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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루이 CKGSB 교수

적당한 소음은 창의적 생각을 돕는다

조진서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2013년 가장 눈길을 끌었던 스마트폰 앱 중에커피티비티(Coffitivity)’가 있다. 마치 커피숍에 앉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나지막하게 얘기하는 소리, 컵과 접시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 등을 배경음악처럼 틀어주는 게 전부다. 커피숍처럼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는 너무 조용한 사무실이나 도서관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집중이 잘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는 것이 이 회사의 주장이다. <뉴욕타임스> <타임> 등의 미국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서울이 뉴욕 다음으로 이 서비스의 사용자가 많은 도시라는 것이 알려져 국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커피티비티는 회사 웹사이트에 적당한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주장의 근거로 일리노이대의 라비 메타(Ravi Mehta),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주루이(Zhu Rui) 교수 등이 2012년 발표한 논문 ‘Is Noise Always Bad? Exploring the Effects of Ambient Noise on Creative Cognition’을 소개하고 링크까지 걸어놓았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주루이 교수는커피티비티는 우리 아이디어로 창업까지 했으면서 우리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주 교수는 소비자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환경단서(environmental cue)에 대한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학자다. 미네소타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소음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 외에도네모난 테이블은 창의성을, 원탁은 화합을 유도한다는 논문,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은 자기의 처지처럼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논문도 발표했다. 2013년부터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일하고 있는 주 교수를 베이징에서 만났다.

 

커피티비티가 유명해졌는데.

 

나는 그런 서비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내 전 직장(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내 연구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만들다가 커피티비티 웹사이트에 내 논문이 걸려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내 연구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으면서 나에게 연락도 안 하다니….

 

그래도 그걸 보고 정말하다고 느꼈다.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내 지식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 연구는 학교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 교실이 꼭 조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적당히 시끄러운 게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여줄 수 있다. 아이들이 적당히 놀고 떠들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소음은 어떻게 창의적 생각을 돕는가. 어떻게 증명했나.

 

실험은 녹음된 소리를 매번 다른 강도로 틀어놓은 방 안에서 실험참가자들에게 특정한 행위를 수행하도록 시키고 그 결과를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소음에 대한 실험이라는 건 밝히지 않는다. 소음이 나오는 이유는 적당히 둘러대야 한다. ‘사람들이 레스토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기 위해 레스토랑 소음을 틀어놨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주변 환경에서 나오는 소음의 정도와 대상자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추상적인 사고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다. 추상적 사고를 촉발시킨다는 게 다른 요인이 아닌 소음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좀 더 넓게 생각하는 능력, 고차원적으로,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소음은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일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도록 정신을 분산시켜 놓는다. 그래서 좀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 이런 메커니즘이 생화학적이나 의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다. 의학은 아직 사람이 머릿속에서 추상적 사고를 하는지, 구체적 사고를 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다.

 

실제 커피숍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것과 커피숍 소리를 녹음한 음악을 듣는 것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일까?

 

소리만 놓고 보면 진짜 커피숍이나 커피숍 흉내를 낸 배경음이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진짜로 커피숍에 있다면 소리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정신을 분산시킬 테니 창의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진짜 커피숍의 단점은 돈을 내고 커피를 사 마셔야 한다는 거다.

 

당신도 일할 때 소음을 이용하는가? 일반 기업들도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공간에 소음을 틀어놓아야 할까?

 

난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또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걸어 다니는 것, 음악을 듣는 것은 소음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을 분산시켜 놓는 효과가 있다. 기업들도 이런 효과를 이용해야 한다. 꼭 소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이든 사람들이 너무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면 된다.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는 마치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사무실 안에 부엌도 있고 전자레인지도 있다. 창문 밖에는 농구코트도 있다. 건물 안에서 스쿠터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잠을 자거나 춤을 추거나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는 당신에게 일자리를 줬습니다. 하지만 일에만 100% 집중하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원래 자유로운 문화가 있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 좀 더 보수적인 산업에 속한 기업은 어떨까?

 

보수적인 산업을 하는 기업들도혁신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지 않는가? 기업뿐 아니다. 심지어 중국의 정부기관들도 매일 혁신, 변화, 개선을 외치고 다닌다. 기업과 정부, 학교, NGO 등 모두가 창의성과 혁신을 원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꼭 소음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뭐가 됐든 사람들의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는 환경이 돼야만 좀 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느 조직이든브레인스토밍회의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회의를 할 때 매번 똑같이 지루한 회의실에 앉아서 해서는 효과가 없다. 책상이나 가구를 바꿔보든가 최소한 배치라도 바꿔보라. 이상한 음악을 틀어놓든가 새로운 조명을 써봐라. 이런 작은 차이들이 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조명이나 가구의 배치, 색 등은 사람들의 무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

 

색깔의 경우를 보자. 푸른색 배경의 컴퓨터 화면은 붉은 배경의 화면보다 사람들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이유는 푸른색은 하늘이나 바다 등자유를 상징하는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연상 작용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좀 더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하게 된다. , 색 자체의 작용이라기보다는 색과 연관된(associated) 이미지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윈도의 에러 화면은 예외적인 경우다.

 

의자나 테이블의 모양도 마찬가지다. 각이 진 모양은 독창성과 창의성을 조장한다. 둥그런 모양은 참석자들 간의 화합을 조장한다.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의견을 내고 활발히 논쟁하기를 바란다면 삼각형, 사각형 등의 날카로운 각이 진 의자나 테이블, 벽에 걸린 그림들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회의 초반에는 네모난 책상에 앉아서 논쟁을 유도하고 회의 후반에는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합의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건 어떤가?

 

이런 조작 효과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연상 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연상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려면 단서(cue)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하게 됐나?

 

마케팅 박사 과정 때 부전공이 심리학이었다. 라이스대에서 연구생활을 할 때부터 색깔이 주는 영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차차 소음, 배경음악, 천장의 높이, 가구 배치 등으로 관심사가 넓어졌다.

 

환경단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분위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걸 학자들도 인식하고 점점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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