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01번이나 해변의 1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몬터레이 카운티가 나온다. 이 지역은 미국 서부 해안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를 자랑하는 명소로 이름이 높다.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정착했으며 골프 등의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이 지역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1902∼1968)과 연관이 깊다. 스타인벡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모두 받은 미국의 대문호다. ‘미국 동부엔 헤밍웨이, 서부엔 스타인벡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서부의 자연과 정서, 시대적 배경을 잘 녹여냈다. 빼어난 자연과 스타인벡의 문화유산을 찾아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명작의 고향, 몬터레이
스타인벡의 작품에는 몬터레이의 삶과 정서가 묻어난다. 그의 작품 중 처음 호평을 받은 ‘토르티야 대지(Tortilla Flat)’는 몬터레이에 사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과 유머로 정감 있게 다룬 소설이다. ‘분노의 포도’나 ‘승산 없는 싸움’은 그의 고향인 샐리너스(몬터레이 카운티의 대표도시)에서 살았던 경험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또 스타인벡의 ‘캐너리 로(Cannery Row)’는 과거 번성했던 정어리 통조림 공장들이 몰려 있던 몬터레이를 배경으로 하는 휴머니즘이 담긴 소설이다.
스타인벡의 고향인 샐리너스를 비롯한 몬터레이에는 그와 관련된 관광지가 많다. ‘존 스타인벡 박물관(National Steinbeck Center)’은 샐리너스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그가 저술했던 소설들을 전시해놓고 작품들의 배경 등을 세트로 만들어 각종 소품들과 함께 모아뒀다. 몬터레이 지도를 펼쳐놓고 작품에 등장하는 지역들을 따라가며 관련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점도 이채롭다. 그와 관련된 인터뷰 영상, 음성파일, 각종 미디어, 영화 등도 함께 소장하고 있다. 특히 스타인벡의 작품 세계를 시대별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인터렉티브한 세트장이 인상적이다. 작품 해설을 통해 스타인벡과 그의 문학세계를 접할 수 있다. 스타인벡의 생일인 2월27일에는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되며 조촐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매년 스타인벡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기간에는 스타인벡과 관련된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된다. 2011년 8월 초에 31번째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샐리너스에는 스타인벡의 생가도 복원돼 있다. 이곳은 식당과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선 관광지 중 하나다. 샐리너스에는 매년 7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로데오대회가 열린다.
스타인벡과 관련해 유명한 곳이 몬터레이시에 위치한 ‘캐너리 로’다. 몬터레이만은 과거 어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는데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에는 통조림 산업이 번창했다. 캘리포니아답게 많은 이민자들이 건너왔고 가난한 이민자들이 어업과 통조림 산업에 주로 종사했다. 통조림 공장은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데다 위험했기 때문이다. 남획으로 정어리 어획량이 급감하자 캐너리 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스타인벡은 1930년 첫 번째 결혼 후 ‘캐너리 로’ 근처 마을에 정착해 글을 썼다. 당시 번성하던 이곳을 관찰한 작가는 1945년 소설 ‘캐너리 로’를 발표해 큰 인기를 얻는다. 소설 발표 이후 이곳이 미국에서 꽤 유명해졌지만 쇠퇴한 산업을 돌릴 수는 없었다.
캐너리 로가 부흥하기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다. 이곳을 추억하는 사업가들이 텅 빈 공장을 개조해 레스토랑을 열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공장 외관을 그대로 둔 채 쇼핑몰, 식당 등으로 개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곳을 개발하는 회사들도 생겨났다. 지금은 스타인벡 흉상이 입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의 광장을 스타인벡광장이라 부르고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est Gump)’ 촬영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간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이곳은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거리로 성장했다. 스타인벡이 ‘캐너리 로’ 작품을 발표하고 소설이 유명해지자 지자체는 ‘오션스 뷰 에버뉴(Oceans View Avenue)’를 아예 ‘캐너리 로’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