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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여행박사

“처절한 가난은 행운이었다” 창업자와 공감한 괴짜들, 强小신화 쓰다

신수정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은(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여덟 명의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 만큼의

처절한 가난은 차라리 행운이었다.

그 이후 어떤 잠자리도 내게는 왕실이었다.

상사를 잘못 만난 건 차라리 행운이었다.

나의 십 년 후 자화상은 그와 정반대의 그림이었다.

회사에서 잘린 건 차라리 행운이었다.

내 용기만으로 회사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회사의 잘못된 구조들은 차라리 행운이었다.

내 회사를 창업한 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길이 보였다.

바닥까지 떨어진 회사의 운명은 차라리 행운이었다.

떠나야 할 사람과 남아야 할 사람들의

인적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신창연 여행박사 대표가 쓴차라리 행운이었다중에서

 

2000 8, 신창연 대표가 3명의 직원과 자본금 250만 원으로 시작한 여행박사는 현재 직원 수 200여 명, 송객 실적 27만 명, 매출액 120억 원이 넘는작지만 강한여행사가 됐다. 여행박사는무조건 회사는 즐거워야 한다는 신 대표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이에 공감하는 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져 매년 빠르게 성장했다. 창립 이듬해인 2001 5억 원이 채 되지 않던 매출액은 2003 35억 원, 2005 72억 원, 2007 157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행박사는 ‘34 99000’ ‘13일 올빼미 여행’ ‘도쿄 뚜벅이 여행같은 가격과 고정관념을 탈피한 혁신적 상품을 출시하는 회사로 주목받았다.

 

이 즈음에 여행 업계에는 주식시장 상장 바람이 불었다. 자고 나면 어디는 상장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신창연 대표도 상장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큰돈을 쥐어주고 회사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었다. 직접 상장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여행박사는 우회상장을 시도했다. T사와의 인수합병(M&A)을 거쳐 에프아이투어라는 이름으로 상장에 성공했으나 기쁨은 잠시였다. 모기업인 T사 경영진의 불법 대출과 주가 조작 논란으로 8개월 만에 상장이 폐지됐고 에프아이투어는 파산 선고까지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여행박사는 6개월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연봉 1원을 받기로 하고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여행박사에 기꺼이 내놓은 100여 명의 직원들 덕분이다. 이들로부터 모은 23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여행박사는 다시 시작했다.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한 직원들은 회사 콘도에 모여 같이 밥해먹고 뒹굴면서 재기를 노렸다. 다행히 여행업 경기가 괜찮았고 그동안 착실히 쌓아놓은 신뢰가 있어서 곧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상장폐지와 파산이라는 혹독한 위기를 겪고 나자 2011 3월 동일본 대지진 같은 위기에도 여행박사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여행박사 구성원들은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신창연 대표의 전폭적인 권한위임과 신나게 일하도록 북돋아주는 직장문화를 꼽는다. 신 대표는 창립 때부터무조건 회사는 즐거워야 한다는 경영 방침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혁신과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있다. ‘스펙 뛰어난 모범생보다는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한 괴짜들이 모인 여행박사의 성장 스토리를 집중 분석했다.

 

무조건 회사는 즐거워야 한다

 

신창연 대표의 인생 철학이자 경영 철학은재미있게 살고, 재미있게 경영하자. 경북 시골 출신인 신 대표는 17살에 집을 나와 막노동을 비롯해 안 해본 일이 없다. 여러 일을 거쳐 장사에서 소질을 발견한 그는배워야 한다는 친구의 충고로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군대에 다녀온 뒤 뒤늦게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배웠다. 대학 졸업 후 큰 여행사에 취직했는데 구속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고문관으로 찍혀 자회사로 쫓겨났다. 신 대표는 창업 전 10년간의 회사생활을 인생의 반면교사로 삼았다.

 

“누가 명령하고 강요하는 걸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일하는 회사를 꿈꿨어요. 신입사원 시절 새벽까지 회식하고 오전7시까지 출근하라거나 넥타이를 하고 다니라고 강요하는 게 싫었어요. 내가 사장이 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노트에 적어놨는데 여행박사 창업 후 이를 실천했어요.”

 

신 대표는회사는 집보다 더 좋은 곳, 더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며 창업 때부터 즐거운 직장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여행박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들의 복리후생과 근무여건 개선에 쓰고 있다. 서울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여행박사 건물 1층에는 ‘café STAY’라는 직원들을 위한 북카페가 있다. 각종 음료 및 커피 종류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어 여행박사 직원들은 일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려와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본다. 읽고 싶은 책은 서점에서 구입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경비처리를 해준다. 다 읽은 책은 북카페에 비치해서 직원들과 공유한다. 사옥 지하에는 노래방 시설과 운동 시설이 마련돼 있고 각 층마다 독특한 콘셉트의 미팅룸도 있다.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미팅룸에서 직원들은 사내 매점에서 판매하는 맥주를 마시며 야간 회의를 하기도 한다. 옥상에 마련돼 있는 하늘정원에서는 날씨 좋은 날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

 

무료 사택은 다른 여행사 직원들이 특히 부러워하는 복리후생 제도다. 여행박사는 서울과 부산에 30평 아파트를 각각 5, 2채 마련해 지방 출신이거나 출퇴근에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공과금만 내면 된다.

 

이외에 여행박사에는 독특한 포상금 제도가 많다. 골프에 입문해 1년 안에 남성의 경우 100, 여성은 120타에 성공하면 1000만 원을 준다. 친하지 않은 타 부서 사람과 하는 중식에는 1만 원, 석식에는 최고 20만 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매년 연말에는 전 직원 200여 명과 각각 한 명의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전 직원 투표 때는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는데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100% 투표율을 기록해 전 직원이 각각 50만 원씩 받았다.

 

다소 독특해 보이는 복리후생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 대표는 이 역시 즐겁고 신바람 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든 재미있는 게 좋아요. 직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성과는 당연히 따라옵니다. 구성원 모두의 성장과 행복이 곧 회사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에 근로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개인역량 발전과 여가생활까지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죠.”

 

 

여행박사의 즐거운 직장 만들기 노력은 외부에서도 인정받아 얼마 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즐거운 직장, 행복한 기업캠페인에서 문화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초과 달성한 수익은 모두 인센티브

 

여행박사의 자본금은 235000만 원으로 회사의 지분은 신 대표를 비롯해 100여 명의 임직원들이 골고루 갖고 있다. 전체 회사 지분 중에서 신 대표의 몫은 22%가량이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매년 연말이면 각 사업부별로 다가오는 새해에 얼만큼의 매출을 올릴지 목표를 정하느라 바쁘다.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일정 수준의 매출 기준만 충족시키면 목표치에 대해서올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한 목표치에 대해 이듬해 목표 대비 초과 달성한 수익은 전액 인센티브로 받는다. 물론 실적이 나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는제로.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 많은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월급도 깎일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 덕분에 2010년 한 직원은 1억 원가량의 인센티브를, 2012년에는 적지 않은 직원들이 2000∼3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신 대표는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가 즐거운 직장 경영 철학과 맞물려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목표를 정한 뒤 야구선수가 타율을 관리하듯 스스로 실적을 관리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 팔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려고 점심시간에도 전화기와 컴퓨터 곁을 지켰다. 주말에는 시키지 않아도 회사로 일하러 왔다.

 

여행박사는 2012년 약 40억 원의 영업이익 중 28억 원가량을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과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신 대표는일한 만큼 성과를 보장받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언뜻 보면 좀 지나친 것 같은 옵션이나 보너스가 실제로는 직원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거듭나게 해서 전체 성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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