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the Maestro: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

“안 풀리는 게임에선 인내력이 관건 감독이 감정 폭발하면 무조건 진다”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은 선수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 명문대에 스카우트되지 못하자 입학시험을 보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실업팀인 현대조선에 입단했지만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1983년 농구에서는 잠시 떨어져서 현대건설에 입사해 일반직 직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6년 모교인 연세대 농구부에 다시 합류한다. 최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 농구부는 1997년 남자프로농구팀이 창설되기 전까지 실업팀과 대학팀이 함께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농구대회인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으로는 유일하게 2번이나 우승했다. 연세대 농구부를 최정상에 올려놓은 최희암 감독은 1990년대 스타 농구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 스타 선수들을 휘어잡은 최희암의 리더십은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직장에서는 장부에서 단돈 1원도 틀리면 안 된다. 그만큼 빡빡하다. 그런데 대학 농구팀 감독은 시간이 많다. 한량이다. 직장생활에서 했던 노력의 절반 정도만 해도 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경험이 쌓였고 성과도 생겼다. 성과를 내다 보니 확신이 생겼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주어진 환경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뭔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을 서울 광화문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사기를 북돋는 방법으로 흔히 당근과 채찍이 사용된다. 어떻게 가려서 활용해야 하나.

 

자신이스타라고 착각하는 선수들, 흔히 말하는에이스들은 잘못했을 때 크게 야단을 쳐야 한다. 나도 선수생활을 해봐서 잘 안다. ‘잘한다, 잘한다고 치켜세우면 선수들이 기고만장해지기 쉽다. 조직의 분위기도 깨뜨리려고 한다. 숙소 이탈, 음주 등 일반적인 규칙과 내규조차 무시한다. 그런데 이들이 경기에서 너무 잘하니까 꾸짖기도 어렵다. 나는 일관성을 가지고 선수들에게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했고 이를 어긴 선수들은 아무리 농구를 잘해도 야단쳤다. 그런데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가 있다. 감독이 선수의 끼를 너무 죽이면 선수들이 속으로 뒤틀려서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때도 있다. 서장훈 선수는 야단을 치면 반발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일단 야단을 친 뒤 이후에 그 이유를 상세하게 알려줬다.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이상민 선수는 야단을 치든 안치든 알아서 했다. 다루기가 편했다.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은 자신감을 주려고 대체로 격려했다.

 

감독에게는 끼 있는 선수와 말 잘 듣는 선수 중 누가 더 필요한가.

 

둘 다 있어야 한다. 경기에서는 내내 못 뛰더라도 팀에는 중요한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매우 열심히 연습한다. 열심히 하면 보상을 받아야 한다. 농구선수에게 보상은 경기에서 뛰는 것인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부족해서 보상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대학 농구팀에서 이런 선수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이 끼 있는 선수들에게 뭔가 모범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120%나 노력한다. 감독은 잘하는 선수들에게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이 선수들보다 훨씬 좋은데 왜 노력은 50%밖에 안 하나. 저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120%의 노력을 하지 않나. 저 선수들처럼 네가 120%의 노력을 하면 너는 150%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경기에서는 잘 뛰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까지 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이 고참일 수도 있고 저학년일 수도 있다. 후보나 벤치선수들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기에 뛸 선수 5명을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능력이 뛰어나면 포지션이 달라도 배치하나.

 

경기에서는 공격과 수비를 떠나서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선발로 나가야 한다. 선수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센터의 실력이 부족할 때는 아예 센터를 경기에 투입하지 않고 가드만 5명을 내보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실제 포지션이 센터가 아닌 선수를 센터에 배치한 적이 있다. 김택훈 SQ월드 농구팀 감독은 고교시절 가드였다. 이상민 선수가 연세대를 졸업하고 서장훈 선수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연세대 농구부에는 마땅한 센터가 없었다. 물론 포지션이 센터인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력이 다소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김택훈 선수의 포지션이 가드인데도 불구하고 센터에 배치했다. 김택훈 선수는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반 골, 1점 넣었다. 그가 태업한 게 아니라 가드 능력은 출중한데 센터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고려대에 15점 차이로 졌다. 하지만 김택훈 선수가 이후에는 센터 포지션에서 상당한 역할까지 해줬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가드를 센터에 배치하면 기존 센터 선수들이 반발한다.

 

실력이 부족해도 포지션이 센터라는 이유만으로 경기에 출전시키면 실력이 출중한 가드들은내가 저 선수보다 실력이 훨씬 좋은데 왜 경기에서 뛰지 못하냐고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센터의 아버지가 감독에게 소주를 많이 사줘서 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가드를 센터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감독은 선수들이 불만이 생기지 않게 조율해야 한다. 우리는사기를 친다고 표현하는데 선수들이 경기에 뛰는 시간을 조절해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센터를 투입해야 하는데, 가드인 네가 실력이 더 좋으니 일단 먼저 뛰어라고 말하고 이후에 센터를 원래 포지션이 센터인 선수로 교체할 수 있다. 물이 반쯤 채워진 컵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반이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나는 5분밖에 안 뛰게 하지?’라고 아쉬워하는 선수도 있지만오늘 5분이나 뛰었다!’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다. 선수들이 ‘5분씩이나 뛰게 해줬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감독에게는 중요하다.

 

농구 선수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더 잘하는 선수도 있다.

 

기업에서는 영업과 생산 담당자가 분리돼 있지만 농구는 5명이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해야 한다. 특정 선수가 공격만 하고 나머지는 수비를 책임지는 구조는 아니다. 그래서 공격을 잘하는 선수도 수비를 대비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공격력이 탁월해도 리바운드를 위해서 감독이 공격을 좀 줄이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수를 모두 잘해내는 선수는 드물다. 골을 잘 넣는 선수들은 대체로 리바운드, 수비에 약하다. 수비에 과도하게 신경 쓰다 보면 공격마저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때도 있다. 감독이 선수의 능력을 고려해서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팀의 득점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고교 농구팀에서 막 올라온 문경은 선수는 실업팀인 삼성과의 연습 경기에서 슛을 쏘지 않고 주저했다. 실업 선수들이 수비를 하니 신입생인 문경은 선수가 슛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게다가 수비마저 뚫려서 선배들에게 많이 혼났다. 슛을 던져도 골대에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와서 상대팀이 리바운드를 잡고 속공을 할 때도 잦았다. 선배들에게 엄청 깨졌다. 문경은 선수는 수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슛을 제대로 쏘지 못한 것이다. 문경은 선수는 수비에 매달리면 안 된다. 그는 득점력이 높은 공격형 선수다. 골을 넣어야 팀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감독이 문경은 선수에게공격만 하라고 할 수도 없다. 모든 선수는 골을 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묘한 방법으로 문경은 선수에게 수비를 덜해도 되도록 면죄부를 부여했다. 하루 날을 잡아서 모든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문경은 선수를 심하게 야단쳤다. ‘누가 너한테 수비하라고 했냐. 슛을 쏴야지 왜 못 쏘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이렇게 해서 선배들도문경은은 슛을 안 쏘면 감독한테 혼나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문경은 선수에게 수비에 집착하지 않게 면죄부를 부여해서 문경은 선수의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슛은 정확한 게 우선인가, 아니면 많이 던지는 게 필요한가.

 

슛은 일단 잘 들어가야 한다. 잘 들어가야 더 많이 쏘게 된다. 슛을 던질 때는 선수의 움직임에 일정한 흐름이 있다. 흐름에 맞게 패스하고, 스텝을 밟고, 리듬을 맞추면 원체 자신감이 없는 선수를 빼고는 거의 다 공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습을 할 때는 공이 75% 이상은 다 들어간다. 슛 성공률이 90∼95% 넘는 우수 선수들은 다소 균형감을 잃어도 대체로 슛이 들어간다. 상대팀 수비는 이런 시스템을 깨려고 한다. 그래서 타이밍보다 늦게 볼이 온다거나 스텝을 반 타이밍 빨리 잡았을 때 대처하는 연습을 평소에 시킨다. 슛 성공률이 75%인 선수와 90% 이상인 선수의 차이점은 일단 신체적인 차이가 가장 크다. 그 다음에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으면 공이 잘 들어간다. 같은 능력이라면 자신감에 따라 성공률이 75%가 될 수도 있고 90%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능력이 75%인 사람이 자신감만 있다고 해서 90%를 쏘는 것도 아니다. 능력은 결국 훈련과 자신감이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컨디션, 자신감, 주변환경 등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이상민 선수는 고교시절 득점력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득점력이 많이 떨어졌다. 왜냐하면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등의 슛이 더 좋기 때문에 자신이 슛을 쏴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꾸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니 슛을 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잘하는 선수도 못하게 된다. 정덕화 전 국민은행 감독은 인천 송도고 시절에 에이스 선수였다. 그는 기아자동차에서 전문 수비수로 전향했다. 기아자동차에는 허재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있어서 정 전 감독이 슛을 쏠 필요가 없었다. 고교 당시에는 슈터였으나 살아남기 위해 수비수로 변경했다. 이런 것들이 결국 자신감과 관련이 있다.

 

고교 스타가 대학에서 맥을 못 추거나 대학 에이스가

프로에서 형편 없는 성적을 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1차적인 원인은 선수에게 있다. 두 번째는 해당 선수가 그 팀에 안 맞을 수도 있다. 팀에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가 있는데 내가 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경기에서 뛸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공격을 잘하는 센터가 하필 외곽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많은 팀에 들어갔다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해야 한다. 당연히 장기인 공격력을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팀을 잘 선택해야 한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으면 꾸준히 팀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팀이 강한 공격력을 필요로 하면 공격수로, 수비를 필요로 한다면 수비수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코치들도 선수들의 팀 적응을 유도해야 한다. ‘너는 이것을 잘하지만 우리 팀은 이것이 필요하니 조절해보자’ ‘여기는 괜찮으니까 비우고 오른쪽으로 가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팀과 선수가 이런 조정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면 결국 손해는 팀과 선수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감독이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연세대 농구부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고교 농구팀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격년제로 스카우트했다. 신입생이 3학년 선배 때문에 경기장에서 뛰지 못하는 것은 승복할 수 있다. 1년 뒤면 자신이 경기장에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학년 위의 선배 때문에 계속 경기장에서 뛸 수 없다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격년 스카우트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타 선수들이 막상 감독 역할은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스타 출신 감독들은 자신들이 과거 경기에서 잘했기 때문에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모른다. 자신들은 공을 쉽게 넣었기 때문에 공을 못 넣는 것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저것도 못 넣냐고 대꾸하는 식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사람의 눈에는 당연히 쉬운 업무인데 다른 사람은 몇 시간을 해도 어려울 수 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선수들이 계속 못하면 짜증을 내고 결국에는 해당 선수를안 되는 선수라고 판단하고 관심을 끊어버린다. 기본적으로 에이스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생활한다고 여긴다. 학교는 운동선수라고 수업시간에 졸아도 당연하게 여기며 봐준다. 고교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학 감독과 코치들이 나서서 경쟁적으로 스카우트를 하려고 한다. 이게 해당 선수의 잘못은 아닌데 잘하는 선수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을 할 때도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봉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내가 옛날에 누구였는데, 농구선수 누군데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감독과 선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수에게는 보호자가 있다. 감독에게는 없다. 선수는 실수를 해도 용인이 된다. 감독의 실수는 용인되지 않는다. 자신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 선수는 자신의 일만 하면 된다. 감독이 학부모 역할도 해줄 수 있다. 감독에게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학부모 역할을 하며 도와줬다면 앞으로 감독은 선수들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선수생활을 잊고 학부모로 살아가야 한다. 운동선수는 자신이 경기를 못할 때보다는 잘할 때를 기억한다. 서장훈 선수에게는 잘못했던 경기보다는국보센터라는 별명이 더 오래 남는다. 반면 감독은 과거의 평가를 떠올리면 안 된다. 감독은 작년과 재작년에 우승했더라도 올해 꼴찌를 기록하면 해임된다. 선수는 그렇지 않다. 올해 좀 못해도 연봉만 좀 깎이고 내년에 다시 뛸 수 있다. 선수 시절을 생각하고 감독을 하면 치명타다. 감독은 비바람이 부는 절벽 앞에 서서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을 정도로 위기를 느끼지만 죽기 살기로 버텨야 한다. 감독에게는 과거가 없다. 박한 전 고려대 감독은 고려대를 이끌면서 48연승을 기록했다. 마흔아홉 번째 경기에서 한국은행에 졌다. 사람들은 감독의 과거를 다 잊는다. 감독은 현재 어떻게 하느냐로 평가될 뿐이다.

 

감독은 경기장에서 표정관리를 해야 하나.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은 조금 다르다. 연세대 농구부 감독을 할 때는 경기장에서 가급적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의 감정 변화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경기에서 관객들은 돈을 내고 경기를 본다. 물론 프로팀이라고 감독이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되겠지만 쇼맨십을 갖는 것은 좋다고 본다. 대학은 학원 스포츠라서 교육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선수들이 과도한 자만심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못한 걸 너무 나무라면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자신감을 잃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에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질책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돌아가신 이성구 감독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도자나 선수나 서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10개의 기술이 있으면 10개를 모두 잘하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 지도자는 7∼8개 기술을 칭찬하기보다 잘못하는 2∼3개의 기술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중에는 잘하던 7∼8개의 기술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감독이 연습에서는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고 야단을 칠 수 있다. 하지만 잘하는 7∼8개의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질 정도까지 다그치는 건 곤란하다. 잘하는 게 있어도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없다. 특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다그치면 결과에 악영향을 끼친다. 초등학교 학생이 학예회에 나갔는데 잘하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교사가 조바심을 내고 그 자리에서 혼을 내면 더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학예회는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망친 것이다. 농구경기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주는 장소일 뿐이다. 물론 감독이 화를 낼 때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평소 선수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다.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이 평소 성질을 부려도 선수들은전 감독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평소에 신뢰를 쌓지 못한 감독이 그렇게 하면면피를 하려고 야단친다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되면 곤란하다. 감독이 달래줘도 선수들은감독의 실력이 부족해서 나를 지적하지 못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실력이 되니까 나를 격려해주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감독은 당연히 후자와 같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장에서 감독의 전략대로 따라가 주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선수는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줘야 한다. 최대한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니까 꼭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의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꾸짖어야 하지만 경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경기가 감독의 전략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감독에게는 인내력 싸움이 시작된다. 감독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폭발하고 성질을 부리면 무조건 경기에서 진다. 감독이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운영해도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면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적어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는 않는다. 선수가 실수를 한다고 감독이 화를 내면 선수들은 실수를 막는 데 주력한다. 슛을 던져야 할 때 실수를 우려해서 던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100% 진다. 감독이 화를 내면 듣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경험과 신뢰, 가족이다. 지도자는 특히 위기상황에서 잘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에는 통상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런 노하우는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다. 사람들은 체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농구선수도 마찬가지다. 숱한 상황과 위기에 맞닥뜨리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해법을 배운다. 내가 프로팀 감독으로 처음 옮겼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다. 대학 농구팀은 선수시절을 거쳤고 코치 등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경험이 많았고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팀은 달랐다. 경험이 전무했다. 프로팀은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고, 일부 경기운영 규칙이 다르며, 감독과 구단의 관계 등도 대학팀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래서 프로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경험해보고 해결과정을 기억하며 이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다음으로 신뢰가 중요하다.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은 평범한 선수들로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누가 봐도 꼴찌팀이었다. 대단하다. 전 감독이 전술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감독을 위해 열심히 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신뢰다. 부산 KT는 코치, 선수, 주무, 하다못해 트레이너들도 전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전술은 교과서에 나와 있다. 하지만 사람관리는 진정성이 없이는 할 수 없다. 전 감독은 구단 행정팀(프런트) 직원들과 친하다. 하지만 선수들을 위해 때로는 구단 행정팀(프런트)과 싸우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 농구에서는 장내경기와 장외경기가 있다. 장내경기는 농구장에서 40분 동안 진행된다. 장외경기는 농구장 밖에서 일어난다. 때로는 장외경기가 장내경기보다 더 중요하다. 팀의 분위기, 언론, 관중, 농구 관계자 등이 장외경기의 승패를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게 가족이다. 여기에서 가족은 친구, 선후배, 지인 등을 포함한다. 감독은 봉사하는 직업이라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 나도 가족에게 참 못한 사람 중 하나인데 감독을 하다 보니 가족에게 더 소홀했다. 아내가지금 몇 시인데 들어왔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이런 말에 반응하는 게 참 어렵고 힘들었다. 가정이 편해야 한다. 집안일이 잘되지 않으면 밖의 업무도 잘되기 어렵다. 가족은 가장 중요한 후원자다. 감독직에 충실하려면 가족들이 나를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아내에게 마작까지 가르쳤다. 한 유명 선수를 스카우트하려고 했는데 이 선수가 다녔던 고교 체육부장, 농구감독, 코치가 마작을 했다. 이 선수를 스카우트하려면 마작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마작을 하다 보면 밤을 샌다. 밤을 새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을 아내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아내에게 마작을 가르쳤고 해당 고교에 가서 함께 밤도 샜다. 이후 아내는 내가 마작을 한다고 말하면 밤을 샐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아내가조심해서 들어오라고 한다. 연세대에서 전지훈련을 떠날 때 아내와 함께 지방에 같이 내려가곤 했다.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는 자녀들을 데리고 갔다. 가족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내 일을 가족에게 보여줬다.

 

프로에서 꼴찌팀을 맡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오히려 심리적인 부담감이 적었다.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그런데 지던 사람은 지는 게 습관이 된다. 어쩌다 한두 번, 두세 번 지다 보면 습관이 되고 패배가 아예 핑계가 된다. 패배의 생활화가 되면 어려워진다.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팀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프로구단에는 시간이 없다. 딱 한 시즌만 주어진다. 그런데 코치진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심리적으로 패배가 익숙해진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승리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많다. 꼴찌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팀의 분위기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 선수를 반 이상 교체해야 한다. 모비스팀을 맡고 선수 14명 중 10명을 바꿨다. 전자랜드에서도 선수진을 대폭 교체했다. 꼴찌팀의 선수를 다른 팀의 선수들과 맞바꾸면 우수한 선수들이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력이 같다고 가정할 때 성적이 좋은 팀, 이겨본 팀의 선수들이 성적이 좋지 못한 팀의 선수들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낫다. 성적이 좋은 팀의 선수들은 승리가 몸에 익숙해져 있다. 게다가 승리하는 팀의 선수인데도 경기장에서 못 뛰었기 때문에 마음에는 독기를 품고 있다. 꼴찌팀에서 이런 선수들을 영입했을 때 팀의 분위기를 바꿔주고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 때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우리 팀 주전들을 내놓고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의 벤치선수를 받을 때도 있다. 이런 분위기 전환 전략으로 내가 맡은 프로팀이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시즌보다 성적은 크게 올랐다.

 

농구 감독을 그만두고 고려용접봉 중국법인장으로 매년 매출액을 50%씩 성장시켰다.

 

배는 용접으로 철판을 이어 짓는다. 철판을 서로 이으려면 용접봉이 필요하다. STX다롄 조선소가 2008년 중국에 설립됐는데 이 조선소가 처음에는 다른 회사의 용접봉을 썼다. 용접봉은 특수한 산업소재라서 일반 소비재를 파는 것과는 판매방식이 다르다.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계속해서 그 회사 제품을 구입한다. 2010년부터 고려용접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STX다롄 조선소의 용접봉 물량의 90% 이상을 납품했다. 비결은 농구의 장외경기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생산담당 부장, 용접사, 작업반장, 창고지기, 품질검사원 등을 만났다. 수시로 만나며 같이 밥을 먹고 애로사항도 들어줬다. 현장 직원들과 스킨십을 높이고 그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해서 영업, 품질개선 등에 나섰더니 결과적으로 고려용접봉의 제품을 많이 구매해줬다. 또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가급적 격려해줬고 영업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판매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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