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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사용자 수 1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넥스트 커머스’ 전략

매입·배송 대행해 셀러의 창업 문턱 낮춰
年 1500억 건 데이터로 소비자 맞춤 추천
Article at a Glance

에이블리는 시장 규모는 방대하지만 압도적 선두 주자가 없던 여성 패션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전개했다. 초기 웹 쇼핑몰 운영을 통해 패션 가치사슬을 밑바닥부터 학습하고 풀필먼트를 구축한 후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시장이 파편화되는 흐름을 포착해 플랫폼으로 피벗했다. 특히 동대문 사입부터 배송, CS까지 풀필먼트 전 과정을 대행하는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구축해 셀럽과 초보 창업자를 판매자 생태계로 유입했다. 또한 트렌드 중심의 기성 패션업의 문법에서 벗어나 소비 패턴이 유사한 사용자 그룹을 매칭해 제품을 교차로 추천하는 AI 추천 알고리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무수한 마켓 가운데 고객이 자신의 스타일의 꼭 맞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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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라는 뜻의 ‘넥스트(Next)’는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패러다임 전환이나 세대교체 같은 거대한 의미도 품고 있다. 이 수식어를 콘텐츠와 서비스 분야에 적용했을 때 산업 지형을 바꾼 생태계 창조자로 꼽히는 것이 바로 유튜브와 앱스토어다. 실제로 유튜브와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 크리에이터와 개발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쉽게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이커머스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서 ‘넥스트’를 표방하고 나섰다. 현재 에이블리 내 입점 판매자(Seller) 수는 약 10만 개로 무신사 등 주요 경쟁 플랫폼 대비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방대한 판매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인 상생 솔루션 ‘에이블리 파트너스’ 덕분이다. 판매자가 제품 선택과 사진 촬영, 마켓 업로드만 담당하면 사입·물류·배송·CS·마케팅 등 풀필먼트 전 과정은 에이블리가 대행한다. SNS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나 초기 자본 및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 창업자들에게 최적의 창업 인프라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판매자가 저마다의 취향을 담은 가성비 좋은 소호 패션1 제품을 선보이자 자연스럽게 소비자들도 에이블리로 발길을 옮겼다. 현재 에이블리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약 1000만 명에 육박할 만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패션 전문 몰 앱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래의 핵심 소비층인 알파세대에서 에이블리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에듀핀테크 플랫폼 퍼핀이 2025년 상반기 알파세대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네이버와 쿠팡마저 제치고 10대가 가장 많이 결제한 플랫폼 1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에이블리가 10대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이용자의 30%를 차지하는 20대를 필두로 10대, 30대, 40대가 각각 20% 안팎의 고른 분포를 보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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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와 수요자가 가득한 플랫폼은 매력적이지만 관리가 삐끗하면 순식간에 ‘도떼기시장’이 돼버린다. 볼 게 너무 많아 선택 장애가 온 소비자, 내 물건을 살 고객을 찾지 못해 막막한 판매자. 에이블리는 이 문제를 AI 개인화 기술로 시원하게 풀었다. 에이블리 유저들이 한 달간 머무는 시간은 무려 4억8200만 분. 여기서 쏟아지는 매일 4억 건의 데이터를 뼈대로 자체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 서로의 취향을 딱 맞춰 연결해 준 것이다.

셀러를 위한 풀필먼트와 유저를 위한 AI 추천이 시너지를 내자 성과도 대박이 났다. 론칭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찍더니, 2024년엔 업계 최초로 연간 거래액 2조 원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2조8000억 원, 매출은 3697억 원에 달한다. 몸값도 제대로 인정받았다.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 가치 3조 원의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누적 투자금 3230억 원은 여성 패션 쇼핑 업계 최대 규모다. 대기업 품에 안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내실을 다지며 홀로 성장해 올해 4월 중견기업으로 당당히 승격했다는 점에서 에이블리의 행보는 더욱 독보적이다. DBR이 에이블리의 사령탑 강석훈 대표를 만나 이커머스의 ‘넥스트’를 그려가는 스케일업 비밀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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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48배 성장한 패션 이커머스,
니치 마켓 모아 플랫폼으로


에이블리의 전신은 2015년 설립된 여성 패션 쇼핑몰 ‘반할라’다. 흥미로운 점은 강 대표를 비롯해 에이블리 창업에 투신한 초기 멤버 대부분이 OTT 플랫폼 ‘왓챠’의 창업 멤버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들은 여성 패션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으며 스타일보다는 일과 공부에만 몰두해 온, 이른바 ‘범생이’ 집단에 가까웠다. 이 지극히 모범적인 이공계·IT 성향의 팀이 ‘반할라’라는 발칙한 이름의 여성 패션 쇼핑몰을 열며 과감한 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용(큰 시장)의 꼬리’가 될지언정 ‘뱀(작은 시장)의 머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인 2011년 왓챠 공동 창업에 참여했던 강 대표는 직전 창업에서 ‘전방 시장(TAM) 규모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니치 마켓을 공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작으면 스케일업에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시장 규모 자체가 큰 경우 ‘용(큰 시장)의 꼬리’가 되더라도 높은 기업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에 강 대표의 시선은 당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던 이커머스를 향하게 됐다. 2016년 통계청이 발행한 ‘통계로 본 온라인쇼핑 20년’2 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5조8883억 원으로 2001년 대비 16.1배가량 성장했다.3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2013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AT커니가 발표한 글로벌 e-커머스 지수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6위, 7위를 차지했다.4 한국보다 인구나 경제 측면에서 우위를 지닌 선진국 사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시장을 형성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특히 패션 비즈니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의 거래액은 약 8조5000억 원으로 디지털화가 용이한 여행 및 예약 서비스(약 10조 원) 다음으로 가장 큰 상품군이었으며 2001년과 비교하면 무려 4714.3% 증가했다. 또한 모바일 쇼핑에서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의 거래액이 4조6000억 원으로 가장 컸고 예약 서비스, 생활·자동차용품이 그 뒤를 이었다.

창업 멤버들은 패션 커머스와 관련해 특히 앱에서 기회를 엿봤다. 갤럽 조사 결과 2014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75%를 돌파하며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커머스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던 때다. 그해 ‘로켓 배송’ 서비스를 론칭한 쿠팡이 생필품을 중심으로 당일 배송 및 새벽 배송을 업계의 룰로 제안했다. 한편 성장이 둔화된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기성 유통 기업은 모바일 혁명에서 생존하기 위해 앱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각변동 가운데 패션 분야에서 실제 앱을 출시하고 큰 호응을 얻은 곳이 거의 없었다.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는데 압도적인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창업 멤버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가 크고 성장세가 가파른 패션 분야를 정조준했다. 제대로 된 애플리케이션(앱)만 구축한다면 후발 주자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이 거대한 시장을 겨냥하는 만큼 남성 패션에 비해 시장이 압도적으로 발달한 여성 패션 커머스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처음부터 플랫폼 비즈니스였다. 그러나 소비자와 공급자가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생태계를 운영하려면 양측의 생리를 완벽히 꿰뚫고 있어야 했다. 패션 산업은커녕 본인들의 스타일에도 무지했던 창업 멤버들이 곧바로 플랫폼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였다. 패션 이커머스의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직접 경험하며 밑바닥부터 배우는 과정이 선행돼야 했다. 창업 멤버들이 플랫폼인 에이블리 대신 쇼핑몰인 ‘반할라’를 먼저 론칭한 이유다. 산업을 학습하고 기틀을 닦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이들은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앱 대신 빠르게 론칭할 수 있는 웹사이트 기반의 온라인 쇼핑몰 반할라를 선보였다. 쇼핑몰을 통해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먼저 확보하면 이를 발판 삼아 자연스럽게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있었다. 낯선 업계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반할라는 월 매출 약 15억 원, 업계 순위 50위권에 진입하며 여성 쇼핑몰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반할라 팀은 론칭 2년 만에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과감히 선언했다. 쇼핑몰 운영을 통해 산업의 메커니즘을 체득하겠다던 초기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사입과 물류,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CS를 처리하며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공급자들의 고충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 작게나마 자체적인 풀필먼트 시스템도 내재화할 수 있었다.

당시 피벗을 결심한 이유는 패션 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파편화였다. 당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급부상하고 있었다.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호응하는 콘텐츠를 집중 노출하며 취향을 한층 견고하게 만드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를 낳았고 이에 발맞춰 인플루언서 기반의 1인 쇼핑몰들이 이커머스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 대중을 겨냥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메가 브랜드보다 취향 중심의 니치 마켓이 득세하면 개별 쇼핑몰이 확보할 수 있는 매출의 상한선은 되레 낮아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쇼핑몰을 고수하는 것은 거대한 판을 공략하겠다던 창업 초기의 야심과 멀어지는 길이었다. 수많은 1인 마켓을 한데 모으는 플랫폼이 된다면 쇼핑몰보다 훨씬 거대한 시장을 직접 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다른 깨달음은 브랜드와 플랫폼은 ‘업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쇼핑몰에서 플랫폼으로 물 흐르듯 전환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초기 가설은 오판이었다. 브랜드로서 성공하려면 트렌드에 극도로 예민해야 할 뿐 아니라 특유의 감도 높은 멋을 비주얼로 구현해내야 한다. 하지만 IT 출신의 개발·기획자로 구성된 창업 멤버들은 제품과 사업을 개발하는 데는 능했을지언정 자기만의 스타일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영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아무리 충성 고객이 두터운 쇼핑몰이라 한들 다른 쇼핑몰 입장에서는 협력 대상이 아닌 경쟁사일 뿐이기에 타 브랜드를 입점시켜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반면 플랫폼의 정수는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수많은 셀러를 유입시키고 UI/UX 개선을 통해 유저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으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테크 기반의 창업 멤버들이 가장 잘하고, 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전문 분야였다.

쇼핑몰과 플랫폼은 DNA부터 다르다. 어정쩡하게 간을 볼 때가 아니었다. 전격적인 피벗이 필요했던 반할라 팀은 2017년 11월, 그동안 쌓아온 자사 몰과 풀필먼트 노하우를 쏟아부어 ‘플랫폼 전환 앱 개발 100일 프로젝트’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션은 심플했다. 유저가 들어오자마자 ‘아, 여기는 플랫폼이구나!’ 느끼게 만들 UI/UX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을 채워줄 셀러 30명을 100일 안에 모으는 것이었다. 먼저 UI/UX에는 대형 오픈마켓들이 쓰는 직관적인 포맷을 빠르게 흡수했다. 특히 첫인상을 좌우하는 상품 섬네일 레이아웃에 가장 공을 들였다. 쇼핑몰과 달리 플랫폼에는 상품 옆에 ‘어느 가게 물건인지(마켓명)’가 보여야 플랫폼답다. 하지만 입점한 판매자가 없던 에이블리는 묘수를 냈다. 마켓명 칸에 마켓 이름 대신 모델 이름을 집어넣어 허전함을 지운 것이다.

셀러 30명을 채우기 위해 눈독을 들인 건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는 인스타그램의 셀럽들이었다. 이들에게 제품 사입, 배송 관리, 고객 서비스 등을 플랫폼이 대신 수행하고 수익금을 일부 정산하는 조건을 제안했다. 쇼핑몰 운영 경험이 없는 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신생 플랫폼의 러브콜에 단번에 “오케이”를 외치는 셀럽은 냉정히 말해 거의 없었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유명 셀럽의 경우 하루에도 DM을 수천 개씩 받는 인기인인 만큼 콜드콜(cold call)5 이 수신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하루에 100개씩 꾸준히 셀럽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무시와 거절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사람에게 약 10번씩 메시지를 보내면 2~3명 정도는 답장이 왔다. 지난한 삼고초려를 겪고 결국 30명을 모으는 데 성공하며 30개 이상의 마켓이 운영되는 플랫폼으로서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패션 맞춤형 풀필먼트로
창업 문턱 낮추고 해자 달성


2018년 3월, 여성 패션 플랫폼 앱 ‘에이블리’가 출범했고, 론칭 한 달 만에 거래액 5억 원을 달성했다. ‘되는 사업’임을 확신한 에이블리 팀은 팬덤을 갖춘 셀럽을 위한 창업 생태계로서의 사업 모델을 더욱 구체화했다. 판매자가 동대문에서 제품을 선정하고 사진을 촬영해 각자의 마켓에 올려 구매가 발생하면 이커머스 운영 인프라를 갖춘 에이블리가 제품 사입부터 물류, 배송, 고객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에이블리가 전담하고 매출의 10%를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파트너스’ 솔루션을 구축했다. 자본이나 노하우가 부족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 창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모델이었다.

초기에는 동대문을 기반으로 셀럽과 초보 창업자를 모으겠다는 에이블리의 전략을 업계는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보통의 패션 플랫폼은 기성 브랜드나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주력한다. 특히 화보 수준으로 제품을 촬영해 판매하는 전문 판매자들에게는 1인 창업자가 직접 찍어서 올린 사진이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후발 주자로서 에이블리는 데이터에 주목해 소호 제품과 1인 창업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2018년은 유가 급등락과 글로벌 경기 악화, 미·중 무역 갈등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기가 밝지 않았다. 또한 당시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297만 원, 중위소득은 220만 원 선이었기 때문에 많게는 수십만 원대에 형성된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대부분의 고객이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더욱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셀럽 역시 에이블리와 전략적 파트너로 협업할 유인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을 여는 셀럽이 늘어나던 때 에이블리는 창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셀럽들은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 자신의 스타일을 동경하는 팬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에이블리는 더욱 많은 마켓과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다. 개별 마켓에서 운영을 독자적으로 맡는 것보다 거대한 플랫폼에서 이를 수행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초기 데이터만 봐도 에이블리의 전략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전문 판매자와 비교해 1인 창업 판매자들의 상품당 매출이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강 대표는 “전문 판매자들은 분명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타깃 고객인 젊은 여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에 ‘직접 입을 옷’을 선별해 판매한다는 장점을 이길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에이블리만의 패션 맞춤형 풀필먼트도 구축했다. 세부 카테고리가 많은 패션업에서는 SKU(재고관리단위)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개별 제품의 색상, 사이즈 등 옵션도 다양하다. 강 대표는 “지난 약 7년간 수평적 관리(품목)와 수직적 관리(옵션)를 모두 고도화한 의류 최적화 풀필먼트를 구축했다”며 “이는 에이블리만의 해자로서 고객들에게 더욱 빠르게 제품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트너스 솔루션은 더욱 고도화되며 ‘커머스 클라우드’ 형식으로 운영된다. AWS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웹 솔루션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것처럼 에이블리에서도 각 판매자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판매자가 풀필먼트의 전 과정을 위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송, 고객 서비스 등 일부 과정만을 맡길 수도 있다. 가장 쉽게는 직접 제품을 등록할 필요도 없이 착용 사진만 올리면 되는 ‘에이블리 모델’도 운영한다.

지난해까지 약 1만5000개의 마켓이 에이블리의 파트너스를 통해 창업했다. 이 가운데 2026년 4월, ‘noncolmasion(논콜맨션)’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4% 늘었고, ‘메이드미닝’의 거래액은 82% 증가했다. 파트너스 솔루션을 통한 운영 효율화로 판매자는 오직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각 마켓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저의 호응까지 이끌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부터는 기성 브랜드나 마켓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셀러스’ 솔루션도 운영한다. 초기부터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지향하며 자라, H&M과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부터 챔피온과 같은 스포츠 브랜드, 메종키츠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까지 에이블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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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500억 건 데이터로 알고리즘 정교화
카테고리 교차하며 개인화 시너지 창출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해 판매자를 끌어모았다면 플랫폼의 다른 한 축인 소비자들에게는 개인화와 추천으로 더욱 향상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에이블리는 서비스 초기부터 개인화·추천을 에이블리만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금이야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패션 플랫폼에서 맞춤 추천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개인화를 시장의 핵심적인 작동 원리로 보지 않았다. 미시적인 개인화보다는 거시적인 트렌드가 더욱 중시됐다. 브랜드가 각 시즌에 유행할 트렌드를 제시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따라온다는 인식이 컸다.

실제로 일관된 스타일을 다루는 쇼핑몰이라면 개인화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스타일이 모인 플랫폼에서는 고객 개개인이 각자가 지향하는 스타일에 딱 맞는 제품을 어려움 없이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창업의 문턱을 낮춰 많은 판매자를 입점시키는 데 주력한 에이블리에는 맞춤 추천이 꼭 필요한 솔루션이었다.

이에 2019년부터 개인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초기에는 AWS가 배포한 추천 알고리즘을 일부 튜닝해 적용했는데 전환율이 4배가량 올랐다. 그런데 이커머스 업계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하는 AWS의 알고리즘은 고객의 이전 구매 내역을 토대로 저렴한 제품을 빠르게 제시하는 데 특화됐다. 양말을 한 번 구매하면 한동안 저렴한 양말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관여도가 낮은 생필품이나 소비재를 판매할 때는 효과적이지만 고객들이 제품에 각자의 취향이 잘 반영됐는지 가리는 패션에는 꼭 들어맞는 알고리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에이블리는 스타일 추천에 최적화된 개인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면 막대한 구매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업계 최초로 취향과 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 활용했다. 최하늘 CTO와 오경윤 CPO를 중심으로 개발과 고도화에 나섰는데 이들은 각각 왓챠의 시니어 개발자, CTO 출신으로 현재까지 약 15년 동안 개인화를 연구해온 베테랑들이다.

에이블리가 구축한 개인화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는 고객의 구매 이력을 학습하는 데 있다. 소비 패턴이 유사한 사용자 그룹을 묶고, 그들이 구매한 제품을 서로 교차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실 최근에는 기술의 대중화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 자체는 과거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구체적인 가이드를 담은 연구 성과가 활발히 공개되고 있는 데다 최근 주목받는 딥시크(DeepSeek)처럼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AI 기업들이 관련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데이터에 있다. 현재 에이블리는 월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고객이 앱 내에서 남기는 클릭, 상품 찜, 리뷰, 구매 등 취향이 반영된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창업 멤버들이 초창기부터 맞춤 추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정교하게 라벨링하며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덕에 알고리즘을 데이터에 곧장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4억 건, 연간 1500억 건 이상의 고객 행동 빅데이터가 축적됐으며 이 가운데 상품 및 마켓 찜, 리뷰, 장바구니 등 구매 의향이 반영된 데이터는 누적 35억 개 이상이다. 이처럼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클릭 몇 번만으로도 어떤 취향의 패션을 즐기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에이블리가 구축한 AI 추천 알고리즘의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에이블리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앱 메인 화면 내 개인화 추천 영역을 통해 발생한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주문 상품 수와 구매 고객 수도 각각 15%, 1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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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에이블리는 LSM(Large Style Model), 일명 거대스타일모델 개념을 제시한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의 한계를 넘어 취향, 감도, 느낌을 학습할 수 있는 에이블리만의 자체 범용 AI 모델로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제품들과 결합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현재 에이블리는 의류, 가방, 신발, 주얼리, 문구, 홈데코, 푸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까지 서비스한다. 클리오, 에스쁘아, 롬앤, 삐아,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대기업부터 라이징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브랜드 라인업을 갖춘 뷰티 카테고리는 2021년 3월, 신설 1년 만에 거래액이 66배가량 증가했다. 2022년 10월 론칭한 푸드 카테고리는 2025년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0%, 주문 수와 주문 고객 수는 각각 45% 상승하는 등 개별 카테고리가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에이블리는 LSM을 통해 각 카테고리의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예컨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느낌의 청순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고객과 자유롭고 편안한 스트리트 감성을 좇는 고객은 화장이나 인테리어에서도 다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스타일 패턴을 고객별 ‘취향 그래프’로 정리하고 LSM을 작동시키면 패션 스타일을 기반으로 뷰티나 인테리어 등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맞춤으로 교차 추천할 수 있다. 제품을 직접 구매하기 전 착용 모습을 미리 살펴보는 ‘AI 옷입기’나 재밌는 프로필 사진을 만드는 ‘AI 프로필’ 등 콘텐츠 성격이 강한 AI 기능을 제공하는 것 역시 고객들이 개인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을 즐겁게 고를 수 있는 ‘스타일 포털’을 구축함과 동시에 고객들의 취향을 더욱 섬세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개인화 무기로 글로벌-남성 시장 진출
“전 세계 이커머스 생태계 될 것”


2020년 에이블리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아무드(amood)’는 에이블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젊은 여성을 타깃한 패션, 뷰티, 라이프 쇼핑 플랫폼으로 에이블리의 고도화된 AI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내수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는 단일 플랫폼의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 한국에서 성공한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아울러 에이블리는 국내 K패션 소상공인들을 위한 해외 진출 판로를 마련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특히 일본은 한류의 강세로 현지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컸다. 국가 수준의 인구와 경제력은 한국보다 크지만 1인당 소득 수준은 한국과 유사하다는 점도 중요했다. 가성비가 뛰어난 에이블리의 K패션 제품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울러 한국보다 다양한 취향이 범주화돼 있고 이에 기반한 소비가 일어나는 일본에는 에이블리의 맞춤형 추천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개성이 뚜렷한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 역시 에이블리에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것으로 보였다. 첫 글로벌 진출지로 일본을 선정한 이유다.

특히 에이블리는 한국에서 구축한 거대한 판매자 생태계가 일본에서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현지에서 판매자를 다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한국에서 정교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해도 현지에서 제품을 팔아줄 판매자가 없으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상적으로 출발시킬 수 없다.

반면 에이블리는 당시 기준 경쟁업체 대비 4~5배 많은 국내 판매자를 해외 진출을 위한 인프라로 진화시켰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에 제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풀필먼트를 구축했다. 일본은 기업 간의 분쟁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관행이 있어 첫 계약을 맺기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물류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조차 경영자 개인의 경력증명서, 출생신고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약 2년간 공들인 끝에 일본 현지 비즈니스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에이블리는 국내 판매자들에게 아무드를 통해 일본 현지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 물론 일본 현지 판매자들도 아무드에 입점할 수 있다. 2025년 7월에는 풀필먼트와 분리된 글로벌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서울 성수동에 구축해 운영을 더욱 효율화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로 전 세계 패션 도매 시장의 공급망 사슬이 에이블리의 해외 진출에 유리한 구조로 재편됐다. 팬데믹 이전에는 중국의 광저우, 미국의 LA, 브라질의 상파울루 등 동대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패션 도매 시장이 전 세계 곳곳에 있었으나 전염병으로 인한 장기간 봉쇄와 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초저가 울트라 패스트 브랜드의 공습으로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로서는 판매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스타일과 거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상권은 동대문과 광저우 정도가 유일하며 최근 두 시장 역시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동대문에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저렴한 원단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은 광저우에서 맡는 식이다. 즉 일본의 현지 판매자들 역시 제품을 사입하는 과정에서 동대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동대문을 기점으로 삼은 에이블리는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에도 우위를 지닐 수 있다는 게 에이블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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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무드에는 현재 약 2만5000여 명의 국내 판매자가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니’와 ‘유색’은 아무드를 통해 글로벌에 처음 진출했다. 라이니의 지난 4월 아무드 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배 이상(753%), 마켓 즐겨찾기 수는 1월 대비 123%, 상품 찜 수는 63% 상승했다. 유색 또한 같은 시기 거래액이 2배 이상(130%), 마켓 즐겨찾기 수와 상품 찜 수는 1월 대비 각각 42%, 30% 증가하는 등 현지에서 견고한 팬덤을 쌓아가고 있다.

2024년에는 남성 쇼핑 플랫폼 4910을 론칭했다. 에이블리, 아무드와 마찬가지로 남성들의 취향 저격을 위한 AI 개인화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의 남성들 역시 이전보다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음에 따라 제품 랭킹보다는 에이블리의 맞춤형 추천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론칭 2년 만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500만 건을 돌파했으며 2026년 4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92%) 늘었다. 2025년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7%, 매출은 3배가량 상승했다. 월 사용자 수(MAU)가 34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4월 앱스토어 쇼핑 카테고리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아울러 2026년 중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한 서울 성수동에 첫 번째 매장을 여는 등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에이블리에서 확보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인구통계적 특성 및 스타일 패턴을 기반으로 각 지역에서 소구될 제품을 진열하는 편집숍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판매자는 별도의 운영 리소스나 비용 부담 없이 오프라인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특히 성수동 매장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 대표는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에이블리의 제품이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해 고객들이 제품의 퀄러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에이블리의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에이블리의 모회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2023년 첫 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며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언제든지 적자를 끊어낼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적으로는 적자지만 에이블리 자체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는 서비스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큰 성장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에이블리가 이머커머스 생태계가 되기 위해 손익이 아닌 BEP(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손익을 강조할 때와 BEP를 강조할 때 회사의 공기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밝혔다. 흑자를 내는 데 집중하면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성장을 위해 필요한 리스크를 피하는 방어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반면 BEP에 집중할 경우 손해를 피하기 위한 ‘절실함의 힘’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유튜브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 것처럼 에이블리 역시 전 세계의 이커머스 창업자들이 각자의 비즈니스를 뽐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소비자들이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넥스트 커머스’의 핵심 철학”이라고 밝혔다.

에이블리는 넥스트 커머스라는 회사의 명확한 방향성을 정의하며 구성원 역시 이를 일관되게 지향할 수 있는 조직의 핵심 가치 3가지를 설정했다. ‘원팀(One Team)’으로 ‘임팩트(Impact)’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릿(GRIT)’6 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팀의 성공을 1순위로 생각하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몰입하는 회사를 지향한다”며 “이 세상에 큰 의미를 남기는 비즈니스를 좇는 만큼 업무 강도가 강하지만 그에 합당한 보상도 지급하며 이러한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을 뽑기 위해 모든 면접에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플랫폼 비즈니스, 참여자 조직화하는 능력이 관건”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부교수


에이블리는 디자이너나 MD 등을 고용해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전통적인 패션 유통기업이 아니다. 다양한 판매자가 각자의 감각으로 큐레이션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에이블리는 단순한 매칭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일반적인 플랫폼 기업과 차이가 있다.


효율은 플랫폼이, 감각은 셀러가

에이블리 사례의 첫 번째 시사점은 선택적 중앙집권화에 있다. 플랫폼 조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외부 참여자에게 맡기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블리는 규모의 경제와 표준화가 필요한 영역을 플랫폼 내부로 통합했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셀러가 사입, 물류, 배송, 고객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부담 없이 마켓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풀필먼트 솔루션이다. 기존 마켓이나 브랜드가 없는 판매자도 직접 상품을 고르고 코디해 사진만 올리면 나머지 과정을 에이블리가 대행하는 구조다. 즉 반복성과 규모가 중요한 영역은 중앙에서 통합하고, 상품 감각, 스타일 제안, 마켓 정체성, 고객 취향 대응은 개별 셀러에게 분산시켰다.


셀러 진입 장벽 완화가 만든 롱테일 경쟁력

두 번째, 에이블리는 이처럼 입점의 진입 장벽을 낮춰 폭넓은 롱테일 상품군을 확보했다. 즉 인기 상품 일부가 대부분의 거래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다품종 상품이 각자의 마켓에서 거래를 일으킨다. 패션 소비는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다. 소비자마다 선호하는 취향과 분위기, 체형, 가격 민감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 공급이 중요하다. 에이블리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운영 활동 부담을 낮춰 많은 판매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취향이 담긴 다채로운 상품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떤 취향의 소비자에게도 맞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커머스 구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플랫폼의 마지막 퍼즐, 개인화 알고리즘

세 번째, 에이블리의 개인화 알고리즘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붙잡아두는 핵심이다. 에이블리의 경쟁력은 많은 상품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상품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와 정확히 연결하는 데 있다. 에이블리는 이를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으로 해결한다. 상품 찜, 구매 이력, 클릭, 리뷰 등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과 이용자를 취향 기반으로 연결하고 사용자별로 다른 앱 화면을 제공할 정도로 추천을 개인화한다. 즉 앱 자체는 하나지만 1000만 개의 서비스가 운영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더 쉽게 발견하고, 판매자는 대형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상품을 좋아할 고객을 만날 가능성을 얻는다. 그 결과, 판매자 증가 → 상품 다양성 증가 → 소비자 유입 증가 → 행동 데이터 축적 → 추천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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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의 향후 과제

에이블리의 향후 과제는 플랫폼이 커질수록 참여자의 다양성과 플랫폼 신뢰를 어떻게 함께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 첫째, 판매자 수가 늘어날수록 품질 관리가 중요해진다. 모든 상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플랫폼에서는 상품 품질과 고객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풀필먼트, 검수, 배송, CS 같은 운영 품질 관리가 계속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 PB(자사브랜드) 확장은 새로운 긴장을 만들 수 있다.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은 PB 상품을 개발해 자체적인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펼친다. 실제로 올해 4월 첫 PB로 뷰티 브랜드 ‘바이블리’를 론칭했고, 이번 달 파트너 브랜드인 클리오와의 협업으로 PB 브랜드인 ‘에이블리 라벨’을 출시했다. PB는 소비자에게 더 넓은 선택지와 합리적 옵션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플랫폼이 판매자와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판매자들은 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기준이 플랫폼 자체 상품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 공정성, 노출 기준의 예측 가능성, 판매자와의 신뢰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점에서 에이블리가 파트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PB 제품을 기획한 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면서도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묘안이 될 수 있다.

AI와 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조직이 모든 자원을 내부에 소유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약화시키고 있다. 에이블리 사례의 의미는 단순히 많은 셀러를 모았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플랫폼이 무엇을 중앙에서 통합하고, 무엇을 참여자에게 맡길지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물류와 데이터는 중앙에서 통합하고, 취향과 상품 감각은 셀러에게 분산시키며, 이 둘을 AI 추천 알고리즘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플랫폼 구조가 지속되려면 참여자들이 플랫폼의 규칙을 신뢰해야 한다. 에이블리는 광고 기반 노출과 소비자 행동 데이터 기반 추천을 함께 활용한다. 따라서 장기적 과제는 알고리즘이 얼마나 정교한가뿐 아니라 셀러들이 노출 기준을 얼마나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다고 인식하는가에 있다.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은 참여자 수가 아니라 참여자가 플랫폼을 신뢰하고 계속 기여할 이유를 갖는가에 달려 있다.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스타트업 M&A이며 관련 학술 논문 및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등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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