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DBR 110호 칼럼에서 필자는 리더로서 긍정적 영향을 통해 부하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을 통해 신뢰를 창출하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부하들과 투명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인에이블링 리더십(enabling leadership)’을 실천해 나를 통해 역량이 향상되고 성공할 수 있는 멘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부하들은 ‘subordinate’이 아니라 ‘follower’로 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112호 칼럼을 읽을 때쯤 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을 터인데 110호 칼럼을 읽은 독자들 중 멘토로서 부하들을 enabling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시작했는지 궁금해진다.
실천지향적 배움이 성공한 리더를 만든다
올해 초 리더십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가지고 있었던 한 가지 바람을 독자들께 말씀드렸다. 칼럼을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으로만 이용하지 말고 자신의 리더십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학을 공부하는 리더에게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천을 통한 성과 창출과 목표달성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필자가 학교나 기업에서 리더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항상 “실천할 수 있는 것 하나 건지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한 가지를 앞으로 1년간 실천해 보십시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많은 리더들이 실천지향적 배움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리더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이나 교육수준을 과시하려는 이유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시하기 위해 습득한 잡다한 지식은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만심을 불러일으키고 리더로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게 되는 치명적인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분들을 ‘과잉 교육된 리더(over-educated leader)’라고 부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내가 혹시 과시하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나도 모르게 빠져 있지 않은가? 그래서 다른 사람(특히 부하들)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고민해 보길 바란다. 무려 20년 동안 CEO로서 GE를 이끌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학습했던 잭 웰치는 “학습은 실천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며 실천 지향적인 학습을 위해 노력했다. 성공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해 준다
서론이 길어졌다. 이번 칼럼에서는 리더십에 있어서 꿈과 비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다음 이야기를 읽고 A와 B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두 남자가 미네소타의 광활한 숲을 바라보며 통나무집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A: “이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줄 아나? 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엄청난 자원을 보고 있네. 컨소시엄을 구성한 개발회사들이 1조5000억 원이 넘는 산림자원을 개발하려 할 걸세. 종이를 만드는 대규모 공장과 광산도 저기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것이고. 그리고 호수 사이에는 최고급 콘도도 들어설 수 있을 걸세. 자네는 뭐가 보이나?”
B: “어… 나는 그냥 나무밖에 안 보이는데….”
몇 년 전인가 필자가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울창한 숲을 바라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 A와 B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꿈을 가지고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다. 성공한 리더는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본다. 그리고 그 꿈은 목표임과 동시에 나를 열정적으로 만드는 에너지가 되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의지가 된다. 그래서 꿈은 리더의 존재 가치이자 리더를 리더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꿈, 미션, 비전, 그리고 목표의 차이점은?
꿈은 비전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꿈, 미션, 비전, 목표 등의 개념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를 필자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만 리더십 강의를 하다 보면 묻는 분들이 종종 있어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꿈이 리더가 개인적으로 미래에 달성하길 원하는 이상적인 결과라면 비전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조직의 리더로서 미래에 자신의 조직이 무엇을 달성하길 원하는가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비전이란 조직의 미래에 대한 리더의 신나는 꿈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꿈의 주체는 리더 개인이지만 비전의 주체는 기업을 포함한 조직이다. 그리고 꿈이나 비전은 단기적으로 쉽게 달성될 수 없는 이상적인 결과 혹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달성 가능한 이정표를 세워놓는 것을 목표(goal)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미션은 말 그대로 그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내지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선언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표1)
공유된 비전은 조직 구성원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켜 시너지를 창출한다
<표1>을 바탕으로 내가 이끌고 있는 조직에 적용을 시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본 한국의 많은 기업들, 심지어 대기업의 비전이나 미션 관련 문구를 보면 도무지 뭘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비전과 미션 두 가지를 적당히 결합해 놓거나 단순히 목표를 써놓고 이걸 비전이나 미션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사실은 비전과 미션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를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종종 경영층 내지 임원들과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를 테스트하곤 한다. 종이를 한 장씩 주면서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적어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어떤 목표가 설정돼야 하는지 기술해 보라고 한다. 어떤 기업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 대부분이 조직의 비전과 미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들을 일관성 있게 적어낸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자신들의 비전과 미션을 기억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가 같은 방향이기는커녕 정반대인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대개 이런 기업들은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모두가 비전을 공유해 한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보다는 각자의 방향으로만 가려 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성과가 잘 나지 않고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내부의 리더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며 단기간에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상충되고 심지어는 서로 방해가 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조직의 미래가 밝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때가 많다. 비전은 단순히 조직의 장밋빛 미래를 담아 놓은 미사여구나 공허한 슬로건이 아니라 그 조직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미래이자 조직 구성원들의 구심점이어야 한다. 따라서 조직을 이끌고 있는 CEO나 리더라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조직은 직원들, 특히 임원들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미션과 비전이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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