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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I 자동화 리스크 줄일 새 HRD 전략

김현정,장재웅 | 433호 (2026년 1월 Issue 2)
학습을 외주화하는 조직은 경쟁력 붕괴
AI안 검증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라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개인의 업무 속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리드타임과 생산성은 여전히 ‘조정비용’의 병목에 갇혀 있는 ‘AI 생산성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고의 과정을 AI에 외주화하는 ‘학습의 실종’은 구성원의 비판적 검토 능력을 약화시켜 시스템의 오류를 맹신하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과 조직의 인지적 퇴행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HR은 단순히 AI 툴 활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속에서 맥락을 읽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판단력’과 ‘수동 비행’의 본능을 회복시키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텍스트 기반의 심층 학습과 비판적 토론을 통해 ‘사고의 근육’을 재건함으로써 HR은 단순 지원 부서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임팩트와 실행 루프를 설계하는 ‘전략적 아키텍트’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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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강의실에 서 있는 게 고역입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대학 교수의 푸념은 많은 기업 교육 담당자의 고민과 같았다. 그는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노트북 화면에 머문다고 토로했다. 강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녹음해 AI로 요약해 달라고 하고, 과제를 내주면 다음 날 AI로 만든 그럴듯한 답안이 줄줄이 도착한다. 얼핏 보면 맥락까지 이해한 듯한 문장인데 정작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자기 것으로 만든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지식은 유통되는데 학습자가 증발한 느낌, 바로 ‘학습의 실종’이다.

이 현상은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라는 거대한 대행자가 가르침과 배움 사이에 끼어들면서 기업 현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산출물이 나오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동시에 책임과 리스크가 커진다. 국내 대기업 HRD 담당자인 김 대리 사례를 보자. 김 대리는 지난해 말 생성형 AI를 활용해 2026년도 교육 기획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했다. 그는 사내의 과거 프로젝트 데이터와 전문 용어, 심지어 경영진의 문장 습관까지 학습시켜 AI가 ‘가장 우리 회사다운’ 기획서를 뽑아내도록 정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수행했다. 결과물은 완벽해 보였다. 세련된 문장과 화려한 시각 자료가 곁들여진 기획안은 누가 봐도 ‘A사 맞춤형’이었다.

하지만 임원 보고에서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문장은 유려한데, 그래서 우리 부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동료가 던진 한 질문에서도 발견됐다. “이 기획안에 담긴 핵심 데이터가 보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김 대리는 답하지 못했다. 향후 회사의 기밀 데이터를 AI에 올려 학습하게 될 우려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문장을 ‘잘’ 써준 것과 조직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결정을 담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김 대리가 사비까지 써서 유료 AI로 만든 효율화는 조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관리해야 할 리스크와 검토 비용을 키운 셈이 됐다.

AI가 생각과 판단의 일부를 대신해주면서 이처럼 조직 안에서 배우고 숙고하며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습의 실종’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AI 시대에 조직 효율성이 왜 떨어지고 있는지, 그 해법이 왜 HRD의 근본적 재정의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학습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짚어 보기로 한다.


AI가 끌어올린 ‘개인 속도’, 줄이지 못한 ‘조정비용’

두 사례는 장소와 대상만 다를 뿐 우리 시대가 직면한 거대한 역설이라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수렴한다. AI가 개인에게 강력한 가속 페달을 달아줬지만 그 가속이 조직 전체의 목적지 도달 시간을 앞당기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AI는 분명 ‘개인의 속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조직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여전히 거대한 ‘조정비용(Coordination Cost)’이라는 바리케이드에 가로막힌다. 생성형 AI의 보편화 이후 우리는 매일같이 기이한 풍경을 목격한다.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이 단 몇 분 만에 끝날 만큼 개인의 작업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예전 같으면 며칠이 걸렸을 기획안이 반나절 만에 책상 위에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프로젝트의 전체 리드타임은 예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늘어나곤 한다. 이것이 바로 현시대 지식 노동의 현장을 관통하는 ‘AI 생산성 역설’의 실체다. 문서는 늘어나는데 ‘누가 책임지고 결정할 것인가’가 비어 있으면 조직은 ‘더 빨리 만들고 더 늦게 결정하는’ 최악의 비효율로 빠진다.

실제 수치도 이 병목을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 Work Trend Index 1 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들은 업무 시간의 60%를 이메일 읽기, 채팅 응대, 회의 참석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및 조정’ 업무에 쏟아붓고 있다. 정작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작과 생산’ 작업에 할애되는 시간은 40%에 불과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AI는 주로 40%에 해당하는 생산 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 초안이 더 빨리 나오고 분석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일수록 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60%의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오히려 비중이 더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는 조직의 시스템보다 개인의 니즈가 앞서 AI를 임의로 도입하는 ‘BYOAI(Bring Your Own AI)’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 세계 지식 노동자의 75%가 이미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회사의 공식적인 승인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각자의 도구를 가져다 쓰고 있다. 반면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AI 활용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3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개개인은 AI라는 고성능 엔진을 달고 질주하기 시작했지만 조직 차원의 공통된 규칙(Governance)과 이를 뒷받침할 역량은 여전히 과거의 속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조직에서 개인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혼란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공통된 규칙과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들이 제각각 AI를 쓰기 시작하면 조직은 세 가지 비용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첫째, 검증 기준이 제각각이라 같은 문제에 대해 팀마다 다른 결론과 다른 근거가 쏟아지기에 조직 내 합의 비용이 커진다. 둘째, 보안·저작권 경계가 제각각이라 데이터 반출과 재사용의 리스크가 증가한다. 셋째, 결정에 따른 책임이 흐려진다. 그저 “AI가 그렇게 말했다”는 식으로 근거를 대다 보면 조직 내부에서 더 많은 승인과 회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개인은 빨라지지만 조직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뜻으로 이로 인한 시간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학습의 외주화’가 부르는 자동화 편향의 덫

여기서 기업 내 HRD 조직이 경계해야 할 더 큰 위험은 ‘학습의 외주화’가 부르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다. 자동화 편향은 시스템이 제시한 정보를 과신해 비판적 검토를 생략하고 결국 오류를 놓치거나 잘못된 권고를 그대로 실행하는 경향을 말한다. 2

학술적으로 이 현상은 인간-자동화 상호작용 연구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오류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오미션(Omission, 놓침) 오류’다. 시스템이 결정적인 결함이나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 때 인간 역시 그 문제가 아예 없다고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두 번째는 ‘커미션(Commission, 맹신) 오류’로 시스템이 명백하게 잘못된 정보나 부적절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해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리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가 보안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답하지 못한 것은 전형적인 ‘오미션 오류’에 해당한다. AI가 이런 자료를 입력하고 답을 구하는 것이 보안상 위험하다는 경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김 대리 스스로도 그 위험을 인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맥락에 맞지 않는 유려한 문장들을 기획서에 그대로 담은 것은 ‘커미션 오류’의 결과다. AI가 그럴듯하게 써준 문장의 ‘형식’에 매몰돼 그 속에 담겨야 할 ‘전략적 의도’와 ‘실행력’이라는 본질을 놓쳐버린 것이다.

이러한 편향이 무서운 이유는 이것이 개인의 실수를 넘어 조직의 ‘인지적 퇴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습의 과정, 즉 정보를 찾고, 고민하고, 논리를 세우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AI에 외주화하는 순간, 우리 뇌의 비판적 사고 근육은 급격히 위축된다. 스스로 학습하지 않은 지식은 내면화되지 않으며 내면화되지 않은 지식은 위기의 순간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자동화 편향은 지식 노동자를 ‘사고의 주체’에서 ‘시스템의 감시자’로 전락시킨다. 시스템이 정상이라고 말하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조직은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거나 데이터가 오염되는 순간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지적 마비’가 가져오는 비극은 2013년 발생한 아시아나 214편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당시 183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종사들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이해 부족’을 핵심 결함으로 지적했다. 당시 조종사들은 착륙 시 오토스로틀(Autothrottle) 3 이 활성화돼 비행기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실제 시스템은 엔진 추력이 최저 상태로 고정되는 ‘홀드(Hold)’ 모드에 들어가 있었고 조종사들은 이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를 정교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자동화 뒤에 숨겨진 위험을 능동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야 할 전문가들이 기술만 믿고 시스템의 뒤편으로 물러나 있었던 결과다. 이는 단순히 항공기 조종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늘이 맑고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오토파일럿은 더없이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난기류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위급한 순간, 오토파일럿에만 의존해온 조종사는 수동 비행의 감각을 잃어버려 치명적인 실패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항공 업계는 오토파일럿의 효율을 인정하면서도 ‘수동 비행’ 역량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려는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왔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은 항공사들이 조건이 허락할 때 수동 비행을 장려하고 훈련과 라인 운영에서 수동 비행 숙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절차를 갖추라고 권고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자동화 정책이 수동 조작할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지 점검하라고 권고한다.

지식 노동도 점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에서 ‘주니어 채용 축소’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보고는 이 흐름을 시사한다. 예컨대 AI 기반 인재·채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리서치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에서 엔트리 레벨 채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생성형 AI가 주니어 인력이 담당해오던 루틴 업무를 대체하면서 경험을 곧바로 실행과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중·고경력 인재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4 미국의 테크 전문 매체 WIRED는 ADP 고용 데이터(2022~2025)를 분석해 AI 영향이 큰 산업일수록 22~25세 연령대 고용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5 .

“AI를 잘 쓰는 신입이 유리하다”는 단순한 구호보다 실제 시장은 ‘수동 감시자’가 아니라 ‘능동 설계자’와 ‘통합 실행자’를 더 원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변화는 HRD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AI 리터러시를 그저 ‘툴 사용’으로 정의하면 곧바로 가치가 희석된다. HRD가 키워야 하는 것은 ‘AI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능력’이다.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 업무 전문가들이 학습과 생각의 과정을 AI에 ‘외주화’하고 쉽게 결과만 도출하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쟁력은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든, 산업용 휴머노이드든 혹은 기업의 전략을 짜는 생성형 AI든 모든 자동화 과정의 끝에는 똑같은 경고가 남는다. ‘사고의 근육’을 쓰지 않는 전문가에게는 위기를 돌파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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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된 학습 전략:
‘수동 비행’의 본능을 회복하라

기업 교육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학습의 외주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전통적 학습 방식을 ‘복원’이 아닌 ‘고도화’해야 한다. AI가 평균값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를 맞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학습 데이터의 입력과 해석, 검증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을 ‘고도 학습’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여기서 고도 학습의 기본은 세 가지다.

1) 텍스트 기반 학습: 지식의 내면화와 메타 인지

인류는 오랜 시간 텍스트와 대화를 통해 지혜를 쌓았다. 특히 긴 글을 읽는 행위는 뇌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자극하며 지식을 개인화하고 내면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시청각 자료가 주는 편의성도 크지만 글을 읽는 과정은 훨씬 높은 능동성을 요구한다. 독자가 문맥을 파악하고 스스로 이미지를 형상화할 때 비로소 지식은 생동감을 얻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된다.

텍스트 학습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메타 인지’에 있다. 학습자는 자신의 선행 지식과 역량에 맞춰 읽는 속도를 제어하며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인지적 확장을 경험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학습 능력 자체가 향상되고 탄탄한 ‘스키마(Schema)’가 형성돼 복잡한 정보도 빠르게 흡수하는 힘이 생긴다.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AI 산출물의 질을 결정하듯 인간 역시 검증된 텍스트를 접해야 한다. 전문가의 식견이 담긴 데이터는 AI의 추천 알고리즘을 압도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블링크』에서 강조했듯 오랜 수련을 거친 전문가의 ‘안목’은 찰나의 순간에도 첨단 기술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이러한 안목을 기르는 최선의 길은 여전히 깊이 있는 읽기에 있다.

2) 토론 학습: 비판적 검토와 집단지성의 형성

조직 학습은 구성원 간의 지식 공유와 소통, 비판적 수용을 통해 완성된다.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심리적 안전감’이 팀 학습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제시한 답이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이를 조직의 맥락에서 검증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패착을 부를 수 있다. 이제 조직에서의 안전감은 단순히 동료 간의 실수를 용인하는 차원을 넘어 ‘AI라는 거대한 알고리즘의 권위(Algorithmic Authority)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직결된다.

생성형 AI의 결과물이 ‘유려한 문장’과 ‘방대한 데이터’라는 형식을 갖추는 순간, 조직 내부에는 일종의 ‘알고리즘 맹신’이 형성되기 쉽다. 만약 조직 내부에 심리적 안전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구성원은 AI가 내놓은 답안에서 미세한 환각(Hallucination)이나 논리적 비약을 발견하더라도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AI가 도출한 결과인데 내가 잘못 안 것이겠지’ 혹은 ‘데이터가 그렇다는데 굳이 토를 달 필요가 있을까’라는 자기 검열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고도화된 토론 학습은 ‘AI의 결함을 공론화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AI가 내놓은 전략적 권고안을 집단지성으로 해체하고 그 이면의 리스크를 가감 없이 지적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갖춰질 때 비로소 조직은 AI를 ‘상사’가 아닌 ‘도구’로 통제할 수 있다.

AI로 인해 정보를 얻는 것은 쉬워졌지만 그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모든 이론이 영원한 진리가 아니듯 AI의 권고 역시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지식을 맹신하는 태도를 버리고 전문가의 리뷰와 집단지성을 통해 지식을 ‘잠정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어젠다에 동의하는 시간을 뜻하지 않는다. 각자가 습득한 지식을 오픈 마인드로 나누고 시각화해 조직 내부에서 필터링하는 과정이다. 다양성을 가진 조직이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때 온라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지향적 지식’이 창조된다.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행동 지침으로 구체화하고 실험하는 장, 즉 ‘수동 비행’의 본능을 유지하는 장이 의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3) 그룹 학습 프로세스: 맥락의 부여와 책임의 확인

가장 정교한 학습 모델은 ‘그룹 작업’이다. 1940년대 커트 레빈의 실험실 훈련 6 에서 시작해 오늘날 그룹 코칭으로 진화한 이 활동은 동료와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지식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개인의 경험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고립감을 해소하고 정서적 연결을 이룬다. 이는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된 지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계기가 된다.

훈련된 전문가가 개입하는 그룹 학습은 지식을 단순한 정보에서 ‘예술(Art)’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이렇게 정제된 지식은 인간의 감각과 인지 기관을 온전히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 또한 같은 조직이나 직군이 그룹을 이룰 때 지식에 ‘맥락’이 부여되며 이는 현업으로의 즉각적인 전이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습의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학습의 주권을 회복할 때 우리는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으며 비로소 더 나은 일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학습-실행 루프를 설계하는 아키텍트의 시대

전통적 학습법의 고도화는 일의 본질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고급 지식을 조직 내부에 유통하는 핵심 기제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오프라인 근무를 늘리고 대면 소통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사 시간을 공유하고 얼굴을 맞대며 대화하는 문화를 복원해 고급 지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에서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기업 교육 부서의 책무는 명확하다. AI를 스마트하게 활용하되 구성원들이 전통적 학습법의 가치를 잊지 않게 하는 것, AI와 인간이 소외되지 않고 공진화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HRD는 학습을 최적화하는 최전선의 ‘아키텍트’가 돼야 한다.

워런 버핏은 2025년 11월 공개한 주주 메시지에서 “과거 실수 때문에 자책하지 말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라. 결코 늦지 않다”고 전했다. HRD가 해야 할 일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AI가 평균값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조직의 경쟁력은 ‘정답을 빨리 뽑는 능력’이 아니라 ‘배운 것을 실행으로 바꾸는 능력’에서 갈린다. HRD는 교육을 늘리는 부서가 아니라 조직의 출력과 조정비용을 재배치해 병목을 제거하는 ‘학습-실행 루프’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 AI라는 거대한 오토파일럿 시대에 조직이 수동 비행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장 빠른 경로로 비행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2026년 HRD가 증명해야 할 존재 가치다.
  • 김현정

    김현정

    Executive Coach Society 대표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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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웅

    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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