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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or’s Insight: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인터뷰

“하수는 폼나는 것을 쫓아다니고 고수는 변두리의 요지를 선점한다”

정지영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개척자이자 대표적인 멘토다. 5곳의 회사를 창업했고 이 중 이니텍과 이니시스는 보안·전자 지불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를 매각하고 창업교육을 위해 2010년 프라이머를 설립했다.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데일리호텔 등이 모두 프라이머의 엑셀러레이팅을 통해 탄생했다. 권 대표는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동의하는 그럴싸한 큰 비전 대신 실제로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행을 좇는 것 대신에 작고 날카로운 것으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벤처정신을 조직에 불어넣기 위해서는 조직과 권한을 적절히 이양하고 기업가정신을 가진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5개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 중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설립한 이니텍과 이니시스는 보안·전자 지불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두 회사를 코스닥에 잇달아 상장시켰다. 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경영으로 두 기업은 현재 기업가치가 4000억 원이 넘는다. 창업자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모든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했다. 그리고 2010년 벤처 1세대 창업가들과 손잡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프라이머’를 설립했다. 국내 1위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퀵켓(번개장터)’, 외국에서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는온디맨드 코리아’, 맞춤형 개별여행사마이리얼트립등이 모두 프라이머의 지원을 받았다. 프라이머의 지원을 받은 많은 팀이 성공하면서 프라이머는 가장 인기 있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53). 그는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대한민국 파괴적 혁신가중 한 사람으로 뽑혔다.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천을 통해 산업 인프라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벤처 창업 열기가 뜨겁다.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이며 대기업에서도 사내벤처제도 등을 통해 벤처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실제로 창업해서 기업을 성공시켰고, 또 지금은 후배 창업가를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는 권 대표에게 벤처정신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한 5곳의 기업(이니시스, 이니텍, KMPS, KVP, KIB)이 아직까지 모두 생존해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회사를 창업해 생존시키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런 성과를 낸 이유가 뭔가?

 

1997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니텍을 창업했다. 1998년 이니시스를, 2000년에 KMPS, KVP, KIB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5개 회사에서 CEO 역할을 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이 조 단위의 매출을 내는 회사를 만들진 못했지만 내가 만든 5개의 회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매출이 높은 것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든 것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만든 회사가 모두 생존한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창업자가 일하는 최종 목표는회사의 발전이어야 한다. 대주주로서 자신의 권한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회사가 더 잘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나도 경영자로서내 그릇이 이만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나쁘지만(웃음) 이니시스 사례를 보면 내가 회사를 매각할 때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떠난 것이 결국은 회사의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두 번째는 창업자가나쁜 짓을 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혹은 탈법은 당연히 안 해야 한다. 이 외에 회사 경영에서 상식적으로도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혈연과 학연으로 사람을 뽑고, 회사를 사조직화하고,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조직원들을 대우하는 것 모두가 비상식적인 것이다. 창업자가 초인적이며 영웅적으로 회사를 경영하지 않더라도, 이런 나쁜 짓만 안 해도 회사는 그 자체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 이런 기본적인 것만 지키고 경영해도 회사의 펀더멘털(기본)은 단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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