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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개발 교육

단점 의미없게 만드는 장점 개발이 최고의 인재육성법

신좌섭 | 99호 (2012년 2월 Issue 2)



기업교육이란 기업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직무역량을 강화하며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환경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의 지식, 기술, 태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행위다.
 
기업교육은 학교에서의 제도교육과는 다르다. 첫째,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목적보다는 실제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중시한다. 둘째, 기업교육은 풍부한 지혜와 경험을 갖고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과 성인교육(andragogy)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셋째, 기업교육은 통상적인 집합 교육훈련과 더불어 개인 간의 코칭, 멘토링 등도 중요하다. 또 최근에는 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경험을 구성원들이 성찰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지혜를 터득하는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인 문제해결 중심의 기업교육은 개인이나 조직이 갖고 있는 결함이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것을 고쳐서 보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개인의 성과가 기대 수준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바람직한 상태와 현 상태의 차이(gap 혹은 discrepancy)’를 찾아내 이를 좁히는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조직의 성과가 기대 수준보다 낮으면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내 해결한다.
 
그러나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긍정중심의 인간관, 조직관인 AI(Appreciative Inquiry·장점 탐구), 긍정조직학(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영향으로 개인과 조직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것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업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조직과 인간이 가진 단점과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압도할 정도로 강한 장점을 발견하도록 교육함으로써 변화를 유도하고, 구성원 간의 비판과 경쟁적 대화를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적 대화를 통해 창의적인 코칭과 멘토링, 조직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은 일찍이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말한 ‘리더가 할 일은 단점들이 의미가 없어지게끔 장점들을 잘 정렬(alignment)하는 것’이라는 경구를 연상시킨다.
 
장점들의 정렬이란 교육 측면에서 본다면 조직 구성원이 갖고 있는 장점들이 꽃피도록 하고 장점과 장점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이나 조직의 단점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점 중심의 기업교육은 피터 드러커의 통찰을 교육 영역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직구성원의 역량의 갭(gap), 결함, 문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기업교육과 대비되는 이 새로운 경향은 교수-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며 기업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해결식 접근의 한계
 
20세기 산업화시대의 전통적 패러다임인 분석적 문제해결의 사고틀은 ‘문제발견과 원인분석 → 해법창출 → 적용 → 평가’의 순환 고리(cycle)로 이뤄진다. 이 접근은 기계론적 조직관·인간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분석적 문제해결 방식은 그동안 조직이 직면해온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고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 틀림없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①기계론적 인간관·조직관
 
문제해결식 접근은 기계에 고장이 나면 결함이 있는 부속을 찾아내고 이를 기계로부터 분리해 수리한 후 다시 기계에 결합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나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나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따로 떼어내 수리하고 다시 결합하면 원래의 기능이 회복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 로봇 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의 천진한 생각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필연적으로 교육훈련 참가자를 ‘수리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피동성, 대상화라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집합교육 참가자 중에는 으레 피동적일뿐더러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참가자를 죄수(prisoner)라고 부른다. 출소를 앞둔 죄수처럼 교육이 끝나기만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로부터 분리된 부속을 고친 후 다시 결합했을 때 원래의 현업에 적합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전이·transfer)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조직이라는 복잡한 ‘생물체’에서 모든 부분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현업 환경(현실세계)은 강의실(실험실)과 다르다.
 
②현상유지를 지향하는 보수적 접근
 
문제해결식 접근은 문제를 존재하게 만든 바로 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인간이나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처음에 디자인한 마인드가 이제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존재하게 만든 바로 그 마인드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서는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하다. 뻔히 알면서도 이런 함정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일찍이 윈스턴 처칠 경이 지적했듯이 ‘당초 건물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우리 인간이지만 나중에는 건물이 우리를 형태 짓기’ 때문이다.
 
피터 셍게(Peter Senge)를 인용하자면 이런 사고틀로는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현재의 서비스나 상품, 시장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은 가능하다. 하지만 항상적 실험과 분절화되지 않은 통합적 사고, 통상적 문제의 범위를 뛰어넘는 생성적 학습(generative learning)은 불가능하다.
 
③결함·결핍 중심의 사고방식
 
문제해결식 접근은 아주 간단하고 명백해 이해하기가 쉬울 뿐더러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나타나 어려움이 발생한다. 드러난 문제점이 고쳐지더라도 문제가 나타났던 원래의 상황만큼 혹은 더 심각한 새로운 문제점들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난다. AI를 하는 사람들이 애호하는 유명한 경구처럼 ‘당신이 문제를 발견하려고 하면 틀림없이 문제를 발견할 것이고 더 많은 문제를 창출’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갖는 좁은 시야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하나의 문제점에만 주목해 하나의 해결책만 찾으면 시스템과 시스템 환경이라는 더 큰 관점이 무시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피터 셍게의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이론이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여와 학습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면 당장은 참가율과 학습열이 높아진다(우리 눈에 쉽게 들어오는 ‘강화 고리’).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초기의 인센티브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돼 더 많은 인센티브를 기대하게 되고 인센티브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긴다(인센티브의 효과를 줄이는 ‘균형 고리’). 균형 고리는 우리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으며 늦게 발생(‘발생지연’)한다.
 
해리슨 오웬(Harrison Owen)이 지적하듯이 시스템 사고는 다소 지나치게 표현하자면 ‘헛된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 고리, 균형 고리, 발생지연 등 시스템에서 작용하는 요소들과 관계들을 파악하면 할수록 요소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복잡해져서 궁극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식 접근을 하는 조직에는 ‘아무리 많은 문제를 해결해도 뭔가는 또 잘못되기 마련’이라는 무기력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을 발견하기보다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을 고쳐나가는 데 골몰하게 된다. 때문에 조직 안에는 문제해결의 전문가와 소영웅들이 양산된다. 그러나 아무리 잘해도 뭔가는 잘못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다시 무기력의 원천이 된다.
 
④분절화된 세계관
 
시스템 사고에 따르면 조직이라는 복잡한 ‘생물체’에서 모든 부분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가 분석을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한 하나의 결함은 실제로는 다른 문제의 표출을 억제하고 있는, 긍정적 기능을 가진 통제장치일 수도 있다. 복잡한 것을 작은 부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 따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그와 연관돼 전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이 분절화된 세계관은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의 세부 분야만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독립적인, 다른 분야와 담을 쌓은, 협소한 시야(tunnel view)를 가진 전문가를 양산한다. 분절화된 세계관을 가진 전문가는 자신의 영역에서만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다. 따라서 조직의 한 부분은 개선됐는데 그 결과 시스템 전체의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⑤관계자들 간의 방어적 자세
 
문제해결식 접근은 협력적 조직 문화 및 학습 문화에 장애가 되기 쉽다. AI를 창시한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는 지도교수 서레시 스리바스바(Suresh Srivastva)의 클리브랜드 클리닉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돕다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조직개발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면서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사람들이 실망하고 서로 비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해결식 접근에서 조직구성원들은 문제를 발견할수록 자기 방어를 하고 남 탓을 하기에 급급해진다. 학습자의 방어적 자세는 순기능적인 학습을 어렵게 하며 학습의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접근방식을 발견하기보다는 책망을 피하는 데 초점을 두게 된다. 때문에 교육담당자와 학습자는 서로 소외된다. 교육담당자는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결함을 지적하고 이를 고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어적 자세는 구성원 상호 간에 경쟁을 부추긴다. 에드워드 데밍(Edward Deming)이 지적하듯이 지나치게 경쟁적인 분위기는 학습의 장애로 작용한다. 코프만과 셍게(Kofman & Senge)의 지적대로 경쟁이 과도하게 강조되면 학습자들은 ‘실제로 개선되는 것’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학습의 최대 적이다.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를 인용하자면 학습과 실패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에는 전문가이면서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서는 무지한 ‘숙련된 무능력(skilled incompetence)’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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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좌섭

    - (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 (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교육연수원 교수개발 담당
    -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전문위원회 위원장
    -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acilitators’의 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
    - ‘Corporation for Positive Change’의 Certified Appreciative Inquiry Practitioner, Certified Appreciative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 Tra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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