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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rategy

세계적 불황이 쌓을 자국 고용의 벽 제품 아닌 파트너십으로 넘어야 산다

최재원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1.글로벌 경제 차원에서의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의 도래

글로벌 경제는 향후 수년 동안 하방 리스크가 크게 우세할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이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에게 익숙한 짧고 급격한 V자형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모니터그룹의 에이먼 켈리(Eamonn Kelly)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1

 

첫째, 지난 4∼5년 동안의회복경로를 보면 2008년 위기 이후의 경기 패턴은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전통적인 경기 패턴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기침체 또는 불황기가 기껏해야 절반 정도 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성장에 기여하는 낮은 시설 가동률, 실업률, 수요 저하 등 모든 요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역시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혼란을 겪은 후 다시 예전 상태로 단순히 복귀하기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상황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지난 20년 동안의 글로벌 경제 성장의 단점과 불균형은 제일 먼저 금융 분야, 특히 공공 및 국가 채무를 다루는 재정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특히 유럽에서 널리 인지되고 있지만 미국 국채는 현재까지 준비 통화로서의 역할과 무위험 자산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돼 왔다. 그러나 기대감의 변화에 따라 채권시장의 심리가 종종 변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상태, 특히 무위험 자산이라는 특성은 그 한계를 드러낼 수 있고 한계에 도달하는 속도도 빠를 것이다.

 

셋째, 과잉 부채 해소는 불가피하다. 과잉 부채가 국채 쪽으로 이동하고 응집되었기에 더 이상 부채를 재구성하거나숨길곳이 없어졌다. 한 곳 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부채를 이동하는 것과는 달리 부채 축소 작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제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높은 부채 수준, 거대한 구조적 재정 적자, 낮은 성장률과 높은 차입 비용 등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시장은 이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르면 향후 6개월에서 1년 안으로 또 한 차례의 신용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현재 몇몇 유럽의 국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로 인해 리스크에 노출된 다른 시장들도 생겨나고 있다.예를 들면 중국 부동산과 중국 지방채 시장 등에서 동반가격 재조정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미국 국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GDP 성장과 자산 가격의 유의미한 하락은 부채 감소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불행히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림]

넷째, 실제 전쟁을 제외하면 부채 축소는 정치적으로 가장격한과정이다. 분명히, 그리고 단순히 누가 부채 탕감의 수혜자가 되고 누가 피해자가 되는지에 대한 싸움이 되면 권력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사회 간 또는 국가 간의 진정한 권력 구조가 분명해진다. 이 분명한 구조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그러기까지가 문제다. G20 협력의 부재가 이를 반증한다. 무역, 표준, 일자리, 통화 시장, 그리고 천연자원에 대한 분쟁에서부터 즉각적인 전쟁에 이르기까지 더 냉혹한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은 너무나 낙관적인 시각이다.

 

다섯째, 현 수준의 불균형 속에서 금융 부문으로부터실물 경제를 보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강력한 일련의 외부 경제 요인들로 인해(일부 경기 순응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로 확대될 것이다. 2011년 말과 2012년 초의 유로존의 위기가 이를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여섯째, 세계 경제가 향후 적어도 몇 년 동안 성장을 하지만 경기는 침체하고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수도 있는롤링 리세션 (Rolling Recession)’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모든 지역과 부문들이 일시에 경기 침체에 빠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는 없다. 신흥 경제들은 변동성은 심하겠지만 비교적 높은 경제 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거시 환경은 전반적으로 이 기간 동안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일곱 번째, 2012년 공공 재정, 그중 특히 실업 현황을 감안하면 선진국들은 기존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경기 후퇴적인 저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여덟 번째, 이렇게 미끄러운 길에서는 누군가가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정책적 실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재무 당국은 미지의 세계로 첫 발걸음을 내닫고 있는데 이는상식에 대해 건전한 회의론을 유지하고 합의의 지혜를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적어도 벼랑 끝 협상은 최후의 순간에 본질적으로 안정을 저해하고 시장을 크게 변동시키는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의 채무 조정, 미국의 채무 한도 등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커다란 정책적 실수는 무역 제한 조치, 경쟁적 평가절하, 불황, 그리고 심지어는 주요 국제 분쟁 등과 같은 상당히 큰 충격을 주는 현상이나 동향을 야기시킬 수 있다. 반면 행운이 깃든 올바른 정책은 사회가 천천히 부실 채권을 갚아나가고 떨쳐 버리는 동안 하방 리스크를 억제시킬 것이다. 낙관적으로 이 과정에 필요한 기간을 측정한다면 4∼5년이다.

 

켈리는 특히 4∼5년이라는 기간조차도 낙관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복 과정이 와해돼 현재의 어려운 성장 환경이 기간이나 정도로든 더 지속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으며 낙관적 또는 비관적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현실화되든 간에 확실한 것은 적어도 향후 4∼5년 동안 서구권의 성장률은 지난 25년간 경험했던 수준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고 이것이뉴노멀(New Normal)’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장기적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하에서 국내 경제의 위협 요인

그렇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예견되는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의 기조하에서 국내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국내 기업들에는 어떠한 경영상의 위협을 가할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는 (비록 현상적인 효과라 하더라도) 선진국 중심으로저성장 시대를 불러왔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아 보였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경제 상황은 매우 양호했으며, 특히 1998년도 금융위기에 비한다면 오히려 조용히 지나간 듯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부실화된 기업 수는 1997년도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부실화된 기업 수의 35% 수준에 그쳤다. 해당 기간 국내 실질 GDP 성장률도 1997년 금융위기 때 대비 1.5배 수준이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2008년 이후 선진국은 확연하게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전통적인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다. 중국은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9%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왔고 동남아시아 지역도 동기간 선진국 대비 세 배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소비 시장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철강, 화학과 같은 국내 주력 산업재 분야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아닌 지역 시장(regional market)의 성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 운송비용이 원가 구조상의 기업 간 차이를 상쇄하므로 생산 기지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 내의 권역(통상적으로 5000㎞ 내외)에서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중국, 동남아 시장이 같은 지역 시장 내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국내 경제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2008년도 중화학 제품의 중국/동남아시아에 대한 수출 비중이 30% 수준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40%까지 높아졌다.

 

둘째, 선진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꾸준히 전개했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 왔던 것도 수출을 통한 성장 유지 또는 성장 하락 저항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2008년 이후, 2011년 중반을 제외하고 원화의 달러 환율은 꾸준히 1100원대 이상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에 의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통해 수출이 꾸준히 유지 또는 증가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 시스템상에서의 체질 개선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 현재 국내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은 1997년도 금융위기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이며 2008년에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과거 획득한 위기 상황에서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침착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기업의 생존(survival)을 위한 주요한 수단들, 즉 다양한 파이낸싱 기법, 부실 자산 매각 경험과 이해의 정도는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이는 위기 상황 대처에 큰 도움을 줬다. 한편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한 손실도 물론 있었으나 국내 금융기관의 체질이 1997년 금융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거치면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국내 경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 앞선 얘기한 이점들이 완충 역할(buffer)을 하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의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을 수년간 지연시키는 효과(lagging effect)를 가져왔을 뿐이며 그러한 이점들이 약화되는 순간 국내 경제는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수출을 살펴보면 과거 수년간 선진국 시장 위축에 따른 감소 효과를 상쇄해왔던 주요 수출 대상 국가인 중국 및 동남아시아도 과거 대비 낮은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과거 고성장 시대의 구조적 문제를 수정하며 향후 7∼8%대의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측되며 당장 2012년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 대비 하락한 7%대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월별 수입 변동 추이를 살펴봐도 지난 3월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 환율도 과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내수도 마찬가지로 높은 가계 부채 수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로 침체를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글로벌 차원에서의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가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어떠한 위협이 될 것인가? 국내 기업은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디플레이션에 이를 경우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환경 조건 - 소비자(consumer) 그리고 세계화 (globalization)에서 매우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국내 기업에 특히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소비자 측면의 기회와 위험

먼저 소비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비자의 행동 양상에 심오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고 이는 두 가지 강력한 다이내믹스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

 

첫째, 과거 글로벌 소비의 주축이었던 선진국 중산층은 새로운 제약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고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2

 

과거 선진국 소비 패턴은인플레이션의 역설을 잘 보여줬다. , 선진국에서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인플레이션은 소득 분포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에게는 높은 인플레이션이었던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낮은, 또는 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이었다. 고소득층에서 넘쳐나는 유동성이 사치품을 쫓으면서 개인 전용기, 미술품 등과 같은 고가 자산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반면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 저임금 국가로의 제조 시설 이전, 그로 인한 가격 인하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월마트 효과(부채가 견인하는 서양 중산층의 소비와 동양의 저비용 생산의 결합)’로 가능했던 중산층 소비의 지속적 확대는 선진국에서 거의 그 한계점에 도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부채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일시적인충격 후 다시 원상 복귀현상이 아닌 듯하다. 그 결과, 저성장 기조하에서 선진국 중산층은 소비를 줄이고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야 하는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제약받는 소비자들이 소비 욕구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보다 구매를 줄이는 경우라면, 더욱이 소비자가 구매를 통해 얻는 효용과 즐거움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화되고 균일하게 분포된 즐거움(향락적 평활화·Hedonic spending)은 저성장 환경에서는 소비자에게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향락적 평활화는 구매 순간에 가장 많은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효용과 즐거움을 좀 더 균일하게 배분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고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덩치 큰 윈도 신규 버전을 몇 년에 한 번씩 출시하는 것에 비해 애플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버전을 끊임없이 내놓는 것이 좋은 예다.

 

둘째, 향후 글로벌 소비자의 주축으로 떠오를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매우 이질적인 집합체가 될 것이다.

 

, 개발도상국에서의 번영은 소득 및 문화적으로 너무나 광범위하게 분포돼 수십억 명의 새로운 잠재적 소비자를 전통적 개념인중산층으로 규정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피라미드의 최하층(bottom of the pyramid)’에서부터 이보다는 더 부유한, 전통적으로중산층이라 불리는 계층까지 다양한 레벨의 소비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잠재적 소비자는 태생부터 선진국 중산층과는 다른 경로를 거치며 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시작부터연결(connected)’돼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동기기 및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서로에게 연결돼 있다.

● 탄소 사용에 제약을 받는다. 조만간 서양의 중산층이 당연시해왔던 (그리고 상당 부분 여전히 당연시하는) 탄소 및 폐기물 생산 패턴을 답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 자신의 수요 곡선을 맞추기 위한 생산 시스템은 수십 년에 걸친 점진적 국제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가를 초월한(cross-national) 사고 방식을 지닌다.

● 도시에 거주한다. 대표적인 선진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근교 또는 교외에서 살았다면 대표적인 개발도상국 소비자는 인구 밀도가 훨씬 높은 도시에 거주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잠재적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거 소비자에게 통용됐던 게임의 규칙(rule of the game)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요구될 것이다.

 

세계화 측면의 기회와 위험

세계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는 우리가 과거에 규정해왔던 세계화의 성격을 전면적으로 바꿔버렸다.3  ( 1)

 

한마디로 저성장 기조하에서 무엇보다도 고용 창출에 주력하게 될 각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성격을 보이며 다양한 자본 배분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업에 있어 정부와의 파트너 관계 형성(partnership)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이러한 소비자, 세계화 측면에서의 변화에 특히나 취약하다는 것이다. , 한국 기업들의 경우 과거 성공을 이끌었던 성공 공식의 핵심이 Value for Money이며 선진국 중산층을 대상으로월마트 효과를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가전, TV, 핸드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주요 산업 내 후발 주자로서 가격 대비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여 왔다. 그러나 향후 선진국 중산층의 새로운 소비 행태(예를 들면 향락적 평활화 및 공유 서비스)에 대한 대응은 국내 기업의 과거 성공 공식을 벗어난 것이며 소비자 주도의 혁신에 익숙한 선진국 기업이 더 능한 분야다. 향후 글로벌 소비자의 주역이 될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은 과거 선진국의 중산층과 달리 훨씬 낮은 소득에서부터 서구 중산층의 소득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소득 스펙트럼을 보일 것이며 국내 기업의 Value for Money가 통용되는 Sweet Spot의 비중이 낮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소비 행태에 대응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소비 행태를 만들어갈 선진국의 혁신 기업과 철저하게 가격경쟁력을 갖춘 (value for money가 아닌) 개발도상국의 저비용 기업 사이에서넛크래커(Nut Cracker)’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새로운 세계화 3.0의 도래도 국내 기업에는 큰 위협이다. 국내 GDP의 상당 부분이 수출을 통해 창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세계화 수준은 아직까지도제품 수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향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각국 정부가 정치적인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고용 창출에 집중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나타날 경우 국내 기업의 단순한제품 수출형 세계화 모델은 어느 때보다 심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3.장기적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언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장기적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는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환경 조건인 소비자, 그리고 세계화에서 국내 기업에 큰 위협이 될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는 과거의 사례가 보여주듯 경쟁 기업 간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 선도기업은 더욱 확고하게 선도 지위를 굳힐 수 있는 시기이며 후발 기업은 선도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성장을 보였던 시기 대비 주도 면밀한 경영 전략의 수립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기에는 전략적 실수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버퍼가 크지 않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넛크래커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소비자 주도의 혁신을 내재화하거나 철저한 저비용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 주도의 혁신은 오픈 플랫폼의 도입이나 근자에 회자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저비용 구조는 단순한 생산 원가의 절감뿐 아니라 가격 전략 (pricing strategy)까지 함께 고민돼야 한다. 이를 테면소비자에게 무엇을 제공할지가 아니라무엇을 제공하지 않을지를 고민해 가격 비교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 측면에서의 변화는 아주 새로운 것이라 볼 수는 없다. 국내 기업이 어차피 지향해야 할 전략적 방향이 더 빠른 속도와 높은 강도로 닥쳐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 측면의 위협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기조가 지속되며 각국에서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지며 국내 기업의 세계화 전략은 과거의 편안하고 익숙한 영역(comfort zone)을 획기적으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Country Marketing(대국가 마케팅)은 국내 기업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며 고용 창출이 가치 창출보다 우선 순위가 된다는 점은 향후 세계화 게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 단위의 니즈에 맞춤화되며 현지 고용 창출에 효과적인 Country Marketing이야말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하에서 세계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Country Marketing을 전개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먼저, 향후 글로벌 성장을 이끌 개발도상국들은 대부분 한국의 국가 발전 모델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음으로 국내 기업들은 국가 발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간 산업건설, 토목, 플랜트, 철강, 화학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Country Marketing을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국내 정부도 Country Marketing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Country Marketing은 대상 국가의 니즈에 따라서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구상해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국가 차원의 자금력도 부족하고 자원 개발을 위한 인프라 및 각종 산업 인프라도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있다고 가정하자. 단순히 천연자원만을 노리고 들어가면 강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부딪칠 수 있다. 그러나 천연자원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내수시장 개발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천연자원에 대한 일부 권리를 요구하는 패키지 딜을 구상하면 훨씬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이 경우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원으로서의 천연자원 개발과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상호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패키지 딜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이러한 패키지 딜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Country Marketing이다.

 

, Country Marketing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선결사항이 있다. 먼저 국가 단위의 니즈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한 기업이 이러한 모든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파트너 관계 형성이 핵심이며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상 국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expertise)을 획득하고 보완하기 위한 Local Expertise Sourcing, 딜별로 부족한 역량을 획득하기 위한 Transactional Partnership, 그리고 포괄적인 상호 간의 시너지 획득을 위한 Strategic Alliance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함에 따라 이해 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조율하는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경우뿐 아니라 대기업 내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패키지 딜을 설계하다 보면 주체별로 매출과 비용이 합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위의 사례에서 인프라 구축 주체 예를 들어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기업은 딜의 대부분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며 자원 개발 주체는 딜의 대부분 매출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해 관계 충돌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패키지 딜은 시작부터 표류하기 쉽다. 무엇보다도 딜을 주도하는 주체가 단일 주체여야 하며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경우는 상호 간의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작은 딜을 수행하며 파트너 간 신뢰를 쌓는 것이 선결 조건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Country Marketing에서 정부와 정부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포인트다. 따라서 국내 정부 당국자와 긴밀한 협조를 해가며 정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재원모니터그룹 부사장 Jaewon_Choi@Monitor.com

필자는 모니터그룹 서울 오피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현재 기업 및 사모 펀드 대상 M&A practice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Kellogg School of Management에서 경영학 석사 (MBA)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며 국내 및 해외(미국/호주) 기업을 대상으로 new business globalization 전략 수립, Top-line/Bottom-line 개선을 통한 기업 성과 개선 프로젝트와 사모 펀드를 대상으로 한 투자 대상 산업/업체 발굴 및 전략적 실사, 인수 후 기업 가치 개선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 최재원 | -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서울 오피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중
    - 현재 기업 및 사모 펀드 대상 M&A practice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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