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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롯데주류 일본시장 진출

맛 현지화… 제조는 서울탁주… 유통은 산토리, 치밀한 준비로 일본에 막걸리 심다

최한나,신재용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교수 안태식)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세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어르신 음료로 인식되던 막걸리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즈음부터다. 정부가 쌀 소비 증진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쌀과자, 떡볶이 등 쌀을 이용한 각종 제품들의 생산량이 늘었다. 막걸리도 수혜를 입었다. 주류 회사들은 막걸리 맛을 순화하고 패키징을 바꿔 제품을 내놨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나 강남 일대에는 막걸리바(bar), 주점들이 들어섰다. 막걸리는 또 다른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다.

 

롯데주류의 주력 상품은 소주처음처럼이다. 소주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진로보다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점유율을 15% 안팎까지 끌어올리며 선전했다. 하지만참이슬의 벽은 높았다. 참이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롯데주류는 소주 이외의 아이템에 항상 목말랐다. 막걸리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롯데주류는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포착했다. 이미 많은 경쟁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년여에 걸쳐 일본 시장을 조사하고 현지인 입맛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 진출 첫해에만 3600만 캔 넘게 수출하며 소위대박을 냈다. 이는 일본인 4명 중 1명이 1캔씩 마신 것과 비슷한 규모다. 롯데주류의 일본 진출 성공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일본을 선택한 이유

 

롯데주류는 국내 막걸리 시장을 이미레드오션(Red ocean)’이라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국내 시장 아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막걸리 제품화에 나섰다. 음식 문화가 유사한 곳을 중심으로 타깃 마켓 선정부터 시작했다. 여러 지역을 차례로 조사했다.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기는 했지만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일본과 중국이 물망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적합성이 높았다. 일단 음식 문화가 매우 유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는 부침개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일본에는 부침개와 비슷한지짐이라는 음식이 있다. 막걸리와 유사한 술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막걸리는 없다는 점도 시장 진입 매력을 높였다. 유사한 술이 있다는 것은 막걸리를 소개했을 때 이질감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막걸리가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새로 정복할 수 있는 시장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정재학 롯데주류 해외영업팀장은일본에는니고리사케라는 막걸리와 비슷한 술이 있는데 이는 청주를 만들다가 나오는 부산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청주의 맛과 향이 나면서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세다막걸리와 유사하지만 우리나라의 막걸리처럼 달거나 순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일본을 타깃 마켓으로 정하고 현지 시장과 현지인 성향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서울탁주와 손을 잡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 대상인 막걸리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막걸리 산업을 중소기업 영역으로 보고 대기업에서 직접 생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막걸리를 판매하고 싶은 기업은 필연적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영세업체들과 협력해야 한다. 막걸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전국에 수십 곳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곳은 서울탁주제조협회(이하 서울탁주). 서울탁주는 서울시내에만 7곳에 제조장을 두고 있다. 막걸리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롯데주류는 이전부터 서울탁주 제조장 7곳 중 하나인 도봉 제조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중 소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그림을 새로 그릴 필요가 있었다. 받는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품질 균일화나 유통방식 등 협의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롯데주류는 서울탁주와의 접촉을 시작했다.

 

 

롯데주류 이전에도 서울탁주와 손잡고 해외 시장에 나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 여러 곳 있었다. 하지만 서울탁주는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서울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유지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촉해 온 대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로 바꿔 달 것을 고집했고 협상은 매번 결렬됐다. 롯데주류는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오히려 기회로 생각했다.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경쟁사들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서울이라는 이름은 서울탁주 브랜드를 유지하는 이름이면서 동시에 해외 시장에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이름이기도 했다. 롯데주류는 협상 초기부터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 전부에 서울탁주 브랜드를 활용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일본 수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도 양 기업에 고루 배분되도록 계획을 짰다.정재학 팀장은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서울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협상에도 이롭고 기업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마침 서울탁주는 충청북도 진천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막걸리 붐이 일면서 달리는 물건을 대기 위해서였다. 서울탁주와 롯데주류는 새로 짓는 공장에 수출용 라인을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공장을 짓기 전부터 설립 과정 전체에 롯데주류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7∼8명으로 구성된 TFT가 진천으로 파견됐다. 롯데주류가 보유한 기술과 고가의 시설들도 진천에 투입됐다. 대기업으로서 롯데주류가 확보한 원자재 구매력, QC(Quality Control) 노하우, 협력업체들과의 네트워크 등도 서울탁주에 전수됐다. 공장 완료 후에도 2명의 롯데주류 직원이 상주하며 품질 관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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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나

    최한나han@donga.com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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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용jshin@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회계학 전공)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교수로 재직했다. 기업의 성과 평가와 보상 및 지배구조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공정한 보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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