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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최인아책방’ 최인아 대표 인터뷰

책 파는 서점? 생각을 키우는 서점! 독창적 컨셉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

배미정 | 242호 (2018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나만의 독창적인 컨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How’보다는 ‘Why’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이유, 일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서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30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일했던 최인아 대표가 ‘생각의 숲을 이루다’는 컨셉으로 책방을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사람들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책방의 남다른 큐레이션, 강연과 콘서트 같은 특별한 행사들은 최인아 대표의 기획력의 소산으로 사람들에게 책방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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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 대표가 자기 이름을 내건 책방을 열고 ‘생각의 숲을 이루겠다’는 자기만의 컨셉을 우직하게 끌고 나가고 있다. 30년간 유명한 광고 카피라이터로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의 컨셉을 맞춰주던 그가 2016년 8월 작은 책방의 주인장으로 변신한 지 1년5개월. 최인아책방은 변화무쌍한 디지털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오프라인 책방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컨셉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최인아 대표의 컨셉에 공감하는 저자와 독자, 예술가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책방은 새로운 체험의 플랫폼으로 안착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컨셉을 만들고, 또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DBR이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생각의 숲을 이루다’는 컨셉으로 책방을 연 지 1년5개월이 지났다. 최초의 컨셉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최인아책방에서 컨셉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와 동업자인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는 처음부터 우리가 바라보고 가야 할 지점을 먼저 얘기했다. 그 목표가 ‘생각의 숲을 이루다’였다. 책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나고, 깊어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컨셉에 맞는 강연을 열고, 최근에는 ‘혼자의서재’란 새로운 공간도 만들었다. ‘혼자의서재’도 우리 컨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생각을 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컨셉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왜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생각의 힘을 북돋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길 싫어한다. 창의력,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기 스스로 생각을 해서 뭔가 이뤄내려고 하질 않는다. 어려운데다 노력해봤자 될지 안 될지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빨리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에만 골몰한다. 그렇게 해서는 창의력과 기획력을 키울 수 없다.

나는 광고회사 시절부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첫째, 둘째, 셋째로 빨리 얘기해봐” 이런 식의 ‘How to’보다 “이게 뭐야? 왜 이러는 거야?”라고 ‘why’를 묻길 좋아했다. 어떤 업계에서든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뭐야? 이건 왜 이런 거야?’를 따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가 짜놓은 판에서 How to를 좇으며 ‘팔로워’로 산다. 생각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된다.

책방이 유명해지니까 주변에서 “다음 계획은 무엇이냐, 언제 2호점을 낼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4층 책방에 이어 3층 서재까지 접수했으니 2호점을 어디 내지 않겠냐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책방에 그런 수치화된 경영 목표는 없다. 내게 컨셉은 나아가야 할 방향, ‘북극성’과 같다. 북극성을 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수치화된 경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방식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곳인데 조직 관리 차원에서는 수치화된 경영 목표를 제시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손님이 안 오면 어쩌지? 나도 늘 불안하다.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영업 전략을 세우면서 직원들을 푸시(push)한다. 근데 난 제일기획 시절부터 그런 전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올해 100억 원을 달성하겠습니다”는 목표만 세우면 달성할 수 있나? 100억 원은 결과일 뿐이다. 클라이언트들이 우리와 같이 일을 하고 싶어 해야 그 결과로 100억 원이란 숫자가 나오는 건데 왜 핵심적인 얘기는 안 하고 100억만 말하지? 그런 의문을 품어왔다. 숫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숫자가 실현되려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태반이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목표가 달라질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방에서 핵심은 손님들이 책방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데서 체험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야 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퇴근 후 피곤한데, 집에 빨리 가서 자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오늘 책방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들이 비로소 숫자를 만들어낼 것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근본적인 컨셉을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아니, 무슨 연간 계획을 맨날 내래요? 이거 하지 말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 나한테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드나? 그렇지 않다면 조금씩 저항해보면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아, 이거 아닌데 또 하라고 그래”라고 불평하면서도 행동은 그대로 따른다.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 치인다는 핑계로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는 자기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어느 누군가가 “아니, 뭐 이걸 맨날 이렇게 해야 해?”라고 반발해 어떤 행동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어? 저렇게 해도 되네?” 싶을 것이다. 거기서 조금씩 바뀌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불만을 가지면서도 똑같이 따라 한다.

나도 평소에는 유불리를 계산해서 행동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가장 결정적인,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정말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목소리를 따랐다. 그게 꼭 유리한 길이 아니고,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해야 되고, 남들이 모두 말리는 길일 때도 말이다.

제일기획 9년 차 때 ‘프로는 아름답다’ 같은 광고가 뜨면서 한창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을 때 퇴사를 감행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한창 일을 시켜야 할 입장이었지만, 나는 내 일에 너무 안주해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불안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고민을 얘기하자 당시 본부장은 “흥,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니?”라며 말렸다. 하지만 결국 내 고집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9개월간 프리랜서로 일했다. 근데 나가보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제일기획’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프리랜서 시절, 돈은 제일기획에서보다 더 많이 벌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기획력을 충분히 발휘해 최상의 팀원들과 광고주들과 협업하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제일기획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운 좋게 제일기획이 여성 팀장을 필요로 해 내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퇴사를 결심한 건 결코 내게 유리한 길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온몸으로 직접 부딪혀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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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컨셉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책방까지 만들면서 컨셉을 비즈니스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을 갖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늘 꽂히는 게 있어왔다. 반드시 해야겠다는 일은 저질렀다. 그랬다고 늘 하고 싶은 일만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참고 견딘 세월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제 더 이상 못 견디겠어, 이건 아닌 거 같아’ 이런 감정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또 본인이 양보할 수 없는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살면 살수록 그게 중요한 것 같다.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꼭 물어본다. “책방 하면서 얼마 벌어요? 월세는 제대로 낼 수 있어요? 나도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일을 성취하는 경로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전략은 누가 봐도 A팀이 우세한데 승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승부를 뒤집곤 한다. 대한민국을 30년 가까이 먹여 살린 반도체, 자동차가 초창기부터 ‘야, 이거 하면 돈 벌겠다’ 싶었을까.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던 길이 지금 세계 1등이 됐다. 처음부터 계산기를 두들겨 수익성이 안 나온다고 결론 내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삼성전자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 세상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기업 경영할 때는 꼭 수익성의 잣대만 들이댈 때가 많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정말 적은 인원이 똘똘 뭉쳐서 뭔가를 이뤄내지 않았나. 분명한 사실은 계산기를 두드려봐서 되는 사업은 누군가가 이미 다 하고 있다. 레드오션이다. 처음부터 돈이 보이는 사업은 별로 없다. 두려움을 무릅쓰는 과정을 거쳐야만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

책방도 비즈니스인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분명히 해둘 점은 나와 동업자 모두 당장 책방에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둘 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책방에서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적은 편이다. 일단 처음부터 건물 임대 재계약할 때까지 한 2년까지는 월급을 가져가지 않고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모든 방법은 ‘맥락’을 떠나서 구상하면 안 된다. 첫 달부터 내 월급이 나와야 하는 경우와 2년 정도는 월급 없이 살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30대 중후반에 퇴사한 친구들이 퇴직금을 털어서 책방을 차릴 경우에는 처음부터 강남에서 여기처럼 넓은 공간을 구해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의 맥락을 잘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2년 정도 월급을 안 가져가도 버틸 수 있다는 전제하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을 것이다.

현재 정식 직원은 3명이고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때때로 직원들 월급 주려고 이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일이 굉장히 고달프다. 딱히 돈을 많이 벌 생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굴러가게 만드는 대소사를 챙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사서 좋은 카페에 가서 보면 되는데,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우울하다. 나는 평생 ‘생산자’로 살고 싶다. 고통을 감당하지 않고 그저 좋기만을 바란다면 ‘소비자’로 살 수밖에 없다. 일을 안 하고 집에만 있었으면 굉장히 우울했을 것 같다. ‘왜 맨날 이렇게 일이 많지?’ 싶다가도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이렇게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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