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진화하는 정보, 진화하는 소비자

리차드 H. 탈러 (Richard H. Thaler),윌 터커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1∼2월 호에 실린 리처드 H. 탈러(Richard H. Thaler)와 윌 터커(Will Tucker)의 글 ‘Smarter Information, Smarter Consum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우리는 작년에 백악관의 정보공개 정책총회를 지원한 적이 있다. 우리는 60개 이상 정부기관에서 온 300명이 넘는 참석자들에게 이 행사를 상기시키는 두 문장과 별도 요청이 없으면 식사가 건강식으로 준비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행사 자료를 보냈다.

 

바로 10문장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건강식 점심식사는 글루텐이 없는 소다빵에 콩나물과 유부로 맛을 낸 샌드위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료 모음의 마지막 문장에는 우리에게완전 공개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기만 하면특별 선물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참석자 중 80%가 넘는 이들이 이 내용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 이들은 별로 맛있을 것 같지 않은 건강식을 택했고 단 1%만이 특별 선물을 받았다. 총회 당일 아침, 대부분이 유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택한사실을 깨달으면서 귀에 들릴 정도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행스럽게도 이는 우리의 농담이었다. 그날 점심은 칠면조와 참치로 만들어진, 그럭저럭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이 실험은 많은 참석자들 - 고등교육을 받은 정책 전문가들과 재정 정부 관료 - 이 우리가 보낸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결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부 샌드위치를 고르고 선물을 놓친 것은 그들이 특별히 주의가 산만하거나, 똑똑하지 않거나, 혹은 자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인 국가에 사는 시민과 소비자의 삶에서 유부 샌드위치에 대한 경고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정보에 노출되는 일은 이제 일상의 일부다. 특히 작게 인쇄된 글자들이 넘쳐나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탐색하거나 이해하기에 대단히 어려운 정보를 계속 만난다. 복잡한 계약 내용을 쉽게 풀이하려는 노력을 포함해 정보의 전달을 개선하려는 반복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다. 이는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사람들의 재능이나 노력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무언가 복잡한 내용을 간단한 어휘로 설명하는 일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나타낸다. 신발 끈 메는 방법을 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많은 사람들이 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 기술과 새로운 정부 정책의 강력한 조합이 정보의 공개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다. 경제 분야에서의 다양한 협업도 함께 작용할 것이다. 정부가 소유한 데이터와 사기업의 정보는 점점 컴퓨터가 판독 가능한 형태가 될 것이며 이는 우리가선택 엔진(choice engine)’이라고 부르는, 그 정보를 해석하는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성장을 자극할 것이다.

 

 

이는 기업에 위기가 될 수도 있고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속임수나 혼동을 통해 시장을 점유했거나 소비자의 게으름으로 이점을 누려왔던 기업은 정보 공개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높은 가치의 제품을 적당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번창해야 한다. 광범위하고 새로운 데이터 원천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하는 회사가 최대 승리자가 될 것이다. 특히 고객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선택 엔진을 잘 이용하는 회사가 그렇다.

 

 

만일 이 사실이 너무 멋지거나 오싹하게 들린다면 GPS의 역사를 떠올려 보라. 길 찾기를 돕는 유비쿼터스 시스템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기술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미국 정부가 육군에 국방위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 변환을 허용하지 않던 2000년까지만 해도 도입되지 않았던 기술이다. 이 변화로 대중은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기업들은 가져다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쇼핑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까이 있는 상점의 쿠폰을 얻을 수 있고 골퍼가 시계를 이용해 다음 그린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다. GPS의 혁명은 종이 지도를 판매하던 기업들에는 재앙이었지만 소비자와 경제 전체에는 아주 요긴했다. 백악관 소속의 CTO 토드 박(Todd Park) 2011년 한 해에만 GPS가 미국 경제에 더한 가치가 9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최근 추정했다. 우리는 선택 엔진의 부상이 경제와 소비자 삶에 더 크고 더 혁신적인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린 정부

 

 

GPS 성공의 핵심인데이터 공유접근 방식은 지금은 미국 정부 전체에 걸친 공식 정책이다. 2009년 백악관에서의 첫 집무일에 오바마 대통령은 투명성과 열린 정부에 대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수집하고 보유한 정보는 국가 재산이라고 선언한 것은 물론 국가 기관들에보유한 정보를 국민이 언제라도 찾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Data.gov(컴퓨터로 판독할 수 있는 정부 데이터 모음을 저장한, 인터넷 기반의 정보 센터)와 같은 초기 시도들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고객과 기업 간 교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 공개와 관련해 정책의 뼈대를 세워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이 이끄는 연립 정부가 이와 유사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두 번째 임기 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이 노력을 더욱 가속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공화당은 물론 정부 각 부처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보에 대한 전례 없던 접근과 기술 발달의 결합으로 정책 결정자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소비자와 현직 및 창업 기업가들을 이롭게 하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맞았다. 현대의 어떤 경제 주체도 이 같은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초기 기업가들의 성공은 새롭게 등장한 열린 정부의 정보 공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성과를 냈는지 보여준다. 2008년 마이크(Mike)와 라이언 알프레드(Ryan Alfred) 형제는 샌디에이고에서 브라이트스코프(BrightScope)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미국에서 401(k)라고 알려진, 고용주가 지원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수당 프로그램의 점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노동부는 고용주들에게 매년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각 기업이 제출한 서류는 워싱턴DC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브라이트스코프는 기업 각각에 대해 정보공개법에 의거한 소송을 노동부에 제기해야만 그 내용을 검색할 수 있었고 자료 묶음을 우편으로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자니 진행이 더뎠다. 그런데 열린 정부의 행정명령이 있은 지 6개월 후, 브라이트스코프는 모든 기업의 데이터가 담긴 CD 한 장을 받았다. 알프레드 형제는 재빨리 15명을 더 고용해서 직원을 100명 이상 고용한 모든 기업(브라이트스코프도 곧 여기에 속할 것 같다) 401(k)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독립기관이 기업들의 행동을 측정하기 시작하자 재미있는 일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브라이트스코프가 고비용을 이유로 한 퇴직수당 프로그램에 낮은 점수를 주자 경쟁사의 자산관리자와 프로그램 책임자가 이를 노리고 저비용으로 높은 보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 기업의 이사회 멤버는 자사의 브라이트스코프 점수를 확인하고 매우 실망해서 이를 다음 이사회 안건으로 내놨다. 여기에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기업이 정보 공개를 요구받으면 개선할 수 있는 취약점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2010년 중반에는 30개에 달하는 정부 기관과 부처들이 열린 정부의 계획에 동의하거나 이를 검토해서 식품의약청의 제품회수 기록이나 국무부의 여행 경보(warning), 공항의 정시운행 기록 등 가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백악관 총회의 점심시간(유부 샌드위치는 없었다)은 브라이트스코프와 같은 신생 기업들의 시범 운영으로 채워졌다. 하나의 시범이 끝날 때마다 우리는 기업가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기를 원합니까?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들의 대답은 건강관리, 재정, 에너지,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들에 수많은 잠재적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똑똑한 정보 공개와 선택 엔진이 본격 가동되면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