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하는 것보다 성공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성공하는 순간 교만과 자만으로 으스대다 새로운 성공의 길을 못 찾고 실패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시기와 질투로 성공의 자리에서 오래 못 있고 끌려 내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성공은 영원히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며 여러 사람이 교대로 성공의 자리에 앉았다 내려오는 일시적인 순간일 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명심보감>에는 성공과 실패는 잠시 맡는 배역일 뿐 영원하지 않다는 시(詩)가 있다. ‘꽃이 지네, 꽃이 피네, 피었다가 또 지네(花落花開開又落), 비단옷 삼베옷 번갈아 갈아입네(錦衣布衣更換着), 부자 집도 항상 부귀하지 않고(豪家未必常富貴), 가난한 집도 항상 적막한 것은 아니네(貧家未必長寂寞).’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인간의 흥망성쇠와 닮아 있다는 이 시는 지금의 성공과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화려한 정치이력을 가지고 있던 성공한 정치인이 오점을 남기며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이나 재계를 주름잡던 성공한 경제인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 때문에 기업이 위기에 몰리는 것은 성공과 실패가 영원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실례다. 그렇다면 비단 옷과 삼베옷을 번갈아 갈아입는 인생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 것인가?
<중용(中庸)>이 말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비단 옷을 입었을 때 그 비단 옷 위에 삼베옷을 걸치라는 것이다. ‘의금상경(衣錦尙絅)’ ‘비단(錦) 옷을 입고(衣), 삼베옷(絅)을 걸쳐(尙)라!’ 비록 지금 비단옷을 입고 있지만 으스대거나 자랑하지 말고 삼베옷을 걸쳐 자신이 입고 있는 비단 옷을 가린다는 뜻이다. ‘의금상경(衣錦尙絅)’은 원래 <시경(詩經)>에 나오는 구절로 옛날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였다. ‘비단 옷을 입고 그 위에 삼 옷을 걸쳐 입어야지. 내 화려한 빛을 뽐내지 말아야지.’ 이 시(詩)를 쓴 사람의 의도는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성공에 빠지지 말고 늘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용>은 이 시경의 구절에 대하여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군자의 인생은 은은하게 날마다 빛이 나지만 소인의 인생은 확연히 빛나다가 점점 그 빛이 사라진다. 군자의 인생은 담박해 언제나 싫증나지 않고, 단순한 것 같으면서 빛이 나고, 온화하면서 조리가 있다.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여 드러날지 정확히 알고 있다.’ 화끈한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점점 자라는 봄 동산의 풀처럼 은은하게 빛이 발하는 성공은 오래 지속(sustainable)이 가능하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조그만 조짐 속에서 일이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그 조직의 흥망(興亡)이 결코 하루아침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을 무시했을 때 일어난다(天下難事必作於易). 천하의 큰일은 결국 반드시 조그만 일에서 시작된다(天下大事必作於細). 그래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지 않아야 진정 위대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노자도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어려움을 당하고 몰락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를 크다(不大)하지 않아야 진정 크게 될 수 있다(成大)’는 노자의 성공유지 비결은 <중용>의 ‘의금상경(衣錦尙絅)’과 닮아 있다.
난세를 살아가면서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야 성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철학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인생의 화두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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