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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이자 팔로우어로서의 이중생활

중간관리자, 이끔과 이끌림의 미학을 배우다

박광서 | 1호 (2008년 1월)

그 어느때보다 사회적으로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있어 리더십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과거에는 기능에 대한 전문성만 있으면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관리자가 아닌 조직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과 그에 따른 책임이 무거워진 시대가 됐다. 더구나 중간관리자들에게는 리더십(leadership)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팔로어십 (followership)까지 요구된다.
 
이것은 중간관리자들이 위로는 경영진을 보좌하는 팔로어(follower)이며, 아래로는 담당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leader)로서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은 과연 이런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을까? 혹시 나의 모습은 아래에 소개되는 양성진 팀장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어느덧 조직에서 중간관리자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라면, 리더로서 그리고 팔로어로서 스스로의 모습을 한 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직장 뿐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말이다.

구운(九雲)그룹의 양성진 전략기획팀장은 사내에서 ‘잘 나가는’ 중간간부 중 한명이다. 입사 이후 두세 번을 제외하고는 줄곧 최고등급의 평가를 받았으며, 입사 동기 중 가장 먼저 팀장이 됐다.
 
그는 올해로 팀장 2년차다. 하지만 요즘에는 하루하루를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데 팀원들이 만들어오는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갈수록 야근이 많아지고 주말에 출근하는 날도 부쩍 늘고 있다.
 
팀장은 되었지만, 리더는 아니었다?
그래도 팀원들에게는 가급적 야근을 안시킨다. 이런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사람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는 팀원들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일이 많고 힘들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팀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그런데, 최근들어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팀원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양 팀장은 솔직히 그런 후배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좀 더 고생을 하더라도 팀원들에게는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는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실력있다는 경력사원들을 어렵게 뽑았지만, 예전 팀원들에 비해 별반 나은 점이 없는 듯하다. 팀원들이 해 오는 일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 저 친구들 나이일 때는 최소한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양 팀장과 담당임원인 김만중 상무는 팀원시절부터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상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양 팀장을 칭찬하고 격려해 줬다. 양 팀장도 김 상무의 지시사항을 항상 성실하고 깔끔하게 처리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최근 어느 순간부터인가 김 상무와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형식적인 것 같고, 작업내용에 대해서도 예전만큼 감흥을 받지 못하는 눈치다. 양 팀장은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상기하며 자신감을 가지려 하지만, 김 상무가 자신에 대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최근 회사에서 팀장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면평가 결과가 나왔다. 양 팀장은 늘 자신이 상사를 훌륭히 보필하고 부하 직원을 잘 이끄는 관리자라고 생각해 왔다. 사실 그런 평가를 받기 위해 정말로 전력투구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정작 결과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사들은 그가 부하 직원들에게 끌려 다니는, 리더십이 부족한 팀장이라고 평가했다. 부하 직원들은 양 팀장이 상사에게 지나치게 저자세인 ‘예스맨’이라고 평했다.
 
처음 받아본 다면평가 결과는 그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양 팀장은 사내 리더십 전문가인 진채봉 부장을 찾았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일 잘한다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라 
"자, 한번 보세요. 이것(그림1)은 직급별 리더십 역할을 그린 것입니다. 왼쪽 끝의 팀원은 현재의 자기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주요 임무이고, 오른쪽 끝의 임원·경영진은 회사와 부하 직원들이 앞으로 더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 즉 미래의 준비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중간관리자는 ‘현재 과업을 잘 해는 것’과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을 균형적으로 수행해야 하죠. 양 팀장님은 중간관리자로서 얼마나 효과적인 리더였나요?”
 
진 부장은 양 팀장에게 팀장이 되면서 달라진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상사와 팀원들은 자신에게 무슨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부분들이 취약한지를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 줬다. 그는 이어 양 팀장에 게 팀장이 된 후 벌어졌던 일련의 상황을 구조화해 보라고 말했다. (그림2 )

    

상황을 구조화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양 팀장이 팀원의 역할인 ‘현재 과업 잘 해내기’에만 집중을 했으며,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인 ‘미래를 잘 준비하기’에는 소홀했다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만 급급했지, 팀원들과 ‘더불어’ 과업을 수행한다거나 이를 통해 부하를 육성하고 조직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구나.’
 
그 결과 양 팀장 스스로에게는 매우 고단한 하루하루가 주어졌지만, 팀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이런 상황이 팀원들의 조직 이탈을 초래했던 것이다. (그림3) 뿐만 아니라 상사들에게는 양 팀장이 사람만 좋았지 부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즉 리더십이 부족한 팀장으로 비춰지게 됐다.

양성진 팀장과 같은 중간관리자라면 앞서 살펴 보았던 리더의 역할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효과적인 팔로어의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 리더의 역할이 ‘관리, 의사결정, 방향설정’이라면, 팔로어의 역할은 ‘보좌, 대행, 수용, 대안제시, 정보제공’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하만 잘챙기면 된다? 상사를 잘 챙 기는 법도 알자
중간관리자가 보다 성공적으로 조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리더뿐만 아니라 팔로어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할 수있 을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그림4 )
 
진 부장은 양 팀장의 팔로어십(followership)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줬다.

“팀원들의 다면평가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양 팀장님의 팔로어십은 ‘Yes People형’ 입니다. 이 유형의 문제는 상사의 지시와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죠. 물론 이런 사람들은 리더나 조직을 믿고 헌신한다는 점, 임무를 선선히 받아들이고 기쁜 마음으로 수행한다는 점등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이라던가 ‘지나치게 자기 비하적인 인물’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진 부장은 양 팀장의 상사인 김만중 상무와의 인터뷰 결과도 얘기해 줬다. “김상무님은 ‘양 팀장이 팀원일 때는 지시에 순응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에 만족했지만, 최근에는 양 팀장 자신의 의견, 소신,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시더군요.”
 
그는 “양 팀장님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효과적인 팔로어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고, 자신의 역량에 자신을 가지며, 용기있게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훌륭한 팔로어와 훌륭한 리더는 동일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리더와 팔로어 역할은 별도가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과 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팔로어가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죠. 이 점을 언제나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양 팀장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리더와 팔로어로서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진 부장의 조언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이끎과 이끌림의 미학을 깨닫다
‘우선 리더십과 팔로어십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겠지. 아, 그리고 리더십과 팔로어십 개발을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을 마련해야지.’ 양 팀장은 다면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스스로에게 부족하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포인트를 먼저 확인했다. 이후 김만중 상무 및 부하 팀원들과의 1:1미팅을 통해 그들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파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동계획은 이런 차이(gap)를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그림5)는 양 팀장이 작성한 행동계획 중 일부이다.
 
양 팀장은 그날 퇴근 무렵 다이어리에 다음과 같이 적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중간관리자는 스스로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하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게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 주는 자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잘 이끌어야 하고, 또한 잘 이끌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요구되는 핵심포인트다.

나는 이런 것을 잘 모르고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좋은 상사, 좋은 부하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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