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GE
어떤 시점에 어떤 사람을 최고경영자(CEO)로 선발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 및 성패가 갈리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발견한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성공적으로 재건한 카를로스 곤 사장, 컴팩과 사상 초유의 빅딜을 성공시키며 HP의 변신을 주도한 칼리 피오리나 사장 등이 좋은 예다. 기업이 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외부에서 영입된 ‘구원투수’형 CEO는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을 성장모드로 재진입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추진한다. 그러나 구원투수형 CEO의 성공적 영입으로 기업이 성장궤도에 오른다 해도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늘 새로운 경영자를 내부에 준비시켜야 한다.
1996년 4월 보스니아로 향하던 비행기 한 대가 산악지대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비행기에는 미국 상무성 장관과 다수 기업체의 최고경영진이 탑승해 있었다. 뜻밖의 사고로 최고 사령탑을 잃은 해당 기업은 후임 경영자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차이가 있었다. 일부 회사는 후임 경영자의 원활한 승계가 한동안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반면 엔지니어링 업체인 포스터윌러(Foster Wheeler)사는 승계 계획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에 큰 동요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유사시를 대비한 승계 계획은 기업의 안정적인 리더십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승계 계획이란 조직의 핵심적인 직책에 있어서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후임자를 사전에 선정하고 나아가 필요한 자질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육성 활동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승계계획은 단순히 후임자를 지명해 놓았다가 유사시에 전임자를 대신해 직책을 맡게 하는 대체 계획(replacement plan)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GE의 승계계획은 차기 경영자 후보 개발에서 출발
GE에서 승계 계획의 하이라이트는 CEO 후보 선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 직책의 임원에 대한 승계 계획 역시 장기적으로 경영 리더를 길러내는 인재 육성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GE의 승계 계획은 다양한 사업 구상을 보유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 선발에 초점을 뒀다. 경영자의 불가피한 부재와 퇴임, 재난과 유고 등 돌발 사태를 사전에 대비하고 차세대 경영자 후보군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길러내기 위해 내부 경쟁과 검증을 철저하게 실시하는 게 특징이다.
우선 GE에선 모든 사업부를 대상으로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와 주요 팀 리더급 이상의 직책보유자에 대해 2∼3명의 후계자(successor) 선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성과, 건강상태 등 특정한 이유로 해당 직책의 리더를 교체할 필요가 발생했을 때 즉시 이 직책을 승계할 수 있는 사람(immediate successor)과 1년간의 준비 후 승계할 수 있는 사람(successor with 1-year readiness and after)으로 구분해 후계자를 미리 준비한다. 승계후보자는 해당 사업부 소속 직원은 물론 GE의 다른 사업부 직원도 가능하며 외부 회사의 직원까지 염두에 두고 광범위하게 리스트를 작성한다.
후계자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GE의 가치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의미하는 가치 적합도(Value Fit), 둘째, 직책 수행에 필요한 리더십 역량, 셋째, 해당 직무 관련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외에 본인의 관심직무, 근무 지역에 대한 호감도, 향후 커리어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을 후계자 풀에 등재시킨다. 후계자 풀, 즉, 즉시 승계할 수 있는 사람과 1년간의 준비 후 승계할 수 있는 사람에 들어가는 인재들은 전사차원에서 집중 관리하는 대상자로 분류돼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다. GE의 전사 조직과 사업부별 본사의 1 주요 임원과 인사담당 임원은 승계후보자들과 개인별 코칭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면담을 실시해 이들의 필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은 후계자로 선정된 핵심 인재들이 현업에서 특정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밀착 관리한다.
GE에서 경력기술서와 인사고과 자료는 자세히 기록되며 이러한 자료는 후계자를 관리하는 인사담당자, 후계자 매니저 및 차상급 매니저가 자세히 검토한 후 내부 EMS(Employee Management System·직원 인사종합관리시스템)에 보관한다. 공식적인 고과관리 시스템 외에 후계자 후보군 개인별로 멘토(mentor)를 지정, 세심한 관찰과 지도도 이뤄진다. 멘토는 인사담당자로부터 후계자에 대한 역량 차이(gap)를 보고 받고 해당 후계자가 그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GE는 후계자가 처한 상황, 조직 특성 및 도전과제 등을 충분히 감안해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지정하고 있다. 멘토링 관계를 맺게 되면 멘토는 자신이 맡은 멘티(mentee)에게 일종의 후견인으로서 경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조언을 제공하며 성장을 돕는 책임을 진다.
후계자 풀에 포함된 인재들은 이처럼 체계적인 인재 육성 관리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경영 과제를 부여받고 실무 경영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본인과 관리자의 의견을 반영해 일정 기간을 주기로 직무와 근무지를 변경하며 다양한 사업 환경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도록 요구받는다.
GE 승계 계획의 핵심, ‘Session C’
GE의 승계 계획은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가장 합리적인 평가를 도출하는 인사평가제도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GE의 ‘세션C(Session C) ’다.2 GE는 세션C라는 인사조직 검토 프로세스를 통해 직원의 능력과 업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여 인상, 승진, 리더십 교육, 파견, 직무와 직책 부여, 승계 가능성 등을 검토한다. GE는 일년 내내 세션C를 진행한다고 말할 정도로 매우 정교한 과정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세션C 프로세스의 주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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