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의 성장전략

안경을 예술로 바꾼 그들, ‘천송이 선글라스’의 신화를 쐈다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혁신

 

2011년 초 창업 후, 불과 4년 만에 세계 3대 광학박람회 중 하나인 SILMO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이자 200억 원 매출을 올린 회사. ‘천송이 선글라스로도 유명한 젠틀몬스터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욕구를 파악해안경의 패션아이템화에 성공했다.

2) 끝없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고객들을 표적으로 집중화 전략을 펼쳤다.

3)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감각적 제품을 넘어상징적 제품으로 만들었다.

4) 프로모션의빠른 변화로 브랜드 개성을 완성했다.

5) ‘Pull 전략으로 고객을 홍보대사로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완(경희대 경제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난 9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3대 광학박람회 중 하나인 SILMO 2014(파리광학박람회)1 가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브랜드는린다 패로같은 명품 선글라스 브랜드도, PRADA GUCCI 같은 전통의 명품도 아닌 국내 작은 기업의 브랜드젠틀몬스터(Gentle Monster)’2 였다. 한류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 씨가 착용했던 일명천송이 선글라스(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제품명 DiDiD)’로 유명해진 바로 그 회사, 그 브랜드다. 올해로 이 박람회 참가가 두 번째에 불과한 젠틀몬스터는 ‘The wind trace forgotten-바람이 잃어버린 것들을 추적하다란 메인 테마를 갖고 과거, 죽음, 잃어버린 것들, 해적 등에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만든 2015 S/S(/여름) 출시 제품을 미리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방식도 창의적이었다. 마치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듯 안경을 올려놓은 각각의 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1) 디스플레이부터 디자인까지, 전 세계 디자이너와 안경·선글라스 업체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SILMO의 많은 방문객들은 가장 놀라운 부스,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젠틀몬스터 부스를 꼽을 정도였다.3 그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 FIAT의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선글라스 브랜드 인디펜던트 대표가 직접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를 찾아와이번 박람회에서는 너희들이 주인공이라며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1년 봄에 창업해 이제 만 4년도 되지 않은 회사의 브랜드로서는 놀라운 성공이다.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액과 수익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젠틀몬스터는 사업이 안착화된 2012년 이후 매년 매출이 2배씩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 원이었고 올해는 2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난 SILMO에서 발표한 상품들의 구입 문의와 주문 등을 고려하면 매출액이 300억 원을 훌쩍 넘겨 거의 4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업 4년 만에패션 피플사이에서잇 아이템4 이 된 안경과 선글라스를 만들었고 올해 9월 미국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이미 제시카 알바나 패리스 힐튼 같은 미국 연예계 명사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게 포착될 정도가 된 브랜드. 업계의 작은 괴물(몬스터), 젠틀몬스터의 성공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경영은 시스템이라 믿었다. 그러나

2011 11,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는 당시 5명밖에 안 되던 직원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표정은 어두웠다. 직원들도 이미 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김 대표가 천천히 입을 뗐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다음 달에도 적자가 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는 게 좋겠다. 내가 이제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

 

긴 침묵이 흘렀다. 한 직원이 정적을 깼다.

“그래도 저희는 대표님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실수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뭔가 알았잖아요. 몇 달 돈 못 받아도 좋으니까 조금만 더 해봐요.”

창업한 지 7개월 만에 찾아온 폐업 위기. 혁신적인 유통방식과 3D 가상기술까지 도입하며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안경사업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좌초할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홈트라이(Home Try)-프레임파인더(Frame Finder)의 완벽한 시스템, 처절한 실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서 사내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던 김한국 대표는 사내 웹진에성공한 경영스토리를 연재하면서성공하는 경영자들의 특성과 그들이 활용한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8년께 북미지역에영어 캠프를 운영하는 영어교육업체에 들어갔다. 월급은 그전 회사에서 받던 액수의 절반이었지만 작은 회사를 키울 꿈에 부풀어 있었다. 예전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지켜봤던 각 연령대 영어캠프의 장단점도 이미 파악돼 있었다. 그러나 교육사업은규제산업이었다. 그리고 트렌드 변화가 너무나 빨랐다. 2008영어몰입 교육열풍이 사그라지고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졌다. 각종 사고와 부작용으로 교육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도 심해졌다. 그는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산업, 의류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이미 자신도 쓰고 있는 안경은 영원불멸의 산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식·라섹 등의 수술로 안경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람들은 계속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안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젠틀몬스터의 창업과정참조.)

 

국내 안경 업체 최초로홈트라이시스템을 도입했다. 홈트라이 시스템이란 소비자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 5개를 고르면 이를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직접 착용해본 뒤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시스템이다. 배송 비용은 모두 업체에서 부담한다. 2008년 영국의 한 회사가 도입했고, 2010년에는 미국의 또 다른 업체가 도입해 성과를 냈던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큰돈을 투자해프레임 파인더라는 3D 가상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미리 이 안경 저 안경을 가상으로 써보는 것이다. 사진 한 장만 올리면 프로그램이 얼굴의 윤곽과 모양을 계산해 3D로 변환하고 여기에 안경을 올려 측면의 모습은 어떤지 등을 모두 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해서 5개를 골라 무료로 배송받고 진짜 사고 싶은 하나만 고르는 것이다. 홈트라이 시스템과 프레임파인더는 사실상 한 묶음의 혁신적 시스템이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직원 모두의 기대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했던 아이디어에 최첨단 3D 가상체험 프로그램까지 도입했으니 조금만 알려지고 입소문만 타면 말 그대로대박이 터질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김 대표는경영은 시스템으로 하는 것, 돈은 그렇게 버는 것이라 믿었다솔직히 사람들한테 알려지기만 하면 그냥 성공할 것 같아 젠틀몬스터를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려놓는 방법만 고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의 경험상 안경점에 가면 몇 개 써본 뒤에 맘에 완전히 안 들더라도 미안해서라도 사게 되는데 홈트라이 시스템은 가상으로 써보고, 실제로도 써보고 고르면서 맘에 드는 하나를 사거나 심지어 안 사도 되니 소비자들이 열광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지어 2011년 여름 무렵혁신적인 시스템이라는 점 때문에 언론에서 몇 번 다뤘음에도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바로 그해 여름 장마철에 김 대표는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두 가지 사건을 겪게 된다.

 

 

젠틀몬스터의 창업과정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를 다니던 김한국 대표는 기존 연봉의 절반만 받고영어캠프를 운영하는 교육업체에서 일하기로 결정한다. 2000년대 후반 당시 직원 20명이 채 되지 않던 회사에 대기업 출신이 얼마나 버티겠냐는 시선이 많았지만 고속 승진을 하면서 약 3년간 일한다. 2010년이 되자 그는 영어캠프 사업은 이미 트렌드에서 밀려났고 교육 당국의 수많은 규제 속에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상사이자 자신이 다니던 교육업체의 수장이었던 오 모 대표에게 계속새로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아시다시피 영어캠프는 트렌드 사업입니다. 이미 트렌드는 지나가고 있고 이제 매출이 떨어지는 것는 뻔한 일입니다. 비전이 없습니다. 여유자금 있을 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됩니다.”

 

제법 용기를 낸 그의 발언에, 그를 신뢰하던 오 대표도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 분야를 한번 찾아보라고 말한다.

 

이후 김한국 대표(당시 교육업체 이사)는 틈틈이 시간을 내 전망이 괜찮은 사업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축산업, 의류업 등 가능한 모든 사업을 살펴봤다. 중요한 조건은트렌드가 바뀌어도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였다. 이 과정에서안경테로 사업 분야를 정했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다시 오 대표를 찾아갔다.

 

이때 오 대표는내가 투자할테니 한번 해보라고 투자를 약속한다. 그렇게 2011 2월 스눕바이라는 회사가 탄생한다. 현재도 최대주주는 오 대표다. 그해 4월 시장에 처음 제품을 내놓으면서 브랜드의 이름을점잖다는 뜻의 Gentle과 괴물이라는 뜻의 Monster라는 단어를 합쳐 Gentlemonster로 정했다. 김 대표는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고 나도 그랬다나는 그게몬스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젠틀 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삶을 살아가되 내면의 몬스터적인 욕망 역시 표출하자는 것으로 상반된 두 개념의 조합이 맘에 들었다는 것.

 

처음 직원들을 모으는 과정도막무가내였다. 검색 사이트에서안경이라고 검색한 뒤파워링크에 걸려 있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안경산업에 대해 알고 싶다. 찾아가고 싶다고 무작정 얘기했다. 대부분 그를미친 사람취급했다. 그런데 대구에 있는 작은 업체 대표가한번 내려와 보라고 했다. 그는 작은 안경업체들로부터 안경을 받아다 쇼핑몰에서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안경테를 만드는 일이었다. “돈은 많이 못 드리지만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김한국 대표의 설득에 그는나도 사실 안경을 직접 만드는 게 더 좋다. 그 일을 하고 싶다. 같이 일해보자며 젠틀몬스터에 합류했다. 현 젠틀몬스터의 최준환 이사다. 그리고 의욕적이고 젊은 디자이너와 영업 담당 임원까지 모으고 5명의 직원과 함께 스눕바이를 창업하고 젠틀몬스터를 론칭했다.

 

 

 

2) 세일즈 네트워크, 그리고 디자인에서 해법을 찾다

2011 6, 브랜드 출시와 제품 판매를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실적은 처참했다. 그냥 아예 돈을 못 벌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대표한테 호기 있게우리 회사는 비전 없다. 다른 거 하자던 자신감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회사에 수익이 없는데 대표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젠틀몬스터 안경테를 들고 회사 주변과 집 주변의 안경점을 막무가내로 찾아다녔다. 잡상인 취급을 당했다. 안경사들은 젊은 김 대표를 신입 영업사원으로 보고보니까 초짜 같은데 사수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그래도 끝없이 찾아갔다. 장마철이어서 비가 자주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판로는 잘 뚫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다른 안경테 업체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오래된 영업기법으로 안경점들과 관계를 형성해 놨고, 이 끈끈한 고리 때문에 신규 업체는 쉽게 치고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도매가 아니라 홈트라이/프레임파인더 시스템으로 소매업을 하려던 생각에 세일즈 네트워크의 중요성까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셈이다.또 한국 소비자들은 안경은 당연히 안경점에서 산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테를 고르고 안경알을 맞춰 들고 나가는 것이 한 번에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별히 꼭 갖고 싶은 안경테가 아니면 가서 이것저것 써보고 눈이 더 나빠졌는지 확인하고안경을 맞추는소비행태를 갖고 있었다. ‘소매에만 의지하지 말고 도매도 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안경점에 납품할 수 있는 방법을 끝없이 고민했다. 안경점을 돌며 얻은 교훈을 토대로 전략을 다시 짰다. ‘소비자들이 젠틀몬스터 제품을 찾으면 안경점에서 내게 연락을 해 올 것이다.’

 

 

그래서비지트(VISIT)’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시 젠틀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던 가산동의 공장형 사무실로 구매를 했든, 방문을 했든 젠틀몬스터에 자신의 기록을 남긴 모든 이들을 초대했다. 직접 안경을 만들어보는 행사를 가졌다. ‘안경은 패션 아이템이라는 개념을 알려나갔다.

 

바로 이 시기에 김 대표는 또 하나의 사건을 겪는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게 하기 위해 유명한타투이스트중 한 명과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젠틀몬스터의 안경을 주고 그를 찾는 류승범 등 유명 연예인에게 좀 쓰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 번을 부탁해도 그 타투이스트는알겠다고만 답할 뿐 실제로 안경을 연예인들에게 건네주지 않았다. 몇 번 더 부탁을 하자 타투이스트가 충격적인 말을 건넸다. “대표님, 솔직하게 얘기해도 된다니까 말씀드릴게요. 지금까지 나온 젠틀몬스터 제품, 정말 안 예뻐요!”

 

예쁘지 않으니 당연히 연예인에게 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왔다. 기본 중의 기본을 놓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안경을 소매로 팔겠다는 회사가, 디자인이 예쁘지 않은 안경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타투이스트의 감각을 믿고 그의 디자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해 9, 진짜로 예쁜 안경테가 만들어졌다. 그전까지의 디자인과는 정말 달랐다. 자신감을 얻었다. 또다시 VISIT 행사를 열었다. (사진 2)

 

 

3) 반전

11월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 줄 상황이 됐다. 직원들이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했지만 김 대표는 이미 지난여름 의욕적으로 했던 모든 일이 결국 다 실패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고통은 바로 그 11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12월부터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유명 타투이스트가 디자인해 준예쁜 안경테 VISIT 행사가 시너지를 냈다. 여름 내내 명함을 돌렸던 안경점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매출과 수익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직원 월급 걱정을 하던 회사가 졸지에 직원 수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것도패션 피플사이에서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시장 반응을 본 뒤 김 대표는 마케팅·홍보 예산 등을 모두 디자인 개발로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국내 최고 미술 관련 학과를 나온 디자이너들을 무리해서라도 뽑았다. 디자인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표 자신도 미친 듯이예술에 대한 공부를 했다. 스스로 반쯤 디자이너가 돼야 했다. 새로 온 디자이너들과 기존 디자이너들이 교류하며 디자인은 더욱 발전했다. 김 대표의 안목도 높아졌다. 1년 뒤, 2011 2월 창업 후 매출이 거의 없던 젠틀몬스터는 2012년 매출액 50억 원을 넘겼다.안경점에는 굳이 인사를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안경사들 모두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다. 그해 여름의 김 대표의 열정을 봤던 안경사들은 젠틀몬스터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권하는 상황이 됐다. 엄청난 히트작들이 나왔다. 배우 장혁 씨가 써서 유명해진마도로스 시리즈(타투이스트 노보와의 콜라보레이션)’를 비롯해 안경 위에 선글라스를 다는트램씨 시리즈는 대세가 됐고 최근천송이 선글라스까지 연이어 히트를 쳤다. (사진 3)

 

 

“세상을 놀라게 하자. 그거면 된다.”

디자인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브랜드가 많이 알려졌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젠틀몬스터는 2013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발상과 실험으로 스스로 문화 아이콘이 돼 갔다.

 

1) 비지트(Visit) 행사와 쇼룸, 그리고 룩스

2013 2월 서울 강남 논현동으로 본사를 옮긴 젠틀몬스터는 사무실로 필요한 필수적인 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체를 안경테를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쇼룸으로 꾸몄다. (사진 4) ‘쇼룸은 안경테 업계 최초로 스스로 안경테 판매매장을 만든 것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는 안경테 구매와 안경알 맞춤이 한 과정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 안경테 업체가 고객이 구경하고 구매하는 매장을 직접 내서 관리한다는 개념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젠틀몬스터가 스스로를패션 업체로 규정하고안경테는 패션 아이템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평균 3개월에 한 번씩 열던 VISIT 행사도 논현동 쇼룸에서 이뤄졌다. 보통 20만 원을 넘기는 고급 패션 안경테와 선글라스가 어필하려면 안경을 1∼2년에 한 번 바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매장을 내면 안 된다는 게 젠틀몬스터의 생각이었다. 패션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은 부유층이 모여 있는 청담·논현 지역이야말로 젠틀몬스터가고급 패션 안경테·선글라스’로 입소문을 내기에 적격이었다. 그냥 일반적인 매장처럼 보여서도 안 됐다. 마치 명품을 파는 곳처럼 나름의 콘셉트와 고급스럽고 신기한 건축물로 사람들을 유혹해야 했다. 논현동 쇼룸은를 형상화해 입구부터 꾸몄다. ‘안경 파는 곳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꼭 한 번 들어가서 모험을 하고 탐험을 해보고 싶은 곳처럼 만들었다.

 

 

이외에도 안경테를 패션 아이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룩스’라는 화보 게재 행사도 논현동 쇼룸을 연 지 5개월 뒤인 2013 7월에 시작했다. 안경테 회사 최초로 패션 화보를 찍어 자사 인스타그램에 한 달에 한 번씩 게재하는 것이다. 명사 혹은 유명 모델을 대상으로 전문 사진가가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꽤 많은 돈이 든다. 굳이 이 화보를 통해 젠틀몬스터의 안경테를 홍보하지도 않는다. 오직 젠틀몬스터가 선도적 패션기업임을 알리고 그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패션 피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사진 5)

 

 

 

2) 또 하나의 도전퀀텀’, 그리고 예술

2014 4, 젠틀몬스터는 또 한번 모험을 감행한다. 논현·청담을 거점으로고급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안경테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가기로 했다. 예술가와 인디밴드, 개성 강한 패션 리더들이 모이는 젊음의 공간 홍대 인근에 또 하나의 쇼룸을 냈다. 논현동 쇼룸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였다. 논현동 쇼룸이고급스럽고 정적인공간이었다면 홍대 쇼룸은 홍대답게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해야 했다. 2∼3층에 선글라스와 안경테 매장을 만들었고 1층은 완벽하게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설치미술, 공연 등이 이뤄지도록 했고 이를 15일마다 완전히 바꾸고 있다. (사진 6) 예를 들어도시의 침식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1층의 공간을 설치미술로 채우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때쯤, 2주가 지나면 완전히 갈아엎고 다른 테마로 다시 설치하고 새로운 오프닝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를 양자물리학의 개념에서 따와퀀텀 프로젝트라 명했다. 쪼갤 수 없는 본질적인 단위라는 점에서 그 단어가 그냥 좋았다는 게 김한국 대표의 설명이다. 모든 작업은 젠틀몬스터 직원들이 직접 한다. 현재 5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 중 상당수는 조소과 등을 졸업한 아티스트들이다. (‘직원을 뽑는 원칙참조.) 이들은 안경과 선글라스 디자인에도 참여하면서 젠틀몬스터의 예술·문화 프로젝트를 직접 짜고 실행하는 역할도 한다.

 

 

처음에는 많은 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반대했다. 어떤 전시나 공연이든, 알려질 만하면 15일 만에 바꾸는데 그게 과연 젠틀몬스터 브랜딩이나 입소문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었던 것. 김 대표가 밀어붙였다. “뭔가 변화하고 새로운 걸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만 알리면 된다.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의 힘과 변화무쌍함을 어필하면 그걸로 족하다.”

 

 

심지어 첫 퀀텀 프로젝트 오픈 행사 때 고객들에게 보낸 초대장 역시 일반적인 초대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콘크리트 벽돌 모양의 초대장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전부 재미있어 하며 각자의 SNS에 올렸고 행사는 그 자체로 성공을 보장받았다. (사진 7)

 

6개월이 넘은 현재, 젠틀몬스터 홍대 쇼룸은상상마당에 버금가는 홍대 명소가 됐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며 홍대에 들른 관광객들도 반드시 사진을 찍어간다. 그들 머릿속에 한 단어는 반드시 남는다. 바로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명이다.

 

젠틀몬스터는 예술성을 중시한다. 다양한 예술가,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와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 지난여름에는 자우림이 속한 인디레이블 사운드홀릭과의 파트너십으로 ‘2014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여성복 브랜드세컨플로어’, 캐주얼브랜드 PLAC, 남자를 위한 패션브랜드커스텀 멜로우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출시할 제품, 올해 파리 SILMO에서 화제가 됐던아트콜렉션라인은 안경테 하나당 가격이 80만 원 정도다. ‘뼈 시리즈중 아프리카 뱀뼈를 소재로 한 것도 있는데 그 디자인으로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안경테에자수모양을 넣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는예쁜 선글라스’ ‘예쁜 안경테 20만 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젠틀몬스터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녹여내는 패션 아이템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아예 최고급 예술 컬렉션 라인은 고가에 소장용으로 팔고 대중적으로 예쁜 아이템, 즉 상업성이 강한 라인은 또 그대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하게 융합하다보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직원을 뽑는 원칙

2011 5명 내외였던 직원 수는 현재 50명을 넘겼다. 젠틀몬스터는 수시 채용 원칙을 갖고 있지만 맘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6개월이고 1년이고 자리를 비워둔다. 아직은창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꼭 적합한 사람이 아니면 분위기를 흐리는 등 작은 규모의 회사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래픽팀, 디자인팀에서 필요한 인원들을 계속 알아보는 중이다. 그동안 지원했던 사람들은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뽑지 않았다. 하지만 젠틀몬스터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될 경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잡는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졸업 후 유학이 확정됐던 디자이너를 잡은 경우도 있다. 인사 관리에는 두 가지 확고한 원칙이 있다. 첫째, ‘뒷얘기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만약 뒤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다 걸리면 곧바로 해고한다. 작은 조직에서 함께 고생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데 동료를 욕하는 것만큼은 용납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연봉 미공개’다. 그 누구도 서로의 연봉에 대해 알 수 없다. 알고 싶어 해서도 안 된다. 정말 회사에서 필요한 만큼을 따져서 연봉을 책정하기 때문에 각자 불만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뒷말이 나오는 등의 부작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다.

 

 

젠틀몬스터의 미래

 

젠틀몬스터는 스스로 다섯 가지를 동시에 생산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제품 그 자체, 즉 프로덕트이고, 두 번째는 그것과 맞물린 패션, 즉 스타일링이다. 세 번째는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착용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네 번째는 그 문화가 흐르는 공간, 다섯 번째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이 다섯 개의 생산품은 각각의 관계가곱하기여서 단 하나만 0이어도 전체가 0이 된다고 설명한다. 아트 컬렉션 라인이든, 상업성 강한 안경이나 선글라스든,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스타일링을 해주며, 그 공간은 문화와 기술이 넘쳐흐르는 예술적 공간이어야 한다. 쇼룸, VISIT 행사, 퀀텀 프로젝트, 룩스 화보집 등이 사실은 이 같은 일관된 철학 속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얘기다.

 

1) 중국 공장: 오직 젠틀몬스터만을 위한 공장

젠틀몬스터는 이전까지 본사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국내 여러 공장에 보내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수십 개 디자인의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우선 만들어 내보내고 시장반응에 따라 상당수는 즉각 폐기하고, 일부 살릴 디자인만 살려내는 젠틀몬스터 원칙상외주 공장과 지속적으로 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 중국 선전에 400명의 중국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을 세웠다. 중국 법인을 만들어 법인장을 두고 오직 젠틀몬스터 안경테와 선글라스만을 만드는 자체 공장이다. 품질 관리를 위해 중국에서 물품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다 까서 보고 문제가 있으면 모두 반품한다. 자체 공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품질 관리, 디자인 관리가 자연스럽게 최상의 상태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재 2개의 공장이 가동 중인데 두 번째로 확보한 공장 부지와 생산시설이 매우 커서 조만간 두 공장을 하나로 합쳐 규모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2) “선글라스가 미래 시장이다

안경테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젠틀몬스터는 사업의 비전이 선글라스 시장에 있다고 본다. 김 대표는아무리 싸도 보통 사람들은 안경을 많이 사야 1년에 1개 산다안경은 인간의 뇌 중에서균형영역을 차지하고 선글라스는지배영역자극영역을 오가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화려해지기 위해약을 사 먹지 않는다. 안정과 치료를 위해 사 먹는다. 안경은 바로 이 영역에 속한다는 것. 90%의 사람들은 가볍게 쓸 수 있으면서 시력 약화를 막을 수 있는 도구로 안경을 살 뿐이다. 젠틀몬스터가 안경테가패션 아이템임을 강조하고 각인시켰지만 진정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고 자주 사는 사람은 논현·청담 지역의 부유층과 홍대의 패션리더들, 즉 안경을 쓰는 사람의 10%뿐이다. 그래서 젠틀몬스터는 미래에는선글라스 기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국내에서 안경도 많이 팔리기 때문에 소홀할 수는 없지만 이미 선글라스 대 안경테 판매 비율이 73 정도다. 선글라스는 안경점보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 고가여도 패션을 위해 과감하게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 홍대와 논현동의 쇼룸은 그런 면에서 향후 적절한국내 최고 선글라스 매장으로 변신할 수 있다.

 

3) 미국과 영국 해외법인 설립

‘선글라스 중심으로의 전략 변화는 지난 여름에 과감하게 진행한 젠틀몬스터 미국 법인 설립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선글라스만 파는 매장이 3000개 정도 있다. 그중 대부분은 Rayban을 비롯한 각종 명품을 모아 파는 선글라스 전문 유통점 룩소티카가 갖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지속적인 해외 명사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룩소티카에서 판매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할리우드 명사들 몇몇이 젠틀몬스터를 착용한 사진이 찍히면서 서서히 미국 내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말에는 영국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영국은 금융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패션 중심지다. 영국에 전초 기지를 만들어야 세계적인 명사,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유럽권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뒤 미국에서의 각종 예술 프로젝트와 시너지를 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에서 ‘Selfish Eyes’라는, 뛰어난 사람들과 명사들의 안경 안 쓴 눈을 찍어 사진으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 8) 세상의 모든 뛰어난 사람들은이기적인 눈을 갖고 있다는 콘셉트다. 그런 이기적인 눈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그렇게 얻은 명성과 부를 다시 사회에 나눠준다는 개념이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젠틀몬스터는최종 고객과의 교환관계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총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장지향적 마케팅 사고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마케팅관리자는 인사부서 및 디자인부서와의 상호작용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반영하고자 했다. 제품 기획, 가격결정, 촉진활동의 상호작용을 통해 젠틀몬스터만의 차별적인 이미지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나아가 외부의 이해집단에 해당하는 도소매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이 마케팅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젠틀몬스터가 시장지향적 마케팅 사고에 기반을 두면서 어떠한 마케팅 전략들을 구사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고객도 모르는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라

- 잠재적 혜택욕구 및 비용욕구의 발견

기업은 고객보다 앞서서 고객을 이끌어 가야 한다. 고객들이 인지하고 있는 욕구를 해결하는 것은 고객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다. 고객의 내부 의식에 잠재돼 있는 것을 알아내 고객이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말하기 이전에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제시해야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충성도를 지닌 고객층을 두텁게 형성할 수 있다.

 

냉장고와 관련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가정주부들은 모든 음식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열고서 해당 음식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많은 전력이 낭비되고 다른 음식들이 쉽게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자신의불편을 말하지는 못했다. 최근 냉장고 문을 이중으로 제조해 곁문을 열면 내부에 투명 문이 하나 더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투명 문을 통해 음식의 위치를 파악한 후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음식을 꺼낼 수 있어 전기 절약 측면에서, 음식 부식 예방 면에서 고객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도 아닌데 왜 진작 이러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의아할 정도다. 안경도 고객의 욕구가 완전하게 충족돼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며 자신도 모르게 불편함을 참고 있는 요소가 없었을까?

 

젠틀몬스터는 고객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잠재적 혜택 욕구와 잠재적 문제 욕구를 캐고자 했다. 일반 안경과 선글라스는 다른 제품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안경은 시력보정을 위한 실용주의적 제품으로, 선글라스는 쾌락주의적 제품으로 인식해 왔다. 따라서 안경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안경점에서, 선글라스는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백화점 및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마저 자신의 패션을 위해 투자하는 지금, ‘안경은 왜 패션을 위한 액세서리가 될 수 없는가가 젠틀몬스터의 의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글라스는 사용 상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안경이 탄생해야 한다는 점을 젠틀몬스터가 주지했다는 얘기다. 매일 자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따라 남성들이 넥타이를 선택하듯이나의 선택권의 영역으로 안경을 끌어들이고 싶다는 고객의 잠재적 혜택 욕구를 포착했다. 젠틀몬스터가안경은 예술품이자 액세서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이다.

 

 

고객의 내부 의식에 잠재돼 있는 것을 알아내

고객이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말하기 이전에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제시해야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충성도를 지닌

고객층을 두텁게 형성할 수 있다.

 

2) 누가 젠틀몬스터의 팬이 될 것인가

- 3C 분석을 통한 타깃 마켓의 선정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겉으로는 젠틀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내면에 몬스터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공략하고 싶어 한다. 최종적인 타기팅 전략을 결정하기 이전에 3C(Customer, Company, Competition) 분석을 통해, 즉 그 고객집단은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젠틀몬스터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경쟁의 강도는 얼마나 강한 시장인지에 대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젠틀한 몬스터 성향을 지니고 있는 고객들 중 그 성향을 표출하길 원하며 표출할 수 있는 고객들에 대해 조사했다. 젠틀몬스터는 그 고객들은 패션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으며, 활동영역이 강남지역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젠틀몬스터는 절대적 예산을 디자인 개발에 투입하며 디자인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었고 비지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잠재적 고객들과의 소통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안경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신생 안경업체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젠틀몬스터가 공략할 수 있는 고객층은 젠틀한 몬스터 성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구매력이 강하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위해서는 유통업자를 압박해서라도 획득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고객이라고 판단했다. 즉 패션에 열정을 지닌 고객들을 잡으면 그들이 움직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또다시 1차적으로 몬스터적인 성향보다는 젠틀한 성향이 더 강한 집단과 2차적으로 젠틀한 성향보다는 몬스터적인 성향이 더 강한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 1차 타깃 집단을 공략하고 있는 매장이 논현점이고, 2차 타깃 집단을 공략하고 있는 매장이 홍대점이라 할 수 있다.

 

타기팅 전략에는 소비자의 욕구가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에 사용하는 비차별화 전략, 차별적인 욕구를 지닌 시장 각각에 대해 대응하는 차별화 전략, 3C 분석 결과 한 개 또는 소수의 시장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집중화 전략이 있다. 젠틀몬스터는 젠틀하지만 몬스터적인 성향을 끊임없이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표적시장만을 집중 공략하는 집중화 전략을 선택했다. 젠틀몬스터는 폭넓은 신규 고객의 유입을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 팬층의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높은 브랜드 로열티를 보여줄 수 있는 고객층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3) Uniqueness의 반대말은 Nothing이다

- 4P의 핵심은 Product이고 이는 곧 디자인

같은 품목에 속하는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소비자가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소비재의 경우 소비자가 어떻게 제품을 구매하는가에 따라 제품은 편의품, 선매품, 또는 전문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만약 전철을 타고 가다가 전철역 출구로 나왔을 때 비가 오고 있다면 옆에서 비닐우산을 판매하는 아주머니한테 품질이나 디자인에 대해 따져보지 않고 2000∼3000원 주고 비닐우산을 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매한 우산은 편의품에 속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게 되는데 이렇게 구매한 우산은 선매품에 속한다. 전문품은 소비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과시 또는 자기만족을 위해 구매하는 제품이다. 만일 특정 디자이너의 우산을 구매하길 원한다면 이는 전문품에 속한다.

 

젠틀몬스터는 자신의 안경이 어떠한 제품으로 분류되도록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는 제품의 개념을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정립되면 변하기 어렵다. 젠틀몬스터는 고객들이 대체품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고 젠틀몬스터 브랜드만을 구매하도록 만들기 위해전문품으로 자신의 제품이 분류되도록 노력했다. 전문품이 되기 위해서는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믹스 중에서 Product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을 의미하는 Uniqueness를 확보해야 했다. <마케팅원론>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타 제품과의 차별 포인트가 존재해야 경쟁적 우위를 지니게 되고 매출증진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젠틀몬스터는 타투이스트에게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들었을 때 그 의미를 뼛속 깊이 깨닫게 됐다. 매출 증진을 위해 제품 차별화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걸 알게 된 셈이다. 타 제품과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젠틀몬스터가 그래픽팀 및 디자인팀의 우수한 인재 확보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들에게 수많은 브랜드 중 젠틀몬스터를 구매해야 할 명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명분을 디자인에서 찾고자 했다. 젠틀모스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자신을 대변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제품 개념에는 기능적 개념, 감각적 개념, 상징적 개념이 존재하는데 고객이 제품의 기본적 기능만을 중요시하는 제품은 기능적 개념이다. 고객이 제품 속성들을 고려하며 여러 대안들 간의 비교평가를 통해 선택하는 제품은 감각적 개념으로, 자신의 누구인지 설명해 주는 대표성을 지닌 제품은 상징적 개념으로 설정한다. 젠틀몬스터는 자신의 제품이 감각적 개념을 넘어 상징적 개념을 지닐 수 있도록 Uniqueness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 브랜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에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4) 브랜드 개성을 최대한 부각시켜라

- 4P 믹스 간의 보완성 유지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은 브랜드가 무엇을 해줄지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데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한 결과로 얻게 되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 개성이 강한 브랜드라 한다면 고객들에게 몇 개의 형용사로 이 브랜드를 표현해 보라고 했을 때 큰 고민 없이 단어들이 열거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몇 개의 형용사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속에 정립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별개다. 전자는 포지셔닝의 문제이고 후자는 포지셔닝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들, 4P 전략의 문제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의 브랜드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젠틀몬스터를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개성, 다양, 패션, 예술, 열정, 변화, 새로움, 탐험, 파격, 비범, 이탈 등등의 단어들을 열거한다. 이러한 단어들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 이는 독특한 브랜드 개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관된 4P 믹스 전략을 구사하며 4P 믹스들 간의 상호보완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상징적인 제품 개념과 Uniqueness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제품 포지셔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4P가 필요하고 그 4P들 간에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출시되는 제품의 절반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해도 좋다는 배짱으로 다양한 모델을 진열했고 최고급 예술 컬렉션 라인과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 라인에 따라 가격대를 고가와 중고가로 이원화했으며 유통망의 경우에는 젠틀 성향과 몬스터적인 성향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논현동과 홍대 인근에 안경점같지 않은 매장을 설계했다. 그리고 젠틀몬스터의 Uniqueness라는 포지셔닝을 강화시켜 주는 데 크게 기여한 촉진전략을 살펴보면 이들은 분명 안경을 팔지만 굳이 자신의 브랜드가 안경테 제조업체임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홍대점 쇼룸의 1층을 안경테와는 상관없이 설치미술들로 채운다는 점도 특이하고, 알려질 만한 시점인 2주가 지나면 테마를 바꾼다는 점도 특이하다. 단기적인 효과성 측면에서는 회의론이 대두될 만도 하지만 이러한 빠른 변화는 곧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개성을 지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들이 스파(SPA) 브랜드를 추구하는 이유는 다양한 선택권과 빠른 회전율이다. 젠틀몬스터가 스파 브랜드와 같은 다양성 및 혁신성의 브랜드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야 함을 간파했던 것이다. 프로모션의 콘텐츠가 안경과 관련이 있든 없든 소비자에게 변화무쌍한 브랜드임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젠틀몬스터는 분명 안경을 팔지만 굳이

자신의 브랜드가 안경테 제조업체임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홍대점 쇼룸의

1층을 안경테와는 상관없이 설치미술들로 채운다는

점도 특이하고, 알려질 만한 시점인 2주가 지나면

테마를 바꾼다는 점도 특이하다.

 

 

5) 고객의 마음을 당겨라 - Pull 전략의 성공

젠틀몬스터가 출범 당시 경쟁력 면에서 열등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Pull 전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Pull 전략이란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최종소비자가 자사의 상품을 찾도록 유도하고 결국에는 유통업자들이 그 상품을 취급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 소비자들이 안경점에서 젠틀몬스터 제품을 찾도록 만들면 결국 안경점들은 납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업자들을 대상으로 판매촉진을 활용한 Push 전략은 빠른 성과를 나타낼 수 있으나 효과가 장기적이지 못한 반면 Pull 전략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빠른 시장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Pull 전략에 성공하면 기존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간의 긴밀한 고리를 뚫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고객이 움직여서 자발적으로 고객이 된 사람들, 이들이 젠틀몬스터에서 우수한 경험을 한다면 재구매가 이뤄진다. 이러한 고객들은 외부의 자극들, 가령 경쟁사의 판매촉진 활동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젠틀몬스터에 대한 로열티를 보유하게 돼 장기적으로 젠틀몬스터의 이익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젠틀몬스터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구매할 것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고도의 Pull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자기를 좋아해 달라고 조르는 사람보다 튕기는 듯하면서도 스스로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애정이 생기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법이다. 젠틀몬스터가 선택한 Pull 전략은 비상업적 방식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젠틀몬스터라는 검색어로 블로그를 검색해 보면 마치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테마뮤지엄을 다녀온 것처럼 생각하면서 쇼룸의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젠틀몬스터를 홍보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매장에서 느꼈던 그들의 감성과 경험을 아낌없이 블로그에 옮겨 실으며 타인과 공유하기를 희망한다. 젠틀몬스터는 Pull 전략을 통해 고객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젠틀몬스터를 홍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진 10)

 

 

6) 미래를 위한 조언: ‘호의재고를 쌓고 망각에 대응하라.

오늘까지 젠틀몬스터의 성공스토리가 전개돼 왔지만 젠틀몬스터는 이제 시작이다. 이제야 표적시장의 고객 마음속에 젠틀몬스터에 대한호의재고(Goodwill Stock, 브랜드가 제공하는 호의가 마음속에 쌓이는 것)’를 쌓아둘 창고를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앞으로 젠틀몬스터는 고객들이 느끼게 될 지루함과 망각에 대응해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이다. 매 경험에서 새롭게 발생시키는 호의적 감정의 양을 최대화해야 하고 망각으로 인한 호의재고의 감퇴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의재고의 극대화를 위해서 고객들이 어떠한 경험들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크게 느낄지, 얼마나 자주 그러한 경험들을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호의재고의 극대화는 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이윤창출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경험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그러한 경험들을 제공할 최적의 주기는 얼마인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제공할 경험들을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 등등 숱하게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오세조, 박충환, 김동훈, 김영찬 (2010), 고객중심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원론, 박영사.

안광호, 이유재, 유창조 (2014), 광고관리: 이론과 실제가 만나다, 학현사.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이승연 연세대 경영대 교수 yonylee@yonsei.ac.kr

이승연 교수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졸업한 뒤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광고와 프로모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으며 VIP 마케팅, 한식세계화 마케팅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