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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성과공유제

협력사 연구돕고 기술 보호해 주고 포스코, 중소기업의 용광로가 되다

최종학 | 114호 (2012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성진원(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잘 녹지 않는다는 소재는 다 써봤다. 고온에 가장 잘 견딘다는 고가의 초경합금인 인코넬 재질을 써보고 이중관도 사용해보고 용접도 해봤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시도해 봤는데 모두 실패였다. 섭씨 1500도가 넘는 용광로와 직접 접촉을 하는 기계 장치의 수명을 늘리는 건 그만큼 어려웠다. 2년 동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자 삼우에코 이찬석 상무(2004년 당시 부장)는 고온에 잘 견디는 소재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삼우에코는 용광로 안에 미세한 석탄가루(미분탄)를 뿌려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인 랜스(Lance)를 포스코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제철은 기본적으로 석탄을 가공해서 만든 코크스와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뜨겁게 가열해서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처음에 넣은 코크스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때때로 용광로에 미분탄을 넣어줘야 한다. 미분탄을 넣어주는 긴 파이프 같이 생긴 것이 바로 랜스다. 용광로 옆에 난 구멍(풍구)으로 산소와 함께 미분탄을 넣어준다. 미분탄이 깊숙하게 제대로 투입되면 쇳물 생산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랜스는 용광로에 고정돼 있어 항상 고온의 열에 노출돼 있고 쇳물과 직접 접촉하기도 해서 끝이 쉽게 마모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약간 기울어져 있는 랜스의 각도 문제로 미분탄을 넣을 때 제대로 투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마찰이 생기는 바람에 용광로의 풍구도 손상이 잦았다. 그래서 랜스는 105일만 지나면 못쓰게 되곤 했다. 이 상무는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어떤 소재로도 105일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혁신은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발상의 전환을 해봤다. 랜스가 꼭 용광로 옆에 고정돼 있을 필요가 있을까. 미분탄을 투입할 때만 용광로에 접근하게 만들면 안 될까. 그래서 삼우에코는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랜스 전후진 장치를 개발했다. 보통 때는 용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가 미분탄을 투입할 때만 용광로에 다가가는 움직이는 랜스를 만든 것이다. 이 장치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미분탄이 용광로 안에서 확산도 잘 됐다. 삼우에코는 시행착오 끝에 랜스의 수명을 105일에서 519일까지 늘릴 수 있었다. 미분탄의 정확한 투입으로 원가절감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삼우에코는 포스코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성과공유제에 따라 이듬해인 2005년 성과보상금으로 4 700만 원을 받았다. (그림1)

300만 평에 이르는 제철소는 극한의 환경이 존재하는 곳이다. 쇳물은 만드는 1500도가 넘는 용광로가 모든 생산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은 끊임없이 이런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고 장치의 수명을 늘리고, 외국 제품을 국산화하며,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가 협력업체들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아서가 아니다.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라는 좋은당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협력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제안하고 여러 시도를 해보고 성공하면 보상을 받는다. 포스코는 협력업체들의 시도를 전폭 지원한다. 협력업체들에게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는 거대한 실험실과도 같다.

 

 

 

 

 

 

 

 

가장 효과적인 동반성장 방법 -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

성과공유제는 포스코가 2004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처음 도입한 제도로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혁신과제를 발굴해 재료비 절감, 기계 수명 향상, 인건비 절감, 국산화 같은 성과가 나오면 중소기업에 현금 또는 단가 보상을 해주거나 장기 공급권을 주는 제도다. 특히 포스코는 개선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의 50% 3개 년간 중소기업에 현금보상하고 장기 계약권을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선 과제를 진행할 때 제철소 현장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시제품 테스트 비용도 지원한다. 성과공유제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포스코의 협조 아래 자율적인 개선으로 체질 개선과 기술개발을 도모할 수 있고 포스코 역시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품질향상을 실현할 수 있는누이 좋고 매부 좋은동반성장 제도인 셈이다.

성과공유제는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이윤 목표를 초과하는 성과를 내면 그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것으로 사후적인 개념이 들어가 있다. 반면 성과공유제는 협력업체가 포스코의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줬을 때 미리 정해진 법칙에 따라 그만큼의 금전을 협력업체에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이 부품개발,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프로세스 개선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합리적인 원가 절감을 실현하면 각각의 프로젝트별로 정산을 하기 때문에 공정하고 명확한 성과보상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쉽게 말하면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노력해서 이룬 성과에서 나오는 이익의 절반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것이다.

개선 과제의 제안은 중소기업이 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 위에 군림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들의 성과공유제가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포스코의 성과공유제가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에 의해 발굴된 개선 과제는 중소기업과 포스코 구매부서, 제철소 현장부서가 개선 과제 검토와 선정부터 시작해서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포스코는 과제 상시 등록부터 성과보상까지 일괄 관리하는 성과공유제 관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1년까지 801개 기업과 함께 모두 1794건의 성과공유 과제를 수행해 총 826억 원을 중소기업에 성과보상금으로 제공했다.( 1) 2003 SRM(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운영팀을 신설한 이래 2004년부터 성과공유제를 추했으며 꾸준히 프로세스를 개선해오고 있다. ( 2)

 

 

 

 

 

 

 

 

 

포스코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공유제 재원을 2010 77억 원에서 2011 400억 원, 2012 500억 원 규모까지 끌어올렸으며 앞으로도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이룬 성과에 대한 성과보상금은 포스코 제철소 내 현장 부서가 예산을 집행하도록 했다. 각 부서들이 예산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성과공유제 사례를 발굴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 최유식 매니저는성과공유제 재원을 담당하고 있는 제철소 현장 부서들에게도 동반성장의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재원이 있으면 중소기업의 작은 개선 아이디어에도 현장 부서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성과공유제로 연계해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성과공유제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성과를 핵심경영지표(KPI), 즉 구매담당 임원의 인사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 3)

포스코는 성과공유 과정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을 해본 많은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의 개선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에 공개해 경쟁을 유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경쟁사나 대기업에 뺐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중소기업과 개선과제 수행 전에 성과공유제 협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중소기업의 승낙 없이 함부로 기술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해 기술 유출 문제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포스코와 협력업체는 과제 참여와 동시에 기술보안협약(Non-Disclosure Agreement), 윤리준수 등의 사항에 대한 전자 동의를 한다.과제수행 전 과정에서 포스코는 윤리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중소기업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보호 의무를 갖는다. 과제수행 관련 정보에 대해 쌍방 모두 비밀유지 및 다른 용도로 사용불가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제 수행결과 발생된 지적재산권은 포스코, 중소기업 공동보유를 원칙으로 한다.

 

 

 

7가지 성과공유제 모델

포스코는 2004년부터 성과공유제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2012년 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다. 올해 성과공유제 운영모델인 ‘FOCUS’를 정립하고 CEO 직속의 성과공유제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포스코형 성과공유제를 산업계 동반성장의 표준모델로 확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FOCUS’는 성과공유제를 통해 포스코와 협력기업 간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focus) 의미와 함께 포스코의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이용해 협력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Fostering)하고 이들과 함께 열린혁신(Open Innovation) 기반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수명·납기·품질 등의 향상(Upgrade) 성과를 사전에 협의된 기준에 따라 공유(Sharing)한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FOCUS’를 통해 성능 공동개선형, 협력기업 간 협업형 등 7개 성과공유 모델을 정형화했고 그 하위 개념으로 25개에 이르는 구체적인 협력 유형을 정립해 포스코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동반성장활동이 성과공유제로 이어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성과공유제 참여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통해 성과공유제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성과공유제 참여직원에 대해서는 CEO 포상과 연계, 최대 300만 원까지 현금 또는 BS(Benefit Sharing) 마일리지로 보상한다. BS 마일리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기부금 또는 현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성과공유 과제발굴 경로를 다양화하고 참여폭을 넓혔다.

다음은 지금까지의 성과공유 사례를 종합해 포스코가 정한 7가지 성과공유제 모델이다.

1. 목표원가 관리형

포스코의 생산량과 연동하는 조업용 품목에 대해 협력사와 공동으로 목표원가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개선활동. 추진방법으로는 책임관리제, 목표 원단가 관리제 등이 있다.

- 내용: 목표원가 달성을 위한 공동개선 활동

- 추진방법: 책임관리제, 목표 원단가 관리제 (공장단위)

2. 공동 원가개선형

원가 개선을 목적으로 협력사와 공동수행하는 개선활동. 추진방법으로는 직영원가 절감, 외주비 절감, 물류비 개선, 제조원가 개선 등이 있다.

- 내용: 외주작업의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한 공동 원가절감 활동

- 추진방법: 직영원가절감, 외주비절감(품목단위)

3. 성능 공동개선형

기존 자재나 설비의 성능 향상을 위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수행하는 개선활동. 추진방법으로는 품질개선, 사양개선, 수명 향상, 자재 재활용, 계약사양 개선, 설계공모, 공기단축, WBWF(World Best, World First) 등이 있다.

- 내용: 설비의 불필요한 사양을 제거하거나 내구성을 좋게 만드는 등 공동 원가절감 활동

- 추진방법: 품질개선, 사양개선, 수명향상 등

4. 신제품 공동개발형

신제품 개발이나 수입 구매품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하는 개선활동으로 추진방법으로는 신제품 개발, 대체품 개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민관공동투자 기술개발사업, 국산화 개발이 있다.

- 내용: 기존에 구매하던 외국산 구매품을 국내 기업과 연계해 국산화 개발하는 개선활동

- 추진방법: 국산화 개발, 신제품 개발, 대체제 개발 등

 

5. 보유기술 지원형

포스코의 660여 명에 이르는 박사급 인력을 무상으로 파견하거나 특허·기술 등의 지원을 통해 협력사와 공동 수행하는 개선활동. 추진방법으로는 테크노 파트너십, 기업주치의, 특허/기술 이전, 생산성 향상 파트너십이 있다.

- 내용: 공급사에서 신제품 개발 때 포스코가 보유한 특허 또는 기술인력 등 포스코의 지원이 필요할 경우 공급사가 신청하면 포스코가 이를 심사 후 공동개선 활동 수행

- 추진방법: 테크노파트너십, 특허/기술 이전 등

6. 협력기업 간 협업형

포스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포스코뿐만 아니라 연관되는 전후방 협력사가 함께 공동 수행하는 종합 개선활동.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1차 협력업체와 대기업 간의 개선활동이 이뤄지지만 2차나 3차 협력업체까지 동반성장 활동에 포함시켜 성과를 공유.

- 내용: 전후방 복수의 공급사 간 종합개선활동을 통한 성과를 공유

- 추진방법: 협력기업과 공동개선

7. 혁신성과 공유형

포스코 제철소 내에 상주하는 외주 파트너사와 포스코가 포스코 설비나 작업공간에 대해 함께 수행하는 혁신활동·추진방법으로는 포스코의 독특한 식스시그마 방식인QSS(Quick Six Sigma) 혁신활동 등이 있다.

- 내용: 포스코 내 작업공간의 혁신을 통한 생산성 및 품질 향상, 안전재해 예방 등

- 추진방법: QSS활동

 

 

 

 

성공사례1-삼우에코의 수명연장과 재료비 절감

전후진이 가능한 움직이는 랜스를 용광로에 설치한 삼우에코의 이찬석 상무는 처음에는 매우 긴장했다. 혹시 이번에도 105일을 넘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번 랜스는 달랐다. 400일을 훌쩍 넘겨 버렸다. 성과공유제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확히 얼마나 수명이 늘어나는지를 측정해야 하지만 삼우에코와 포스코는 일단 수명을 400일이라고 보고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걸 마냥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랜스는 결국 519일을 버텼다. 수명이 119일이 더 향상된 것에 대한 보상금은 이듬해 받았다.

 

삼우에코는 전후진 장치 외에도 랜스에 두 가지 수정사항을 추가했다. 하나는 랜스의 투입 각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곡선형 랜스를 개발한 것이고 미분탄이 더 멀리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랜스 안에 강선을 만든 것이다. 곡선형 랜스 덕분에 랜스의 끝부분이 풍구와 부딪혀 용광로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줄었고 총 안의 나선형 강선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 랜스 안의 강선은 미분탄과 산소가 용광로 더 깊숙이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포스코는 재료비도 아낄 수 있었다.

 

 

 

 

 

 

성공사례2-우진의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향상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의 일부는 주조 용도로 쓰기 위해 100∼300t 크기의 정련로(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로)로 옮겨진다. 정련로의 쇳물로는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지만 스테인리스스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련로의 온도를 약 섭씨 1750도로 유지해야 한다. 또 쇳물의 성분분석도 자주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련로에는 2명의 쇳물 채취 인력이 3교대로 상시 대기해야 했다. 이들은 방열복을 입고 정련로에 접근해 국자로 약 1750도의 극도로 뜨거운 쇳물을 떠다가 성분분석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 매우 위험한 일이고 실제로 사고도 여러 번 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스테인리스스틸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이 공정의 또 한가지 맹점은 국자로 직접 채취를 할 때마다 쇳물을 쉽게 뜨게 하기 위해 공정을 멈추고 정련로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공정이었던 셈이다.

산업용 계측기 전문기업인 우진(현 우진일렉트로나이트)의 황춘선 부장(2004년 당시 과장)은 이러한 위험한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과의 첫 회의에서 황 부장은 뜻밖의 비관적인 의견을 들어야 했다. 친분이 있는 직원들조차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포스코 측에서는 우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때부터 쇳물의 온도측정과 성분 분석용 시료를 채취하는 프로브(Probe) 개발이 시작됐다. 포스코 임직원들의 표현인쇳물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프로브의 겉은 놀랍게도 종이로 만들어졌다. 정련로에 들어가는 종이가 1초에 1㎜씩 타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된 황 부장은 방탄복을 만들듯이 종이를 여러 번 감아 13㎜ 두께로 만들었다. 프로브가 쇳물에 들어가서 온도를 재고 시료를 떠서 나오는 데는 8∼10초가 걸리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우진은 2005년 프로브의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진은포스코 스테인리스공장 정련로 온도 측정 및 시료 채취 자동화센서에 대한 서플라이 체인 프로세스 최적화등 성과공유제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119000만 원의 성과를 보상받았다. 자동화로 인해 포스코의 인건비도 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방열복을 입고 국자로 쇳물을 떠내는 위험한 일을 자동화했다는 의미가 컸다. 포스코와 우진의 공동연구로 33억 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보기도 했다. 2005년부터 포스코 인증공급사(PCP·POSCO Certified Partner)로서 신뢰를 구축해가고 있는 우진은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포스코와 함께 해외 동반 진출도 이뤄냈다. 황 부장은어려운 과제였지만 포스코와 삼우에코가 함께 도전하고 의기투합한 덕분에 9개월 만에 개발과 모니터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공사례3- 대원인물1 의 수입품 대체 국산화

발단은 2008년의 식사자리였다. 포스코에 철강 절단용 칼(Laser Welder Knife)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대원인물의 최도현 사장은 포스코 인증공급사(PCP) 28개 대표들과 정준양 회장(당시 사장)과의 식사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공언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증공급사들도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 대원인물도 세계 최고의 철강 절단용 칼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 흐뭇해진 정준양 회장은 그 자리에서 대원인물의 칼을 책임지고 구매하겠다는 협약서를 써줬다.

생산된 철을 자르지 못하면 포스코는 철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철강 절단용 칼은 포스코에 매우 중요한 제품이다. 게다가 칼의 성능은 제철 공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자동차와 배가 가벼워지면서 강판은 강도가 더 세졌다. 그런 강판을 자르는 칼의 수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칼의 수명이 줄면 교체를 자주 해줘야 된다. 쉴 새 없이 강판을 자르는 칼의 교체는 전체 생산 라인을 멈추고 해야 되기 때문에 칼을 자주 갈수록 생산라인은 자주 멈추게 되고 철 생산량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칼이 마모가 되면 단순히 칼 하나의 비용만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우선 후판의 양쪽 둥근 가장자리를 절단해 폭을 정리하고 치수를 맞춰주는 ‘DSS 나이프의 수명을 3.5일에서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최 사장은더 오래가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 합금의 성분에 다양한 변화를 가하면서 실험을 계속했다기업비밀이라 정확히 말은 못하지만 음식으로 치면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를 쳐 봤다가 고춧가루 분량을 늘렸다가 바질도 넣어 보는 등 별별 시도를 다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11년 결국 사용 수명이 7일로 3.5일의 두 배인 칼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연간 칼 교체 시간을 최대 200시간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한 생산량 증가는 연간 최대 7t에 이른다. 대원인물이 개발한 이 칼은 지금까지 나온 강판용 칼 중에 가장 강력한 고장력강 절단용으로 포스코에 의해 세계 최초(World First)로 인정을 받았다. 원가는 낮추면서 성능은 좋아졌으니 포스코는 그때까지 사용해오던 독일산 수입품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대원인물은 포스코의 제철소 거의 전 공정에 들어가는 나이프를 공급한다. 이 칼은 2012 93일 특허 등록까지 됐다.

이와 함께 대원인물의 브레이징 타입 초경 나이프(Brazing Tungsten Carbide Knife)도 혁신을 통해 포스코로부터 World Best 인정을 받았다. 이 칼은 비싸고 매우 무거워서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최 사장은 실제로 자르는 역할을 하는 부분만 비싸고 무거운 소재를 쓰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소재로 바꿔서 35%의 원가 절감과 30%의 중량 감소를 실현해냈다. 또 기존에는 최대 1㎜ 두께까지 자를 수 있었는데 이 칼은 최대 2㎜까지 자를 수 있어 성능도 좋아졌다.

이처럼 대원인물은 포스코와 함께 진행한 성과공유제를 통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철강 절단용 칼을 국산화하고 원가를 절반 가까이 낮추면서 성능은 2배가량 향상시키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 덕분에 포스코로부터 향후 3년간 장기공급권을 받아 연간 20%가량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포스코 역시 품질개선 및 수입대체를 통해 약 5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성공사례4- 달성의 원재료비 절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에서 마지막 중요한 공정 중 하나는 쇳물이 모이는 용광로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쇳물을 뽑아내는 출선작업이다. ‘태핑바라 불리는 긴 막대가 출선구를 관통해야 비로소 가공이 가능한 쇳물이 나오는 것이다. 일견 간단해 보일 수 있는 작업이지만 이 속에도 값진 기술이 숨겨져 있다.

달성의 정우성 상무(2005년 당시 차장)는 용광로 밑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하는 태핑바의 단계적 혁신을 주도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중요한 전환을 맞았다. 그전까지는 구멍을 뚫을 때 태핑바를 용광로에 대고 뒤에서 망치로 쳐서 구멍을 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용광로 전체에 금을 낼 수 있어 위험했다. 2007년부터는 드릴과 같이 돌려서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비트’라 불리며 드릴의 역할을 하는 태핑바의 끝 부분도 정 상무는 계속해서 모양을 바꿔가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소재는 강하고 열에 잘 견디는 초경을 사용한다. 이 결과 처음에는 구멍을 한번 뚫을 때 2개 이상의 바가 필요했으나 이제는 한 개의 바로 공정을 끝낸다. 또 이전에는 파이프에 쇳물이 닿으면 못 썼으나 2009년부터는 쇳물이 닿은 파이프를 손질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달성은 이 태핑바의 개선으로 재료비를 절감해 3년 장기 계약 보장과 함께 첫해 17300만 원, 이듬해 16900만 원의 성과보상금을 받았다.

 

성과공유제 성공 요인

① 중소기업의 자발적 혁신 유도

통상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강압적인 관계로 묘사되곤 한다. 모든 관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대-중소기업 관계가 현실적으로 그런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신 이익을 나눈다는당근을 통해 중소기업인 협력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요인을 찾을 수 있다.대부분의 성과공유 프로젝트들은 포스코의명령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먼저 포스코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누구보다도 제품을 잘 아는 협력업체들의 제안은 도전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우진의 프로브는 위험한 공정을 자동화했고 삼우에코는 고민 끝에 역발상에서 답을 찾았다. 포스코는 성과보상금 예산을 각 현장 부서들에게 줘서 현장에서 협력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② 체계적인 시스템의 승리

성과공유제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체계적인 시스템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3년 성과공유제를 최초로 구상했을 때부터 전담조직(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운영팀)을 마련해 관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서울대 경영대학 곽수근 교수(동반성장위원회 위원)동반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라고 말했다. “진정한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은 일회성 또는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경영체제 안에서 상시적으로 상생을 수행하는 것이며포스코가 담당부서를 만들고 성과공유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은 기업생태계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도우면서 발전하는 문화를 만든 좋은 선례다라고 평했다.

포스코가 중소기업과 개선 과제를 진행하기 전에 성과배분율을 미리 상호 협의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투명함도 체계적인 시스템의 일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포스코와 중소기업 간에는 신뢰가 조성되며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은 강한 동기를 얻게 된다. 중소기업은 포스코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품질 개선과 공정 효율성 향상 등 이를 증명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 성과공유제는 단순히시혜성이 강한 동반성장 방법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함께 이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늘날 동반성장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오가는 이유는 바로 중소기업에 대한시혜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있다. 대기업이 단순히 중소기업에 베푸는 쪽으로 동반성장의 방향을 맞춘다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대기업에 기대려는 성향이 커질 것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함께 높여가는 과정을 시스템화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당연한 것이지만 성과공유제에서 포스코는 실제로 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성과공유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기업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들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선뜻 공개하기를 두려워했다. 중소기업의 노력이 대기업의 원가절감에는 도움을 주지만 중소기업의 매출액 하락으로 귀결된다는 비상식적인 악순환 고리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물품의 원가 및 단가 인하로 나타나면 결국 이득을 얻는 쪽은 대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로 귀속될 수 있는 이득의 절반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것을 명시하고 적극적으로 기술 유출 방지 협약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우려는 불식됐다.

 

③ 실패해도 괜찮은 거대한 실험실 제공

대원인물의 최도현 사장은포스코가 거대한 실험실을 개방해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실험을 해볼 공간이나 자금이 부족하다. 특히 용광로와 같이 극한의 온도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은 어디서 시험해 보기도 어렵다. 실패하면 비용만 날아가기 때문에 실패를 하는 것도 큰 리스크다. 그러나 포스코는 중소기업들에 제철소를 개방했고 이들의 실패를 보전해줬다. 만약 계획된 실험이 실패했을 때 문책을 하거나 중소기업에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면 중소기업들은 과감한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포스코의 중소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과감한 제도의 마련이 큰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는 동반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한 포스코의 진정성을 나타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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