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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소비자를 가볍게 놀리는 브랜드
‘친근하고 매력적 친구’로 각인

백상경 | 438호 (2026년 4월 Issue 1)
▶ Based on “Brand Teasing: How Brands Build Strong Relationships by Making Fun of Their Consumers” (2025) by Demi Oba, Holly S. Howe, and Gavan J. Fitzsimons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ume 52, Issue 1.



“저는 웬디스 햄버거가 먹고 싶은데 여자 친구는 맥도날드를 원해요. 어떡하죠?”

“바다에 널린 게 물고기야(There are plenty of fish in the sea).”1

미국 햄버거 체인 웬디스(Wendy’s)가 소셜미디어(SNS)에서 고객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저희 신메뉴로 여자 친구를 설득해 보세요” 식의 정중한 마케팅 멘트를 건넸을 것이다. 하지만 웬디스는 거침없이 ‘우리 버거보다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여자는 그만 만나라’는 의미의 ‘팩폭(팩트 폭행)’과 ‘조롱(Roasting)’으로 응수했다. 사람들은 이 짓궂은 답변에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요’를 눌렀다. 이 같은 조롱은 웬디스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웬디스가 매년 지정하는 ‘전국 조롱의 날(National Roast Day)’엔 수많은 소비자가 “나도 조롱해 달라”며 기꺼이 줄을 설 정도다.

유럽의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 Air)는 저가 항공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고객 불만에 농담으로 응수하곤 한다. 창문 좌석을 예약했는데 창문이 없는 좌석에 배정됐다고 항의한 승객에게 SNS에서 “우리는 좌석을 파는 것이지 창문을 파는 게 아니다”라고 답하고, 며칠 뒤 같은 불평을 하는 고객의 게시물에 “또 한 명의 행복한 고객”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자칫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이 위험천만한 ‘고객 조롱’ 전략은 어떻게 거대한 바이럴과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것일까. 미국 듀크대와 캐나다 HEC 몬트리올 공동 연구진은 이 역설적인 현상의 기저에 깔린 심리적 메커니즘을 파헤치기 위해 11번에 걸친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실험실 환경뿐만 아니라 X(옛 트위터)와 틱톡 등 실제 SNS 현장 데이터(Field data)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흥미롭게도 실제 SNS 분석 결과,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게시물보다 소비자와 장난을 치며 놀리는 브랜드 게시물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 ‘공유’를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더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제시한 뒤 메시지의 톤을 ‘중립적인(Neutral) 메시지’ ‘단순히 유머러스한(Merely funny) 메시지’ ‘고객의 실수를 가볍게 놀리는(Teasing) 상황’으로 나눠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 결과, 소비자를 가볍게 놀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접한 그룹이 다른 두 그룹에 비해 브랜드 관여도(Engagement)와 자아-브랜드 연결성(Self-Brand Connection)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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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강력한 유대감의 비밀을 ‘의인화(Anthro-pomorphism)’에서 찾았다. 누군가의 특징을 재빠르게 잡아내 선을 넘지 않게 장난을 치는 행위는 고도의 사회적 지능을 요구하는 매우 인간적인 상호작용이다. 기계적인 매뉴얼이나 딱딱한 관료제 기업은 결코 구사할 수 없는 화법인 셈이다. 브랜드가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질 때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브랜드를 이윤만 추구하는 차가운 조직이 아니라고 느낀다. 나아가 자신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칠 수 있는 ‘친근하고 매력적인 사람(Positive human schema)’으로 인식하게 된다.

다만 연구진은 모든 장난이 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인관계 이론을 빌려 놀림의 성격을 ‘친사회적(Prosocial)’ 놀림과 ‘반사회적(Antisocial)’ 놀림으로 구분했을 때 그 효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악의 없이 유쾌한 친사회적 놀림은 소비자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브랜드를 유쾌한 친구로 느끼게 만든다. 반면 고객의 진지한 고민이나 민감한 콤플렉스를 진짜로 공격해 모욕감을 주는 반사회적 놀림은 브랜드를 ‘무례하고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관계를 단숨에 파탄 낸다. 친근함과 불쾌함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성공의 결정적 조건이라는 얘기다.

이번 연구는 완벽하고 정제된 이미지만을 고집하며 무결점의 친절함을 내세우던 기존의 마케팅 공식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업이 고객을 일방적으로 떠받들기보다는 때로는 인간적인 결함과 유머를 섞어 가볍게 도발하는 것이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객 놀리기의 역설적인 효과와 의인화의 힘, 친사회적 장난이라는 적절한 수위 조절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브랜드는 비로소 소비자와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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