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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친환경 경영

비닐봉투 없애고 폐박스 활용하고... 유통업 특성 100% 활용한 녹색 경영

최한나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예슬(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물건을 사면 비닐봉투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백화점이든 마트든 구입한 물건을 담아갈 비닐봉투나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비닐봉투나 쇼핑백을 구입해서 써야 하는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쇼핑을 가기 전 물건을 담을 장바구니나 카트를 개인적으로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진 이 문화가 시작된 곳이 이마트다. 한 직원이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덕분에 이마트 전 점포에서, 이어 모든 마트와 백화점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졌다.

 

이마트는 비닐봉투 없애기에 성공하면서 자신을 얻었다. 성공 경험과 이로 인한 자신감은 이후 친환경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과대포장 줄이기에 도전하고 친환경 점포를 만들어가면서 친환경 경영은 이마트의 또 다른 DNA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이마트가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경영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비닐봉투를 없애자

 

이마트는아이디어 팩토리라는 이름의 사내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을 운영한다. 임원에서 말단 사원까지 이마트 소속 직원이라면 누구나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직원들이 올린 아이디어 중에 각 점포마다 월 3건씩 골라 베스트 제안방에 게시할 수 있다. 여기에 올라온 글에 직원들은추천을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지지 혹은 반대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지지를 받은 글일수록 상위에 랭크되고 CSR팀을 거쳐 기획과 마케팅 부서로 넘어가 구체화된다.

 

2009년 초였다.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마트 모 점포에서 현장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매장에서 비닐봉투가 남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비닐이 날리고 쌓여 처리가 어려우니 아예 없애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마트에서 쓰는 비닐봉투는 모두 공짜였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도 비닐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매일 수천 장씩 쌓이는 비닐은 매장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애물단지였다. 점포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이 댓글을 달아 동의를 표했다. 여러 점포에서 지속적으로 같은 의견이 제기되자 본사 마케팅팀에서 매장으로 현장 조사를 나왔다. 실제로 매장마다 버려지는 비닐봉투 양은 엄청났다. 비닐봉투는 재활용이 어려워 일단 사용하고 나면 전부 폐기처분해야 했다. 아무리 잘 모아도 가벼운 비닐은 잘 날렸다. 폐기물로 운반하는 비용도 컸지만 옮겨간 후에는 전부 태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조사 결과를 받아든 본사는 의논 끝에 비닐봉투 사용 중단을 시도해보기로 결단을 내렸다.

 

 

말은 쉽지만 시행은 만만치 않았다. 시범 시행 전부터 사내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비닐봉투 없는 마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장 소비자 불편과 항의가 빗발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마트에서 모두 비닐봉투를 제공하는데 이마트만 장바구니 사용을 강제한다면 자칫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봉투를 없애보자는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었다. 비닐봉투 대신 물건을 담아갈 수단을 제공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본사에서는 마찰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단 양재점과 남양주점 등 2개 점포에서 3개월간 시범 운영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비닐봉투를 대신해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다. 단지 비닐봉투를 없애기만 하면 소비자 반발은 물론 직원들까지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일단 에코백 사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에코백은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의 장바구니다. 마침 비닐봉투 없는 점포 시행 전부터 마케팅팀에서는 소지하기 편한 장바구니를 기획하고 있었다. 여러 소재와 디자인을 놓고 검토한 끝에 3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작게 접어 소지하기 편한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에코백은 고객 증정용 사은품과 대여용 등 두 가지 용도로 나눠서 만들어졌다. 비닐봉투 없는 점포가 도입된 이후 3년간 사은품의 대부분에 에코백이 포함됐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여용 에코백은 점별로 300∼400개 정도가 비치됐다.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고객은 누구나 간편하게 에코백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생선이나 고기 등 물기가 많아 비닐 사용이 불가피한 제품에는 예외를 인정해 매장 내 사고 위험을 줄이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비닐봉투를 없애기 전, 해당 점포를 찾는 고객이 당황하지 않도록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비닐봉투 없는 첫날, 점포 곳곳에서 고객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잇따랐다. 고객 저항은 생각보다 심했다. 고객들은 내 돈 주고 물건을 샀는데 담아갈 봉투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계산대에 앉아 있는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담아온 물건을 계산대에 늘어놓고 그냥 가버리는 고객도 있었다. 물건을 집어던지며 삿대질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후 일부 점포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내부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을 재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폐박스가 비닐봉투 없는 점포를 살렸다. 역시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마트를 들고 나는 대부분의 물건은 상자에 담겨 운반된다. 하루에도 수천 개씩 쏟아지는 폐박스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일은 현장 직원들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비닐봉투 대신 폐박스에 물건을 담아가게 하자는 의견은 많은 현장 직원들의 지지를 얻었고 빠르게 구체화됐다.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러 가지 등장했다. 폐박스를 어느 곳에 놓아야 매장을 빠져나가는 고객들이 혼잡을 겪지 않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크기의 박스를 어느 정도나 비치해야 하는가, 물건을 박스에 담은 후에는 무엇으로 박스를 고정하게 할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본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핵심은 개수와 위치였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폐박스의 개수와 크기는 매장마다, 시간대마다, 요일마다 다 달랐다. 폐박스는 매장은 물론 주차장에서도 적당한 거리에 놓여야 했다.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해당년도 점포별 방문고객 수를 일별로 산출해 이를 기준으로 필요량을 예측했다. 이어 박스 크기를 A, B, C, D타입으로 나누고 점포 규모와 매출을 기준으로 크기별 비치 개수를 조정했다. 다음은 위치였다. 적절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점포마다 직원들을 배치해 고객 동선을 관찰했다. 점포별로 지원팀장 주관하에 파트장과 총무 등 실무자들이 총동원됐다. 물건을 산 고객들이 출구를 향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간대마다 혹은 요일별로 고객들이 얼마만큼의 물건을 사서 들고 나가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모인 데이터를 토대로 매장별 폐박스 설치 장소를 결정했다. 물건을 담은 박스가 열리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한 테이프와 노끈, 가위 등도 함께 구비했다. 폐박스 비치 후 매일 성과를 관찰하고 그 결과는 전 매장이 공유했다.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박스를 비치하면서부터 비닐봉투 없애기가 빠르게 정착됐다. 고객들은 비닐보다 박스에 물건을 담아가는 것이 편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온 가족이 마트를 방문해 쇼핑하는 일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아가면서 폐박스 사용에 가속이 붙었다. 아이들은 물건을 박스에 옮겨 담는 일을 놀이처럼 받아들였다. 마트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차를 가져온다는 점도 폐박스 선호도를 높였다. 차를 가져온 고객들은 물건을 한꺼번에 담아 박스 채 운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했다. 매장 직원과 고객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폐박스는 날로 진화했다. 매장별 수요 측정이 갈수록 정확해졌고 박스에 붙이기 위한 테이프도 재질이나 넓이 등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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