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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高和寡:곡이 어려우면 따라부르는 사람이 없다

박재희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적이다. 특히강남스타일로 유명해진 싸이는 세계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그 인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많은 음악 전문가들이 분석한 강남스타일의 유행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한마디로 종합하면 따라 부르기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이론서인 <악기(樂記)>에는 음악에 대한 짧은 정의가 하나 있다. ‘음악()이란 즐거운() 것이다(樂者 樂也).’ 음악이란 뜻의 악()자와 즐겁다는 뜻의 락()은 원래 같은 의미로 사용됐으며 음악의 기능은 인간의 감정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음악은 쉬워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기뻐야() 한다. 어렵고 고상하고 난해하면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중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곡고화과(曲高和寡)’노래의 곡조()가 너무 고상하고() 어려우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문장가 송옥의 말이다. ()나라 정치가였던 굴원(屈原)과 더불어 대표적인 문인으로 손꼽히던 송옥은 난해한 문장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가 쓴 문장은 난해하고 고상해 당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의 글을 칭찬하거나 따라 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송옥의 문장이 그토록 훌륭한데 그 문장을 따라 하는 사람이 없냐고 묻자 송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가수가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쉬운 통속적 노래를 부르자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 따라 불렀고, 이어서 아주 어려운 노래를 부르자 두세 명만이 따라하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곡고화과((曲高和寡)’, 곡조가 어렵고 고상해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옥의 이 말은 자신의 글이 어려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장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문장을 짓고 억지로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송옥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이 무식해서 못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어려운 것이 문제라는 생각도 해 봐야 한다.

 

()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춘추전국시대 패자(覇者)로 만들었던 관중(管仲)의 정치력은 공자도 인정했다. 관중이 정치의 중심이 되면서부터 제나라는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관중의 정치력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史記)>에 자세히 적고 있다. ‘관중은 백성들의 뜻을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바로 정책에 반영했고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바로 폐기했다. 관중의 위대한 정치력의 근본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백성들의 호오(好惡)를 함께하는 것이었다(與俗同好惡). 특히 관중이 행한 모든 정책은 누구나 동감하는 낮은 곳에 있었기에 백성들은 실천하기가 쉬웠다(論卑易行).’

 

음악은 즐거워야() 하고, 정치는 쉬워야()하고, 기업의 제품은 쓰기 편해야(便) 한다. 싸이 음악은 즐겁다. 버락 오마바는 ‘Yes You can!’이라는 쉬운 캠페인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Smart 은 어떤 어리석은 사람(Foolish)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어야 비로소 스마트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즐겁고 쉬운 것은 진실된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기뻐하는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진정 위대한 사회다. 대선 후보들, 공직자들, 기업의 경영진이 모두 가슴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곡고화과(曲高和寡), 곡조()가 고상하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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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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