스 강가에 폐허로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초대형 미술관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발전소의 구조를 그대로 포용해 미술관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도시 개발에서 나타나는 무조건적인 제거나 파괴 대신 과거 유산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기계로 가득 찼던 터빈 건물은 현대 아티스트들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으로 대체되었고, 오일 탱크는 10개의 갤러리와 2개의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카페·레스토랑·상점들도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테이트모던의 성공은 주변 도시로 확장되며 도시 재생을 가속시켰다. 도심 주변 그리니치 지역 빈민가에 라반 댄스센터, 라이브러리 센터 등 새로운 전형의 건축물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주변 낙후 지역이 재생됐다.
 
구겐하임미술관·쿤스트하우스·테이트모던 등은 도시 환경의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정신적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도시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혁신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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