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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유지 개발사업

허름한 무허가 건물촌이 황금상권으로…방치된 국유지 에서 ‘금맥’캤다

이방실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캠코는 정부의 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자사가 가진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국공유지 위탁 개발 사업이라는 새로운 업무 영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정부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내부 역량과 경험을 활용해 정부 정책을 선도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고 이런 역량을 토대로 신규 사업을 개척했다. 특히 국공유지 개발 과정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이 충돌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자의 이해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창의적 대안을 제시해 사업 성과를 높였다. 캠코의 국공유지 개발 사례는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산업이나 부동산 가치 극대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좋은 시사점을 준다.

 

서울시 중구 저동에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지상 15, 지하 4층 규모로 2008 7월 준공됐다. 현재 남대문세무서, 서울지방국세청 등 정부부처는 물론 대우일렉트로닉스, SK C&C 등 민간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고층 빌딩 바로 옆에는 1050㎡ 규모의 공원이 붙어 있어 도심 속 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저동 지역의랜드마크인 친환경 민관복합빌딩이다.

 

하지만 과거 이곳은 지금과 딴판이었다. 나라키움 저동빌딩이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비효율적인 국유지 관리의 대표 사례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1926년에 세워진 일제시대 건물인 옛 남대문세무서가 명동 상권과 인접한금싸라기땅 위에 터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 3, 지하 1층짜리 허름한 건물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무허가 건축물까지 붙어 있었다. 서울 도심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국유지라는 이유 때문에 1954년 건물 증축 이후 60여 년간 한 차례의 개발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2006 1월 착공해 총 434억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나라키움 저동빌딩 개발사업은 약 30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개발 전 320억 원(시세 기준)에 불과했던 남대문세무서 건물과 토지의 국유재산가치는 개발 후 1395억 원으로 약 4.3배 증가했다. 민간임대를 통해 연간 약 51억 원의 임대수익도 올리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을 인근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첨단 빌딩으로 개발함으로써 도심지 미관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했다.

 

나라키움 저동빌딩은 캠코가 추진해온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의 첫 시범 케이스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예산지출 없이 국유지의 최유효이용(最有效利用·토지를 이용해 최고의 효과, 즉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을 실현했고 개발에 소요된 비용원가(개발비 434억 원+토지 및 건물가치 320억 원=754억 원)를 모두 감안해도 641억 원(1395억 원-754억 원) 이상의 국고순익을 창출함으로써 모범적인 국유지 개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코의 국유지 개발 사례는 다양한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산업 분야의 기업이나 부동산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캠코의 국유지 개발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기존 역량 활용한 신성장 사업 개척

캠코는 전통적으로 부실 채권 정리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부실채권 업무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조직 내부에서 신규 사업 발굴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캠코는 2003 3월 신사업추진단을 설치하고 중장기 발전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국유지 개발 업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캠코의 사업 분야는 부실채권 정리부터 국유재산 관리, 체납조세정리, 공매, 해외 부실채권 투자사업 등 다양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관리 자산이 대부분부동산이라는 점이었다. 신사업 영역으로 공공 부동산 사업을 지목하게 된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또 캠코는 1980년대부터 부동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1982년 재무부의 위임에 따라 국가귀속법인1 청산업무를 수행하면서 국유재산 관련 업무를 시작했고, 1996년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국유 잡종재산(현 일반재산)2 에 대한 관리·처분 업무를 위탁받았다. 지금까지 축적해 온 부동산 관련 보유 자산과 인력을 활용한다면 공공 부동산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캠코의 판단이었다.

 

캠코는 2003 11월 부동산사업부를 출범시키며 공공 부동산 사업을 본격화했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수한 부동산 임대·관리 업무가 주를 이뤘지만 인수한 부동산의 가치를 증가시켜 매각하기 위해 리모델링 업무(충청은행(현 캐피탈타워) 사옥, 대동은행(현 대동타워) 사옥)도 추진했다. 구조조정 추진기업인 텔슨전자로부터 양재동 사옥(현 캠코양재타워)을 사들이는 등 직접 매입에도 나섰으며 부동산 컨설팅 경험도 있다.

 

유명무실했던 국유지 신탁개발 제도

캠코가 국유지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2005 4월 서울 남대문세무서 부지와 금천구 가산동 부지, 대전 월평동 부지 등 3곳이 국유지 위탁개발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 중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게 바로 옛 남대문세무서 부지에 세운 나라키움 저동빌딩이다.

 

원래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 사업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2000 9월 기획예산처와 국세청이 민간 부동산 신탁사를 대상으로 개발 공고를 냈지만 고작 1개 신탁사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나마 공고에 응했던 대한부동산신탁조차 실제 개발 사업은 추진도 못했다. 부지개발을 위한 선행 작업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도시계획 변경, 무단점유자 명도소송(明渡訴訟) 등 각종 문제가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등 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큰 마당에 여러 가지 장애물이 튀어 나오자 제안서를 냈던 신탁사마저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 도심 노른자위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인 만큼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응찰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이는 부동산의 매력도 문제가 아니라 신탁개발이란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국유재산법을 개정하면서 1999년 임대형 부동산 신탁제도, 2000년 분양형 부동산 신탁제도를 각각 도입했고 시범 케이스로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하는 신탁제도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특히 조달금리가 높았다. 부동산신탁회사가 조달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은 당시 10%가 넘어 임대형 상업시설로 개발이 어려웠다. 대개 8% 미만이었던 임대 수익으로 금융비용과 신탁관리 보수를 충당하기가 불가능했다. 사업성이 높다 해도 영세한 규모의 부동산 신탁사들이 큰 리스크를 떠 안고 국유지 개발에 손을 대기는 어려웠고 결국 남대문세무서 부지는 계속 방치됐다.

 

 

 

캠코, 위탁개발 사업모델 제시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04년 국유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원 감사(8)와 함께 국무조정실에 국·공유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TF팀이 결성(9)되면서다. 2000년대 들어 토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더불어 재건축, 재개발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되면서 국유지 활용 문제가 매년 지속적으로 부각됐다. 주차장으로만 사용해도 월 3억 원의 주차료 수입이 나올 수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 인근 400여 평 부지, 최소 월 12억 원의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무허가 점포들이 점유하고 있는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인근 600여 평 부지 등 이른바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국유지들이 방치돼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왔다. 이에 감사원은 2004 8월 국유재산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0여 명의 감사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감사였다. 초점은 국유지 활용도 증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캠코에 큰 기회를 제공했다. 감사원 요청에 따라 제도개선 감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정책대안도 함께 제시하면 큰 사업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코는 부동산 신탁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위탁개발 방식을 제안했다. 국유지 위탁개발사업은 캠코 같은 수탁기관이 자체적으로 개발비용을 조달, 건물 및 기타 시설물을 축조하는 방식이다. 위탁개발은 민간 자금으로 국유지를 개발해 수익의 일부를 국가가 갖게 된다는 점에서 신탁개발과 유사하다. 하지만 토지소유권이나 조달 금리 수준, 위험부담 측면 등에서 차이가 있다. ( 1) 위탁개발에 의해 개발된 건물 및 시설물은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다. 국가는 준공 후 일정 기간 동안 수탁기관에 건물·시설물의 관리·운영을 맡기고 수탁기관은 임대·분양사업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한다. 수탁기관은 개발·관리 보수(수수료)를 챙기게 되며 추가 이익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림 1)

 


캠코는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 위탁개발 방식을 도입하면 국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국유지 개발을 할 수 있는데다 장기적으로 국고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정부에 적극 부각시켰다. 이 같은 노력은 국유재산 관리의 효율화 및 활용도 제고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부합하면서 관련 법규 개정으로 이어졌다. 2004년 말국유재산법이 개정되면서 위탁기관을 통한 위탁개발제도가 도입, 캠코가 국유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위탁개발 시범사업 위한 3개 국유지 선정

감사원 감사와 맞물려 2004 9, 국무조정실에 국·공유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민관 합동 TF팀이 설치됐다. TF팀에서는 상징적인 국유지 개발 사업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남대문세무서 부지 면적은 4287.80, 법적 허용용적률은 600%. 하지만 당시 남대문세무소의 용적률은 불과 57%에 불과했다. 민간인이 이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효율이었다.

 

국무조정실 TF팀은 캠코(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토지공사 두 기관에 남대문세무서 개발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고 준비 기간은 불과 열흘. 시간이 빠듯했지만 캠코는 토지 유형별 국유지 활용 개발방안과 연계한 포괄적인 국유지 활용 방안을 자료에 담았다. , 국유 잡종재산을유지·관리(도로, 하천, 임야 등 공공용지나 농경지) △처분·매각(부정형 토지, 소규모 자투리 토지 등 단독 활용이 불가능한 재산) △활용·수익 대상(남대문세무서 부지처럼 단독 활용이 가능하고 적극적인 개발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재산) 등 세 가지로 나눠 토지 유형별로 개발 계획을 달리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민간 자본에 의한 위탁 개발을 추진하되 활용·수익 대상 부동산의 경우 건물내용연수 등 건물상태와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개발 모델을 세분화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남대문세무서의 경우 민관복합건물로 개발함으로써 활용도가 낮은 행정재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남대문세무서 부지개발 내용을 뛰어넘어 전반적인 국유지 관리 전략을 담은 캠코의 브리핑 내용에 국무조정실 TF팀은 당시 국유재산관리조직을 별도로 신설하기보다는 캠코의 제안대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04년 말 국유재산법이 개정돼 민간 위탁개발이 허용됐다. 이치호 캠코 기업개선1팀장(당시 부동산사업부 국유지개발팀장)국무조정실로부터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방안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함께 받은 한국토지공사는 당시 민간공모 PF 사업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국유지 개발에 관심이 높지 않았다반면 캠코는 이전부터 꾸준히 국유지 개발사업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준비가 가능했고 결국 관련 부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귀띔했다.

 

캠코의 국무조정실 브리핑 이후 재정경제부는 캠코에 남대문세무서 부지처럼 시범적으로 개발 가능한 국유지를 추가로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캠코는 2004 10월 부동산사업부에 국유지개발 TF팀을 신설하고 국가재정정보시스템(NAFIS, 현 디브레인)을 활용해 우선적으로 5000여 필지를 추려낸 후 토지 지가, 면적, 건축허가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시범개발 사업 국유지 3곳을 낙점했다. 남대문세무서 부지 외 서울 금천구 가산동 부지, 대전 월평동 토지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캠코는 남대문세부서 부지에 민관복합건물을 짓고 매각해야 할 잡종재산에 속하는 가산동 부지는 당장 팔기보다 근린상가로 개발해 먼저 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마지막으로 월평동 토지는 공공복합청사로 개발함으로써 비축 토지의 효율적 개발 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후 관련 법 개정과 캠코의 적극적인 업무추진 및 관할 부처와의 업무 협조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복잡한 권리 관계 및 법률 문제 해결

부동산 개발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고 복잡한 법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나라키움 저동빌딩 개발 과정에서 실제 이런 다양한 문제가 돌출했다. 개발에 앞서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부지 개발에 앞서 인근에 남대문세무서 직원들이 들어갈 임차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도심지에 발딩이 많기 때문에 쉬울 것 같지만 이 과업도 만치 않았다. 제약 조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무서는 업의 특성상 관할구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무실을 옮길 수 있는 반경이 인근 지역으로 제한돼 있었다. 민원실을 반드시 1층에 둬야 한다는 것도 골치 아픈 조건이었다. 이치호 팀장은임대료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 지역에서 1층을 포함해 최소 3∼4개 층에 공실이 있는 부동산을 찾는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당시 부동산사업부 전 직원이 한여름 내내 명동 지역 빌딩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조건에 맞는 건물들을 서너 곳 정도 찾아내긴 했지만 민원실을 운영하기엔 공간이 협소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명동 은행연합회 빌딩 맞은편 신영증권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지 치고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3개 층이 비어 있었고 임대료도 비싸지 않았다. 문제는 1층에 증권사 객장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캠코 실무자들은 증권사 객장을 다른 층으로 옮겨주면 입주하겠다며 건물주를 설득했다. 1층을 안 비워주면 다른 건물로 들어가겠다며 건물주를 압박한 것은 물론 남대문세무서가 입주할 경우 민원인들이 많이 드나들게 돼 건물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결국 캠코는 건물주와 한 달간 줄다리기를 한 끝에 증권사 객장을 7층으로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민원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신영증권 빌딩에 입주했다.

 

그 다음 과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었다. 여기서도 복병이 나타났다. 옛 남대문세무서 건물 한쪽 벽에 옆 건물과 골목을 사이에 두고 벽돌을 쌓아 지은 2층짜리 건축물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건축물은 국유지에 버젓이 세워져 있었지만 건물의 소유권 등기까지 돼 있는 민간 건물이었다. 정운길 캠코 재산조사부 기획팀장(당시 부동산사업부 건축팀장)건물 소유주가 토지 사용료를 내야 했지만 한 번도 내지 않아 체납액만 수억 원이 넘었다철거 명령까지 받았지만 시설물을 방치한 채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캠코 직원들은 수소문을 거듭해 건물주가 살고 있는 경남 함양까지 찾아가 무단 사용자로부터 건물 철거 및 시설물 폐기에 대한 포기 동의를 받아내 철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암초가 튀어나왔다. 민간 위탁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남대문세무서를 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 전환해야 했다. 건물을 철거하는 일도, 새로 짓는 일도 일반재산으로 전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마침 인접 지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 사업자가 있었는데 원래 행정재산이었을 때에는 포함시키지 못했던 남대문세무서 부지를 일반재산 전환과 동시에 재개발 대상 구역으로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재개발 지역 대상 토지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낼 경우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지역도 수용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인근 도시재개발 사업자가 중구청에남대문세무서 부지를 재개발 사업구역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으로 제출한 주민공람공고를 보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캠코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착공식까지 끝낸 마당에 자칫 땅 값만 받고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캠코와 재개발사업자는 누가 먼저 중구청으로부터 사업인허가를 받느냐를 놓고 시간 싸움을 벌이게 됐다. 캠코는 부랴부랴 당초 15층으로 계획돼 있던 사업 계획안을 10층으로 바꿔 제출했다. 15층 건물의 경우 건축면적이 25000㎡가 넘어가 통상 인허가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 교통영향평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층 건물로 바꾸면 건축면적이 25000㎡ 미만으로 떨어져 단순 건축허가사항으로 추진할 수 있고 통상 2주 정도면 인허가가 끝난다. 이치호 팀장은건물 층수는 추후 설계 변경을 통해 예정대로 15층으로 지을 수 있지만 인허가는 한 번 정해지면 번복할 수 없다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결국 재개발사업자보다 먼저 건축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치 극대화 전략

캠코는 건물을 지으면서 공공성을 살리면서도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했다. 전국 어디에 가도 세무서 민원실은 무조건 1층에 있다. 법으로 명시된 사항은 아니지만 모두가 따르는 암묵적 원칙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민원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캠코도 이 원칙 때문에 개발 사업 전 남대문세무서 직원들을 이주시킬 때 세 들어갈 건물 1층에 있던 증권사 객장을 다른 층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1층에 민원실을 마련하면 공공성은 높아지지만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층이 임대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건물의 가치를 높이면서도 민원인의 불편을 없애는 절묘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캠코는 고심을 거듭했다.

 

캠코는 ‘1층 같은 2이란 아이디어로 수익성과 공공성의 갈등을 해소하는 묘책을 찾아냈다. 민원실을 2층에 두되 1층에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해 국세청과 남대문세무서를 설득한 것이다. , 건물 내부에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설치, 1층 입구에서 2층 민원실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바깥 공원에서도 민원실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옥외 계단을 큼지막하게 만들어 2층에 민원실이 있더라도 마치 1층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국세청과 남대문세무서도 새로운 설계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캠코는 1층을 임대공간으로 돌려 높은 임대료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만족하는윈윈상황을 만들어낸 덕택이었다.

 

캠코는 또 임대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민간 건물이 들어서는 8층 이상에는 층마다 테라스를 만들어 바람 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호텔로 치면펜트하우스격인 15층 최고 층에는 25평 규모로 대형 테라스를 만들어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준공 6개월 전부터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대 마케팅을 실시해서 일찌감치 입주의향서를 받은 것은 물론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1층과 15층에 대해서는 경쟁을 통해 임차인을 유치했다. , 온라인 입찰시스템인 전자자산처분시스템(OnBid)을 통해 입찰 공고를 내고 공개경쟁입찰을 붙였다. 이후 제안서를 낸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를 열고 임차 면적, 제안서, 임대료 등과 함께 입주하려는 기업의 재무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선정했다. 결국 캠코는 당시 예상했던 월세(평당 57000)보다 훨씬 높은 가격(평당 평균 75000)에 임차인을 모집, 준공과 동시에 입주를 모두 끝낼 수 있었다.

 

나라키움 저동빌딩은 2006 116일 공사 착공 후 26개월 만인 2008 714일 준공됐다. 지상 2층부터 7층까지는 남대문세무서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과에서 무상 사용 중이다. 남대문세무서의 경우 무상으로 청사 공간을 확보함에 따라 연간 약 22억 원에 달하는 임차료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밖에 1층에는 편의점, 커피숍 등 근린 상업시설이, 8층부터 15층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SKC&C, 대우조선해양, 롯데관광마케팅 등 민간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이 빌딩은 예산 지출 없이 첨단 민관복합건물로 개발해 국유지의 최유효이용을 실현했다. 이치호 팀장은당초 개발 사업금을 회수하는 데 28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간 50억 원이 넘는 높은 임대료 수입을 확보해 현재 수준대로라면 10년 후에는 전액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업 비용을 회수하고도 계속해서 정부는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30년 동안 캠코와의 위탁기간이 끝난 후에도 영구적으로 국고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키움 가산동 상가 및 나라키움 대전센터 개발

옛 남대문세무서 부지 외 또 다른 국유지 위탁 개발 사업 예인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부지는 국세물납으로 취득한 국유지로 100평도 안 되는 소규모 자투리 땅(285.5) 1층짜리 단독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당초 매각 대상 토지였지만 개발을 통해 국유재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범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캠코가 시범 개발 사업지로 선정했던 곳이었다. 이전까지 이곳은 분식집, 세신사(洗身士)교육장 등이 무단 점유해 있었고 도로변에 위치한 마당에는 건축자재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어 마치 쓰레기장처럼 사용되는 상황이었다. 가산동 패션타운 내에 입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노후화와 무단점유로 토지이용의 단절을 초래하고 주변 경관까지 해쳐 민원이 끊이지 않던 지역이었다.

 

캠코는 이 지역의 입지 특성상 오피스에 대한 수요보다는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수요가 강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 의류·잡화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상가 신축으로 개발방향을 설정했다. 소규모 토지이긴 하지만 법적 허용 용적률이 800%이기 때문에 최소한 4∼5층 규모의 상가건물로 건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형 패션 아웃렛이 불과 70m 앞에 위치해 있고 유명 의류·잡화 가두점들이 밀집해 있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원래 이 지역은 인접건물과 지구단위 계획에 의해 공동개발로 묶여 있어 개발하려면 도시계획변경이 필요했던 곳이었다. 캠코는 당시 관할구청과 협의를 통해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담당 공무원들이 바뀌면서 도시계획심의에서 안건이 부결되고 말았다.

 

사업이 완전히 좌초된 상황이었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해결책이 나왔다.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인력 확충 차원에서 고용한 건축사들이 묘안을 제시했다. 건축 관련 법규를 잘 알고 있는 건축사들은 한쪽 벽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허물어도 신축이 아닌 증축으로 보는 건축 관련 법규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증축이지만 사실상 신축 방식으로 1층짜리 상가를 새로 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층고를 높게 설계해 안에서 보면 1층 건물이라도 바깥에서는 2층 건물처럼 보이게 만들어 자칫 왜소해 보일 수도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치호 팀장은건축 법규를 잘 아는 건축사들이 없었다면 증축으로 개발 방향 전환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건물은 당초 계획과 달리 단층으로 지어졌지만 최소한의 투자비로 최대의 수익률을 내는 결과를 낳았다. 개발 전 평균 임대 수익이 연 1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개발 후 18000만 원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면적이 두 배로 늘었고 현대적 상가 시설로 공간이 바뀐데다 과거 무단점유로 인해 제대로 받지 못했던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5 1221일 준공 후 2009년까지 개발 비용을 전액 회수한 것은 물론 작은 건물에서 2011년까지 약 6억 원의 국고 수익을 올렸다. 당초 매각하려고 했던 소규모 국유지로 매각입찰 가격이 약 7억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캠코가 개발한 후에는 재산 가치가 20억 원으로 뛰었다.

 

국유지 위탁개발 시범 사업지 중 마지막 사례인 대전시 서구 월평동의 나라키움 대전센터는 미래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비축용 토지로 통계청에서 연수원으로 단독청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캠코의 국유지 시범개발사업부지로 선정돼 3개 부처 및 산하 9개 기관이 입주하는 공공복합청사로 개발됐다. 이곳은 대전시내 요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정부부처들이 청사신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장기간 미활용됐던 토지였다. 주변은 정부 대전청사, 대전시청, 법원 등 관공서와 대규모 아파트단지 및 근린상업시설로 형성돼 있다. 캠코는 전체 부지 19835㎡ 중 우선 13223㎡를 활용해 청사를 건축, 대전시에 흩어져 있는 통계청 산하 통계교육원과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대전지방보훈처 등 3개 부처 산하기관을 입주시켰다. 남은 6600㎡의 토지는 나중에 민간시설로 개발해 임대수익을 확보할 목적으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개별 기관이 각각 청사를 신축하는 경우와 비교해봤을 때 약 6600㎡의 토지, 298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회의실, 로비, 각종 부대시설을 여러 기관들이 공유함으로써 시설개발면적도 약 13% 절감했다. 또 여러 기관을 한곳에 집적시킴에 따라 민원인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원 스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국유지 개발 사업 성과 및 공유지 사업 확대

캠코는 옛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9(건축연면적 72775)의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건축원가 1260억 원을 투입해 민관복합건물(: 옛 남대문세무서 부지), 공공복합청사(: 대전 월평동 부지), 소규모 근린상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 부지), 상가 및 다세대 주택(: 논현동 상가주택) 등 토지 유형 및 특성에 따라 다양한 개발 모델을 적용했다. 위탁개발사업이 완료된 9건의 다양한 국유지의 시장가치는 개발 전 847억 원에서 개발 후 2827억 원으로 300% 이상 수직 상승했다.

 

현재 캠코가 진행 중인 국유지 개발사업으로는 삼성동에 2건의 업무용 빌딩(연면적 6152) 및 세종시 복합청사(연면적 116780) 등 세 건이다. 이 밖에 종합의료복합단지(서울시 광진구 중곡동 소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여의도 공군테니스장 민관복합개발, 동소문동 공무원 기숙사 개발 등 수건의 사업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기획 중에 있다. 캠코는 이를 통해 향후 30년간 약 915억 원의 위탁보수를 수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캠코는 국유지 개발 관련 총괄청인 기획재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제도 개선과 함께 국유지 개발 사업 모델을 함께 발전시켜 가고 있다. 국유재산 위탁 개발도 캠코의 아이디어였지만 2009년 도입된 분양형 개발제도 역시 캠코의 제안에 따라 도입된 케이스다. 위탁개발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탁기관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임대·운용수입으로 개발비용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수탁기관의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캠코는 사업비를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는 분양형 및 혼합형(임대형+분양형) 위탁개발 도입 필요성을 정부에 제기했고 그 결과 2009 1월 분양형 및 혼합형 위탁개발제도가 법제화됐다.

 

캠코는 국유지 개발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지 개발사업으로까지 확대했다. 공유재산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으로 국유재산과 소유 주체만 다를 뿐 개념은 동일하며 관리·처분 업무 절차도 유사하다. 이에 따라 캠코는 2008 3월 공유재산팀을 신설하고 새로운 업무영역 확보의 일환으로 국유재산 관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 공유지 개발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캠코가 지자체 공유재산을 위탁받아 관리·처분 업무를 수행하고 위탁받은 재산을 분양형, 임대형, 혼합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법령 정비 후 캠코는 공유지 개발 시범 대상 사업지를 물색하기 위해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가 시민회관 보수관리로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건물 노후화로 신축을 원하지만 예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구로 내려갔다. 그리고 대구시에 시설 현대화 및 지원공간(연습실, 주차장 등) 확충 등을 통해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시민회관을 리노베이션하겠다는 사업계획안을 제출, 위탁 개발을 맡았다. 이 밖에 광주시 남구 종합청사 리모델링(14년간 방치된 도심지 내 공사중단 건축물을 매입해 청사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 동대문구청글로컬 타워(가칭)’ 개발(나대지 형태의 저활용 토지를 개발해 장애인 복지시설과 민간 임대시설에 반반씩 임대하는 사업) 등 현재 세 건의 공유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기춘 캠코 개발금융부장은통상 공공시설은 입지 조건이 양호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공공시설을 방치하는 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앞으로도 캠코는퍼블릭 디벨로퍼(public developer)’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요인 분석

캠코의 국공유지 개발 사례는 정부와 밀접하게 관련된 비즈니스를 수행하거나 부동산 가치 극대화를 꾀하는 기업들에 좋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캠코는 정부의 정책 변화 흐름을 잘 포착했다. 캠코는 비효율적인 국유지 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정부의 국유재산 정책기조가유지·보존에서확대·활용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캠코는 원래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금융권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소형 공공기관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수십조 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위탁 운용하면서 확대 개편됐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캠코 조직 역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캠코는 신규 사업 개척에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 변화와 자사 역량이 결합하는 분야인 부동산 개발에 주목했다. 금융회사 부실채권의 절반 수준이 부동산 담보부 자산이었음을 감안할 때 캠코는 한국토지공사와 더불어 정부 및 산하 공공기관을 통틀어 부동산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였다. 특히 국유지 관리는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토지공사(국토부 산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수임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캠코는 자사의 기존 역량과 연계해 시의적절하게 정부가 원하는 사업 모델을 내놓음으로써 나라키움 저동빌딩처럼 단기간에 가시적 성공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다.

 

캠코는 단순히 정부 정책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정부에 선도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캠코는 남대문세무서 개발 방안 제시에도 빠듯한 시간에 토지 유형별 국유지 활용 개발 전략까지 함께 수립해 정부에 제시했다. 유지관리가 필요한 재산, 처분이나 매각이 필요한 재산,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할 재산 등 전체 국유지를 세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정책 대안은 국유자산 활용 문제로 고민하는 정부의 주의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캠코는 또 임대형 위탁개발뿐만 아니라 분양형, 혼합형 등의 개선안을 내놓으며 국유지 개발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했고 이는 모두 정부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용한 지식과 대안을 생산한다면 관련 사업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규제나 지원이 사업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통신, 금융, 환경 분야 등에서는 수동적으로 정책 변화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핵심 고민을 파악하고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은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모순에 대한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대체로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면 많은 사람들은 모순적 성격을 가진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고 만다. 하지만 캠코는 공공성과 수익성 간 모순이 발생했을 때 이 둘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지 않았다. 둘 다 충족시키는 절묘한 방법을 찾아냈다. 민원실을 2층에 배치하고도 1층처럼 편리하게 이용하게 해 1층의 높은 임대수익과 민원인 편의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나라키움 저동빌딩이 대표적 사례다. 모순을 해결하려면 모순적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모순을 일으킨 근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1층에 민원실을 낸 가장 큰 이유는 민원인들의 불편 해소다. 1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민원인 편의가 1층을 고집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따라서 논란의 핵심은 1층 여부가 아니다. 민원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 아니냐다. , 2층으로 옮기더라도 1층처럼 민원인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캠코는 민간 부문의 다양한 인적자원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며 창조성을 극대화했다. 캠코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체계를 갖췄다. 대표적 예가 가산동 상가 개발 사업이다. 도시계획변경심의 부결로 자칫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노련한 건축사들의 발 빠른 대처로 신축에서 증축 사업으로 선회했고 결국 최소 투입으로 최대 효과를 거둠으로써전화위복이 됐다. 이 밖에 나라키움 저동빌딩 사업도 인접 도시재개발사업자와의 건축 인허가 문제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향후 캠코가 국공유지 관리 업무 확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 및 조직 개편 등 추가적인 전략재편이 필요하다. 우선 국·공유지 개발 사업은 국가 전체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업무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캠코는 부동산 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영입, 업무수임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조직의 확대는 쉽게 이뤄질 수 있으나 축소가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업무확대 가능성에 맞춰 조직의 역량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sskoh@konkuk.ac.kr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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