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비용으로 해외 고객을 GE의 교육 시설에 초대했다. 그런데 이 고객이 주말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잠깐 방문하고 싶어 한다. GE가 경비를 제공할 수 있는가?”
“잠재적인 신규 고객이나 공급업체 대표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줬다. 이를 다른 GE의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도 되는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질문은 고객이 공무원인지 여부, 현지 법률 및 고객의 정책, GE의 사업 지침과 다른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GE의 법률 고문 및 상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은 개인정보보호 법률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에서 이런 정보를 수집할 때 해당 정보 관련자가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기업이 GE에 입사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접하는 질문 중 하나다. GE는 올해로 133살이 됐다. GE는 1878년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뒤 1898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선정한 최초의 우량기업 12곳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12개 기업 중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GE에서 변하지 않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항상 변한다(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직과 성실성은 최고의 가치다(철저한 윤리경영)’라고 한다. 실제로 GE에서 윤리경영은 타협 불가능한 불변의 가치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매출이 떨어지면 또 다른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윤리 규정은 한 번 어기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GE는 ‘로마에 가도 로마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GE는 오로지 GE의 엄격한 규정을 GE가 사업하는 100여 개국에 적용해야 한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GE 임직원은 한 세기 넘게 막대한 가치의 자산을 창출했는데, 이는 세계적인 명성과 높은 수준의 사업 규범 덕분이다. 경영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직과 신뢰성이라는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GE에서는 50달러 일화가 유명하다. GE 해외 법인의 한 직원이 식사를 한 뒤 식사를 함께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금액을 청구했다. 그런데 감사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던 직원은 당시 출장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허위로 영수증을 낸 직원은 해고됐다. 이 직원은 HR부서 직원이었는데, 윤리경영 담당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원칙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플라스틱 사업부를 이끌 때 GE 내부의 다른 부서에 판매하는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결코 싸지 않았다. 이를 사들이는 부서는 불만을 터뜨렸지만, 웰치는 “우리 사업부의 수익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GE 전체의 수익이 극대화될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이러한 투명성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가 많은 국내 기업들에 시사점이 적지 않은 대목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GE의 한국 총괄 법률 담당 및 컴플라이언스 리더인 권재용 변호사를 만나 GE의 윤리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GE에서는 내부 고발이 자유로운 환경”이라며 “고발 건수가 많다는 것은 윤리경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좋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GE 직원들은 옴부즈인(Ombudsperson·GE는 공정고용 정책에 따라 Ombudsman이라고 하지 않음), 준법 담당관, 사내 변호사 등 아무에게나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 회사는 윤리 경영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사내 감사는 물론 월간 준법 정책 회의, 컴플라이언스 검토위원회(CRB), 연간 준법 정책 준수점검절차(세션 D) 등 여러 개의 망을 통해 점검한다. 이를 위해 GE는 리더의 솔선수범을 중시한다. 리더가 변해야 조직에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GE에는 전 세계적으로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변호사가 1000여 명에 이른다. 국내 5대 로펌 변호사의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GE의 컴플라이언스 및 법무 조직은 부문은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GE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검토해 더 큰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실무팀과 협업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다. 권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