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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멀티 페르소나 현상과 조직의 대응

다양한 직종에서 자아실현 ‘N잡러’ 열풍
본업, 덕질, 사이드잡… 무경계 직업 정체성 추구

이항심 | 307호 (2020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터에서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회사와 나를 분리해 다양한 부캐를 만들거나 퇴근 후 덕질에 몰두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더 이상 신기하거나 낯선 광경이 아니다. 문제는 조직이 이런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회사 밖에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부캐를 만들어 ‘N잡러’가 되거나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조직은 여전히 외부로 발현되는 직원들의 페르소나 찾기를 내부에서 실현해 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탈산업화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촉발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회사가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 결국 기업의 적절한 대응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재택근무 조치가 해제되면서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하는 날, 국내 한 대기업 40대 팀장인 K 씨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지만 회사 로비에 도착하니 시계는 어느덧 8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귀에는 ‘에어팟’이 꽂혀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 만난 거래처 임원의 푸념이 떠오른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닌데, 딱 9시부터 퇴근 전까지야. 얼마나 칼 같은지 몰라. 글쎄 9시 전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도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 같아. 서로 분명히 얼굴을 본 것 같은데 그냥 계속 음악에 심취해 있거나 핸드폰만 쳐다보면서 인사 한번 안 해.” K 팀장 역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는 얼굴을 몇몇 만났지만 애써 그들과 눈을 맞추는 것을 피했다. 선배로서 먼저 후배에게 인사하기 쑥스럽기도 하고 혹시나 괜히 출근 시간 전에 아는 척했다가 “우리 팀장 ‘꼰대’야”라는 뒷말을 들을까 걱정도 됐기 때문이다. K 팀장은 일견 직장 상사를 굳이 사무실 밖에서 마주치기 싫은 직원들의 심리가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조직 내 분위기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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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는 필자가 외부 미팅에서 들은 경험담을 각색한 것이다. 물론 이 사례를 근거로 ‘모든 젊은 세대가 9시 전에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를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위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확실히 과거에 비해 요즘 직장인들은 회사와 자기 자신의 관계를 규정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직장인들은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며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의 직장인들은 회사와 나를 독립적인 관계로 보고 정규 근무시간(9 to 6)에만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달라진 사고방식을 뒷받침하는 최근의 설문 조사가 있다. 지난 3월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중 77.6%, 즉 네 명 중 세 명 이상이 직장에서 회사에 맞는 ‘가면’을 쓰고 일한다고 응답했다. 또 회사원 가면을 언제 쓰는지 묻는 질문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라고 답한 사람이 40.6%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40대 이상 직장인(71.2%)보다 MZ세대에 속하는 30대(78%)와 20대(80.3%)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회사에서의 자아와 회사 밖에서의 자아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한 TV 광고는 회사 안에서는 조용한 막내 사원이 퇴근 후에는 조깅 모임의 리더로 180도 변신하는 모습을 그려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가면을 쓰고 퇴근 후에는 직장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사람들, 주어진 역할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올해 화두로 떠오른 ‘멀티 페르소나’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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