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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관리 방법론

너도 나도 EAP 도입… 혹시 스트레스 근원은 찾았나요?

한광모 | 78호 (2011년 4월 Issue 1)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현황
‘너무너무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그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을 내가 겪었다. 이러다가 죽는 건가, 그런 몹쓸 생각을 하면서… 진짜 패닉 상태였다. 지금도 아니, 매일 그때가 수시로 떠올라 너무너무 무섭다. 강진이 다시 찾아올 것 같아서 너무 두렵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TV 뉴스를 밤새 틀어 놓아야 잠잘 수 있고, 자다가 휴대전화라도 울리면 또 지진이 온 것인가 놀란다.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게 긴장을 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는 괜찮다고 별일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제 다 끝났다고 안심을 시켰지만, 그래도 진짜 무섭다. 아직도 그때의 일이 생생하다. 이것을 겪지 못한 사람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다 사무실이 흔들리는 느낌만 나도 나는 손이 떨려서 자판을 제대로 칠 수 없다…’ (모 주재원의 독백)
 
이웃 나라 일본에 큰 재앙이 닥친 후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부르는 스트레스 관련 증상으로 신체적인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난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는데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미국인이 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쌍둥이 빌딩에서 대피한 생존자들 중에서 95.6%는 사고 직후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또 이 중 15% 정도는2∼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간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나 심각한 파업 사태 이후 관련자들이 겪을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것으로 간주됐던 정신 건강의 영역들이 최근 HR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직장인의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 수준의 심각성(OECD 국가 내 1위, 직원 이직 사유 1위 등)에 대한 다양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스트레스 문제는 더 이상 단순히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회사 전체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EAP 협회에 따르면 EAP란 ‘생산성 문제가 제기되는 직무 조직을 돕고, 건강문제, 부부·가족생활 문제, 법·재정 문제, 알코올·약물 문제, 정서문제, 스트레스 등 업무 성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사업장 기반의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EAP는 업무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적 고충 처리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가리킨다. EAP 서비스의 영역은 <표1>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개인 차원 영역에서의 지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EAP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은 대기업 100여 개, 중소기업 5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대상 직원은 약 1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특히 앞서 언급한 스트레스 관리(Stress Management) 차원에서 EAP 서비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몇 가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EAP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도입 방안
①도입의 목적 및 효익 명확화
EAP 내에서도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할 경우, 먼저 도입의 목적 및 이를 통한 효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 도입 목적은 관련된 내부 및 외부의 도전 요인(이슈)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는 게 좋다. 고려해야 할 외부적 요인은 한국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관련 문제의 심각성과 올해부터 시행될 계획에 있는 복수 노조 허용에 따른 사무직 직원에 대한 지원 강화, 지난해 말 개정된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을 통한 관련 서비스 강화 움직임 등을 꼽을 수 있다. 내부적 요인은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직원 및 조직의 주요 요구 사항,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이 기대하는 효익 등이 포함된다.
 
외부적 요인 등으로 2011년을 국내 기업들의 EAP 도입의 적기로 보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좀 더 중요한 부분은 역시 내부 요인에 있다. EAP 프로그램 도입은 특성상 인프라 구축에 가까운 형태로 연간 일정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성격상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외부 변화에 맞춰서 투자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고 경영진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 물론 정량적 효익과 관련해 생산성과 관련된 이직, 의료비 절감 효과 등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런 수치가 도입 후 중장기적으로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EAP 도입을 위한 적극적 효익으로 주장하긴 어렵다. 따라서 단계별로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내부의 주요 니즈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A금융사는 스트레스 관리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수년 전부터 일부 직원(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노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만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직원들의 반응을 체크해 왔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전사적인 프로그램으로 추진했다.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고객들의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대응에 그대로 노출됐던 직원들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봤다. 또 경영진들도 이런 결과에 만족하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 이처럼 EAP를 도입할 때 내부 니즈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공감대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외부적 요인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이를 점진적으로 내부적 요인과 맞춰 나가는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②EAP 운영 모델 선정
도입 목적 및 예상 효과를 명확히 정의한 뒤에는 효율적인 운영 방법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 검토 사항은 서비스 모델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다. EAP 서비스는 크게 내부 모델, 외부 모델, 혼합 모델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특성에 따라 장·단점을 <표3>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모델은 기업의 구조적 특징과 관련이 높다. 국내 그룹사들은 주로 내부(사내) 모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외국계 회사나 단일 대기업(은행 등)은 외부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특히 국내 기업들에 있어서 아직까지 내부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필자의 경험상 1)외부에서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불신 2)데이터에 대한 폭넓은 활용 고려 3)아웃 소싱을 통한 연간 비용 발생에 대한 거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 모델을 거부하는 이유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1, 2번 이유는 오히려 외부 모델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맥락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관리는 개인의 심리적 정신적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것인데, 이런 데이터가 자칫 인사 등 기업 내 관리 목적으로 활용되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 서비스에 대한 활용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부(사내) 모델에서 장점의 마지막 항목에 별(*) 표시를 한 것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직장이라는 조직에서의 스트레스 관리는 개별 차원의 지원을 넘어서 조직 차원의 해결 방법이 함께 나타날 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부서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높고 공통적인 이슈를 호소하고 있다면 리더십 등 조직 차원에서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와 효과적인 지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 나갈 수 있을까가 EAP의 운영 구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모델은 혼합 모델이다. 이는 내부에서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외부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나가는 방법이다. 혼합형 모델을 활용하면 데이터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는 외부에 위탁해서 비밀 보장성을 높이고 내부 직원이 1차 상담 혹은 인사나 조직 관련 상담을 하는 형태로 내부 모델과 외부 모델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
 
C
금융사의 EAP 도입 사례 
도입 배경: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장 위기 가중 및 경쟁 격화, 조직 간의 융화 과정에서의 직원 간 갈등 심화, 경영 실적 저조로 인한 구조조정 단행, 직원들의 스트레스 및 정서적 불안감 고조 .
도입 모델:외부 모델을 중심으로 도입.
 

각 단계별 실시 결과
진단: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진단을 실시한 결과 성별, 연령별, 조직별 스트레스 현황 및 주요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음.
 
결과 공유:전사, 각 본부별로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워크숍을 개최(워크숍의 주요 내용은 바람직한 직무 스트레스 관리와 조직 문화 활성화에 대한 내용).
 
처방:처방 단계에서는 직원(self-care)과 팀장(line-care)으로 나눠서 진행함. 직원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진단 결과 지원이 필요한 직원을 대상으로 적극적 유도 상담 및 직원의 자발적 상담 참여를 동시에 진행. 팀장에 대해서는 부하 코칭과 상담에 대한 역량을 강화시키는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의 스트레스 관리 강화를 모색.
 
주요 성과 및 개선 방안:개별적인 스트레스 관리까지 조직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호감도 증가, 상담 참여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 등이 나타남. 하지만 향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 및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직원들의 능동적인 접근 강화 부분은 개선돼야 할 부분임.
③결과 측정 및 관리 방법 확정
마지막으로 결과 측정 및 관리 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해 EAP 프로그램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업 담당자들에게 EAP 결과 측정 및 관리 부분은 가장 어려운 도전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업이 EAP를 도입했다는 것은 곧 개인들의 다양한 고충 상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과 거의 동일시된다. 따라서 EAP의 결과 측정을 상담 결과에 갖고 나오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상담 내용은 개인의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결국 상담 건수나 상담자의 만족도 정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런 측면에서 조직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지표화하고 이를 통해 EAP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스트레스 지수는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스트레스 원인(Stressor), 스트레스 반응(Reaction) 외에 스트레스 대응력(Coping)이라는 요소로 구성된다.(그림2) 즉 외부의 스트레스 원인에 따라 현재의 직원들의 스트레스 반응이 높은지 낮은지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 반응을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대응력을 강화시키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EAP 프로그램 전반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럴 경우 경영 성과 및 조직 문화와의 연계 선상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의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실제로 B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성과에 대한 압박과 구조 조정으로 조직 문화의 위기를 경험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진단 결과 스트레스 원인은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반면 높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상담 등의 처방을 호소하는 직원은 매우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요인이 바로 스트레스 대처의 특성이다. B사 직원들은 수년간의 변화 속에서 그저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따라서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진 후에도 조직 문화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머무르면서 이런 경향이 조직 문화와 경쟁력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B사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대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는 것을 목표로 EAP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결론
한국에서 스트레스 문제가 기업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최근 수년 사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관리 등에 대한 논의가 너무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리하지 못한 채 이를 하나의 새로운 유행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 담당자들 중에는 ‘최근 우리 회사도 과로와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EAP를 도입했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명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않고 대책만을 가지고 대응하려 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즉, 회사 전반에 걸쳐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는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EAP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해 보는 체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한 순간의 유행 정도로 사라져 갈 것이다. EAP 프로그램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개인의 정신 건강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광모 타워스왓슨 인사조직 컨설팅본부 상무 kwangmo.han@towerswatson.com
한광모 상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츠바시대 상학부에서 유학했다. 현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왓슨(Towers Watson)의 인사조직 컨설팅 본부에서 인재 관리(Talent Management), 글로벌 HR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 박재림 공저>이 있다.
  • 한광모 | - (현) 한국왓슨와이어트 상무
    - 엘테크 신뢰경영연구소(수석연구원)
    - 액센츄어(컨설턴트)
    -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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