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ing Conflicts
1995년 토니 스콧(Tony Scott) 감독의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1 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과 진 해크먼(Gene Hackman)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덴젤 워싱턴은 미국 핵잠수함 알라바마호의 부함장 헌터 역할을, 진 해크먼은 함장 램지 역할을 맡았다. 영화의 핵심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두 명의 리더가 빚는 극한의 갈등이다.
병사들마저도 함장과 부함장을 지지하는 편으로 각각 나뉘게 되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이들 리더 간의 갈등은 조직을 완전히 분열시켰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결국에는 극단의 파국으로 막을 내렸을 수도 있다.
1. 리더 간의 갈등이란
리더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갈등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부적절한 관리는 기업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한다. 조직 내 리더들의 갈등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조직들이 다 그렇지…’라고 치부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본고에서 다루는 ‘리더 간의 갈등관리’는 조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진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이슈는 학계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그저 조직에서 생기는 일상적인 이슈로 취급돼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 본 것처럼 리더들의 갈등은 조직 내에서 소위 줄서기와 건전하지 못한 사내정치를 유발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많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든다. 최악의 경우 기업 존립의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은 왜 생기는 것일까?
2. 갈등이 생기는 배경과 원인
갈등은 각 개인들의 서로 다른 성장 배경에서 만들어진 선천적인 배경과 서로 다른 사회 조직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는 후천적인 배경에서 주로 그 발생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갈등이 생기는 배경과 원인은 보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개인의 성장과정과 배경의 차이, 사회 및 조직경험적 차이, 조직 내 지위 및 가치의 차이다.
우선 개인의 성장배경 차이에 따른 갈등은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 매우 잘 묘사돼 있다. 평생 군인의 길을 걸어온 함장은 성격이 호탕하고 경험에 따른 직관을 중시한다. 또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오직 실전을 통한 업적으로만 알라바마호의 함장이 됐다. 반면에 부함장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은 철저히 엘리트 코스를 거쳤으며 나이도 어리다. 그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미국 동부의 고급 교육을 받았으며 성격이 신중하고 침착하다. 이론과 원칙을 중요시한다. 이런 차이는 영화 속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성별이나 나이, 서로 다른 출신 지역이나 학문적 배경 등은 갈등을 유발하는 기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갈등도 이에 속한다.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능력이 있고 더 높은 지위에 있을 때 이러한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곤 한다. 성공한 여성 CEO로서 휴렛팩커드(HP)의 전 최고경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는 “여자 사장이 드문 일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다른 여러 가지 특징보다는 오직 여성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만들어내는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2
우리나라 굴지의 화학회사인 A사 사례도 이 같은 개인적 성장과정과 배경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갈등을 잘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문화가 보수적이고 임원들의 근무연한도 보통 2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았던 이 회사는 IMF 관리체제를 거치며 미래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이때 이 회사의 오너는 외국계 경영컨설팅사의 도움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사업전략을 다시 수립했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것과 다른 사업 전략 수립과 외국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경험한 오너는 조직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 회사와 같이 일해본 젊은 경영 컨설턴트 출신들을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에 최고의 MBA 학위를 갖고 있었고 매너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러나 기존 임원들은 이들의 사고 방식이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기존 임원들과 컨설턴트 출신 신임 임원들은 매번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차이를 일으켰다. 결국 신임 임원들은 조직 문화가 맞지 않는다며 1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사회 및 조직 경험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월트디즈니의 위대한 경영자 아이스너와 그가 영입한 영입한 마이클 오비츠가 겪었던 갈등이다. 조직 문화를 중시하고 오랜 조직 속에서 관리형 리더십을 키워 온 아이스너 회장과 자유분방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오비츠는 큰 갈등을 빚었다. 오비츠는 번번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지각을 일삼으면서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아이스너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1년여 만에 디즈니의 사장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25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사실은 알지 못했던 서로의 업무 스타일, 그리고 각자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해왔던 조직 운영 방식이 이렇듯 뜻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 지위 및 가치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LA 레이커스의 두 리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갈등이다. 팀에 리더가 두 명이 생기면서 이들은 경기 중에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오닐은 최고의 센터로서 골 밑을 완전 장악하고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게임운영을 선호했지만 당시 제2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으로 불리던 브라이언트는 3점슛을 비롯한 외곽슛을 위주로 플레이했다. 팀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이들은 급기야는 경기장 밖에서도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둘은 성장과정과 학력 등 기본배경, 조직생활과 사회경험의 차이가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상호보완적일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 내 지위,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가 결국 큰 갈등을 만들어 냈다. 모두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만남과 이별 과정 역시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경영자들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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