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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젠더-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 인터뷰

사람을 조직과 동화시키는 ‘인사결정’ 좋은보스-좋은일감으로 인재를 잡아라

송기혁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리더의 성공은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렇다면 그 리더는 어떻게 선별하고, 채용하고, 성장시켜야 할까.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의 선발과 육성에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고위 임원이나 중간관리자의 인사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임원서치 기업인 이곤젠더(Egon Zehnder)의 수석고문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Claudio Fernández-Aráoz)는 25년간 전 세계 주요 기업들에 경영진 및 이사진 등 주요 임원급 인력 인사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최근 이라는 저서로 출간했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대일 인터뷰 내용이다.
 
‘인사 결정(People Decision)’이라는 단어가 흥미롭다.
어떤 의미이며 주요 구성 요소는 무엇인가?
짐 콜린스는 에서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누구를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누구를 계속 태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 즉 ‘사람에 대한 결정’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봤다. ‘인사 결정(People Decision)’이란 용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며 기본적으로는 ‘기업 내 인재의 배치(appointment)’를 의미한다. 인사 결정을 잘하려면 규율화된 프로세스를 잘 따라야 한다. 첫째로 언제 인사 결정이 필요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둘째로 무엇을 위해 인재를 구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단계로는 어디서, 어떻게 인재를 찾을지 고민해야 한다. 넷째는 그 인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생각해봐야 하고 다섯째는 그들에게 제안을 던지는(attract) 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들을 완전히 조직에 통합시켜야 한다.
 
왜 중간관리자, 혹은 최고위직에 대한 인사 결정이 실무직에 대한 그것보다 더 중요한가?
또 프로세스상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평균적인 사람과 재능 있는 사람과의 능력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장의 단순 노동자의 경우 1급 노동자와 2급 노동자 사이의 생산성 차이가 4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금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보험판매자의 경우는 그 차이가 240%로 커지며 경영컨설팅회사 매니저의 경우에는 1200%까지도 벌어진다.
 
프로세스는 실무직과 비교해 기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실무자들에 대한 인사 결정에서는 보통 교육 수준이나 지능, 성실성, 잠재력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되는 반면 중간관리자나 최고위직의 경우 과거행적, 즉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하게 된다.
 
인사 결정의 실패는 어떻게 정의하는가?
잘못된 인사 결정은 왜 발생하는가?
인사 결정 대상자가 조직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또 외부에서 채용된 인재가 회사에 오래 남아 있지 않고 떠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인사 결정이 실패하는 원인으로는 1)승산이 낮은 게임 2)심리적 편향 3)평가의 어려움 4)부적절한 동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승산이 낮은 게임이라는 뜻은 ‘가장 뛰어난 인재’라는 용어 자체가 희소성을 함축하기 때문에 그 정의상 이미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적인 편향은 담당자가 익숙한 것만을 고집해 간판만 보고 우수 인재 여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다. 평가가 어렵다는 것은 채용후보가 해당 업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아닌지를 미리 상상하는 것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후보의 경험, 교육 정도, 지능 등은 충분히 측정할 수 있지만 고위직일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감성지능을 측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또 외부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현재 일을 갖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어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동기라는 것은 인사 결정자 개인의 상황 등이 판단에 개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뛰어난 인재를 원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는 거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인력 수요 시 내부 인재풀(pool)에서 발탁해야 하는 경우와
외부 인재를 신규 채용해야 하는 경우가 따로 정해져 있어야 하는가?
규모가 충분히 크고 현재까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고 인재개발을 잘 수행해온 기업이라면 내부 인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내부 인재는 회사를 이미 잘 이해하고 있고 사내에 많은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또 회사 구성원들에게는 내부 인재가 승진하는 것이 더 고무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인재 채용이 더 우선시돼야 할 경우도 분명히 있다. 신생 회사나 내부 인재풀이 좁고 그들의 역량이 충분히 훌륭하지 못할 때는 외부 인재채용이 더 바람직하다. GE 같은 큰 회사들도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할 때는 외부 인재를 채용한다. 플라스틱 사업을 몇 번 실패하고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해 사업 정상화를 이룬 사례가 있다. 또 실적이 계속 안 좋은 큰 위기 상황이나 혁신을 일으켜야 할 때 역시 외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좋다. 혁신이 필요할 때는 기존의 임원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외부인이 더 결단력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25년간의 임원 서치 경험을 통해 볼 때 과거 대비 현재의 인력 시장에서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우수 인력의 요건은 무엇인가?
좋은 인재의 근본적인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성과주의 지향, 리더십, 타인에게 영향력을 주는 능력 등은 과거나 지금이나 계속 중요한 요건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더욱 중요해지는 요소는 분명히 있다. 첫째, 전략적 사고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업이 글로벌화가 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래를 바라보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 문화적 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이다. 이는 다문화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글로벌화가 점점 심화되면서 한국 회사들도 다양한 나라에 진출을 하는데 각 국가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영어가 가능하고 우수한 교육을 받는다는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국에 무수히 많은 문화가 내재돼 있어 어릴 적부터 문화적인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본다.
 
채용하려는 적절한 후보를 설득할 때 금전적인 보상 외에 강조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물론 금전적 보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인재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이 실현될 수 있는 조직인가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금전적 보상은 그들을 끌어들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최고의 인재를 설득하는 데 금전적인 보상 외에 강조돼야 할 요인으로 3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좋은 보스다. 보통 사람들이 회사를 떠날 때는 회사를 떠난다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은 보스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좋은 일이다. 일이 좋아지기 위해선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고 본인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 셋째, 자기계발 보장이다. 누구나 이전보다 많은 능력을 배양하길 바란다.
 
외부 채용의 경우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인재를 조직에 융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인재를 받아들이는 조직이 갖춰야 할 준비사항은 무엇인가?
우선 탈락된 회사 내부 후보들에게 채용기준이 무엇이었고, 왜 이 사람이 채택됐는지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에서 채용된 인재가 내부 조직원들로부터 질시를 받고 업무상 비협조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영입된 인재에게는 조직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향후 채용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보너스를 주게 된다면 어떤 경우에 주게 되는지 등의 조건들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회사 내의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기업의 문화나 기업의 중요한 점들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채용된 인재와 편안한 관계의 사람이 멘토가 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본인의 ‘인사 결정’ 성공률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가?
실패한 경우는 무엇 때문이었나?
그리고 실패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인사 결정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는 주로 내가 잘 알고 믿는 사람이 추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 후보의 평판 조회를 생략했을 때였다. 한 대상 후보의 이직 이유가 지난 회사에서의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사직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안 적도 있다. 평소 해오던 대로 원칙을 따랐다면 분명히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실패였기 때문에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곤젠더에서 사용하는 평가표로 내 자신의 전반적인 인사 결정 성공률을 계산해 보니 90점이 나왔다. 이는 25년 동안 임원서치 컨설턴트로 일해오면서 생긴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인사 결정 기술은 누구나 노력에 따라 향상시킬 수 있는 역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Claudio Fernández-Aráoz)는 195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에서 학교 역사상 가장 높은 성적으로 산업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알제이 밀러 장학생으로 MBA를 취득했으며 이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팀장(Engagement Manager)으로 3년간 일했다. 이곤젠더인터내셔널에는 1986년에 입사해 현재는 수석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치 컨설턴트로 선정된 바 있다.
 
이곤젠더인터내셔널은 1964년 스위스에 설립된 글로벌 TOP3 임원서치 기업이다. 37개 국 63개 지사에서 400여 명 이상의 전문 컨설턴트들이 주요 기업들의 경영진 및 이사진 등 임원급 인력에 대한 채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2년에 법인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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