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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의 청렴문화

청렴 지수•식권•골든벨 퀴즈대회…착한기업 되니 성과까지 좋아져

신수정 | 112호 (2012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안태식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 서울대 CFO 전략과정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세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의 청렴도 점수가 왜 이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손종하 한국공항공사 감사실장에게 2008년은 매우 힘든 해였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가 65개 공기업에 대해 실시한 청렴도 평가에서 한국공항공사는 58등으로 최하위권이었다. 정부의 공기업 기관경영평가를 위한 현장실사 면담 인터뷰에서 손 실장은 한국공항공사의 청렴도가 낮은 이유를 물어보는 경영평가 위원들의 질문에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감소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심각했던 금융위기 등 경제가 안좋아서라고핑계댈 수 있었지만 청렴도와 관련해서는 금융위기가 원인이 될 수 없었다.

 

2008년 큰 충격을 받은 한국공항공사는 그해 8월 취임한 성시철 사장을 필두로 청렴 문화 확산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우선 외부전문가와 내부직원이 함께 청렴도 하락 원인을 분석했다. 부패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를 청렴도라는 이슈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 부족으로 보고이해·공감·참여를 통한 청렴 문화 정착을 중요 과제로 정해 단계별 청렴정책을 추진했다. 2009년 청렴인식 창출기, 2010년 청렴문화 정착기, 2011년 청렴문화 확산기를 목표로 정하고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청렴문화지수를 개발하고 청렴 시스템도 구축했다.

 

2009년부터 3년 넘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한국공항공사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2009 9.48, 2010 9.56으로 2년 연속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2011년에도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700여 개 공공기관 중 청렴도와 청렴문화가 우수한 한국공항공사 한 곳만을 최초로 청렴선도기관으로 선정했다.

 

손종하 실장은 “2008년에는한국공항공사 왜이러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 이제는한국공항공사의 비결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2008년 당시 청렴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해서 초청해 강연을 들었던 기관에 이제 우리가 가서 사례를 소개할 때면 엄청난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DBR은 서울대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한국공항공사의 청렴문화 정착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주요 시사점을 도출했다.

 

청렴 이슈화를 통한 인식 제고

한국공항공사는 2007년도에 최초로 청렴도 평가를 받게 됐고, 이때 점수는 9.15점으로 60개 기관 중 37등으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2008년도 평가에서는 부패사례가 당해연도 동안 3건 발생해 8.07점을 기록, 65개 공기업 중 58등인 최하위권으로 전락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한국공항공사는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청렴에 관한 제도를 갖추는 것에 앞서청렴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갖도록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다 할 만한 반부패 청렴제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조직 말단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향응을 거래처로부터 제공받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과 함께 엄정한 처벌을 할 필요도 있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우선적으로 대대적인 의식개혁에 나섰다. 성시철 사장, 박재홍 상임감사위원 등 공사의 최고 리더들은 연간 수십 회에 걸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 앞에서 청렴실천 의지를 피력했다. 또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부터 금품수수 시 자진사퇴하겠다는 청렴사직서약서를 제출했다. 외부청렴전문가를 포함한 반부패 청렴추진단 구성 및 운영, 한국공항공사 청렴의 날 선포, 감사실 내 청렴전담 조직 신설 등 체계적이고 강력한 청렴 정책도 추진해나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나는 깨끗하고 투명한데 왜 부패한 직원 취급하면서 별 필요없는 교육을 받으라고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원들은 청렴 문화 정착에 대한 직원들의 오해를 없애고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 외에 교육 시간의 절반을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김석균 감사실 청렴TF 팀장은산꼭대기 5명밖에 없는 항공무선표지소(항공기 등대 역할을하는 장비 : VOR(VHF Omni-directional Radio Range)가 설치된 곳)까지 임원이 직접 찾아가서 청렴 교육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사 결과 본사의 영향이 직접 미치기 힘든 소규모 지방 사업장에서 주로 부패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전국 곳곳까지 임원이 직접 다니면서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임원들은 이를 실천했다. 개개인들부터 청렴하고 윤리적으로 살자고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신입사원부터 간부직원까지 대상별로평생청렴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서별 클린 코치를 육성하기 위해 청렴전문가 과정을 신설했다. 특히 간부급 청렴교육을 의무화하고 팀장급 이상 간부 125명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 간부들부터 청렴활동을 솔선수범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또 전국적으로 분산된 사업장의 특성을 살려 사업장별 청렴리더인 분임행동강령책임관 16명과 사업별 청렴담당자 109명을 선임해 자율적인 부패통제가 가능한 청렴조직을 구축했다. 매년 분임행동강령책임관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하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상임감사위원과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지역의 청렴 멘토 역할을 한다. 그동안 시설공사 등 부패발생 개연성이 컸던 분야에 대해서는 사업별로 청렴담당자(청렴지기)를 임명해 시공업체와의 청렴서약 집행, 부패발생 감시 등 청렴지킴이 역할을 하게 해 부패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청렴문화지수 개발

한국공항공사는 점차 싹트기 시작한 청렴문화를 어떻게 가꿔나갈지 고민했다. 특히 실천 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청렴 실천 수준을 측정, 평가, 관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측정 및 평가 기준이 필요했다. 왜 근무 시간 중 청렴교육에 시간을 뺏겨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잘한 직원과 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불이익을 주어야 실천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청렴문화지수를 개발했다.

 

청렴문화지수는 한국공항공사의 총 87개 팀에 대한 청렴수준을 측정하는 제도이다. 청렴실천 활동결과 및 제도개선 실적을 평가해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했다. 잘한 사람은 내부경영평가와 연계해 성과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했다. 승진심사 때도 청렴 활동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청렴활동에 열심인 직원은 가점을 받고, 청렴도가 낮은 직원은 보직을 옮기는 등 불이익을 줬다. 매년 청렴문화지수 측정을 통해 3개 부서와 3명에 대해 포상하고, 추진노력이 부족한 팀은 내부경영평가에 감점을 주는 등 상벌을 엄격히 했다. 내부경영평가 비중은 2010년 이전 6∼8(100점 만점)에서 2011년부터 12(100점 만점)으로 확대시켜 청렴도의 중요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만약 금품수수나 향응을 제공받는 등 위법사례가 적발되면 20∼30%씩 점수가 깎여 최하위권으로 평가되고 소속부서장의 실천의지 점수도 0점 처리된다.

 

불공정하다는 시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대부분의 지표는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일부 정성적 평가는 외부 전문가에게 평가를 맡겨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지표를 보완하고 있다. 분기별 평가결과를 청렴문화 게시판에 공개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소속 팀이 달성한 점수를 사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오류가 있을 때는 즉시 수정도 가능하다. 청렴문화지수를 통해 성과를 측정하고 실천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우수한 활동은 청렴문화게시판을 통해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 중 안팎으로 큰 호응을 얻은 제도가 바로청렴 식권이다. 전에는 외부에서 민원인이 방문해 회의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은 곤란해 했다. 민원인과 외부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면 대접을 받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직원들이 민원인의 식사비까지 계산하는 일이 많았다. 2009년 말, 한 고객은 게시판에 제주공항에서 실시하고 있는청렴 식권제도를 칭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렴 식권은 민원인과 식사를 해야 할 경우, 외부 식당이 아닌 공항 내 구내 식당에서 식사한 뒤 민원인의 식사 비용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도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의 사례를 전사적으로 확산해 제도화했다. 그 결과 민원인과의 식사를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민원인들도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공항공사는 청렴문화지수를 개발할 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청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재미를 가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딱딱한 강의 교육보다는 청렴퀴즈, 직원참여 UCC, 댓글 참여, 가족사진, 가족그림, 수기, 포스터, 청렴 골든벨 행사 등 동료 직원 및 가족들과 즐거운 이벤트처럼 청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대거 마련했다.

 

내부 신고도 활성화되어 있다. 부패행위를 신고하여 수익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을 가져오는 내부신고자에 대한 보상 인센티브를 기존 1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직무관련자로부터 불가피하게 금지된 금품 등을 수수했을 때 신고하는 클린 신고 포상금제도를 신설해 최대 20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이 결과 2008년 이전엔 전무했던 클린 신고가 2009 7, 2010 25, 2011 4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애매했던 부분도 행동강령을 매우 상세하게 정해 고지했다. 이전까지 직원 집으로 배달되는 선물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금지된 금품 및 선물을 직원이 자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고 청렴문화지수에 가점을 하는 제도를 실시하자 선물수수 관행이 점차 사라졌다. 한국공항공사는 정중한 서한과 함께 선물제공자에게 선물을 반환하고 정성으로 보낸 것이라 되돌려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인근 복지센터 등에 전달하고 있다. 올해는 행동강령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유흥주점에 출입하며 임직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청렴선도기관으로서 임직원에 대한 엄격한 윤리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간부가 된 직원은 의무적으로 청렴사직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사장을 포함해 128명의 임원 및 간부가 서약했다. 서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직기간 중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금품이나 향응 등 부당 이익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지도 않겠으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사직할 것임을 서약하며 이에 대한 회사의 어떠한 처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

 

최근에는 2급 이상 고위간부에 대한 도덕성 검증 결과를 승진인사에 반영하는 도덕성 검증 시스템을 공기업 최초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성실납세, 범법행위, 부동산 투기, 교통법규 위반, 음주운전, 감사처분결과 등을 사전 평가해 승진 및 전입 여부를 결정한다.

 

사전 부패방지시스템 구축

기존 시스템이 적발, 처벌, 개선을 통한 사후통제 중심의 부패방지 대책이었다면 청렴CCS(Clean Clinic System)는 사업 공정별로 사전에 부패를 방지하고자 마련한 제도이다. 부패를 분석해본 결과, 고위험군 부패취약분야(공사/용역/물품/시설물설치)에 대해 사업 공정별로 부패방지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었다. 기존의 부조리 방지대책은 적발, 처벌 위주의 사후통제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부조리 발생에 대한 사전예방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공항공사는 2008년 자체 TF를 구축해 청렴 CCS를 구축했다. 사업 계획단계부터 설계, 계약, 시공, 검사, 준공, 대금지급, 사후관리 등 전 과정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부조리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부패예방 착안점을 설정했다. 청렴CCS E-감사시스템과 접목해 계약 즉시 청렴CCS 시스템에 사업내용이 전송되고 이후부터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청렴CCS에 따른 청렴안내문은 민원인에게, 이상징후 사항은 감사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SMS로 전송되어 모니터링 하고 있다.

 

오성원 감사실 청렴TF팀 차장은사업 공정별로, 단계별로 부패 예방 포인트를 주고 그 시점에 일을 올바르게 하는지 검증한다. 어떤 시점에서는 민원인들에게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시공 책임자한테는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이러한 것들을 부담스럽고 번거롭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청렴도가 높아져 경영평가 점수가 향상되고 인센티브도 받는 등 선순환이 일어나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말했다.

청렴 문화가 고객만족도 향상으로

한국공항공사는 기획재정부의 2011년 자율경영 이행실적평가에서 1위를 차지, 전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홀로 최상위 등급(S)을 받았다. 109개 공공기관 중 S 등급은 한국공항공사 한 곳뿐이었다. 한국공항공사의 여객실적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5032만 명, 매출액은 16.4% 늘어난 5685억 원, 당기순이익은 88.3% 증가한 1192억 원을 기록했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 애썼던 지난 3년간 청렴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도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 성과도 함께 좋아진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08년 정부의 경영 평가 점수가 6등급 중 하위권인 보통(C)이었는데 2009년과 2010년 각각 우수(A)를 받은 뒤 이번에 최상위 등급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손종하 감사실장은청렴도 측정의 핵심은 부패가 있는가 없는가이지만 부수적으로 친절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일을 했는가도 본다. 고객 만족도 역시 신속, 투명, 친절이 핵심이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다 보니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고, 이는 우수한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청렴 문화를 강조하면서 조직 구성원간 유대관계가 깊어지고 모든 업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 문화가 싹텄다. 이는 대민 업무에도 영향을 미쳐 고객만족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정부에서 평가한 고객만족도 점수는 2009 93.4점에서 2010 95.5, 2011 96.4점으로 청렴수준과 고객만족 수준이 동일하게 상승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2010 2.2에서 2011 4.8로 상승했고, 매출액은 2010 4885억 원에서 2011 5685억 원으로 약 16%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모두 청렴문화 덕분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청렴문화의 정착과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이 그 토대가 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러한 내부 성공을 보다 확대해 2011년부터 축적된 청렴문화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항 내 상주기관, 항공사, 구내업체, 협력사 등과 함께 청렴 문화를 전파하는클린 에어포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클린 에어포트 캠페인을 통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총 364개 기관 및 업체가 참여하는 청렴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활동 중이다. 또 공항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협력사와 시공업체의 청렴교육을 의무화하고 이들과 청렴, 윤리협약을 체결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지속가능한 성장과 맞물려착한 기업이 화두인 요즘, 한국공항공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부패는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해 성장을 저해한다. 윤리경영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상승률과 영업이익률이 시장 평균은 물론이고 윤리경영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비해 크게 앞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최하위권이었던 청렴도를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당초 목표했던 청렴 문화 정착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청렴도와 함께 고객 만족도, 경영 성과도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한국공항공사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청렴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었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현장 중심 경영 마인드다. 성시철 사장은 취임 이후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전국 곳곳에 펼쳐져 있는 지방 공항과 사업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썼다. 현장 중심의 경영으로 신뢰를 쌓으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믿음에서다. 부패 원인 분석을 통해 주로 부패 행위가 본사의 영향력이 잘 미치지 못하는 지사 및 말단 직원 가운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곳들을 더 자주 다니며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다. 성 사장과 감사 업무 총괄자인 상임감사위원(박재홍) 2009년 첫해 약 100여 차례 직원들과 만나 청렴 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이들의 노력은 청렴한 조직문화 구축 단계에서 임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초석 역할을 했다. 즉 소통이 기초가 된 것이다. 서울대 경영대학 곽수근 교수는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 없이 위에서 청렴하라고 지시만 했다면 형식적인 대답만 있고 실질은 거의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소통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둘째, 전담 조직 신설 및 체계적 시스템 구축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청렴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단계별 청렴정책을 추진했다. 2009년 청렴인식 창출기에는 CEO 교육 캠페인, 사장 및 임원 청렴사직서약 결의, 경영진 청렴 교육과정 수료 등 대대적인 의식개혁에 힘썼다. 이후 2010년에는 어느 정도 청렴에 대한 공감대가 쌓이자 본격적으로 청렴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감사실을 주축으로 해서 만든 청렴문화지수 개발이다. 청렴문화지수는 청렴문화 수준을 진단하고, 직원들의 청렴실천 활동을 평가하고, 청렴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준이 됐다. 정확하게 측정한 뒤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자 청렴 활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의지가 매우 높아졌다. ‘청렴한 문화를 만들자는 구호에서 끝난 게 아니라 이를 내부 경영 평가에 반영해 직원들의 실천력을 높일 수 있었다. 곽수근 교수는의식의 변화가 있더라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청렴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려면 결국 직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 평가방법과 보상방법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재미를 통한 자발적 참여 유도다. 한국공항공사는 직원들이 청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하게 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매년 1회씩 기관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과 공항상주 외부업체 직원이 참여해 청렴골든벨 퀴즈대회를 열고 있고, 청렴 UCC, 청렴포스터, 청렴가족사진 등 6개 부문의 청렴콘텐츠 공모를 2009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이런 행사들에는 연간 1400여 명의 임직원 및 직원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 실제 정책에 반영해 제도 개선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청렴 식권은 직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사로 확대된 대표적 사례다. 한국공항공사는 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공모 참여자에 대해서는 청렴마일리지 가점과 기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향후 과제

청렴도 최하위권에서 최상위로 올라선 한국공항공사의 임직원들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까지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3년 넘게 지속된 청렴활동을 통해 조직에서는 다소의 피로감이 쌓였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 개선에 그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조직의 피로도는 현장과 괴리된 정책들이 제시되고 그 정책들을 따라야만 할 때 빠르게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고경영자가 바뀌더라도 한국공항공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청렴 활동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렴문화지수, 청렴CCS 등 이미 청렴문화 구축과 관련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보완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 김해, 제주, 대구, 광주 등 14개 공항과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항로시설본부 및 10개 항공무선표지소를 건설/관리/운영하는 공항경영 전문 공기업이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모든 민간공항을 관할한다. 활주로, 계류장 등 항공기 이동지역과 여객청사, 화물청사, 주차장 등 일반지역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항운영자 중 세계 최초로 항행안전장비 등을 자체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고 해외 공항 건설 및 운영 전반에 관한 전문 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 관리, 운영해 항공수송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1980년 국제공항관리공단으로 처음 설립됐다. 2002년 한국공항공사법에 따라 지금의 한국공항공사로 개편됐다. 본사의 3본부, 1센터 7, 26팀과 14개의 공항 및 항로시설본부, 항공기술훈련원으로 구성돼 있다. 2011 R&D사업센터를 신설했으며 임직원 수는 2011년 말 기준으로 모두 1630명이다.

 

정운오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wjung@snu.ac.kr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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