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사용자 천만 명뿐이지만… 히브리어 학습법, 세계화 성공 비결은?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혁신

 

 이스라엘에서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을 정해 음식에 표시해놓은 것이코셔. 지금은 종교적 목적보다는 하나의 식생활 전통으로 자리 잡은 코셔는 건강식으로 포지셔닝을 확대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사용자가 1000만 명에 불과한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온라인 교육 업체이티처는 타깃 고객을 기독교인 전체로 확대하고 언어를 바꿔 이슬람권에까지 진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 한계를 미리 긋지 않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사고방식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문제를 찾게 하는 교육의 힘에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음식에서는 김치를, 무형자산에서는 한글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김치와 한글이라는 문화를 통해서도 스타트업(start-up) 사업을 찾을 수 있을까? 적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한글은 사용자 수가 적고, 김치는 맛과 냄새가 너무 강해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스타트업 사업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가 주목한 스타트업의 요람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박대진 지음, 한빛비즈, 2014.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하푸크 알 하푸크라고 말할 것 같다. 직역하자면반대에 대한 반대라는 뜻으로 반대 의견에 대해 다시 한번 거꾸로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정답을 바로 찾기보다는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보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찾는 것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인드다.

 

이처럼 다양하고 역설적인 사고가 이스라엘 스타일의 혁신을 만들어가면서 창조적인 비즈니스와 기술을 탄생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Yo’라는 무의미한 단어를 유저들끼리 전송하는 단순 무식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1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성지라는 이름을 내세워 원가로는 10센트도 되지 않는 공기, , 흙을 100달러에 팔아 1000배의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세톤과 USB, 항상 먹는 방울토마토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이처럼 창의성이 넘치는 민족인데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움에 굶주려 있다.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비즈니스 방법을 통해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이하푸크 알 하푸크정신을 내세워 음식과 언어를 성공시킨 사례를 살펴보자.

 

이스라엘에는 유대교와 관련된 코셔(Kosher)푸드가 있다. 이스라엘 음식점은 물론 일반 마트의 식품, 과자, 심지어 생수에도 ‘K’ 또는 ‘U’라고 표시돼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표시는 유대인들에게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코셔는 대체 무엇일가? 유대인의 경전인 구약성경 레위기 11장은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라고 제시하며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한다. 예를 들면 유대인들에게 소는 먹어도 되는 동물이다. 성경에 언급돼 있는 것처럼 굽이 갈라져 쪽발이 되고 새김질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해산물의 경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은 먹어도 되기에 연어는 먹을 수 있지만 새우는 먹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을 정해 음식에 표시해놓은 것이 코셔다.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보니 신앙이 깊은 사람일 수록 더욱 엄격하게 코셔를 지킨다. 하지만 유교의 제사가 종교가 아닌 풍습의 하나로 흡수됐듯 현대 이스라엘 사회의 코셔는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게 해주는 고유 문화로 자리 잡았다. 종교가 없는 유대인들 중에서도 코셔를 지키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에서 유대교의 가르침대로 매주 안식일에 회당을 찾는 유대교인은 33%에 지나지 않는 반면 코셔를 지키는 유대인은 75%에 이른다.이스라엘 내 유대인 4명 중 3명이 좋든 싫든 돼지고기와 지느러미, 비늘 없는 생선을 먹지 않으려 한다.

 

돼지고기가 금기시되다보니 코셔를 지키는 유대인 대부분은 돼지라는 동물 자체를 불결하고 부정하게 생각한다. 심지어는 돼지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구역질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단 한 번도 돼지고기를 맛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돼지고기를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면그 맛없는 것을 왜 먹습니까?” “세상에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돼지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나요하고 되묻는다.

 

이런 이유로 예루살렘의 맛집으로 유명한 리몬(Rimon) 식당은 입구가 둘이다. 한 곳에서는 스테이크 중심의 고기 요리를 판매하고,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위치한 곳에서는 치즈와 유제품을 중심으로 스파게티와 피자를 판매한다. 이런 모습은 유대인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종교색이 짙은 예루살렘 가정집은 싱크대를 두 개로 나눠놓았다. 육류와 유제품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셔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무슬림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코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할랄(‘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뜻함)에 따라 도살한 육류 제품을 구할 수 없을 경우, 유대인들처럼책의 민족이 먹는 음식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무슬림들은 할랄 제품을 찾지 못할 경우 유대교에 기반을 둔 코셔 제품을 대신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8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에게서 시작된 할랄 시장의 규모는 현재 65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코셔 시장은 불과 전 세계 유대인 1500만 명을 위한 비즈니스로 시작했으나 현재 규모가 2500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 사이즈만 보면 할랄 시장이 두 배 이상 크지만 인구 비율 대비로 봤을 때는 코셔 비즈니스가 할랄 비즈니스보다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할랄은 아직까지 종교적인 규례를 지키기 위해 소비되는 종교 비즈니스의 성격이 강한 반면 코셔는 유대교 규율에 따른 음식법 차원을 넘어 인류의 관심사인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식품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장애 또는 흠이 있는 동물은 도살하지 않고, 도살된 동물의 피를 소금으로 철저하게 제거해 피로 인한 전염병을 예방하는 코셔 음식법은 이스라엘이 평균 수명이 높은 국가 8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음식 습관인코셔섭생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코셔 음식을 수입하고 홍보하는 회사도 매년 늘어난다. 코셔 제품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식품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코셔 제품 시장의 미래도 장밋빛으로 물들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1100만 명 이상이 매년 코셔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또 코셔 인증을 받은 제품이 10만 종 이상 유통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채식주의자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코셔=건강식품이란 인식이 오래 전부터 굳어진 영국에선 주요 식품매장에서 유통되는 식품의 40%가 코셔제품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의 김치와 한식은 어떤가? 자신들의 문화에서만 통용되는 음식을 세계화시키는 체계적인 전략을 우리는 가지고 있나.

 

 

히브리어로 스타트업 창출

이스라엘발() 전략은 음식문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한글과 같은 히브리어를 통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히브리어가 한글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한글은 창제 후 지금까지 사용돼 온 살아 있는 언어지만 히브리어는 약 2000년 동안 구어체로 사용되지 않았다 다시 부활한 언어라는 점이다. 사실 사어(死語)가 구어(口語)로 부활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0∼3000년 전에 사용됐던죽은 언어살아 있는 언어로 바뀐 사실을 언어학자들은 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언어적 체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며 보급하기에 애쓴 이스라엘 건국 1세대들의 도전이 대단한 것을 넘어 독하게 느껴진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나라를 잃고 타국에서 흩어져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히브리어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히브리어는 사용자가 기껏해야 전 세계적으로 1000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히브리어를 가지고 e러닝 사업을 시작한 회사가 있다. 이티처(e-Teacher)란 업체다. 온라인으로 언어를 가르치는 이 회사는 연 매출 약 3000만 달러에 달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신규 등록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희소 언어인 히브리어로 사업을 시작해 직원 200명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야리브, 보아즈 형제가 만든 이 회사는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사업에 착수했다.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방랑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민족이었던 터라 이스라엘 내에 거주하는 유대인보다 외국에 있는 유대인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점, 그리고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성년식 때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점, 해외 파견으로 인해 외국에 나간 외교관 또는 기업체 직원의 자녀가 히브리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이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그러나 유대인들만 타깃으로 하진 않았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기독교인으로 시장을 넓혀 더 많은 사람이 이티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이티처그룹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인 성경을 읽는 데 필요한 성서 히브리어, 성서 헬라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현대 히브리어, 이디시어(Yiddish) 등과 같은 현대 언어를 전 세계 수만 명에게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와 종교의 국경을 넘어 중동 지역인 무슬림 국가에도 영어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온라인 언어 아카데미로 성장하면서 현지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교육 콘텐츠 업데이트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존 언어 교육 기관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자격증을 가지거나 관련 언어 석·박사 학위가 있는 강사들을 교수로 채용해 콘텐츠의품격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1000명 이상이 이티처를 통해 언어를 공부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1000만 인구만이 사용하는 히브리어로 멋진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어낸 이스라엘의 비밀은 무엇일까. 1억의 사용 인구를 가지고 있는 한글로 문화 스타트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없을까. ‘하푸크 알 하푸크’, 반대에 대한 반대사고가 필요하다.

 

이미 잘 알려졌듯하푸크 알 하푸크를 가능하게 한 것은 교육에 있었다.

 

이스라엘 학교의 수업을 참관해보면 16∼17살밖에 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선생님들과 목에 핏대를 세우기까지 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선생님 말을 수용적으로 듣지 않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며제 생각으로는’ ‘논리적으로 봤을 때는’ ‘정황을 살펴보면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토론에 나서는 것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에게 미리 주제를 던져주고 토론을 이끌어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사들은 혹시나 토론이 과열 양상을 빚어 학생들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거나 자제력을 잃는 것 같은 순간에만 개입해 중재한다.

 

 

유대인 가정과 이스라엘 학교 교육의 이면에는 한 현인이 논리적으로 주장과 의견을 내놓으면 또 다른 현인이 다른 주장과 의견으로 반박하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토론식 학습법이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대인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학습법이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려면 논리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야 하고 이유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유대인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려 한다. 예를 들어 지구가 왜 둥근지 아이가 물어본다면지구가 왜 둥글면 안 될까라고 되묻는 식이다. 혹은지구가 네모나 세모면 어땠을까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 생각할 거리를 준다.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습관이 몸에 밸 수밖에 없는 교육이다.

 

우리는 어떤가. 상대방에 활발하게 질문을 던지는가? 오히려 먼저 안 된다고 체념하고 있지는 않는가. 히브리어와 코셔 푸드의 세계화 성공사례를 보며하푸크 알 하푸크해 본다.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하지?’ ‘우리만 할 줄 아니까 더 유리한 것 아니야?’ ‘이미 세계적으로 한글 예찬론을 펼치는 많은 학자와 김치 애호가들을 보면 경쟁력이 있는 것 아닐까라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르게,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리고 문화 속에서 경쟁력을 찾아보자.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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