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보고 인재를 뽑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특히 19대 총선에서 누구를 뽑아 국회로 보내느냐는 유권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물을 뽑을 때 학력을 보기도 하고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지위에 올랐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았는지는 사람을 선별하고 알아보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것만으로 사람을 뽑았다가 낭패를 당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학교, 높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며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우롱한, 일명 무늬만 좋은 국회의원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one shot society’라고 표현했다. 젊었을 때 학력 한방(one shot)이 그 사람의 평생을 결정하는 고착화된 사회라는 것이다. 젊었을 때 공부 잘해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그 사람이 그 뒤 어떻게 살았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명문대라는 무늬가 그 사람의 평가를 좌우하는 것이다. 골프에서 드라이브 한 방 잘 쳤다고 해서 마지막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비록 드라이브 한 방은 잘못 날렸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버디도 할 수 있다는 것은 골프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보면 춘추전국시대 위(魏)나라 신하 이극(李克)의 인재를 선발하는 다섯 가지 관찰법이 있다. 일명 사람을 알아보는 오시법(五視法)이다. 위나라 문후(文侯)는 이극에게 이렇게 물었다. “전에 선생은 집안이 가난해지면 어진 부인이 필요하고(家貧則思良妻), 나라가 혼란해지면 유능한 재상이 필요하다(國亂則思良相)고 하였소. 지금 나라의 재상을 선발하려 하는데 어떤 사람을 재상으로 등용했으면 좋겠소?” 문후의 물음에 이극은 이 ‘오시법’을 제시하며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간언했다.
첫째, 거시기소친(居視其所親). 평소에 그가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를 관찰하라!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주변 사람을 먼저 보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과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부시기소여(富視其所與). 그가 만약 부자라면 누구에게 자신의 부를 베풀고 있는지를 관찰하라! 그 사람이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치장하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돈을 쓰는지, 아니면 어려운 사람에게 자신의 부를 나누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셋째, 원시기소거(遠視其所擧). 그가 만약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을 채용하여 쓰고 있는지를 관찰하라! 그 사람이 뽑아 쓴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인재를 보는 눈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넷째, 궁시기소불위(窮視其所不爲). 그가 만약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라! 사람이 궁해지면 해서는 안 될 일도 서슴지 않고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다섯째, 빈시기소불취(貧視其所不取). 그가 만약 가난하다면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관찰하라! 가난하면 받아서는 안 될 것을 받게 된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생활이라도 부정한 것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극의 인재판별 요점은 그 사람의 현재 처지에서 얼마나 적절한 행동을 하며 살고 있는가를 보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의 교유, 부의 공유, 인재의 등용, 변치 않는 지조, 물질에 현혹되지 않는 청렴 등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선별할 때 눈에 보이는 학력이나 경력을 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무늬만 보고 잘못 결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본질을 꿰뚫고 진실을 볼 줄 아는 인재를 보는 눈이 필요한 시기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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