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왜 서로 협력할까. 경영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은 서로 자원을 결합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시장 진입을 촉진하거나, 다른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협력한다. 실제 기업 간 협업 사례는 꾸준히 늘어왔다. 부즈앨런앤해밀턴에 따르면 1987년부터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제휴가 매년 25%씩 증가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보다 투자의 과실과 함께 리스크도 나누는 전략적 제휴가 더욱 매력적인 옵션이 된다. 서로 ‘적’으로 여기던 경쟁사끼리의 협업, 다자 간 협업, 개방형 혁신과 같은 대단위 협업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기업 간 협업이 성공할 확률은 5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wC와 KPMG는 기업 간 협업의 실패 확률이 각각 50%와 60∼7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경영학자들도 기업 간 제휴는 대략 50%만이 성공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인수합병(M&A)의 성공 확률과 비슷한 수치다.
이브 도즈, 게리 하멜 등 이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은 경영자들이 기업 간 협업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적 파트너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데 성공했다고 그 결과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 협업에 내재된 복잡성과 서로 다른 조직 문화가 협력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간 협업은 필연적으로 ‘사람 간 협업(inter-personal collaboration)’을 포함한다. 한 회사의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협력도 쉽지 않은데 서로 다른 배경과 조직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M&A에서는 소요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 통합이 진행된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존재하고 언젠가는 갈라서야 하는 전략적 제휴에서는 어느 일방이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
그러나 협업을 의견일치(consensus)와 혼동하면 안 된다. 인시아드 교수 허미니아 아이바라와 모튼 한센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에서 모든 일에 대해 협업팀 전체의 의견일치를 보려고 하다가는 끝없는 회의와 소모적인 토론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참여자들의 발언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결론을 내리고 실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신과 직급을 떠나 해당 협력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업에 투입하는 인력의 역량 수준과 다양성 확보도 중요하다. 다른 임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임원을 협업 리더로 참여시킨다면 성과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제휴에 대한 진정성과 헌신성에 대해 상대방의 의구심을 살 수도 있다. 협업팀 인력은 협업 성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상대방의 지식과 역량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실제 협력을 시작하기 전에 협력의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철저하고 치열하게 토의할 필요도 있다. 미리 세세한 업무 절차까지 정해 놓으면 실제 협력을 진행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현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사전 토의를 통해 정보와 지식이 공유되면서 상호 신뢰가 형성되는 장점도 있다. 투명성과 상호 신뢰가 확보되면 협력의 정신이 고취되고 기회주의적 행동과 불법적 행위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공식적인 조정과 통제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전체적인 관리 비용을 낮추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독자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실수다”는 잭 웰치의 말처럼 이제 기업 간 협업은 선택보다는 필수로 여겨진다. 사실 한두 번이라도 경험을 해봤다면 알 수 있듯이 어느 분야에서 어떤 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협력하느냐’이다. 출신과 배경, 문화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 간의 협업에서 성과를 내는 데 능숙한 기업이 초경쟁 합종연횡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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