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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바이스 AI’ 실용성 부족에 다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한마디로 ‘로봇에, 로봇에 의한, 로봇을 위한’ 무대였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5는 전 세계 160개국 약 4500개 기업이 ‘기술의 장’을 펼치는 가운데 AI 로봇 시대의 서막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CES는 매년 글로벌 전자산업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지만 올해만큼 로봇이 주목받은 해는 없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것은 ‘물리적 AI(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할 AI가 가미된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기조연설자로 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세상을 바꿀 차세대 물결로 ‘물리적(physical) AI’를 제시하며 로봇을 통한 물리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는 AI 개발 플랫폼으로 가상환경 속에서 물리적 법칙이 적용되는 3D 환경을 조성해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로봇이 실제 상황과 동일한 가상현실을 학습해서 실제로 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이번 CES의 화두였다. 테슬라는 2021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왔다. 젠슨 황 CEO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협업 기업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휴머노이드가 AI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인접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 내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가 관람객과 소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픈AI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인력 채용에 나서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제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AI가 일상에 적극 개입해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시대가 된 것은 물론 사람이 챗GPT에 질문하고 확인하는 것과 같이 ‘로봇이 인간처럼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로봇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고도화된 음성, 제스처, 촉각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일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사실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기업과 현장은 일찍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제품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자동화에 눈을 떴고 이를 위해 로봇을 발전시켜 왔다. 흔히 산업용 로봇으로 일컬어지는 특수 목적 로봇들이 대표적 예다.
2000년대 말부터는 ‘협동 로봇’이 인기를 끌었다. 다품종소량생산 체제로의 전환에 맞물려 인간의 곁에서 인간을 위해 일하는 기술을 향한 열망에서 시작했으며 문자 그대로 ‘인간과 협동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이 바로 협동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힘을 감지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이 이동하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자동으로 작동을 중지하게 되므로 작업자의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해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작업 영역으로 들어오면 이동 범위를 줄여서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 최첨단 기술 위에 안정성과 정밀성을 더해 그동안 인간이 해왔던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산업 현장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협동이라는 용어는 안정성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훨씬 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협동 로봇은 펜스 없이 작업자와 협업할 수 있으며 초보자도 짧은 시간 안에 숙련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물리적 AI의 중심, 협동 로봇협동 로봇은 젠슨 황 CEO가 강조한 ‘물리적 AI’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물리적 AI란 로봇이 사람처럼 정밀한 물리력을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조작 능력을 실현하려면 로봇은 고도화된 감지 체계를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물리적 AI는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로봇이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기하학적·공간적 관계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가정용, 협동, 웨어러블,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 유형으로 확장되는 로봇 세계관 속에서 로봇 기술의 새로운 진화를 상징한다.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메타파머스(Metafarmers)의 농업용 로봇은 물리적 AI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작물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수확, 인공 수분, 병해충 예찰 등의 농작업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재배 공간을 이동하면서 작물을 인식하고 자체 소프트웨어로 수집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에 활용해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로봇에 탑재된 맞춤형 ‘엔드이펙터(End-Effector)’는 농장 환경별 특수 요구를 충족시켜 최적의 결과를 제공한다.
물리적 AI의 도래는 단순한 로봇 기능 향상을 넘어 로봇이 물리적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메타파머스의 사례는 AI와 로봇이 결합해 공간적 이해와 정교한 작업 수행을 통해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을 입증한다. 협동 로봇과 물리적 AI의 융합은 제조업, 농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로봇 기술의 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유니버설로봇 역시 지난 2021년부터 엔비디아와 협업해 협동 로봇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24년 협동 로봇에서 고급 AI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연구를 가속화하고, AI 제품의 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플랫폼 ‘UR AI 액셀러레이터’를 발표했다.
프리스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는 2025년 전 세계 로봇 기술 시장의 규모를 1084억30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30년 1600억 달러(약 23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는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해 2028년까지 매년 20%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작업자 10명당 1개의 로봇을 사용할 정도로 로봇 밀도(인구수 대비 로봇 설치 비율)가 높고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는 전 세계 평균치의 6배 수준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AI와 융합해 한국의 로봇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첨단 기술의 총합체올해 CES 2025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은 단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이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은 이번 CES 기간 동안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한 도전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를 포함한 여러 로봇 기업도 실물 휴머노이드를 공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기술 경쟁은 단순히 트렌드를 좇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로봇 기술의 본질적인 진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인간형 로봇은 오랜 기간 연구·개발이 진행돼 온 분야다. 그러나 지금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기술적·사회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CES가 보여주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는 단순한 미래 비전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로 주목하는 시장의 방향성을 반영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이유는 물리적 AI 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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