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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팀장들이 말하는 리더십의 이상과 현실

“지시형은 꼰대, 지원형은 저성과 위험
‘뭘 하겠다’보다 ‘무엇이 되겠다’가 중요”

지희수,이규열 | 391호 (202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요즘 팀장들은 더 이상 부드러운 리더십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는 때에는 지원형 리더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 구성원, 외부의 특성에 따라 지시적 리더십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팀장들은 권한 위임에 대한 어려움과 중요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팀장들에게 위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요도가 작은 과업부터 하나씩 위임하는 등 팀장과 팀원 모두 권한 위임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팀장들은 전략적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부담은 팀장 혼자 짊어지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과 여러 대안을 모색하며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리더십 연구에서 관리자의 업무를 다룰 때 상정하는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쉴 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근무시간도 많고 집에 와서도 일 생각을 내려놓지 못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본업에 몰입하지 못하기 십상. 정신없이 이 일, 저 일에 치이는 게 학계에서 바라보는 관리자의 모습인 것이다. 위에서도 치이고 아래서도 치이는 중간관리자라면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팀장이라면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팀원들을 데리고 조직이 부여한 목표를 달성해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웰빙과 만족도 살뜰하게 챙겨야 한다. 그 모든 요구를 이루기 위해서는 슈퍼맨이라도 돼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복잡하게 뒤얽힌 다양한 요구 속에 과연 팀장에게 필요한 진짜 역량은 무엇일까. DBR이 국내 최대 팀장 커뮤니티 ‘팀장클럽’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며 진짜 팀장들이 생각하는 팀장의 이상과 현실을 조사했다. 실제 팀장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적인 역량은 무엇인지, 반면 현실에서 어렵게 여기는 역량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팀장클럽에서 맹활약 중인 베테랑 팀장인 ‘두문정수(닉네임)’, ‘에밀’팀장과 결과를 풀이했다. 설문 조사에는 총 104명의 팀장이 참여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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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확한 지시형 리더십
vs. 부드러운 서포트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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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지시형 리더십’과 ‘부드러운 지원형 리더십’ 중 응답자의 54%가 ‘명확한 지시형 리더십’이 더 어렵다고 답했고, 55%가 ‘팀장에게는 명확한 지시형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상대 문항인 ‘부드러운 지원형 리더십’과는 각각 8%p, 10%p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다른 문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차이를 보였으나 의외의 결과였다. 리더 개인의 품성과 명확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한 진실한 행동으로 구성원들과 투명한 관계를 맺는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등 소위 ‘요즘 리더십’이라고 떠올리는 스타일과 지시적 리더십은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팀장클럽의 독서모임 ‘독한팀장’에 참여한 팀장들이 『군주론』과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극단적인 관점 차이를 보이는 두 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나눴는데 대부분의 팀장이 ‘요즘 같은 시대에 군주론처럼 행동하면 큰일 날 것 같다’며 서번트 리더십을 선호했다.

이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강조하는 시대에 지원형 리더십을 따르는 것이 적합해 보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피로감 역시 있음을 호소하는 듯하다. 동시에 지원형 리더십이 주류가 된 지금, 지시적 리더십 행동은 소위 ‘꼰대’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는 지원적 리더십에 대한 교육, 훈련 등이 주로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원적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더 쉽다고 느낀 결과일 수 있다.

다만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강해진 최근에는 한동안 선호되던 지원형 리더십만으로는 성과 창출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사내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팀장클럽의 ‘두문정수’ 팀장은 “리더십 유형은 상황과 사람에 따라 유연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조직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긴급 상황에서는 지원형 리더십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횡령 전적이 있거나 주어진 과업을 혼자 수행할 역량이 크게 부족한 구성원들에게도 지원형 리더십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명확하게 업무를 지시해줘야 한다. 반면 안정적인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꾸준히 성과를 내고 성장하고자 하는 팀원에게는 지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2. 팀장으로서의 권한 유지 vs. 구성원에게 권한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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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63%가 ‘구성원에게 권한 위임’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9%가 ‘팀장으로서의 권한 유지’와 ‘구성원에게 권한 위임’ 중 ‘구성원에게 권한 위임’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 항목인 ‘팀장으로서의 권한 유지’ 대비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

앞서 살펴본 1번 문항의 결과와는 다소 상충되는 결과다. 이는 팀장들 사이에서 일종의 역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의 저자인 팀장클럽의 ‘에밀’ 팀장은 “교육을 통해 배운 것과 실제 현실 사이 괴리가 이처럼 상충된 응답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시적 리더십을 통해서라도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많이 받은 교육 내용처럼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권한을 구성원에게 위임하기란 쉽지 않다. 권한을 위임해도 관리자는 계속해서 구성원의 업무 활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신임할 수 있는 소수의 구성원에게만 민감한 업무 일부를 위임하는데 부하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하기도 한다. 성취 욕구가 높은 관리자라면 중요하고 도전할 만한 과업을 위임하지 않고 직접 처리하고자 하는 성향도 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이나 의욕이 부족할 경우에도 권한 위임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한 위임이 주는 이익은 다양하다. 우선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한다. 팀원이 현장을 더욱 잘 알고 있거나 현장에 관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또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권한 위임을 통해 더 질 높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팀원의 몰입이 향상되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일종의 일체감과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소위 ‘MZ세대에게 일의 의미를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권한위임은 직무를 더욱 흥미롭고 도전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리더들에게 권한 위임은 효과적인 시간 관리 수단이다. 팀원들에게 일부 업무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팀장은 더 중요한 업무에 매진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문정수 팀장은 “권한 위임이 어려운 건 실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며 “조직에 주는 임팩트가 적은 과업부터 위임하라”고 조언했다. 위임을 할 때는 구성원에게 주어진 책임을 명확히 이해시켜줘야 한다. 위임한 과업을 통해 기대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권한을 위임하되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하며 업무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위험 부담이 큰 업무라면 더욱 자주 보고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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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팀 성과 달성 vs. 안정적인 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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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한 팀 성과 달성’과 ‘안정적인 팀 문화 구축’ 중 응답자의 63%가 ‘안정적인 팀 문화 구축’이 더 어렵고, 58%가 팀장에게는 ‘목표한 팀 성과 달성’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문항에서 상대 항목과의 차이는 26%p, 16%p만큼 나타났다. 이는 팀장들이 기업의 본질인 수익 창출을 더욱 우선하는 반면 주도적으로 고유한 팀만의 문화를 제안하고 형성해가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팀 문화 구축을 포기하고 목표한 팀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별 직무가 명확하게 규정된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팀 문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목표한 팀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보통 팀원들의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팀원이 공통의 목표,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하지 않을 경우 팀 성과 달성은 소원한 일이다.

두문정수 팀장은 “팀 문화 구축이 어렵다면 조직 전체의 사명이 없거나 리더가 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며 “팀 문화는 리더 개인의 철학이 아닌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더 개인의 가치, 철학이 팀 문화를 크게 좌우하지만 제아무리 공고한 팀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조직문화와 부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경쟁 지향적인 조직문화에서 한 팀장이 이타적인 팀 문화를 지향한다고 다른 팀에 성과를 양보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팀 문화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조직의 사명선언문, 핵심 가치, 행동 강령들을 살펴보고 이에 기반해 팀원들이 행동하고 소통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안정적인 팀 문화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면 팀장 개인이 행동 방식을 정하기보다는 팀원들과 함께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논해야 한다. 팀원들과 일종의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회의는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낸다’와 같이 사소한 규칙부터 ‘팀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공유해야 한다’와 같이 널리 통용되는 원칙까지 조직에 맞는 다양한 그라운드 룰을 팀원들과 함께 세워 나가야 한다.


4. 전략적 의사결정 vs. 전략의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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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의사결정’과 ‘전략의 실행’ 중 응답자의 70%가 ‘전략적 의사결정’이 더 어렵고 76%가 팀장에게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 항목인 ‘전략의 실행’과 각각 40%p, 52%p만큼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큰 어려움과 중요성을 느끼는 이유로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다. 에밀 팀장은 “과거에 불확실성이 크지 않았을 때는 의사결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며 “오늘날에는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국내외 경제 상황도 어려워진 탓에 예측과 결정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때 의사결정의 부담을 팀장 혼자 짊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문제해결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원들과 여러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팀장은 최종 선택을 내려야 한다. 우선 의사결정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를 구체화하고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인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대안을 제안하도록 하고 기대 결과와 각 대안의 장단점을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꼽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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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팀장 생활 만족도 조사

현재 팀장 생활에 만족하는지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총 10점 만점 중 평균 약 6.3점을 보였다. ‘팀장을 맡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팀장을 맡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7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추가적으로 임원이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는 5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를 팀장들의 직장 생활 만족도가 높다고 이해해선 안 된다. 에밀 팀장은 “직장인의 행복을 조사하는 국내 한 기업에 따르면 임원, 팀장, 직원 중 팀장의 만족도가 최하위로 나타났으며 팀장의 만족도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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