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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회공헌 눈뜨자 몰입과 만족 찾아왔다

김영기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과 조직성과’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LG전자에는 노사(勞使)라는 말이 없다. 대신 노()와 경()을 쓴다. LG전자와 노동조합은 1987년, 1989년의 파업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건을 통해 회사와 노조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노사관계라는 말이 갖는 상호 대립적이고 수직적인 의미를 대신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노()와 경()이 제 역할을 다해 함께 가치를 창출한다는 노경관계라는 고유의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LG전자 노경은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가치창조적인 노경관계의 새로운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한국노동운동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LG전자 노동조합은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기업 시민으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개념을 바꿀 획기적인 변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2010년 1월28일 LG전자 노조는 노동조합의 사회적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 헌장을 선포하고 실천을 다짐했다. 박준수 당시 노조위원장은 이날 정기대의원대회에서 “USR은 노동조합이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활동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적극 참여하고 사회적책임활동에도 눈을 돌리는 창조적 조합주의(Creative Unionism)”라며 노동조합의 사회적책임을 주창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노조활동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의 권익신장과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노조가 사회적책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일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었다. 이는 USR 헌장 선포로 가치창조적인 노경관계를 뛰어넘어 보다 발전적인 노경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객을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조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까지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LG전자 노조는 USR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USR 도입 배경과 실천 사례를 소개한다.
 
 
USR을 조직 DNA로 정착
LG전자 노조는 USR을 조직의 DNA로 정착시키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또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 체계도 제시했다. 노와 경의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커뮤니티에 공헌하는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조는 3단계 USR 추진 로드맵(인식의 변화→실체적 변화→창조적 변화)을 마련했다. 첫해인 2010년은 노조의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향후 전개할 USR 활동의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구성원의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역점을 뒀다. 2011년에는 강화된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실체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성과지향적인 USR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USR의 활동영역도 구체화했다. 글로벌 행동규범인 ISO 26000에서 규정한 7대 핵심과제에 따라 세부 활동 영역을 정의했다. 이에 따라 활동영역을 △조직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관행 실천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및 개발의 7개 영역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 영역에 대한 실행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7개 영역에 대한 주요 활동 사례로는 △노동조합 윤리규범 제정/선포 △노동조합 회계 시스템 전산화 △협력사 장학금/기술 지원 △사회적기업 컨설팅 활동 △글로벌 노동정책(Global Labor Policy) 공표 △직원 지원 상담가(Employee Assistant Counselor) 양성을 통한 상담형 노동조합 운영 △글로벌 자원봉사일(Global ‘Volunteer Day’) 지정 △탄소 저감 문화 확산 △지속가능 보고서 작성 참여 △부정행위 신고 게시판 운영 △품질 강화 활동 △해외구호 활동 △다문화 가정 장학금 및 고향방문 지원 △기부문화 확산 등이 있다. (지면 관계상 상세한 활동 내용은 생략한다.)
 
노조는 USR 활동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았다. 해외 법인과 소통을 통해 전 세계적인 환경 조성에 나섰다. 예를 들어 ‘글로벌 자원봉사일’은 ‘지속가능한 아름다운 지구’를 주제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경보호 실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활동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환경의 날과 연계해 전 세계 해외 법인이 동참한다.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USR 활동을 해외에 전파하고 현지 상황에 맞는 활동이 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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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기

    김영기youngkee.kim@lge.com

    LG전자 부사장

    김영기 부사장은 1979년 LG(당시 럭키)에 입사해 LG그룹과 LG전자에서 인사와 노무 관련 일을 주로 해왔다. 지금은 LG에서 CSR을 총괄하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리검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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