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더이상 돈주머니 아니다 CSV 가격 책정으로 마음을 얻어라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6월 호에 실린 마르코 버티니와 존 거빌의 글 ‘Pricing to create shared valu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대부분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다. 보험사, 금융회사부터 통신사,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기업은 모든 거래에서 뜯어낼 수 있는 건 다 뜯어내기 위해 가격정책을 이용한다. 항공사가 어떻게 가격을 뽑아내는지 예를 들어보자. 고객이 항공권을 사는 순간부터 서서히 쥐어짜기가 시작된다.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좌석을 원합니까? 돈을 내세요. 가방을 부치고 싶나요? 돈을 내세요. 베개나 먹을 것을 원하세요? 돈을 내세요. 이런 식의 적대적인 방법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가격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격 정보를 파헤치고 퍼뜨리며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정책이 있으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널리 알린다. 기업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버리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 다음 기업의 사례를 생각해보라:

 

2011 9월 직불카드에 매월 5달러씩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그 계획을 곧 철회했다. 하지만 은행은 이미 악영향을 받았다. 2011년 말 수개월간 계좌 해지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2011 7월 넷플릭스가 DVD 대여와 비디오 스트림을 동시에 한 고객들에게 60% 가격 인상을 실행하자 80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을 취소했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70% 이상 감소했다.

 

2008년 막스앤스펜서는 빅사이즈 브래지어에 2파운드씩 추가 비용을 받기로 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 영국 기업은 처음에는 높은 원가를 이유로 결정을 고집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난이 확산되자 고개를 숙이고사이즈에 상관없이 동일 가격정책을 실행하고 모든 브래지어에 한 달간 25% 할인행사를 했다.

 

이런 일은 기업에 엄청난 과제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미심쩍은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거부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시장에서의 가치를 크기가 정해진 파이로 간주해왔으며 고객이 내줄 의도가 있는 것을 가능한 많이 가져오기 위해 고객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뜯어내는 가치는 고객이 놓치는 가치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그들이 가치의 정당한 소유자이며 시장이 받아들인다면 얼마든지 가격을 매길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가격책정을 최적화의 문제로 다뤄왔고 이익을 추구하고 기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정보나 이해의 부족, 제한된 관심, 선택권의 제한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가치란 기업에서만 나오거나 기업에 속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고객이 없다면 가치도 없다. 그러므로 기업은 고객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게다가 가치는 대개의 기업들이 생각하는 대로 크기가 정해진 파이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할인행사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게 만들 뿐 아니라 브랜드를 홍보하고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듯이 고객과의 협동을 통해 크기를 키울 수 있다. 2011 1-2월 호에 실린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에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지적했듯공유가치는 기업들이 이미 창출한 가치를공유하는 재분배적인 접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가치란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전체 크기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그들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언어, 즉 가격책정을 완벽히 해가며 공유가치 창출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기업과 고객에게 있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소비자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가격보다 더 강한 신호는 없다. 브랜드 캠페인이 종종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영리한 시도로 치부되는 반면 가격은 고객을 조종할 수 있는, 행동의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기업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메시지들은 가치를 파괴하며 고객을 몰아낼 수도 있고 우리가 앞으로 보여주겠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이렇게 확대된 가치 풀(pool)은 기업들에 새로운 수익, 고객만족과 충성도 증대, 긍정적인 입소문, 비용 절감 및 다른 여러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공격적인 가격책정이 단기적인 면에서 가져오는 효과는 잘 입증돼 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막스앤스펜서, 넷플릭스 및 수많은 다른 기업들이 교훈을 얻었듯 이것은 지속가능하며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 가치를 공유하는 가격정책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필수요건이다.

 

가격정책의 실제

전통적인 가격정책은 태생적으로 적대적이지만 사회적인 면을 인식하는 협동 작업이 돼야 한다. 기업은 여전히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완전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는 건조한숫자놀음을 넘어 수익창출방식을 인간적으로 만들어서 추가적인 가치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고객을 가치창출의 파트너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늘리고 그들이 찾는 가치, 그리고 기업이 어떻게 그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지에 통찰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전체 파이는 커지고 기업과 고객이 모두 이익을 얻는다.

 

가격을 책정할 때 공유가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어떤 것인가? 12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16일 동안 2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 2012년 런던올림픽을 살펴보자.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파운드에서 2012파운드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800만 장의 입장권을 팔았다. 조직위원회의 공식 목표는 수익을 넘어 2012년 올림픽을모두의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명백한 사회적 미션을 위해서는 창조적이면서도 공유가치를 위한 접근법을 통해 복잡한 가격책정이라는 과제를 다뤄야 한다.

 

이런 과제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면하는 일이다. 다만 (올림픽위원회의 가격 책정은) 대중의 엄격한 감시하에 촉박한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처럼 공유가치를 목표로 천명한 회사는 거의 없지만 이들이 수년에 걸쳐 진행한 가격책정에서 배울 점이 있다. (‘런던올림픽 가격책정의 교훈참조.) HBS 강의 케이스에서 2012년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심층 연구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모든 기업이 유용하게 도입할 수 있는 가격책정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거래가 아니라 관계에 집중하라.

소비자들은 종종 그들이 구매하는 브랜드에 몰입한다. 기업들도 단순히 거래적인 관계만 맺는 고객보다 단골 고객을 선호하며 이를 장려한다. 하지만 가격책정은 종종 브랜드와 추종자 사이의 관계를 약하게 만든다. 기업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는당신을 인간적으로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는 반면 가격정책에 있어서는당신을 돈주머니로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객들은 이런 불일치를 즉시 알아차리고 이에 걸맞게 반응한다.

 

1990년 미국에 설립된 영리기업 월드 트라이애슬론 코퍼레이션(World Triathlon Corporation·WTC)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아이언맨(Ironman)이라는 브랜드로 철인 3종 경기를 조직하고 홍보하며 라이선스 사업을 한다. 철인 3종 경기와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아이언맨은 극한의 육체적 도전과 극기훈련을 통한 동지애를 의미했다. 하지만 2008년 사모펀드가 WTC를 인수한 후부터 충성스런 추종자들은 이러한 핵심 가치에서 상업화로의 이동을 감지했다. 우선 WTC는 아이언맨 경기의 하프코스만 완주한 사람들도아이언맨으로 불리도록 했다. 둘째, 라이선스 계약을 크게 늘려 매트, 향수, 조깅용 유모차 등 의아한 제품에도 아이언맨 브랜드를 붙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2010 10, 참가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아이언맨 경기에 연회비 1000달러를 내면 특별히 참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언맨 액세스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이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열혈 철인 3종 애호가들은 이런 시도를 브랜드의 진실한 성격과 맞지 않는 돈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합리화하려는 WTC의 모든 시도를 거부하고 온라인 시위를 통해 WTC가 도입 다음날 바로 프로그램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상업화 시도를 본 철인 3종 애호가들은 WTC가 아이언맨 브랜드를 지속하게 한 고객과의 관계보다는 브랜드로 돈을 버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WTC의 행보를 유럽의 고급 전동 공구 업체인 힐티사와 비교해보자. 건설회사에 공구를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던 업계에서 힐티는 서비스를 팔기로 했다. 힐티의 플릿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고객은 각 사업모델에 맞는 월 회비를 내고 공구를 사용하고 관련 서비스 및 수리를 받을 수 있다. 플릿 매니지먼트의 출시 배경에는 건설회사들이 공구의 소유보다는 공구 사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산성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힐티의 접근법은여러분의 공구는 우리가 관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사업에 매진하십시오라는 슬로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공구를 직접 소유하는 일의 성가심을 없애는 대신 힐티는 고객의 금융계획을 단순화하고 행정에 소요되는 업무와 시간공백을 줄여줬다. 고객들은 힐티와의 관계에서 고품질 공구 사용을 통한 전문성 함양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무형의 가치를 얻었다고 말한다.

 

힐티의 프로그램은 공유가치적 접근법의 교과서와 같은 사례다. 이 회사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줘서, 즉 거래보다는 관계에 집중해서 고객에게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해주고 시장점유율도 높일 수 있었다.

 

 

 

 

 

주도적으로 실행하라.

관리자들은 종종 경쟁사의 행동이나 고객의 불만에 대한 응답으로 가격을 책정하거나 조정하는 식의 수동적인 가격책정을 한다. 하지만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이며 그 고객들이 다양한 가격책정에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서 주도적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단순하고 적당한 제2의 해결책이 있다면 돈을 내는 것을 피하려 한다. 매몰비용에 민감하며 큰 금액을 한번 내는 것과 작은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에 다르게 반응한다. 이런 사실을 아는 기업은 해로운 행동을 안 하거나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독려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항공산업으로 돌아가 보자. 항공사들이 감소하는 항공요금 마진을 벌충하려고 도입한 수하물 수수료만큼 고객의 반감을 사는 것도 드물다. 이런 관행의 부정적인 효과는 고객에게 지우는 금전적 부담을 넘어선다. 모두에게 비행을 불쾌한 경험으로 만드는 행동을 조장하는 것이다. 수하물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예전 같았으면 부쳤을 가방이나 다른 짐들을 기내까지 갖고 온다. 그 결과 보안절차는 더 오래 걸리고 객석 위 짐칸은 넘치고 비행기 이착륙 시간이 길어진다. 항공사들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지만 이는 상당한 고객 불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불평으로 귀결된다.

 

주도적인 가격책정이 어떻게 기업과 고객 모두의 관심을 얻고 득이 되는지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마존은 많은 고객이 배송비와 오랜 배송시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2005년 연회비 75달러를 내면 어떤 주문이든 이틀 만에 받을 수 있고 주문마다 배송비를 지불하는 불편을 없앤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했다. 전술적인 면에서 이런 가격정책은 다() 구매 고객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인 면에서 본다면 고객들이 더 많은 쇼핑을 아마존을 통해 하도록 유도해서 구매 행동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 프라임 서비스가 주는 혜택 때문에 회원들은 더 많은 제품을 더 자주, 더 다양하게 구입하고 가족과 친구에게도 종종 이 서비스를 소개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불황기 동안 아마존 주가가 300% 상승하고 매출은 30% 증가한 원인이 상당 부분 아마존 프라임에 있다고 본다.

 

유연성을 소중히 하라.

가격정책은 경직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종종 일시적인 특정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 수익이나 이윤을 극대화할 하나의완전한가격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으며 특정 고객이 가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새 컴퓨터를 구매할 때는 기능을 매우 중시했는데 이후에는 기술 지원이나 주문 제작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융통성 없는 단일 가격은 종종 기업이 고객과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고 고객 니즈 변화에 대응해 가격을 바꾸는 능력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형 이동통신사들은 수년 전 데이터서비스 기술이 처음 도입됐을 때 내렸던 결정을 통탄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입자 수 증가를 중시했기 때문에 그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처음에는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기업의 선택을 제한하고 망 과부하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의 고객경험을 방해하고 있다. 이제는 통신사들이 사용량만큼 돈을 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헤비유저들이 이런 변화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베어링 제조업계 세계 1위인 SKF는 좀 더 효율적인 접근법을 택해 고객과 상호작용의 중심에 가격 유연성을 두고 있다. SKF는 고객이 더 많은 돈을 벌면 회사도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운영한다. SKF는 제품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각 파트너십에서 창출된 추가 가치의 가격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 대신 점검, 유지 기능을 넘겨받되 앞선 지식을 가진 SKF가 이 일을 맡아서 얻은 비용절감을 나누는 것이다. 각 고객마다 관련된 내용이 다르므로 가격이 달라지고 창출된 공유가치가 이를 결정한다.

 

투명성을 홍보하라.

돈을 버는 방식이 투명한 기업은 참여를 독려하고 고객과 신뢰와 선의를 쌓는다. 관계를 맺은 고객은 유지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들며 고급 제품군으로 옮겨가거나 액세서리, 부가 서비스를 구매하고 더 유용한 피드백과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주며 실수는 눈감아준다. 반대로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신호를 줘서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고 양쪽 모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한다. 고객 만족도가 가장 떨어지는 분야가 제품 라인은 가장 광범위하고 가격 체계도 복잡하며 약관 용어도 모호하다는 점, 즉 고객과의 관계가 가장 불투명하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은행이 아마 가장 분명한 예시가 될 것이다. 슬프게도 주요 은행이라면 어느 곳이든 여기에 해당된다. 수년간 은행들은 마이너스 인출 수수료를 두둑이 챙겨왔는데 이를 아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많은 고객들, 특히 저소득층이 희생양이 됐다. 2009년 한 해에만 미국 소비자들은 350억 달러 이상을 이 수수료로 지불했다.

 

2010년 이런 좋은 돈벌이를 축소하는 법안이 발효되자 많은 은행들은 수년 전 고객을 끌기 위해 폐지했던 계좌유지 수수료를 다시 만들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대형 은행 중 무료로 당좌예금계좌를 제공하는 비율은 96%에서 35%로 떨어졌다. 눈에 잘 보이는 당좌예금계좌 수수료에서 숨겨져 있는 마이너스 인출 수수료로 수익원을 옮기는 것이 수년 전에는 통했다. 고객들은 무료 당좌예금계좌를 반겼고 새로운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당좌예금계좌 수수료를 부활시키자 이제는 소비자들이 대응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당좌예금계좌 수수료가 없는 신용조합에 계좌를 개설하는 소비자가 두 배로 늘었다.

 

이런 행동이 불러일으키는 반감과 반대로 차이나텔레콤의 자회사인 선전텔레콤이 투명함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 및 손익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살펴보자. 2005년 고객만족도가 하락하자 관리자들은 오랫동안 문의와 불평을 유발했던 복잡한 요금명세서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선전텔레콤은 직관적이면서도 이해가 쉽게 상세하고도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명세서의 디자인을 바꾸고 단순화했다. 단순한 변화로 보였지만 이런 조치는 수개월 만에 콜센터에 접수되는 불만건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그 결과 비용도 상당히 절감되고 연체도 줄었다. 고객 만족과 충성도도 상승했다. 많은 서비스 산업에서 명세서는 유일한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명료하고 단순한 명세서는 기업이 고객과 정직한 관계를 맺는 데 신경 쓴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공정성에 대한 시장의 기준을 관리하라.

마지막으로 가격책정의 공정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이해하고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이 공정해 보이면 소비자들은 종종 더 구입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도 있다. 반면 가격이 불공정해 보이면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벌주려고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최종 가격뿐 아니라 가격책정 과정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널리 비난받고 있는 온라인 예매업체 티켓마스터를 생각해보자. (<와이어드>지는 2010년 기사모두 티켓마스터를 싫어하지만 끌어내리지는 못한다에서 이런 감정을 포착했다.) 이 회사의 문제는 티켓 예매에서공정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다루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서비스 요금, 편의 요금, 프로세싱 요금 등이 티켓 가격 위에 더해지는 것에 분개했고 티켓마스터는 이미 성가신 구매 과정에서 이런 요금들을 숨겨 적개심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이를 공개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단순한 변화가 재구매율을 늘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반면 이케아는 거의 신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 충성도에서 나타나듯 대중의 기대를 뛰어난 솜씨로 다뤘다. 광활하고 미로 같은 매장을 뒤져서 조립이 안 된 가구를 운반하고 집에 가져가서 조립하는 일이 모두에게 적합하지는 않지만 기꺼이 그럴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케아가 보장한다. 웹사이트와 마케팅 문건에서 이케아는 소비자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히 설명하며 그 약속을 틀림없이 지킨다. 이케아는 보기 좋은 가격을 만드는 똑똑한 방법을 찾아 전 세계를 샅샅이 뒤진다. 가장 적절한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줄 업체를 찾아 경쟁사들보다 30%에서 50%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대량 구매를 한다. 대신 고객들은 쉽지만은 않은 구매, 운반, 조립 과정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이케아는 사과하지 않는다. 고객은 고객의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의 일을 하는 것이다. 이케아와 고객이 함께 만들어내고 가치를 공유하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쇼핑 경험은 그 결과물이다.

 

정책의 진화

대부분 기업은 공유가치 가격책정을 위해 우리가 제시한 원칙들 중 여러 개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당신 회사도 그중에 포함돼 있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당신의 고객을 가치 창출의 동반자로 대하며 그에 걸맞게 가격을 책정하거나, 다른 회사가 시장점유율과 이익을 빼앗아가도록 지켜보거나.

 

오랜 기간 계속된 하락세를 뒤집기 위해 J.C. 페니는 전자를 택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페니는 600회에 가까운 할인행사를 쇼핑객들에게 퍼부었다. 다 비슷비슷한 행사였으며 모두 매출 신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여기서 주는 메시지는당신을 소중히 여깁니다라기보다는당신을 돈주머니로서 소중히 여깁니다였다. 새로운 CEO인 론 존슨 밑에서 페니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전략의 핵심에 가격책정이 있다. 이전에 존슨은 고객과의 관계로 유명한 애플스토어를 만들었으며 페니에서도 초점은 분명하다. J.C. 페니는공명정대한가격책정의 도입을 널리 알렸다. 쇼핑객들을 계획에도 없고 종종 불필요하기까지 했던 구매로 이끄는 대신 고객의 삶과 궤를 같이하려는 취지다. 새로운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 페니는 일일 가격, 월 가격, 재고정리 가격 등 세 가지만 제시한다. 그리고 작지만 상징적인 변화로 모든 가격을 99가 아닌 0으로 끝나게 했다.

 

반면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후자를 택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부터 시작해 제트블루, 이제는 버진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기존에는 돈을 받았던 편의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항공사가 등장한 것을 보고도 말이다. J.D. 파워가 이 세 항공사를 2012년 고객서비스 챔피언으로 지정하고 이 회사들에 충성도 높은 고객과 시장점유율이 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페니의 새로운 가격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근본적인 사업 환경이나 다른 요인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런던올림픽의 입장권 가격책정에도 작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공유가치에 기반한 가격책정은 초기단계다. 진화하는 전략이며 몇몇 실험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힘과 기대에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고객이 적대적인 가격책정에 보여줄 수 있는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시장에서 가치를 늘리고 이를 고객과 공유해서 얻는 이익을 고려한다면 공유가치라는 렌즈를 통해 가격책정을 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할 때다.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마르코 버티니, 존 거빌

마르코 버티니(Marco Bertini)는 런던비즈니스스쿨 마케팅 교수다.

존 거빌(John Gourville)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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