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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미래 식단의 시작, 인류를 살릴 ‘푸드테크’

내 건강 위해 맛있게 차린 식단이 묻는다
타인과 동물, 지구의 건강도 생각했는지

김기웅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건강한 먹거리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만이 아니라 타인의 건강, 동물의 건강, 지구의 건강 등 사회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미래 식탁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식량 문제를 풀고 가치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전 세계 푸드테크 기업들이 대체식, 어그 테크, 맞춤형 식사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주도의 연구개발(R&D) 관행과 결별하고 푸드테크 스타트업과의 능동적인 연계 개발(C&D)을 통해 1) 식물성 식단의 접근성 및 효능을 개선하고 2) 기존 육류 생산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고 3) 신선 식품의 무차별적 폐기를 방지하는 등 식음료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푸드 밸류체인의 새로운 패러다임, 푸드테크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배는 굶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아야지’라는 관용어나 아무리 잘못해도 먹을 때는 가만히 두라는 의미의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들만 봐도 먹고사는 문제가 시대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를 상상하는 SF(공상과학) 영화의 상당수가 식량 부족 위기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전쟁, 전염병 등 인류의 재앙 상황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먹는 문제’임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먹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농담거리나 영화 소재가 아니다. 18세기 후반부터 이뤄진 농업혁명으로 굶주림의 문제에서 벗어난 지 겨우 200여 년이 지났을 뿐인데 우리는 또다시 먹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채워주는 음식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식량 부족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이 기후 위기를 야기하고, 기후 위기가 식량 부족을 야기하는 끊기 어려운 악순환의 굴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공급 사슬의 파괴와 신선 식품 공급 부족은 이 같은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푸드 밸류체인 혁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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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라는 것은 단순히 내 몸에만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의 신체 건강을 비롯해 타인의 건강, 동물의 건강, 지구의 건강 등 사회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비로소 건강한 먹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식탁을 보장받길 원한다면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동물을 착취하고, 자원을 고갈시켜 식량 부족을 가속화하는 기존의 식량 생산 방식을 점차 바꿔 나가야 한다.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이야말로 분쟁과 난민의 원인이 되고 국가 안보까지도 위협하는 식량 위기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먹기’라는 전 세계 인류의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푸드테크’다. 먹는 문제는 오직 고정관념을 깨는 기술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푸드테크가 ‘밥상 위의 미래’라고 불리는 이유다.

푸드테크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인 음식에 첨단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은 높이면서도 환경이나 식량 부족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푸드테크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트업만이 아니라 대기업, 정부까지 나서 푸드 밸류체인을 혁신하고 미래의 건강한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시도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6월 롯데벤처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미래식:단(未來食團)’을 론칭했다. 미래식:단은 롯데그룹이 대기업 주도의 연구개발(R&D) 관행을 버리고 푸드테크 스타트업과의 능동적인 연계 개발(C&D, Connect & Development) 1 을 통해 식음료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의미 있는 사례인 만큼 필자는 먹는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만남인 이 미래식:단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봄으로써 기술이 혁신하는 건강한 미래 식탁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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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3대 키워드: 대체식, 어그테크, 맞춤형

푸드테크의 발전은 다양한 배경에서 기인하지만 그 태동부터 ‘환경’을 위한 노력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푸드테크 기업 대부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발전을 꿈꾸면서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과 먹거리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실제로 UN이 발표한 ‘2019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77억여 명에서 2050년 약 10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30년간 20억 명의 인구가 더 증가함에 따라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량의 대량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 가능성도 심각한 상황이다. 소, 돼지 등 가축 사육 과정에서의 항생제 남용, 분뇨 등이 직접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소, 양고기 등을 1g 생산할 때 콩류를 재배할 때보다 수백 배 높은 수치인 221.63gCOe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렇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비중의 13.5%나 차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투자 시장에서 푸드테크 분야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푸드테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21년 기준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2720억 달러이며, 2025년에는 3600억 달러에 달해 5년 내에 약 33%가량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2 이런 투자에 힘입어 푸드테크가 여러 갈래로 진화 중이지만 이 중에서도 환경과 건강 등 지속가능성과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시장의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바로 대체식, 어그테크(Ag-tech), 맞춤형이다.

1. 대체식

첫 번째는 대체식이다. 대체식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또는 세포 배양으로 만든 대체육이나 대체 유제품, 식용 곤충으로 만든 대체 단백질 등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원료 대신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만들어서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식품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이들 식품이 비건을 위한 ‘틈새 상품’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회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배양육 방식은 전통적인 축산업과 비교했을 때 토지 사용량은 99%, 가스 배출량은 96%, 에너지 소비량은 45%로 줄일 수 있다. 탄소배출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고단백의 저칼로리 성분이어서 비건은 물론이고 건강을 고려하는 일반 소비자까지 그 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이 들어간 햄버거가 맛과 품질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40년에는 대체육이 세계 육류 소비의 60%를 차지하며 기존 육류를 추월하고 대중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 대체육 분야의 대표 회사는 이제 세계적으로 너무 잘 알려진 미국 ‘비욘드미트’다. 비욘드미트는 2019년 기업 가치 150억 달러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며 IPO 직후 주가가 163% 뛰었다. 유명 레스토랑 체인과의 협업, 홈쿡 제품 출시 등을 통해 대중적 수요를 창출하며 매출 역시 매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 뒤를 추격하는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는 빌게이츠의 투자, 구글의 인수 거부 등3 투자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며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디즈니 테마파크, 스타벅스, 버거킹 등 7000여 개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판매 중이고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임파서블푸드는 기존 육류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까지 기존 고기 버거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을 목표로 가격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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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대체하는 귀리를 주재료로 음료를 생산하는 스웨덴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오틀리’도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하며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당 불내증(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을 유발하는 증상)을 연구하던 스웨덴 식품공학자 리커드 아스티 박사가 창업한 오틀리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물성 우유 소비가 증가하는 트렌드를 잘 공략하면서 미국 등지에서 강력한 비건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비자와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포스트 우유 세대(post-milk generation)’ ‘우유지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우유(milk but made for humans)’라는 파격적인 브랜딩을 앞세워 대체식 분야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중요한 메시지를 한눈에 보이게끔 단순하게 처리하는 한편 다양한 컬러 대신 몇 개 컬러만 사용해 친환경 느낌을 자아낸 오틀리의 수제 느낌 패키징과 로고 디자인도 브랜딩에 일조했다. 대부분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기술과 건강, 맛 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유쾌하고 위트가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대체식의 필요성을 알려주면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처럼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오틀리’의 브랜딩 덕분에 흰 우유를 식물성 우유로 바꾸는 대체식 문화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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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그테크

두 번째 트렌드는 농업에 기술을 접목한 어그테크(Ag-tech)다. 농업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에 빈번해진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개도국 경제 성장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수급 불균형이 야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미•중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감염병 위기까지 겹치며 상호의존적인 세계 농업 가치사슬의 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UN이 2050년까지 세계 인구가 34% 증가하는 반면 경지 면적은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면서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식량 위기 직면에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헤지 수단이자 대안으로 어그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년여 년 동안 어그테크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 왔지만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해 스마트팜의 수익성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디지털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기술 가격이 하락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 농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에어로팜’은 대표적인 수직 농장 스타트업으로 채소들을 공중 재배한다. 작물을 물에 담그지 않고 천 위에서 키우는 방식으로 흙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농사보다 물도 95%가량 적게 사용한다. 환경 영향을 줄이면서도 토지 면적 단위당 약 390배 높은 생산량을 보이는 이 미래형 식물 공장에 대한 투자 금액은 지금까지 2억145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 특수목적인수회사(SPAC)와의 합병이 무산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 12억 달러를 인정받기도 했다. 현재 에어로팜은 ‘드림그린’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공중 재배된 농작물을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아마존프레시, 홀푸드마켓 등 식료품점에도 판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최대 규모의 수직 농업 회사 ‘플렌티’ 역시 5억 달러 이상을 모금해 캘리포니아, 와이오밍, 워싱턴 전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농업을 건설했다. ‘플렌티’뿐만 아니라 켄터키에 농장이 있는 ‘앱하베스트’, 뉴욕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보어리’ 등 미국의 어그테크 스타트업들은 도시 인구와의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토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곳에서 광범위한 실내 농업 시설을 구축하고 농산물을 지역사회에 제공 중이다.

3. 맞춤형

세 번째 트렌드는 바로 개인의 건강을 고려한 ‘최적의 음식’을 만들어 주는 맞춤형 기술 분야다. 이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다. 식품 업계에도 AI 도입이 보편화되면서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 생산과 소비까지 전 분야를 데이터화해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예측은 F&B 비즈니스 성공 확률을 높여줄 수도 있다.

가령, 이스라엘 스타트업 ‘데이투’는 미생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의 장내 세균 DNA를 분석해 개인의 체질 차이에 따른 맞춤형 식이요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의 혈당이 특정 음식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해 혈당 수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후 혈당 수치를 맞출 수 있는 영양 기반 식품 처방으로 당뇨병과 대사성 질환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당뇨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고 의료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낮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힘 입어 최근 데이투는 8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미생물과 다른 질병과의 알고리즘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델을 선보이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누비랩’은 AI와 빅데이터 기술,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배식량, 섭취량, 잔반량 등 음식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네이버의 투자를 받은 누비랩은 최근 참가한 ‘CES 2022’에서도 데이터 기반 건강 관리 AI 푸드 스캐너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 AI 스캐너는 식사 전후 음식량을 자동으로 스캔해 개인이 섭취한 음식의 양과 종류, 영양 정보를 추적한다. 1초 내 95% 이상의 정확도로 실제 음식물 섭취량을 기록하며 영양 성분, 칼로리, 식사 시간까지도 분석함으로써 개인 식습관 및 영양 데이터 기반의 헬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식재료의 양을 최적화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주는 환경 솔루션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 혁신을 위한 ‘미래식:단’의 시작

푸드테크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자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비즈니스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스타트업과 창업 지원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주로 집중돼 있고, 푸드테크라 하더라도 배달 앱,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쪽으로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 푸드테크 시장이 대체식과 스마트팜을 필두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해외 시장과 대비된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다양성을 꽃 피게 하려면 상품의 영양 성분과 안전성 등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R&D와 마케팅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혁신 기술과 독보적인 콘텐츠가 있는 스타트업이 자본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2019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에 방문했다가 당시 이스라엘 최대 식품사 스트라우스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스트라우스가 설립한 푸드테크 인큐베이팅 전문 기업 ‘더키친(The Kitchen)’이 스타트업과 연계해 범지구적으로 푸드테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롯데도 이미 오래전부터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해 왔고, 그룹 계열사인 롯데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 발굴, 액셀러레이팅, 직접투자 및 후속 투자에까지 앞장서 왔다. 하지만 그 방향이 푸드테크 생태계의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포착한 롯데는 스트라우스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더키친’을 벤치마킹한 푸드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젝트인 ‘미래식:단(未來食團)’을 개시했다.

차별화된 푸드테크 분야 투자 및 육성을 위해 롯데그룹은 롯데벤처스의 핵심 파트너로 위쿡을 선택했다. 식음료 산업 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약 12주간의 육성 프로그램을 거쳐 사업화 및 양산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일선에서 식품 외식 창업가들과 가장 많이 만나고 소통하는 F&B 비즈니스 스타트업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위쿡은 공유 주방 규제 샌드박스, 식품위생법 개정 등 국내 푸드테크 시장의 개척자이기도 하고 위쿡 드라이브, dip, 넥스트푸디콘 등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함박카츠 상품을 생산하는 위쿡의 입점 기업 ‘나일롱부엌’과 대체육 기업 ‘지구인컴퍼니’를 연결함으로써 비건을 위한 함박카츠를 출시하는 등 협업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 위쿡과 더불어 농식품 육성 및 지원 전문 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롯데그룹 내 F&B 관련 계열사인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도 파트너로서 푸드테크 생태계 혁신에 함께하기로 했다.

실용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기에 파트너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4가지 테마 ▲식재료 수급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체 식재료’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식음료 포장재 기술 및 아이디어 ‘패키징’ ▲ 현재 식품군을 대체할 미래 식음료 기술 및 아이디어 ‘퓨처 푸드’ ▲특정 타깃 맞춤형 기능성 식품 ‘케어 푸드’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약 4주간 모집했다. 그리고 대기업 계열사와 함께 미래 식음료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선발 단계에서부터 롯데식품 실무자들이 함께해 상용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제품을 빠르게 양산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반을 갖춘 팀을 선발하기 위해 팀의 역량, 보유 기술의 경쟁력, 푸드 밸류체인의 혁신성, 프로그램 적합도 등의 항목에 맞춰 평가가 진행됐다. 특히 음식을 기반으로 한 샘플 평가는 지원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서 가장 꼼꼼하게 이뤄졌고 위쿡 R&D팀이 샘플을 직접 조리해 가며 시식을 했다. 이렇게 약 100여 곳 가운데 33곳이 1차 합격을 하고 이 중 5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

제철 나물부터 한우까지… 기술이 바꾸는 밥상

이렇게 선발된 최종 5개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보면 빅데이터, AI, 3D 바이오 프린팅, 화학공학과 분자생물학 등의 기술이 어떻게 미래 식단을 바꾸고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먹거리 생산 및 유통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혁신의 노력은 식물성 식단의 접근성과 효능을 개선하려는 시도, 기존 육류 생산의 폐해를 방지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려는 시도, 신선 식품의 폐기와 낭비 등을 방지하려는 시도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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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물성 식단의 접근성 및 효능 개선

맞춤형 기능성 식품 분야에서 선발된 스타트업 ‘엔티’는 공유 농장을 기반으로 제철 나물 유통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 회사를 창업한 서재호 대표는 어릴 적부터 한국 음식 중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맛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외를 받는 나물에 관심을 가졌다. 30년간 나물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에 나물을 좋아하지만 번거로운 조리 과정과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게 섭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제철 나물 소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비건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에 따라 나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나물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기본 조리된 나물을 배송하는 B2C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미래식:단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롯데마트 식품 코너에 입점해 판로를 확장했다. 가공된 신선한 나물을 배송하는 것을 넘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물 전문 큐레이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의 접근성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생산자의 편의도 증진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유 농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공유 농장이란 다수의 소비자가 특정 농장과 계약을 맺고 재배물을 가져오는 구조로 농산품 재배 및 전수 조달을 통해 농가의 관리 부담을 줄여주는 모델이다. 이렇게 농가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 덕분에 엔티는 다양하고 희귀한 품종의 나물 상품군을 확보하고, 이를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향후 반찬 중심의 나물 제품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건강식 등으로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렇게 이미 있는 식단의 유통과 접근을 개선하려는 푸드테크 기업도 있지만 아예 새로운 미래 식음료를 개발하려는 기업도 있다. 천연식물체 연화 기술(SofTech) 등 원천 기술을 활용한 식음료를 개발하는 ‘라피끄’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화학공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던 이범주 라피끄 대표는 국내 화장품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식물 추출물에 대해 연구해 왔다. 식물 추출물은 식물을 재료로 가공해서 추출한 물질이다. 이 대표는 추출 과정에서 유효 성분이 잘 추출되지 않고 파괴된다는 문제에 주목하고, 이 성분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방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식물의 좋은 성분을 원료화하고 식물의 효능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식물 연화 기술(SofTech)’을 개발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회사를 설립했다.

라피끄는 이 기술이 식물 성분의 95% 이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해 이를 식음료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화장품 개발에 주로 이용하던 기술을 식품 분야로도 확장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식:단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롯데칠성음료와 협업해 식물체 연화기술을 적용하고 식물 본연의 효능을 살린 음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한 제품을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B2B 비즈니스만 해왔지만 식물체 연화기술의 장점을 충분히 알린 뒤에는 B2C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2. 기존 육류 생산 방식의 대안 제시

대체 식재료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팡세’와 ‘한우연’은 접근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공장식 가축 사육을 동반하거나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존 육류 대량 생산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팡세의 경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식감까지 재현한 고급 배양육을 개발한다. 이성준 대표는 서울대 재학 당시 기계•바이오 융복합 기술을 전공한 4명의 연구원과 함께 창업한 뒤 바이오 프린팅 장치부터 소재, 배양 기술 등을 고도화하며 배양육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원래 바이오 프린팅은 세포를 재료로 살아 있는 인공 조직을 만드는 기술로 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팡세는 이 기술을 동물의 근육 세포에 접목함으로써 살코기뿐만 아니라 내부의 근육 결까지 조절하며 실제 도축 없이 도축육의 식감과 형태를 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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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팡세의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가지는 이점은 기존 배양육과 달리 바이오 프린팅 시 압력과 노즐의 굵기를 조절함으로써 후가공 없이도 원하는 식감의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 가공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생산 비용도 낮고, 100g 단위로도 찍어낼 수 있으며, 소고기ㆍ돼지고기ㆍ닭고기 구분 없이 만들 수 있다. 현재 배양육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당장 판매가 가능하진 않지만 빠르면 2023년, 관련 법 제정 및 해외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배양육이 시판될 경우 생산 단가가 낮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 없는 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고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배출되는 약 25.6㎏의 이산화탄소 발생량4 을 10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육류 소비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고기 숙성 및 스마트 팩토리를 개발 중인 ‘한우연’은 한우의 숙성 과정을 혁신해 생산에 드는 높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LGU+, 인텔리안, 화웨이 등에서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연구하던 우용성 대표는 2, 3등급이나 비인기 부위의 한우를 1++등급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지방은 적은 숙성 한우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약 5억 건에 달하는 다양한 등급과 두께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한우 숙성기를 개발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등급 이상의 고기를 생산하고 마블링 등을 높이는 데 드는 긴 사육 기간, 높은 곡물 사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1++등급 이상의 한우는 평균 31.2개월을 사육해야 하지만 2등급 한우의 경우 26개월이 걸린다. 또한 곡물 비용도 1++등급 한우의 경우 곡물을 소비하는 기간이 10개월에 달하지만 2등급 한우는 곡물 소비 기간이 5개월로 절반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2등급 저지방 한우로 1++등급의 부드러움과 맛을 내는 숙성 기술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더 저렴하게 소고기를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사육 기간을 20% 이상 단축하고 곡물 비용은 50%로 낮출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지구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따른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저지방 숙성 한우 역시 미래식:단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롯데마트 축산 코너에 입점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3. 신선 식품의 무차별적 폐기 방지

‘뉴처’는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부착해 신선 식품의 무차별적인 폐기를 막는 패키징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론칭과 각종 식품 대기업의 메뉴 개발을 돕던 뉴처의 이진환 대표는 부정확한 유통기한 표시로 인해 폐기되는 신선 식품이 많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하루 1000t 이상의 신선한 먹거리들이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과 부패, 신선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이렇게 소비될 수 있는 음식물의 폐기는 단지 경제적 손실만이 아니라 환경오염까지 유발하지만 변질 사고에 대한 염려로 인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론칭과 각종 식품 대기업의 메뉴 개발 컨설팅을 하면서 이런 문제에 눈을 뜬 뉴처의 이진환 대표는 변질 제품인지, 아닌지를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면 식품의 대량 폐기를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나노 섬유로 제작된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부착해 미리 설정된 온도와 시간에 노출될 경우 스티커가 투명해지면서 인쇄된 문구가 나타나도록 했다. 이처럼 신선 식품의 유통 및 보관 시 온도를 확인하는 스티커는 저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온도와 시간도 제품별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에 뉴처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NDA(기밀유지협약)를 체결하고 제품을 개발 중이며 올해는 자체 공장 설립을 넘어 수출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밥상의 미래이자 초거대 신산업

지금까지 살펴본 미래식:단 프로그램의 핵심은 C&D, 즉 이해관계자의 연결에 있었다. 위쿡은 F&B 비즈니스 노하우가 반영된 12주 액셀러레이팅과 공유 주방, 오피스 등 공간을 제공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네트워크를, 롯데중앙연구소는 R&D 인프라를 지원했다. 여기에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GRS 등 롯데그룹 계열사까지 제품화, 양산화에 힘을 보태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전방위의 다양한 지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자연히 참여 스타트업들에는 시장에 진입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서 검증하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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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쿡 역시 이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믿음, 즉 먹거리와 관련된 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푸드테크가 이를 더 발전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기술이 기존 식품 외식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장하고 기존 식량 생산 및 유통의 문제까지도 해결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풀려면 특정 플레이어 하나가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스타트업, 먹거리 관련 대기업, 식품 분야의 연구자와 투자가 등이 힘을 모아 기술과 식품을 결합해야 한다.

이처럼 푸드테크는 푸드 밸류체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밥상의 미래’인 동시에 스타트업, 대기업, 정부가 함께 열어갈 초거대 신산업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최근 출간한 책 『푸드테크 혁명』에서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를 ‘성장 잠재력’으로 꼽은 바 있다. 범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인 동시에 7000조 원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푸드테크 생태계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현실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푸드테크 분야는 산업의 성장 속도와 정부의 규제 발전 속도 간 차이가 크다. 모든 혁신이 그러하듯 정부의 규제나 소비문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업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위쿡이 국내 최초로 공유 주방을 도입했을 때도 규제 샌드박스가 없었다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제도권 안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몸소 체험한 입장에서 새로운 산업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규제가 현실화돼야 소비자들도 대체식, 미래식 등 새로운 형태의 먹거리를 안심하고 소비할 것이고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푸드테크를 통해 생산한 대체 식재료 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식품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섭취했을 때 정말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생산 전반을 검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 유럽과 일본, 미국도 대체육 규제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체육 제품이 ‘진행 단계’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섣부르게 규제를 들이댔다가 적극적인 연구를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세포를 활용해 대체육을 개발할 것인지 등 디테일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기존 산업에 불합리한 영향을 주지 않는지도 주시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기존에 단단하게 구축돼 있는 산업에 영향을 미쳤을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올 수 있는지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칠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육류보다는 규제가 덜한 ‘식물’ 기반의 대체육 시장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물성 고기는 식감이나 맛이 실제 고기와 약간 다르기 때문에 고기의 대체재라기보다는 건강식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격도 일반 고기보다 20∼30%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인 맛과 가격보다 환경보호, 비건 정신 등의 의미 기반 소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식감이나 맛까지 구현할 수 있는 동물성 배양육 등도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테크 상품에는 매력이 필요하다. 푸드테크의 성패는 기술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욕구에 의해서 움직이는 음식 문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존 소비자 중 90% 이상이 식물 기반의 단백질 제품을 알고는 있지만 그중 60%만이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섭취한 소비자 중에서도 34% 정도만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으며 대부분 맛보다는 환경이나 건강, 식품 안전성을 만족한 이유로 꼽았다. 물론 식물 기반 단백질 식품의 국내 시장 규모가 771억 원으로 (2018년 기준) 점점 커지고 있긴 하지만 제품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고 제품군이 미트볼이나 너겟류에 한정돼 있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테크 상품이 더 활발하게 소비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을 넘어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산업의 혁신보다 푸드 시장의 혁신은 더 까다롭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로봇이 만드는 ‘줌피자(Zume Pizza)’, 로봇이 패티를 굽는 ‘플리피(Flippy)’도 점점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식당이 무인화를 위해 도입한 키오스크를 둘러싸고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계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인력이 추가로 고용되는 것을 보면 애초에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한 무인화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하이테크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하이터치’다. 인간성을 내포한 감성적 작용, 즉 인간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향유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으며 음식의 본질인 ‘맛’이 전제되지 않은 문화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소비자들이 테크 상품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 긍정적인 푸드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건강이나 환경 등의 가치가 푸드 밸류체인 혁신에 당위성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식량 소비는 푸드테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급자 관점에서 상품을 생산할 게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식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제품의 맛을 고도화하고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담아낼 때 푸드테크 시장이 ‘밥상의 미래’이자 초거대 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웅 위쿡 대표 andy.kim@wecook.co.kr
필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딩을 담당하다 2015년 식품외식창업자들이 겪는 문제해결을 위해 ㈜심플프로젝트컴퍼니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공유 주방 서비스 ‘위쿡’을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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