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러닝
기업교육의 딜레마와 솔루션으로서의 이러닝
잘나가는 기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통찰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CEO, 자금, 기술력, 인력 등 탄탄한 내부 자원, 그리고 운. 이 중 우수한 인적자원은 기업의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획득하고 계발할 수 있는 요소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우수 인재의 확보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들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가 조직 곳곳에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우수 인재의 선발과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으며 그 결과 상당수의 기업들은 연수원과 교육 전담조직,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고 종신고용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교육훈련 투자에 의구심을 가지고 회피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교육예산이 현저히 줄어든 일도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 직원 교육을 제대로 하자니 비용이 들고 안하자니 꺼림칙한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됐다. 어떤 경영자는 “자기계발은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 왜 기업이 나서서 해줘야 하냐”고 말한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인력개발(HRD)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조직에서는 일터를 떠나 이뤄지는 교육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인당 몇 십만 원 정도의 투자비용에도 인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술 발전과 정부 지원제도 덕분에 호기를 맞은 것이 이러닝(e-Learning)이다. 인터넷과 PC 보급이 확대되고 1999년 정부에서 인터넷 원격훈련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기업 이러닝 과정과 훈련 인원이 급증하는 등 이러닝은 비약적 성장을 구가했다. 국내 이러닝 시장은 2007년 1조7270억 원에서 2008년 1조8704억 원, 2009년 2조910억 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중 기업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내외에 이른다. 조직 차원에서도 이러닝은 쓸 만한 도구였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가치 전파 교육에 가장 유용했다. 직원들도 자신들에게 필요한 과정을 선택적으로 수강할 수 있어 이러닝을 통한 자기계발에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제도 1 덕분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직원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러닝은 지난 10여 년간 비용 대비 효과성이 가장 높은 교육훈련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더욱 엄격해진 정부 지원제도와 콘텐츠의 품질 저하를 들 수 있다. 대리 수강과 같은 훈련 부정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9년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정했다. 학습 분량과 직무 적합성, 평가와 관련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그러자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콘텐츠 분량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이는 결국 콘텐츠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한 시간 이상씩 플래시 기반의 콘텐츠에 노출된 학습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고 한 챕터만 공부하고픈 학습자도 전체 과정을 이수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이러닝이 또 다른 노동력 착취의 도구라는 불만까지 제기됐다.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훈련의 적기공급생산(Just In Time, 이하 JIT)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과정을 오픈하기 위해 코스웨어(과정) 개발에 3, 4개월씩이나 소요되고 수강 신청 후 3일에서 15일 이후에나 학습이 개시되는 상황은 JIT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다’는 이러닝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도 이러닝은 여러 가지 한계를 나타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이다.
이러닝의 새로운 패러다임, 스마트 러닝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은 정보 단말의 종류에 관계없이 유무선 통신을 이용해 학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그 특징으로 한다. 스마트 러닝은 교강사(멘토)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 자원 간에 빈번한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학습 자원의 생성과 유통, 공유를 지원하는 도구적 특징을 갖는다.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정보단말을 통해 학습할 수 있어 학습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끊김 없는(seamless) 학습 또한 가능하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상시적인 비형식 학습이 이뤄질 수도 있으며 집합 강의나 전문가 강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또는 VOD로 송출해 필요한 시점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스마트 러닝은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PC, 선, 종이, 파티션이 사라지는 ‘사무실(四無室)’ 환경에 가장 적합한 교육훈련 수단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 러닝을 도입하면 현장 중심의 즉각적인 교육훈련과 웹 2.0 기반의 콘텐츠 개발 및 유통을 통해 WLP 2 구현을 도모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한 통합 관리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직무성과 향상을 위해 이러닝은 물론 실행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CoP), 액션러닝, OJT, 집합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 형태별로 콘텐츠들이 산발적으로 개발되고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분산된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콘텐츠가 자동 생성되고 목적에 맞게 변형돼 적시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학습 플랫폼(Learning Platform)’이다. 학습 플랫폼의 핵심은 여러 곳으로 흩어진 자원을 모아 통합 관리하고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되고 유통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학습 플랫폼은 스마트 러닝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 작용하게 된다. 스마트 러닝은 단순히 모바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업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얻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지식과 동료들의 경험을 모은 집단 지성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학습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콘텐츠를 보다 쉽게 생성하고 원활하게 유통시킬 수 있으며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자원들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유형의 교육 훈련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정보의 공급과 유통, 환류, 재가공이 플랫폼상에서 발생함으로써 개인 학습과 조직 학습, 지식의 창출과 공유가 동시에 일어난다.
기존 이러닝 과정처럼 순차적으로 진도를 밟으면서 학습해 나가야 하는 절차 중심의 학습과는 달리 스마트 러닝에서는 학습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골라 학습하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DB 형태로 축적해 관리하고 콘텐츠를 분절 단위로 제공해야 한다.
SK M&C의 스마트 러닝 도입 사례
SK M&C는 내부 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스마트 러닝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러닝의 출발점은 기업교육의 효과 향상에 대한 고민과 이러닝에 대한 문제 의식이었다. 교육훈련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기존 이러닝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이러닝 활용도는 전성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전에 기획된 코스웨어 중심으로 과정을 제공하다 보니 콘텐츠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콘텐츠 종류와 양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특정 부분만 배우고 싶어도 16시간이 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부담이 불만으로 작용했다. SK M&C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기업의 핵심역량인 정보통신기술에서 찾았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HRD의 생산성과 현장 적용도를 높이고자 스마트 러닝을 도입한 것이다.
스마트 러닝의 핵심은 ‘JIT’다. SK M&C는 RPD(Rapid Product Development·즉시 개발 - 편집자 주) 방식과 PCC(Professional Created Contents·전문가 개발 콘텐츠 - 편집자 주)를 이용해 즉각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한다. 가령, LTE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됐을 때 LTE 서비스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설계해 과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전문가 강의를 영상으로 찍어 모바일 과정으로 변환한 후 대리점 접객담당과 설치기사 등 해당 지식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업무 시작 전까지 푸시(push) 기반으로 제공한다. 집합교육 강의도 동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는데 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학습자들도 사이버 강의장에 들어와 강의를 듣고 강사에게 질문할 수 있다.
즉각적인 콘텐츠 개발과 송출을 지원하는 ICT 기술 덕분에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강의를 하거나 듣기 위해 강사와 학습자가 특정 장소로 이동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 절약과 탄소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적시에 즉각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강의 중에 현장이나 해외에 있는 사람을 영상으로 불러내 강의를 듣는 방식은 맥락 기반의 학습을 촉진해 강의가 보다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러닝을 총괄하고 있는 김상기 팀장은 “학습자원을 다양한 형식으로 자유롭게 생성·축적하고 유무선 환경에서 어디서나 업무현장에 맞도록 전달함으로써 소통을 통해 학습 경험을 확장하고 업무 적용도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스마트 러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집체교육이나 이러닝보다 스마트 러닝에서 교강사와 학습자 간 토론과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등 스마트 러닝을 통해 비형식 학습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