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장인'의 특징과 교훈

4차 산업혁명, 현대적 匠人이 주도, 조직 내에서 ‘성취의 절정’ 느끼게 하라

장원섭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장인’의 육성이다. 창의성, 유연성, 협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과 얼핏 상반되는 느낌이지만 글에서 이야기하는 장인은 현대적 장인을 뜻한다. 필자는 현대적 장인의 특성을 8가지로 정의했다.

1) 장인은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다.
2) 장인은 지독한 학습자다.
3) 장인은 일의 해방자다.
4) 장인은 창조적으로 일하는 자다.
5) 장인은 배움을 넓히는 자다.
6) 장인은 배움을 베푸는 자다.
7) 장인은 정상에 오른 자다.
8) 장인은 고원에 사는 자다.


20230602_160810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일자리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미래 인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 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은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할까.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장인(匠人)’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 어울리게 뜬금없이 웬 장인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창의성, 유연성, 협력 등이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인재상으로 꼽히는 시기에 장인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현대적 의미의 장인(匠人)이 육성돼야 한다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싶다. 이것은 제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교육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에 근거한다. 효율보다는 의미가, 성과보다는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장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장인이 보여주는, 일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현대 일터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장인으로부터 일다운 일, 배움다운 배움을 배워야 한다.

 

장인(匠人)은 누구인가?

장인이라고 하면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의 기초를 이루고 있던 대표적 인재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단단한 강판을 만드는 사람, 소음이 적은 자동차 엔진을 만들어서 잡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넣은 도요타자동차의 엔지니어들처럼 한 분야를 집요하게 연구해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을 보통 장인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장인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공업자’ ‘전통의 계승자’ ‘외골수’ ‘도제제도’ ‘달인’ ‘장인정신’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장인에 대한 이런 선입견은 부분적으로만 맞을 뿐이다. 더군다나 장인을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거나 배움을 확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어떤가? 이 말을 쉽게 납득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장인에 대한 이런 새로운 시각이 고집불통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보다 장인을 더 잘 설명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 시대 장인은 어떤 사람일까. 수년 전부터 필자는 일다운 일을 실천하는 장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장인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장인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전통적인 장인 개념만으로는 지금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필자는 장인을 ‘일하는 사람의 전범(典範)’으로 재개념화했다.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장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통 수공업 분야에서 일하거나 대한민국 명장(名匠)으로 선정된 분들뿐만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각가, 뮤지컬 배우 같은 문화예술인까지 포함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으며, 일하는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국내외의 장인들을 연구했다.

장인의 개념은 달인, 프로, 1인자, 예술가와 다르다. 달인은 기능적 숙련도에서, 프로는 일에 대한 성실성에서, 1인자는 성과의 탁월함에서, 예술가는 작품의 창조라는 점에서 장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인의 의미는 세부 기능의 숙달만도, 돈의 대가만도, 성과 경쟁에서 일등만도 아니다. 직업적 의미와 멀리 떨어진 개념도 아니다. 장인은 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실현한다.

결국, 현대적 의미의 장인은 더 이상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전수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서 창조적으로 일한다. 이런 점에서 장인은 현대 직업인의 모범 또는 롤모델이 된다. 이는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과도 부합한다.

 

장인정신이라기보다는 장인성(匠人性)

일하는 사람의 전범으로서 장인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인정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장인은 성실하면서도 창조적으로 일하는 행동 습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정신만으로는 충분하게 다룰 수 없는 실천력이야말로 장인의 주요한 특성이다. 그것을 필자는 ‘장인성(匠人性)’이라고 부른다. 장인성은 장인이 보여준 일과 배움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용어다. 장인성은 장인정신과 같이 정신만을 똑 떼어낸, 현실과 유리시킨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장인의 일하는 삶이 가진 구체성과 실제성을 바탕으로 한 개념이다. 장인은 정신세계가 아닌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으나 장인정신을 가질 수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유홍준 등, 2010). 장인정신을 본받아야 그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창조적으로 일하고 확장적으로 배우는 삶의 과정은 정신 개념만으로는 드러내기 어렵다. 장인정신은 장인성을 구현하기 위한 하위 요소이거나 다른 차원의 개념일 뿐이다. 장인은 단지 정신이나 마음만이 아니라 실제 행위를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정신을 갖거나 머리로 안다’는 말은 ‘몸에 밴다’거나 ‘손에 익다’는 말과 대척점에 있다. 장인정신은 정신이지만, 그것은 몸에 배어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장인의 행위와 기술은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손에 익은 것을 말한다. 결국, 장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장인정신을 갖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장인성이라는 행동 습성을 형성해야 가능하다.

장인의 일과 배움이 가진 독특한 특성으로서 장인성은 일종의 ‘아비투스(habitus)’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시한 아비투스와 같이 장인성은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는 다양한 삶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장인은, 그리고 그들의 몸에 배태된 장인성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형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마디로 장인은 오랜 시간의 축적과 넓은 공간의 확장이라는 지난한 형성 과정을 거쳐 비로소 만들어진다.

 



장인성의 8요소

장인은 한마디로 장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장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장인정신을 갖는 것을 넘어서 장인성이 몸에 배어 행동 습성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장인성은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첫째, 장인은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다. 본인이 원하는 길일 수도 있고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일에 입문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히 입문했다고 해도 장인은 그 기회를 살려서 최고의 위치까지 이른다. 처음부터 그 일에 소명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은 고된 과정일지라도 우연을 필연의 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열의와 힘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안스베이커리’로 유명한 제빵 명장 안창현 씨다. 안 씨도 처음부터 빵 만드는 장인이 되려고 제빵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래나 적성보다는 배가 고파서 제빵을 배웠을 뿐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 빵을 만들던 곳의 책임자 책상에서 우연히 일본 베이커리 책을 보고는 여기에 매료돼 돈을 모아 일본에 기술 배우러 떠나면서 제빵 장인이 될 수 있었다. 안 씨는 어렵게 오른 일본 유학길에서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면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우연히 본 일본 제빵 책이 안 씨를 장인의 길로 이끈 셈이다.

둘째, 장인은 지독한 학습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을지라도 장인은 그 일에서 성장하기 위해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이는 혹독한 숙련의 과정이다. 필자가 책을 쓰기 위해 만난 장인 중 대충 배워서 장인이 된 경우는 없다. 제빵왕 안창현 씨는 지금도 일본에서 제빵 기술과 트렌드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다.

셋째, 장인은 일의 해방자다. 일을 회피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일 자체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일 그 자체에서 성장한다. 일의 참된 본질을 발견하고 그 일의 리듬을 자신의 리듬으로 만들어 행함으로써 일 그 자체를 해방시킨다.

넷째, 장인은 창조적으로 일하는 자다. 전통을 고수하고 전승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고 확장한다.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일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일의 지평을 넓히고 새롭게 창조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복 장인으로 유명한 백애현 장인은 전통 분야인 한복 제작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 장인은 2003년 5월 미국 워싱턴 케네디홀과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한미 동맹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복패션쇼를 열었는데 이때 디지털 프린팅 방식을 도입한 한복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강아지용 한복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백 장인은 한복을 입을 때 가장 불편한 부분인 바지의 끈과 대님 부분을 개량해 지퍼와 고무줄 등을 활용해 한복 바지를 개량하는 등 퓨전 한복 제작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다섯째, 장인은 배움을 넓히는 자다. 최고의 숙련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인은 끊임없이 배운다. 장인에게 있어서는 일 자체가 성장의 주요한 발판이 되고 느슨하지만 열린 관계 맺음을 하면서 배운다. 일의 확장과 창조는 이런 배움의 넓힘을 통해 가능하다.

자동차 명장으로 유명한 박병일 장인은 ‘못 고치는 차 고쳐드립니다’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동차 정비를 한다. 특히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를 끌 거라 예상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시되자마자 직접 하이브리드 차를 구입해 이를 분해하고 실험해봤다. 장인이라는 타이틀에 자만하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속적으로 장인의 위치를 지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여섯째, 장인은 배움을 베푸는 자다. 장인은 평생에 걸쳐 힘겹게 얻은 배움을 공동체와 후속 세대를 위해 기꺼이 내놓는다.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나누고 남김으로써 일의 세계를 배려한다.

일곱째, 장인은 정상에 오른 자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가진다. 그 결과는 일에 있어서 큰 성과와 높은 지위로 나타난다. 장인은 정상의 기쁨과 희열을 경험한다.

여덟째, 장인은 고원에 사는 자다. 정상의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 맛을 보기 위해서 정상 주변의 높은 지대에 머무른다. 거기서 언제든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고원에서의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즐긴다.

20230602_160830


왜 다시 장인인가

그렇다면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장인을 주목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의 후기 산업사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돈, 노동, 최적화, 안전성, 확정성, 결과 책임 등을 특징으로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열정, 자유, 창조성, 사회적 가치, 공개성, 활동성 등이 특징이다. 산업사회가 소품종 대량 생산을 바탕으로 한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품종 소량 생산 혹은 맞춤형 생산(Customization)에 초점을 맞춘다. 소품종 대량 생산 시대에 인간은 정형화된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 정형화된 업무는 인공지능들이 대신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기능 기술자와 고숙련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지식정보산업화에 따라 통섭형 지식과 창조적인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한 새로운 산업사회에서의 개인과 기업, 사회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장인을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장인은 기능적으로 볼 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존재다. ‘4차 산업혁명’이 초연결, 초지능을 기반으로 해서 많은 산업 분야를 대체하고, 또 새롭게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초연결은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고, 초지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실현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력은 지금과는 다른 가치를 갖게 된다.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고 기업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전면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혁신은 전통적 교육이 추구했던 목표 및 내용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연속선 위에서 새로운 능력의 훈련이 추가돼야 한다.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은 2차 산업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더 많은 장인을 필요로 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의사나 변호사 등을 대체한다고 걱정하지만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생체·기계적 로봇을 만들기 위해 정밀기계와 복합 재료에 대한 고도의 기술과 장인적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여전히 장인을 키우기 위해 요구되는 각고의 노력과 훈련이 기업교육에 필수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완전 새로운 것이 아닌 2차 산업을 떠받들던 장인의 확장된 버전이다.

 

장인이 성장하는 일터

그렇다면 이런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서 기업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기업 내에서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순환 과정을 조직 내에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이 장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형성하고 개인은 그 속에서 장인성의 여러 요소들을 경험하면서 장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인적 직무수행(job crafting)’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이 일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개인이 일을 자기 방식대로 의미화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작더라도 완결성을 가진, 그래서 스스로 책임지고 완성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구조화하고, 창조적인 ‘절정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장인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장인을 인정하는 직급 체계 또는 사내 자격증과 관련한 인사 제도를 가지고 있다. 사내명장제도 또는 마이스터제도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구성원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비전을 제시하는 개인 자격 제도다. 이를 통해 개인은 직급 승진이나 직책 보임을 통한 성장뿐만 아니라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경력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조직은 조직 내 전문가로서 구루(guru)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마이스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질문에 적절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마이스터 선발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마이스터를 선발하기 위한 적절한 선발 기준을 설정하고, 선발 과정을 제시하며, 단계별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원 자격 요건 및 취득 요건을 정해야 한다. 둘째, 마이스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본인의 담당 업무 외에 마이스터로서 추가적으로 수행하게 될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셋째, 마이스터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조직 내 공식적인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추가 보상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볼보자동차의 우데발라(Uddevalla) 공장은 장인 육성 방식으로 일을 재조직한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내 볼보자동차 최종 조립공장이며 전통적인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조립선이 아닌 ‘성찰적 생산방식(Reflective Production System)’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생산방식이 ‘성찰적’인 것은 작업자가 기계에 종속돼 하나의 부속품으로 기계적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체계가 인간의 사고방식에 부합되게 설계되고, 작업자는 생산품과 작업과정을 전체성 속에서 논리적으로 성찰하며 작업하기 때문이다(조돈문, 1998).

성찰적 생산방식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정지된 작업대 위에서 수행되며, 이를 위해 조립 지향적 부품 분류에 따른 키트 형태로 된 부품이 공급됐다. 총체적(holistic) 학습방식을 채택했다.

한 팀이 온전히 한 대의 차량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조립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요구되므로 연관된 내용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보조물과 과정이 개발됐다. 우데발라 공장 설계 시 인간의 사고방식을 최대한 배려해 지능적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정지된 작업대는 작업자가 차량 전체를 통찰함으로써 차량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유기적 부품 구조화 방식은 부품들의 기능과 부품 간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작업자들의 학습에 유용한 기반을 제공했다.

장인을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장인 육성 교육을 단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원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공장 모형으로 이루려 해서는 곤란하다. 장인의 삶은 단순히 공식적인 기술교육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가장 주요한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술교육이나 직업훈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기능의 숙달과 기술력은 장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장인성 형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지식의 주입이나 기술의 훈련보다는 일과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 나눔을 기본적인 학습 방식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직장인을 위한 장인성 형성은 [그림 2]에 제시한 바와 같이 장인으로의 성장 단계를 고려해 기본적으로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장인성 3급 과정에서는 일의 가치와 숙련을 형성해 장인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와 힘을 갖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일이 가진 의미를 성찰해 기존의 일의 방식으로부터 새롭게 전환하는 학습을 한다. 2급 과정은 일의 확장과 창조가 중심이 된다. 일의 해방을 통해 단순한 서번트에서 일의 주인이 된다.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확장적으로 학습하고 더욱 창조적으로 일하도록 한다. 장인성 1급 과정은 자신의 일에서 정상에 오르고, 고원에 머무르면서 배움을 나누고, 베푸는 학습을 하게 한다. 이런 장인성 형성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강의와 더 많은 사례 탐구, 경험과 성찰 학습으로 구성된다. 그럼으로써 일의 사회적 의미, 가치로부터 일을 통해 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육성한다.

20230602_160840


장인을 육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조직과 그 구성원인 개인이 의미 있는 만남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순환적으로 경력의 상승 곡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조직은 개인을 감시하고 관리하며 개인은 조직에 무임승차하면서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면, 그래서 서로 간의 신뢰는 깨지고 악순환만이 일어난다면 장인이 탄생할 수는 없다. 조직과 개인이 따뜻한 만남을 통해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그런 가운데 일터에서 장인을 육성하려는 조직 차원에서의 다각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일터 곳곳에 숨겨진 고수들이 존재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 그들이 겪는 무형식적이고 우발적인, 또는 자연발생적인 학습과 성장의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장인들을 찾아내서 인정하며 지원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일터에서 자발적으로 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더욱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더 많은 장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필자가 쓴 『장인의 탄생(학지사, 2015)』의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wchang@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교육학과에서 학사 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lowa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2001년부터 현재까지 연세대에서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세대 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참고문헌

1. 유홍준 외 (2010).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서울: 북노마드.

2. 장원섭 (2006). 일의 교육학. 서울: 학지사.

3. 장원섭 (2015). 장인의 탄생. 서울: 학지사.

4. 조돈문 (1998). 볼보자동차 우데발라 공장의 생산방식 혁신: 성찰적 생산방식과 산업민주주의. 산업노동연구, 4(2), 95-135.

5. 최숙희, 강우란 (2008). 중고령자의 근로관(Work Orientations)에 관한 국제비교.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 장원섭 | 1997년 ~ 200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임연구원
    2001년 ~ 현재 연세대에서 교육학부 교수
    wchang@yonsei.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