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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 GE디지털 코리아 대표 인터뷰

스마트공장의 지향점은 ‘경쟁력 강화’ CEO의 도전적 리더십에 성패 달려

이방실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GE는 ‘디지털 산업 기업(digital industrial company)’으로의 변신을 위해 전사적으로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항공, 전력 등 각 사업 부문별로 뚜렷한 사일로(silos)가 존재해 서로 단절돼 있던 각각의 비즈니스를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GE디지털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항공, 전력, 오일&가스 등 GE 각 사업부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혁신 활동은 해당 사업부 대표가 아닌 GE디지털 대표, 즉 GE 전체 CDO(Chief Digital Officer·최고디지털책임자)의 의사결정이 언제나 우선시된다. CDO 체제를 도입하며 기존 IT 조직도 비용발생부서(cost center)에서 수익실행부서(profit center)로 근본 역할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제 GE에는 더 이상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최고정보책임자)란 직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테크놀로지 리더(Digital Technology Leader)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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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엔진과 발전기 터빈은 전 세계적으로 3∼4개 업체가 각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엔진은 GE,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가, 터빈은 지멘스, GE, 베스타스(Vestas), 에너콘(Enercon) 등이 각각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기술집약적, 자본집약적 특성이 강한데다 둘 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산업이기 때문에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 하나도 어려운 걸 둘 다 만들기는 더더욱 힘들 터. 그런데 GE는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는” 업체다. 올해로 설립 139년을 맞는 GE가 전통적인 제조기업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회자돼온 이유다.

요즘 GE는 하드웨어 기반의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것도 그 어떤 기업보다도 격렬하게. 6년 전 GE는 실리콘밸리 북부 샌 라몬(San Ramon)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소프트웨어 개발 단지를 만들었다. 그 후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엄청난 속도로 흡수해 나갔다. 2011년 말 불과 30명 정도에 그쳤던 GE글로벌소트프웨어센터(GE Global Software Center)는 2년 만에 750명(2013년 말)이 일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현재 GE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총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GE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5년 9월 GE디지털을 만들었다. GE디지털은 GE 안에서도 가장 GE스럽지 않은, 매우 독특한 조직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같은 조직 문화도 그렇지만 물리적인 ‘제품’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통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PaaS·Platform as a Service) ‘프레딕스(Predix)’가 대표적 예다. 프레딕스는 GE항공, GE파워 등에서 자체적으로도 쓰이고 있지만 외부 기업 고객들 대상의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도 제공되고 있다. GE는 오는 2020년까지 프레딕스 관련 매출액만으로 150억 달러를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원우 GE디지털 코리아 대표를 DBR이 인터뷰했다.



GE에서 GE디지털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IT 시설투자에 집행하는 예산 규모로 따질 때 GE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톱 5’에 꼽힐 정도로, 소위 IBM 같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다. GE디지털이 출범하기 전까지 GE에선 GE항공, 파워, 헬스케어, 오일&가스 등 각 사업 부문별로 독립된 IT 조직을 두고 사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IT 및 시스템들을 적용해 왔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실제로 각 사업에 적용되는 IT와 소프트웨어 중 40∼60%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이는 엄청난 비효율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때부터 기업 내부적으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됐고, 각 사업부서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IT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2011년 GE디지털의 모태라 할 수 있는 GE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를 캘리포니아 샌라몬에 만들게 된 계기다.

당시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에선 항공, 운송, 헬스케어 등 GE 내 각 사업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했다. 즉, 1차적으로 GE라는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GE가 주창하는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비단 GE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고 그 결과 GE디지털이 탄생했다.

GE디지털은 ▲GE 내 기존 IT 조직과 ▲공장자동화 사업을 추진해 왔던 GE인텔리전트 플랫폼(GE Intelligent Platforms)에 ▲GE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및 ▲지난 2014년 GE가 인수한 캐나다 사이버 보안 업체 월드테크(Wurldtech) 등 크게 4개 조직이 합쳐져 출범했다. GE가 ‘디지털 산업 기업(digital industry company)’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탄생한 사업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전략의 방향도 과거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 시절엔 개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했지만 GE디지털이 출범하면서는 데이터 관리 및 분석 플랫폼 개발로 바꿨다.

GE디지털은 GE항공, GE헬스케어, GE파워 등 다른 사업부와 달리 GE 안에서도 매우 독특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자체로 독립된 사업 부문으로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도 하지만 항공, 전력 등 각기 서로 다른 사업 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며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GE는 전통적으로 항공, 전력 등 사업 부문별로 뚜렷한 사일로(silos)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각각의 비즈니스는 매우 전문화돼 있어 서로 단절돼 있는 측면이 강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렇게 흩어져 있는 사업 부문들을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서로 다른 사업부서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무엇이고, 각각의 전문성을 기초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게 바로 GE디지털이다.

현재 GE는 전 세계에 500여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이 공장 모두를 스마트공장, 즉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각 사업부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가장 효율적인 인력 배분 방식과 협업 모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정의하는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GE디지털이 주력해 온 일이다.




GE는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GE 전사적으로도 CDO가 있고 사업 부문별로도 CDO가 존재한다. GE 전사적인 CDO 역할은 GE디지털의 CEO가 맡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멜트 회장이 시스코(Cisco)에서 영입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윌리엄 루(William Ruh)가 현재 GE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GE파워, GE헬스케어, GE항공 등 비즈니스 부문별 CDO들은 각 사업부 CEO에게는 물론 GE디지털 CEO에게도 이중 보고를 한다. 매트릭스 조직에서의 보고 체계로 따져 본다면 직접 보고 라인(direct report line)은 각 사업부 CEO, 점선 보고 라인(dotted report line)은 GE디지털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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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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