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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힙스터와 마케터

반주류 성향의 힙스터, 마케팅 어렵지만, 창조적 소수와 열린 협업으로 돌파하라

황인선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힙스터는 수십 년 전에 등장한 개념이자 집단이지만 1990년대 혹은 2000년대 후반 ‘뉴힙스터’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주류문화와 갈등하면서도 새로운 주류문화를 창조하는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힙스터의 생활방식과 숨겨진 위선을 경멸하는 시선도 있지만 히피 등과 달리 기존 사회문화 질서 안에 적응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취향과 가치를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힙스터는 그 정의 자체가 반주류문화의 개성 강한 사람들이기에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이들과 호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힙스터가 가진 특징을 고려해 ‘구매자’ ‘생산자’ ‘영향자’ ‘전파자’의 역할을 부여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협업할 수 있는 접점도 있다.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들을 위한 마켓을 열어 그 추종자, ‘애프터 힙스터’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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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도시를 ‘핫’하게 하는가

지금 포털사이트로 가서 ‘힙스터’로 검색을 해보자. 꽤나 긍정적인 것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도시와 골목 재생 관련해서 한국 여행자들이 소개한 다음 사례들을 보자. 먼저 밴쿠버와 코펜하겐 거리 묘사다.

밴쿠버 메인스트리트: 매장 내에 마련된 워크 벤치에서 빈티지 타자기로 편지를 쓰거나 직접 종이 제품을 만들고 수제 잡지를 파는 책 공예 크래프트 숍, 1950년대 제작된 핀업 코스튬부터 최신의 힙합 기어까지 파는 캐나다 최대의 빈티지 아웃렛, 낡아 보이는 인테리어와 무작위 그래피티가 벽을 채우고 하프파이프가 있는 스케이트 보드숍, 수동 트리머와 무서운 면도칼로 이발을 하는데도 지역의 소셜 클럽이 되는 이발소…. 이들은 캐나다 제3의 도시로 꼽히는 밴쿠버의 핫한 거리인 메인스트리트에서 여행자들이 꼽는 힙스터 숍들이다. 메인스트리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과 범죄자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으나 여기에 값싼 월세를 찾는 대학생과 아티스트들이 몰려들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코펜하겐에서는 로컬들이 즐기는 뒷골목 거리로 뇌레브로, 베스티브로, 크리스티아 등이 유명하다. 뇌레브로는 노동자들이 살던 가난한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의 거리로 이미지가 바뀌었고, 크리스티아는 1971년에 방치된 군대 막사에 덴마크 히피들이 불법 입주하면서 만들어진 거리다. 자동차가 안 다니고 나무와 꽃의 천지이며 집집마다에는 어디선가 가져왔을 법한 고물들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생돼 있고 대체 에너지를 이용하며 사실상 그들만의 정부를 세웠다. 여기서 마리화나는 불법이 아니다.

이처럼 외부 여행자들은 힙스터 문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런데 이들이 힙스터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히 코펜하겐의 도시 간판에서는 이 거리를 ‘힙스터 거리’로 써 놓고 있다. 그러니 일단 이들을 힙스터라고 보자. 한국에서 이들과 비슷한 거리를 꼽으라면 홍대 앞, 초기의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성수동 수제화 거리 등일 것이다. 압구정, 청담동, 분당 정자동 등 돈 냄새나는 곳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면 뭔가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젊음, 독특한 어반 아웃룩, 픽시 자전거, 복고와 빈티지, 인디, 재즈풍 등이 그것이다. 기괴함의 아이콘 조니 뎁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울의 이곳들 역시 지금은 가장 핫한 플레이스가 됐지만 과거엔 가난한 인디 아티스트들이 몰려 살거나 외국인, 공장 노동자 등 비주류 문화의 거리였다.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 뉴욕의 윌리엄스버그와 브루클린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앞서 소개한 캐나다 밴쿠버의 메인 스트리트, 코펜하겐의 독특한 거리들부터 최근 한국의 그런 ‘힙한’ 지역들을 만든 이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마케터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공략해야 하는가? 단순하지만 결코 답을 얻기는 쉽지 않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힙스터(Hipster)

힙스터는 이른바 히피나 덕후, 긱1 , 보보스2 , 여피3  등과는 다르다. 히피는 매우 반항적이고, 덕후는 집에 주로 박혀 있는 컬렉터고, 긱은 뭔가 독특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보보스와 여피는 무엇보다 돈이 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힙스터는 이들 모두의 페스티시(혼성모방)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자료를 요약하면 힙스터는 1940년대에 나타났다. 주류문화로부터 도피해 흑인 비밥 재즈에 열광하면서 그들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모방했던 젊은이들 또는 그들의 하위문화를 의미했다.

영어로 ‘무엇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이라는 의미의 ‘힙(hip)’에서 만들어진 단어지만 힙은 흑인들 사이 슬랭으로 마약을 뜻한다. 40년대 당시는 세계대전과 미국 내 인종차별 갈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불확실성과 저항의식이 팽배했는데 여기에 더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기회가 증대되면서 청년들의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화됐다. 또한 고도화된 산업화는 과도한 경쟁, 무분별한 소비문화, 대중화, 무관심과 같은 인간성 상실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소외감과 불안을 느끼며 주류문화에 대한 반항적 행태로서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주류사회의 단조로움, 정치의 무의미성, 진부한 대중문화의 현실을 거부하면서 대마초나 담배를 피우고 재즈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도피적 태도의 하위문화를 형성했다.

어두운 테의 안경, 베레모, 핀 스트라이프 정장은 당시 힙스터들이 수용한 흑인 패션의 특징이다. 힙스터들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들이 정신문화보다는 외양, 음악, 패션 등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조차 1950년대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백인 로큰롤 문화와 70년대 등장한 히피 등에 의해 대체됐는데 1990년대에 와서는 특정 청년문화를 일컫는 명칭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힙스터는 주류문화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1940년대 힙스터와 유사하지만 공동체 형성보다는 패션과 외양에 크게 집중하면서 엘리트주의적인 생활방식을 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빛바랜 셔츠(빈티지나 구제 옷), 뿔테 안경, 페도라 모자, 덥수룩한 수염 등이 외양적인 특징이며, 픽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친환경주의 취향을 보이며 인디음악·독립영화와 같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오락에 열광한다. 이상의 공식적 정의들은 말을 우아하게 표현해서 그렇지 사실 나쁘게 해석하면 제멋에 사는, 겉만 따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돈 안 되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요즘 한국 TV, 특히 종편에 자주 나오는 야릇한 복장의 연예인들이 이런 힙스터 또는 추종자들이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의 힙스터들을 인디 지향 소비자들의 세계관, 가치체계와 복잡하고 양방향적인 관계를 가지는 ‘시장의 신화(Market Myth)’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2009년 ‘팝매터스(PopMatters)’ 기사에서 벤처투자자이며 스타트업 창업자인 로브 호닝은 “힙스터는 이미 한물간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이며 그것은 패스티시4 와 아이러니가 그들 스스로를 미학이라고 소모해버린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뉴욕에 사는 30대 이벤트 매니저 사만타 녹스는 “힙스터는 페이크이며 그것은 가난한 사람을 조롱하는 역겨운 것이다. 그들은 상류층”이라 정의하며 자신은 절대 힙스터가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힙스터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데 힙스터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다른 시각도 있다. 1973년생 사쿠마 유미코의 시각이다. 일본인은 미국 것이라면 별거 아닌 것도 긍정적이고 진지하게 봐주려는 편향이 있다는 것은 좀 감안해서 보자. 그녀는 2014년에 미국 힙스터 도시와 삶, 그리고 소비와 숍 등을 다룬 『힙한 생활 혁명』을 썼는데 미국의 두 도시 포틀랜드와 브루클린을 집중 조명한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다시피 힙스터는 생활 혁명을 실천하는 바로 우리 이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한다. 책의 2장 ‘음식을 통해서 삶의 방식을 바꾸다’에서는 음식의 아르티장 문화, 마크로바이오틱과 로커보어(Locavore,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식자재를 구입해서 먹자는 주의를 실천하는 사람), 자신이 직접 사장이 돼 생활을 지배하는 이들을 소개한다. 또 지역생산·지역소비 사상과 옥상 농원, 그리고 자신이 사는 지역지원형 유통 시스템을 보여주면서 3장에서는 ‘주변을 둘러보고 물건을 만들다’를 통해 실용, 자신의 생활방식 표현, 다른 공동체와 협력, 제작자의 얼굴을 보고 살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 등을 분석한다. 4장 ‘자신의 장소를 만드는 문화발신 채널’에서는 창조적 복고, 작은 공동체, 세상의 움직임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장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책에서 말하는 힙스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개인 커피숍을 가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며, 자전거를 탑니다. 헌 옷과 개인이 만든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르고, 뿔테 안경을 쓰고, 바버숍에서 머리를 손질합니다. 아이폰과 맥을 좋아하고, 아웃도어 행동을 즐기며, 오바마를 지지합니다. 주류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상품과 표현을 통해서 그 가치관을 주장합니다. 펑크와 히피의 가치관 일부를 계승하고 기술 혁명의 수혜를 받아들이면서도 손으로 만드는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 이들은 음악, 미술, 정치, 사회, 음식과 자연에 대한 사고법, 스타일 같은 많은 분야를 넘나들며 좀 더 감각적인 ‘센스’를 알리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힙스터들은 이렇게 야누스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실체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 이 글의 주제, ‘힙스터와 마케터의 난해한 한 판’을 풀어가자. 일단 위키피디아와 ‘현직 뉴요커’가 경멸적 정의를 내리는 그런 모습은 잠시 잊자.

이 글은 이제 해외여행자들이 밴쿠버와 코펜하겐 뒷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고, 한국 홍대 앞과 성수동 등에서도 나타나며, 일본 여성 사쿠마 유미코가 과하게 묘사한 그런 ‘힙한 사람들(힙스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에 대해 초점을 맞춰볼 것이다.

양평 리버마켓과 띵굴 마켓

한국에서 ‘힙한 생활 혁명’을 하고 있는 곳을 꼽아보자. 필자는 먼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을 꼽고 싶다. 2년 전에 가보고 그 후 2번을 더 갔다. 그 시장은 매우 힙스터적이다. 문호리 리버마켓은 먼저 장소성에서 주류 방식을 거부한다. 장소가 서울이나 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강변이다. 강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성을 자극한다. 그들은 양평군의 재정적인 지원이나 행정적 도움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운영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운영본부가 있지만 감독 1인만이 존재할 뿐이고 마켓 운영비는 그날의 수입에서 본인들이 알아서 비용을 내서 충당하는 방식이다. 청소, 주차 등 모든 것을 셀러들이 자율적으로 한다. 시장은 격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매번 마켓 테마가 바뀐다. 테마가 바뀌면 셀러들은 그 테마에 맞게 자신의 브랜드를 변화시켜야 한다. 마켓이 끝난 후에는 끝장토론이 이어진다.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합의를 통한 해결을 이뤄내고 다음 마켓을 위한 테마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진부함을 막고 계속되는 창의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셀러들이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날 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희망자는 많고 공간은 정해져 있기에 매번 추첨 방식이다. 추첨에서 떨어진 셀러들은 그 주에는 청소나 주차 관리를 한다. 마켓 곳곳에 버스커들이 참여하고 인형극, 패션쇼, 경매 등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힙스터는 뭐니 뭐니 해도 일단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10세 전후 주니어 마켓도 운영해서 아이들에게 자기 물건을 직접 팔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켓 아이템은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부터 수제 쿠키, 목공예품, 생활용품 등 시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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