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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앱 ‘살다’의 도전

관리비 내역 합당? 주차 문제 해법은?
아파트 고충 해결 나선 ‘IT 서번트’

김윤진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불투명한 아파트 관리 체계를 바로잡고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뛰어든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 밀착) 스타트업 ‘살다’는 주민의 편에서 주민의 필요를 해결하는 ‘서번트(servant)’가 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이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는 2단계 전략을 취한다. 1단계는 관리의 디지털화를 통해 ‘주민-현장 근무자-현장 관리자-관리 회사’ 등 이해관계자별 페인 포인트를 파악, 해소하는 과정이다. 2단계는 이렇게 관리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주민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과정이다. 1단계는 아파트 관리 개선을 통해 단지를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2단계는 주민들이 쓸데없는 비용을 덜 쓰고 새로운 가치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경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더 나은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에서 ‘아파트’가 점하는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단순히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교환가치가 있는 상품이자 계급의 표상이기도 하다. 원래는 좁은 도시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주거 형태지만 도곡동이나 한남동 등의 유명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의 아파트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바로 ‘폐쇄성’이다. 외부 사람, 차량, 물건은 쉽게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으며 반드시 출입문을 지키는 관리인을 거쳐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동질성’이다. 외부에는 배타적이지만 내부 주민끼리는 단지에 갖춰진 편의, 상업, 운동, 교육 시설 등을 공유하고 비슷한 소득수준과 생활양식을 향유한다.

하지만 이렇게 밀집된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막상 주민들은 자신이 속한 ‘아파트 공동체’에 대해 의외로 잘 알지 못한다. 이웃을 모르니 모든 세대가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똑같은 생수, 화장지를 주문하면서도 가구별로 따로 배송을 받고, 똑같이 제철 과일을 원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구매처와 경로로 비싼 값에 구매한다. 뭉치면 구매력이 생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관리 현황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경비원, 미화원 등의 역할은 민원이 생기면 해결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이중 주차를 막는 등 단지를 ‘어제의 상태로 온전히 돌려놓는 것’ 혹은 ‘별문제 없게끔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인의 노고가 눈에 띌 리 없다. 매달 아파트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고 도시•수도•가스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이 돈이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렇게 불투명한 아파트의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뛰어든 기업이 바로 스타트업 ‘살다’다. 2019년 사업 개시 이후 직원 55명의 회사로 성장한 이 회사는 아파트 관리 앱 ‘잘살아보세’를 운영하는 업계 선두 업체 중 하나다. 2022년 7월 기준 전국 약 1만8000개의 아파트 단지 중 40%에 해당하는 7000개 단지와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아파트 중대형 관리 회사의 절반 이상과 손잡고 아파트 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살다 외에도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인 두꺼비세상(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에 인수된 ‘아파트너’,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에 인수된 ‘모빌’ 등 경쟁사들과 시장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지만(DBR minibox I ‘국내 아파트앱 주요 기업’ 참고) 살다는 이들과의 단순 비교를 거부한다. 아파트 관리의 디지털화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민을 이해하기 위한 초석일 뿐 사업의 장기적인 방향은 타사와 다르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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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살다 대표는 “우리는 아파트에 모여 사는 ‘주민’에게 초점을 두고, 주민의 편에서 주민의 필요를 해결하는 서번트(servant)가 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며 “최근 입주민들을 상대로 영업 또는 마케팅을 하려는 소비재, 생활 서비스, 모빌리티, 물류 등 유수의 대기업이 우리와 잇달아 독점적인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데 이는 기업들이 살다의 비전에 공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좁아진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 맞춘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 밀착)’ 서비스가 늘어나고 ‘슬세권(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가리키는 신조어)’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들의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 아파트 관리 앱은 어떤 차별화된 청사진으로 대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DBR가 살다의 사업 전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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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의 서번트가 되기 위한
2단계 전략

1단계 디지털화를 통한 ‘관리’의 페인 포인트 해소

살다의 정성욱 대표는 삼성물산을 거쳐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11년간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해외에서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종합상사형 사업체를 경영한 연쇄 창업가다. 6개국에 거점을 둔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정 대표의 경험은 주로 ‘공간의 차이를 메우는 일’에 집중돼 있었다. 한 지역에 있는 상품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종합상사든, 한 기업에 필요 없는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기는 M&A든 참여자들의 효용을 모두 높일 수 있는 파레토 최적1 의 솔루션을 찾고 차익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물리적 경계가 파괴되기 시작했고 공간 차를 겨냥하던 사업 기회는 점점 축소됐다. 종합상사가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이에 전략을 바꿔 ‘시간의 차이’를 공략한 사업 기회를 찾던 정 대표는 한국보다 15년 앞선 일본의 인구 모형을 보면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한국에 닥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목하게 된 게 바로 한국의 ‘주택 문제’였다.

한국의 아파트 시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세대원 수가 줄어들어 1인, 2인 가구 합계가 전 가구의 60%를 넘어서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대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지만 4인 가구 위주의 표준화된 공간 구성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당장 시설물을 부수고 다시 짓기 힘들다면 아파트의 주거 서비스나 공간 활용이라도 인구구조나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딱히 아파트 입주민의 다양한 수요를 해결하는 서비스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카페, 헬스장, 골프연습장, 독서실, 사우나 등 시설이 점점 단지 안으로 들어오고, 팬데믹 이후 생활 반경이 더 좁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으로 남아 있다. 예약 시스템은 여전히 불편하고 아날로그에 멈춰선 관리 체계는 나날이 높아지는 주민들의 수준과 편의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살다는 ‘아파트 관리가 대체 왜 이렇지?’라는 호기심을 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깊숙이 들여다보니 ‘주민-현장 근무자-현장 관리자-관리 회사’ 등 이해관계자별로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다 달랐고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주민’의 경우 매달 많게는 몇십만 원씩 관리비 청구서를 받지만 이 관리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 생겨서 민원을 넣지 않는 한 입주, 퇴거할 때 아니면 관리인과 소통하는 일도 드물었다. 집에 있지 않으면 안내 방송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고 각종 행정과 문서 작업이 전자화되지 않다 보니 단지 내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제한됐다.

둘째,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 ‘현장 근무자’들은 자신들의 일이 표시가 잘 안 나는 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분명 온수가 끊기거나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한다고 안내 방송을 했는데도 못 들은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고, 순찰을 돌고 청소를 했는데 기록이 안 남아 의심을 받는 등의 불상사가 잦았다. 주로 종이와 펜으로 기록을 하다 보니 일의 구체적인 내역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셋째, 관리사무소에 있는 ‘현장 관리자’들은 이런 근무자를 관리 감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파손됐을 때 교체하고 돈과 차량을 관리하는 것도 관리자들의 주요 업무지만 역시나 가장 어려운 건 사람 관리라고 했다. 각기 다른 영세 업체에서 파견돼 온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일하다 보니 얼굴은 마주치더라도 말을 섞어본 적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고, 단지별로 업체도 다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고가 터져서 부랴부랴 출동할 때만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 뿐 사고가 있기 전 혹은 도중에는 어떤 종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넷째, 현장 관리자들을 파견하는 ‘관리 회사’는 조직이 영세해 실질적인 현장 통솔이 불가능하다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본사 직원은 10명 남짓인데 100여 개 단지를 관리하다 보니 단지별로 입찰을 따내고, 계약을 유지하고, 현장 관리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수익을 내는 회사도 거의 없고, 국내 5000개가 넘는 주택 관리, 경비, 미화 업체 중 시장의 약 70∼80%를 점유한 약 200여 개 회사만 1% 남짓한 영업이익률을 남기는 수준으로 영세했다. 관리의 1차 책임이 회사에 있고 정말 큰 사고가 터지면 과태료를 물거나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장 관리자에게 모든 걸 위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이해관계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려면 ‘관리의 디지털화’가 급선무였다. 주민들이 관리인의 노고를 눈으로 확인하고, 현장 근무자들의 억울함을 방지하고, 관리 감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투명성, 효율성, 연결성을 강화하려면 디지털 전환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무자들의 업무를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해 해당 날짜나 시간에 발생할 수 있을 만한 문제를 예측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절차와 양식 등을 사전에 준비해 놓는 등의 과정도 필요했다. 이에 살다는 관리비 조회나 실시간 CCTV 확인 등의 기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경비원들이 순찰 포인트를 휴대폰 QR로 찍어 인증하게 하고, 순찰 이전(before)과 이후(after) 상태의 사진을 촬영해 기록하게 했다. 또한 안내 방송을 녹음하면 텍스트로 전환해 공지사항에 올라가게 하는 등 이해관계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DBR mini box I

국내 아파트 앱 주요 기업

현재 국내 아파트 앱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단지 수, 세대 수, 협업 아파트 관리회사 및 지자체 수 등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장점유율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아직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각축전이 한창이다. 살다 외 주요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1.아파트너

2017년 9월 설립된 아파트너는 2022년 3월 기준 전국 1600여 개 단지, 145만 세대에 입주민 생활편의 서비스, 입주민 소통 및 공유 서비스, 관리사무소 업무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원룸, 오피스텔 등을 거래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의 운영사 두꺼비세상에 인수된 바 있다. 모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동원해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주거 관련 생활 서비스 발전을 위해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또한 아파트너의 특징은 ‘대규모’ 프리미엄 단지에 침투해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3410세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2444세대),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세대), 잠실 트리지움(3693세대) 등 고급 아파트는 물론 성수 트리마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등 주상복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삼성에스원, KT, KB금융그룹 등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지자체와의 넓은 협업 기반도 강점이다. 서울 강남구, 성북구를 비롯해 부산, 경기, 인천 등 지자체 15여 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2.모빌

2014년 설립된 모빌은 2018년 10월 카카오페이에 인수됐다가 2021년 1월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직방 인수 당시 전국 아파트 550개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현재는 1000개 이상의 아파트 단지와 계약을 맺고 있다. 처음에는 카카오페이 간편 결제 서비스와 연동해 관리비 고지서 등을 전자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했다. 직방 인수 이후에는 이 같은 카카오페이와의 서비스 연계는 유지하는 동시에 직방에서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용 서비스인 ‘직방링크(LINK)’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관리인 중심 플랫폼인 직방링크와 입주민 중심 플랫폼인 모빌을 결합해 관리인과 입주민을 가깝게 연결하는 종합 주거 관리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아파트너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플랫폼 기업의 자원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입주민의 금융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2단계 관리 데이터 기반의 ‘주민’ 맞춤형 솔루션 제안

이렇게 관리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점점 이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베이스(DB)의 가치가 눈에 들어왔다. 흩어져 있을 때는 큰 의미가 없던 관리인들의 기록이 한곳에 모이니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띠게 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입주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과 같았다. 예를 들어, 한 단지 안에 1000세대가 살고 있으면 관리인은 몇 동 몇 호의 세대주와 세대원은 누구인지, 차종은 무엇이고, 차량은 몇 시에 들어와서 몇 시에 나가는지, 도시•수도•가스는 얼마나 쓰는지, 외부에서는 누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이사는 언제 왔고 언제 나갈지까지 알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만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까지도 이미 가지고 있다. 가령, 가구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얼마나 버리는지, 밤에 몇 시에 불을 끄고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 출퇴근 시간은 대략 언제인지, 임대료는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내는지 등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근마켓처럼 수많은 사람이 연결된 동네 생활 플랫폼도 참여자 신원이나 개인정보에까지 접근할 수는 없다. 네트워크 효과에 기대어 개인 간 자발적인 거래에 의존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에서 시작한 플랫폼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밝히지 않아도 관리인이라는 ‘문지기(Gatekeeper)’를 통해 입주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기업이 개인의 필요에 맞춘 제안을 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정 대표는 “특정 기업이 국내의 아파트 거주민 2500만 명, 1만8000개 단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하지만 이 단지의 70∼80%를 관리하는 200여 개 관리 회사와 관계를 맺고 이들이 가진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확보하면 역으로 단지와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꺼리는 폐쇄적인 아파트 공동체에서 단지 안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는 것은 물론 출입문까지 통과할 수 있다는 관리인의 특권이자 관리 데이터를 쥔 플랫폼 기업의 차별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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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차량 관리 분야에서 이런 데이터의 활용 잠재력은 더 클 수 있다. 살다의 경우 차가 주행하는 동안의 데이터는 추적하지 못하지만 주차장에 정차해 있는 동안의 데이터는 모두 확보하고 있다. 주차장 차단기 앞에 서서 진입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차량 번호가 찍히고 관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살다가 모빌리티 대기업과 추진 중인 대표적인 사업은 바로 아파트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다. 최근 테슬라, 현대차 등의 전기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인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내 충전 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입주민들의 거부감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전기차 상용화 이후 시장 반응이 우호적이자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더욱이 공급만 있으면 수요가 뒷받침되는 시장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전기차 연관 사업인 충전 시설 확충에 뛰어들고 있다. 초기 인프라만 깔아 놓으면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서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 주차장은 기업들에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로 떠오르고 있고, 이는 주차장을 관리하는 살다에도 새로운 기회다.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을 활용하면 기업으로서는 토지 임대나 매입 등에 투자하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싼 야간을 이용해 완속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별도로 충전 시설에 들르지 않아도 집에 차량을 세워두는 시간 동안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주기상 편리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충전 인프라가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차량이 어디 서 있는지, 충전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 등은 아파트 관리인들이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런 정보는 아파트에 충전 시설을 구축하는 모빌리티 기업에도, 그 아파트의 입출입을 관리하는 살다에도 유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제휴를 맺은 살다는 이에 앞서 휴맥스모빌리티와 함께 차량 공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차량 공유, 충전 등을 시작으로 아파트 안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고 제공하는 산업 생태계가 무궁무진하게 넓어질 것”이라면서 “카셰어링이 늘어나고 세대별로 보유하는 차의 평균 대수가 줄어들면 주차 공간을 어떻게 에너지 생산, 충전, 보관 공간이나 기타 편의 공간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차량 공유 서비스 그 자체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아파트 내 렌터카를 두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우호적인 반응과 수요를 확인한 만큼 이를 향후 전기차 공유 등으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고도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유 차량에 쉽게 접근해 사용해볼 수 있고, 제휴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구매로 연결되게 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안팎을 연결하는 문지기

이처럼 관리 데이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며 입주민 일상의 순간순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단지 시설이 처음에 건설사가 만든 그대로 고정돼 있었지만 아파트 주민의 필요를 세분화해 살펴볼 수 있게 되면 동네나 단지별 수요에 따라 맞춤형 제안이 가능하고 공간 활용의 범위도 넓어진다. 아파트 단지 안의 수요 및 유휴 공간과 단지 밖의 매력적인 제안 및 유용한 정보들을 찾아서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아파트라는 공동체 자체가 어느 정도 소득 수준, 생활양식에 있어 동질성이 보장된 집단인데다 데이터까지 뒷받침된다면 마케팅 관점에서 타기팅도 수월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살다에 따르면 실제 이 데이터들을 이용할 경우 지금까지 세대 단위로 ‘파편화돼 있던 수요’를 단지 단위로 묶고 마케팅과 물류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수요가 집적되면 분산돼 있을 때보다 입주민의 구매력(Buying Power)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서 기존에 단지에서 이용할 수 있던 제품과 서비스를 더 좋은 조건으로 구매하고, 원래 이용할 수 없었던 제품과 서비스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협업을 제안하는 이유도 살다를 통하면 단지별 대단위 수요를 적재적소에 타기팅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가령 IT/가전 기업의 경우 살다가 아파트 단지의 신혼 입주나 이사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특정 단지에 이사가 몰릴 때 한시적으로 특가 이벤트를 실시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할인 이벤트는 해당 물리적 공동체 내에서만 폐쇄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묶음 수요를 겨냥할 수 있어 기업과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마찬가지로, 물류 회사의 경우 가구 단위로 일일이 배송하던 작업을 단지 내 특정 거점까지 배송한 뒤 해당 단지의 관리인들이 나머지 구간에서 배분하도록 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배달원의 이동 거리를 단축할 뿐만 아니라 소분 후 비닐, 박스에 세심하게 개별 포장해 각 가구에 따로 배송하던 물건들을 단지 단위로 묶음 배송하면 포장비용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관리인에게 넘길 경우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의 배송의 질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지금은 여러 물류 회사의 배송 기사들이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각기 다른 철가방을 든 채 재빠르게 여러 장소에 물품을 실어 나른다. 자연히 외부인의 단지 내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고 원거리를 이동하는 시간 싸움이다 보니 물품이 파손되거나 오배송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아파트 같은 단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배송을 신원이 분명한 소수의 관리인이 담당하면 주민들도 신뢰할 수 있고, 여러 장소를 오가며 이동하는 배달원보다 상품을 온전한 상태로 옮기면서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잘 상하는 음식이나 신선 식품의 경우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다른 물품들은 묶음 배송을 통해 물류의 효율과 질을 개선하고 배송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살다 측 설명이다.

단, 이 경우 관리인의 업무가 과중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노동의 배분과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 대표는 “동일한 관리인이 모든 업무를 수행할 필요는 없고, 60∼70세 은퇴 이후 관리 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인력이 굉장히 많은 만큼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단지 내 정해진 반경에서 라스트 마일 배송만 담당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력적 부담도 덜하다”고 덧붙였다.

시범 단계이긴 하지만 살다는 궁극적으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아파트 밀집 지역 내 거점을 만들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이 거점을 주민의 필요에 따라 공동 구매 목적의 간이 매장, 소형 물류 거점인 MFC(Micro Fulfillment Center)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다산 신도시에서 ‘잘스(Jal’s)마켓’이란 이름의 오프라인 거점을 식품, 와인 공동 구매 매장으로 활용하면서 시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동네 상권에 입점한 상가들은 막연하게 주민들의 수요를 추측해 공급할 품목을 정한 뒤 고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잘스마켓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주민들의 구체적 수요를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다림이 짧다. 아울러 날짜, 요일, 시간 등에 따라 목적을 다변화하면 공간, 시간 활용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먹거리뿐 아니라 반려동물 사료 판매처나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병원, 더 나아가 동네 정보가 모여서 유통되는 곳 등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단지 내 소형 물류센터인 MFC를 두고 관리인들이 배송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물류 회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살다와 배타적인 계약을 맺으려는 업체들도 많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의 기다림과 비즈니스 모델

물론 살다의 원대한 사업 비전과 전략이 일사천리로 실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입주민을 이해하기 위해 관리를 디지털화한다는 2단계 사업 구상부터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장 근무자, 현장 관리자, 관리 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데 이를 바탕으로 아파트 단지 내 주민과 외부의 기업들을 또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선이 방대하다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있어 큰 장애물이다. 정 대표는 “이 산이 맞는지, 저 산이 맞는지 사업 방향을 연일 수정하느라 고생했다”면서 “일반적으로 플랫폼의 역할은 보통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관리인과 주민을 중개하는 게 아니라 주민을 깊이 이해하는 ‘목적’을 위해 관리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방향을 정의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에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만 하면 플랫폼이 굴러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사업 구상을 실험, 검증하는 PoC(Proof of Concept)에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가령,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안 좋은 경기도 아파트 단지를 묶어서 통근 버스를 운영하던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아이디어는 흠잡을 데 없었다. 용인에 사는 직장인들은 주로 판교∼강남으로 출근하고, 일산에서는 강북, 김포에서는 여의도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으니 단지별 수요를 묶어보자는 발상이었다. 버스 한 대를 채울 수 있게 최소 30∼40명만 모으면 효율을 달성하면서도 주민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통근 버스는 ‘정시성’이 생명이다 보니 비가 많이 온다든지, 시내 교통 상황이 안 좋다든지 등 변수가 생겨 단 하루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이용자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회사에서 공식 통근 버스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만에 하나 지각하더라도 사정을 이해받을 수 있지만 사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변에도 시간을 칼같이 맞추려면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는데 영세한 스타트업에 이런 추가 투자를 감당할 만한 재무적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살다는 주민들이 원하고, 주민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서비스를 단숨에 구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멀리 편의점까지 갈 필요가 없도록 아파트 단지 내 유휴 공간에 공유 냉장고를 비치하고 입주민 인증만 하면 간단한 식음료를 꺼내어 마실 수 있게 하려던 서비스도 구현되지 못했다. 이 역시 수요는 있었으나 표준화된 모델이 없고 홍보가 잘 안 되다 보니 적절한 공간을 찾아 주민들의 합의를 끌어내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이를 수행할 회사의 재무적, 운영적 역량도 아직은 미흡했다. 이에 살다는 모든 서비스가 가동하고 지속가능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을 깨닫고 비즈니스 가치나 시장 규모가 커서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업들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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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움에 비하면 오히려 관리 회사들을 상대로 한 영업과 아파트 시장점유율 확대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전국 6000여 개에 달하는 영세한 관리 회사들 입장에서는 디지털화, 현대화를 시도하는 살다와 손잡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단지 계약을 수주하거나 연장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살다의 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했다. 입찰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살다는 매력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리 회사가 솔루션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소속 관리인들이 살다 앱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거나 사용자 경험(UX)/인터페이스(UI)에 빠르게 숙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내 방송을 녹음해 텍스트로 전환하는 기능이라든지 차량 등록, 순찰 기록 등 여러 기능의 활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임계점을 넘지는 않았지만 얼리어댑터들을 중심으로 점점 적응해가고 있는 단계다.

플랫폼 기업으로서 살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기다림’이다. 데이터가 축적될 때까지 다양한 PoC를 통해 가설을 실험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BM)이 명확해야 했다. 이에 살다가 정리한 BM은 크게 네 가지다.

1. SaaS

첫째, ‘살다 PRO’ ‘살다 Works’ 등 현재 관리의 디지털화를 위해 서비스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이다. 현재 유사한 경쟁사들이 채택 중인 모델이자 단기적으로는 가장 얻기 쉬운 수입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다는 최대한 많은 관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 소프트웨어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관리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함으로써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부동산 관리 회사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관리인들을 동반자로 만드는 데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2. B2B2C

둘째, B2B2C 모델이 있다. 이는 공동 구매 등 아파트 관리인이 주민들을 대리해 내리는 ‘집합적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입찰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들던 뒷돈 등 부가적인 비용을 없애는 대가로 절약된 관리비의 일부를 수취하는 모델이다. 투명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비의 사용처와 의사결정 절차를 공개함으로써 양질의 외부 제품과 서비스를 더 합리적 가격에 조달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그 대신 주민들에게 돌아간 혜택 혹은 이익을 일부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3. B2C

셋째, B2C 모델도 주민들에게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그 경로에서 일부를 취한다는 점에서는 B2B2C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단지 단위의 집합적 의사결정, 주민을 대리한 관리인의 결정과 관계없이 제품, 서비스와 주민을 직접적으로 연계하고 개인 단위의 의사결정에 기반을 둔다는 게 유일한 차별점이다. 주민을 이해한 뒤 가능한 ‘천만 가지 아파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회사의 지향점과 가장 맞닿아 있다. 이 비전대로 파편화된 수요가 모이고 구매력이 생기면 얼마든지 아파트 단지 밖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 단지 내 공간 활용 등을 주민에게 직접 제안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일부 수수료를 취한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4. C2C

넷째, 아직 먼 얘기지만 C2C 모델도 가능하다. 입주민의 주택 가격, 임대료 등 신용과 관련된 데이터가 축적되면 주민들 간 집이나 차, 나아가서 일자리까지 주선해 주고 그 과정에서 중개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아름다운 아파트 공동체

정리하자면 살다는 1단계 전략으로 아파트 관리 개선을 통해 단지를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2단계 전략으로 주민들이 쓸데없는 비용을 덜 쓰고 새로운 가치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데서 나아가 마지막으로는 환경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물류 포장 절감 등 환경과 관련된 고민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서울에너지공사와는 전력 피크 절감 전용 앱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LS일렉트릭과 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이다. 이는 아파트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얼마나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언제 전력 소모량이 가장 많고,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출처(source)가 어디이고, 누진세 적용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렇게 전력 소비 정보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면 전기요금을 아끼면서도 에너지 절약 등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순기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련의 목표는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아파트 공동체를 오늘날 사회와 환경 변화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살다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집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모든 니즈를 해결하려는 ‘홈코노미’의 도래, 전기차, IoT 등 기술 진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흐름 등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주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외부로부터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주민들의 잠재 수요를 간파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가치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전달하겠다는 것이 주민을 위한 ‘서번트’를 표방하는 전략의 요체다.

‘살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소통 플랫폼으로서 살다는 유의미한 가치를 빚을 수 있을까.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DBR mini box 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

IT 솔루션에서 출발, 소통 플랫폼으로 도약

번트의 역할

공유지의 비극, 경제학에서 공공재에 대해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자산에 대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아파트라는 집단 거주 공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아파트에 늘 붙어 있는 공고문 중 하나는 바로 동 대표 입후보를 요청하는 공문이다. 아무도 동 대표를 하고자 하지 않기에 언제나 그 자리는 공석에 가깝다. 누구나 나의 거주지에서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되고 싶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번트가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관리실’이다. 하지만 사소한 일 하나라도 관리실은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에 대표자인 동 대표가 필요한 것이다. 모두에게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의민주주의와 유사하다. 국회의원처럼 고연봉에, 부릴 수 있는 권력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동 대표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아무도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아파트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의 자발적인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동 대표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외부 사업자와 주민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 운영자다. 아파트 내 광고판에 과외 아르바이트 광고 전단을 붙이는 것도, 아파트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거나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도 모두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둘러싼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태양광 보급을 위해 동 대표를 했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시사하듯 아파트라는 공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훌륭한 동 대표, 즉 플랫폼 운영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개별적인 관리실이 이런 변화를 기획하기에는 제한이 너무 많다. ‘살다’처럼 아파트 관리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의 역할은 과거 동 대표가 해왔던 일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솔루션에서 플랫폼으로

이들의 시작점은 분명히 IT 솔루션이었다.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나면 다양한 IT 솔루션이 개발된다. 이때 개발의 주체는 아파트 시공을 담당한 건설사들이다. 월 패드의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요즘은 앱 형태로도 제공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솔루션들은 골동품이 돼 버린다. 확장성을 고려한 솔루션이 아니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여기에 새로 나타난 솔루션들이 바로 아파트 디지털 관리 프로그램들이다. 아파트 ERP라 불리기도 하는 이 솔루션들은 아파트 관리 시장을 대상으로 이미 일반화돼 있다. 우리가 매달 받고 있는 관리비 내역과 영수증은 이 ERP를 통해 만들어진다.

‘살다’ 같은 애플리케이션들의 특징은 관리비 조회, 전자 투표, 공지, 방문 차량 등록, 커뮤니티 시설 예약과 같이 아파트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건의 및 문의, 나눔 장터 등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루션에서 플랫폼으로의 영역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솔루션과 플랫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소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능의 유무다. 무언가 아파트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IT 솔루션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면 이 안에서 참여자들의 소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플랫폼의 참여자인 아파트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아파트라는 공간이 가지는 ‘소비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소통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의견의 교환과 의사결정의 근거를 모을 수 있는 투표 기능이다. 예를 들어보자.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장치의 설치는 아파트 주민의 편리와 위생의 측면에서 보면 무조건 좋은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모든 주민이 동일한 생각을 갖지는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거의 없는 집도 있고, 그런 일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파출부를 쓰는 집도 있다. 모두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장치를 공용의 비용으로 부담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배출에 대한 데이터와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져 있다면 운영자는 편리하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처럼 소통이라는 새로운 무기는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당근마켓이 그러했듯이 지금은 그 소통의 도구가 아파트라는 폐쇄된 시장에 적용되려 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수익 모델 창출의 어려움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의 소통(커뮤니케이션) 플랫폼들이 가진 공통의 문제는 광고를 제외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플랫폼 참여자들은 고유의 목적인 소통 이외의 활동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커머스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당근마켓이 광고가 아닌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도 이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참여자들이 유사하고, 이들의 니즈가 명확하다면 소통이 목적인 플랫폼에서도 광고 아닌 다른 형태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보면 아파트는 가장 적합한 대상일 수 있다. 그래서 ‘살다’ 같은 플랫폼은 아파트라는 집단 거주 지역이 가진 특성을 이해함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실험 중에 있다. 아파트 주민이라는 참여자의 특징은 유사한 소득 수준, 동일한 거주지를 가진다는 점, 폐쇄적 시장이라는 점이다. 즉, 시장의 다양한 공급자에게 아파트는 일종의 ‘특판’이란 시장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특판을 연결해 낼 수 있다면 새로운 수익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주민들만 동의한다면 특정 마트의 아파트 전용 신선 식품 특판을 기획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자 집단의 특성에 맞는 수익을 창출한 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는 집단의 크기를 작게 가져갈 경우 시장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특판이라는 시장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업의 주력 시장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근마켓이 동 단위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동 단위의 상품 설계는 결코 쉽지 않다. 가령 ‘이촌동 주민 할인’ 같은 설계가 가능은 하지만 그 매력이 높지는 않다는 의미다.

물론 아파트라는 시장은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집단의 크기가 작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전체 인구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쿠팡, 배달의민족 등 전국 단위의 서비스 대비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쿠팡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배달 쓰레기를 아파트 단위 공동 배달을 통해 줄이는 것은 분명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는 쿠팡 사용자의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을 전제한다. 배달비가 오르면서 공동 배달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사용해봤다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사회적 가치와 개인의 편리함 사이에서 이기적인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의 창출, 아니 공유가치의 창출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구현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공유 플랫폼의 가능성과 한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플랫폼을 지향했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아마도 ‘위워크(Wework)’일 것이다. 위워크는 여러 가지 스캔들로 인해 처음 시도했던 상장에 실패했다. 2019년 상장에 성공하긴 했지만 100억 달러였던 상장 가치는 최근 33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위워크는 공유 오피스를 지향한다. 사무실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한다는 개념을 빌리지만 근본을 보면 사무실 임대업이다. 사무실을 임대하려는 공통점을 가진 참여자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 말할 수 있다. 위워크의 참여자들 역시 분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무 공간에 대한 변동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는 점이다. 초기 창업자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도 위워크의 사용자들이었다. 위워크는 여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고 법률 자문, 회계 자문, 특허 자문, 헬스클럽, 건강관리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 관련 서비스가 기획됐다.

위워크 상장 시에 제출했던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무실 렌트와 달리 플랫폼으로서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위워크의 구상이었다. 이는 회사가 공간 임대라는 기존의 수익 창출 요소 이외에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근거가 됐다. 이 주장은 위워크가 2019년 재상장을 추진할 때도 동일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위워크가 쉽게 만들어지리라 예상했던 제품 및 서비스 판매는 이뤄지지 못했다. 위워크의 상징은 여전히 깔끔한 인테리어와 무료 커피다. 회사는 현실적으로 사무실 임대 이외의 성공적인 수익 모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자칭했던 위워크가 이제는 사무실 공유(Coworking Space)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플랫폼으로의 수익 모델 발전에 실패한 것이 현재의 기업 가치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살다’ 같은 아파트 대상 플랫폼 모델도 위워크가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플랫폼은 시장에 존재하는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아파트 소통의 활성화는 그 페인의 상당 부분을 줄여줄 것이다. 주민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이라는 공동의 이익과 주거라는 매우 중요한 생활 요소에 관심 갖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아파트라는 주거 집단의 참여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태양광 패널이 아파트 지붕 위에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고, 전기차 충전소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공동 구매, 공동 배달도 실현될 수 있고, 아파트에 남아 있는 유휴 공간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 활용의 가치는 참여자들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소통이 많아지면 의견이 많아진다는 점, 플랫폼의 수익 모델 창출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참여자들을 모아 놓았다고 해서 바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구매로 이어지거나 공유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많아진다는 것은 변화가 가능함을 의미하고, 이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아파트 공동체가 진화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플랫폼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다.


이승훈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iloveroch@gmail.com
필자는 모니터그룹, AT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당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총괄 사장,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네모파트너즈의 대표 파트너이자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플랫폼의 생각법』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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