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이 중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경영학적 관점에서 더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왜 이런 의사결정이 내려졌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원인은 예측 실패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었다. 어떤 오류는 감수하더라도 어떤 오류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선거일에 다시 투표하지 않으므로 당일 투표소에는 전체 선거인 수보다 적은 용지를 준비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총량만 놓고 보면 합리적인 계산일 수 있으나 진짜 문제는 투표소별 편차다. 선거는 전국 단위가 아니라 개별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일부 투표소에 유권자가 예상보다 많이 오면 용지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평균은 맞췄지만 분산은 고려하지 못한 셈이다.
통계학에는 1종 오류(Type I error)와 2종 오류(Type Ⅱ error)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투표용지 준비에 적용해보면 실제 필요량보다 더 많이 준비하는 것이 1종 오류이고 필요한 양보다 적게 준비하는 것이 2종 오류에 해당한다. 투표용지를 과도하게 준비하면 남은 용지를 폐기해야 하고 예산 낭비나 비효율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반면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했다가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오면 선거권 행사에 지장이 생기고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두 오류 모두 문제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그 비용이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 남은 투표용지를 폐기하는 비용과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신뢰 손상은 같은 저울에 올려 비교할 수 없다. 선거 관리처럼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고신뢰(high-reliability) 시스템은 두 오류의 비용 비대칭성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즉 1종 오류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2종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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