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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10년 후, 한국이 AI 변방에서 벗어나려면

전용주 | 418호 (2025년 6월 Issue 1)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한국 사회는 AI(인공지능) 쇼크를 받았다. 정부는 ‘AI 국가전략’을 내놨고, 기업들은 ‘한국형 알파고’를 외쳤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여전히 AI 변방에 머물러 있다. 보여주기식 구호와 화려한 서비스의 외면에 매몰된 나머지 산업의 뼈대를 세우는 구조적인 기반 육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AI에 대한 관심 소재가 알파고에서 챗GPT로 바뀌었을 뿐 지금도 AI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전략은 부족해 보인다.

AI 기술과 산업은 밸류체인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발전한다. 이 밸류체인은 크게 ▲이용자가 직접 사용하는 챗GPT 같은 AI 애플리케이션 ▲이런 애플리케이션의 연산과 학습을 담당하는 GPU 등 하드웨어 ▲AI 서비스를 작동시키는 연료이자 생각의 뿌리인 데이터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AI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인 데이터 플랫폼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밸류체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AI의 핵심 축이다. 실제로 미국 팔란티어는 화려한 서비스에 집착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기술에 집중하면서 결국 공공·국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깊게 뿌리내렸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 등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들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흐르게 하는 데이터 플랫폼 생태계의 부가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역시 눈앞의 서비스에 집착해 ‘무늬만 AX(AI Transformation)’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AI 밸류체인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를 갖추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다. 데이터의 수집·처리·분석·활용을 총괄하는 ‘AI의 토양’이다. 제대로 된 플랫폼은 AI 연산 효율을 높이고 하드웨어 부담을 크게 줄인다. 글로벌 빅테크 대비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이미 한국은 밀레니엄 시대 초고속 인터넷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IT 강국’의 길을 연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AI 생태계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 육성에 집중한다면 AI 산업에서 선발 주자를 추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AI로의 전환이 실제 산업현장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게 해야 한다. 리테일 매장에서 활용되는 ESL(전자 가격 표시기)이 단적인 예다. 현재 상당수 ESL은 종이 가격표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표시장치에 머물러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 혁신은 거의 없는 ‘무늬만 AX’에 그친 모양새다. 하지만 ESL에 AIoT(AI + Internet of Things)를 결합하면 ▲재고 관리 ▲동적 가격 책정 ▲고객 행동 분석까지 가능한 진정한 AX 디바이스로 진화할 수 있다. 실제로 AIoT를 연동한 데이터 플랫폼 기반 시스템을 리테일에 도입한 디토닉의 한 고객사는 짧은 기간 안에 DX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크게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에 투입된 비숙련 인력이 AIoT를 활용해 곧바로 숙련자에 준하는 업무 효율을 거둔 결과다.

AI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한국의 ○○○’이라는 구호에 머물러 눈앞의 결과만 좇는다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AI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튼튼한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토양을 일굴 적기다. 그래야 그 위에서 AI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 전용주

    전용주richard@dtonic.io

    디토닉 대표

    고려대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을 공부하던 중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와 히타치에서 아키텍트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여러 스타트업의 R&D를 이끌었으며 현대자동차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스핀오프해 디토닉을 창업, 대표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AI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 산업훈장 및 과기부, 국토부, 행안부, 중기부 등에서 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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