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s from the Past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버락 오바마는 여성 대통령?
미국의 보수논객 캐더린 파커는 6월30일자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오바마: 우리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이목을 끌었다. BP의 멕시코만 석유유출 사건 발생 56일 만에 나타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중 13%의 문장이 수동태 문장이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오바마가 여성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나왔다. 당시 오바마와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업무 스타일과 리더십은 영부인 시절 이전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힐러리가 남편의 외도로 파경에 이르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염려를 일언지하에 일축한 것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힐러리는 정치적 야심이 강했다.
반면 오바마는 아프리카에 고향을 둔 아버지와 유색인종 차별이 심한 남부지역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인도네시아인 양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미국 본토가 아닌 하와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실과 생부의 영향으로 이슬람 신앙을 상징하는 후세인이라는 중간 이름을 가진 게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도 끊임없이 이슈가 됐다. 전형적인 미국의 정치구조에서는 주류가 될 수 없는 오바마 후보였지만, 그는 특유의 포용 리더십으로 다양한 사람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오바마의 대통령직 당선으로 미국의 정치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초기에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자신을 강하게 비판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고, 취임 초기 야당 정치인과 더 많이 대화하고 만남을 가졌다. 조속히 국정을 통합하고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그가 21세기형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왜 오바마의 포용 리더십이 여성적 리더십이고 21세기 형인지 생각해보자.
포용 리더십은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전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어머니’는 사랑과 자비, 계속되는 용서를 상징하는 존재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한 곳에 정착해 무거운 장비를 도구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인류사회가 모계중심 사회였을 것이라고도 추측한다. 이들에 따르면, 수렵생활을 하던 시기에 남자들이 멀리 사냥을 나가면 부족은 여성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또 다른 동물보다 근력이나 속도가 부족하고, 강한 이빨이나 발톱도 가지고 있지 않는 인간으로서는 집단 생활로 서로를 보호해야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배려와 협업을 장려하는 리더십 속에서 운영됐다고 짐작하는 게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리더십 특성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쉽게 발견된다. 여성의 몸은 자신 속에 다른 생명체를 적대시하지 않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침투한 외부 생명체에 대해 적대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여성은 자신의 몸 속에서 아기를 키운다. 외부 생명체가 아닌 내부 기관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은 여성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어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포용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류생존과 발전에 기여할 장점이 많은데도 포용 리더십이 오랫동안 외면당하다가 최근 들어 새롭게 부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창의성에 있다. 구글과 애플, 닌텐도 등 시대의 특성을 정의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21세기가 창의성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창의성이 시대의 요구라면 포용 리더십이 부상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창의성은 다양성이라는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역사를 분석한 책 <메디치 효과>는 다양성이 창의성에 절대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메디치 효과>의 저자 프란스 요한슨은 창의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두뇌의 반사적인 연상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즉, ‘A 다음에는 B’라는 식의 연상작용이 있기 때문에 ‘A 다음에 a’, 또는 ‘A 다음에 1’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반사적인 연상작용을 멈추고 새롭고 낯선 생각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낯선 경험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정상으로 이끈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 조성했던 창조적 환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질적 문화와의 교류 동로마제국과의 소통과 만남을 주선해 이질적 문화 도입
지속적인 학습환경 정치, 종교, 문학, 미술, 음악인들이 수시로 교류하는 환경 조성
가설을 뒤집는 시도 지원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상업적 시도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도전 지원
이질적 자극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 피렌체 사람들은 ‘교차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했고, 이게 바로 창의성의 근간이 됐다. 이처럼 낯선 경험을 부추기는 다양성은 포용 리더십이 없으면 자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일상 속에서 다양성의 단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에 이르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인이나 태국인 아이돌이 청소년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현지인력을 활용할 때 포용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일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기업과 관리자의 리더십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일전에 한 중국의 헤드헌터는 사석에서 ‘한국기업을 고객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우수한 중국인 인재를 소개해도 한국인 관리자가 3개월이면 그들을 쫓아낸다’는 것이었다. 중국에 파견될 정도의 한국인 관리자는 대체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데, 군대식 위계 문화에 익숙한 관리자는 중국인 직원들에게도 ‘목숨 바쳐 충성’할 것을 기대한다고 한다. 이 관리자들은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의 열악한 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부인들이 자녀와 함께 한국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숙소에 돌아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이 없다 보니 주재원 관리자들은 퇴근하려는 중국인 직원을 붙잡아 놓고 일을 하기 일쑤란다. 이처럼 직업윤리와 성과 기대수준이 다르다 보니 한국인 관리자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인 직원들을 다그칠 때 욕을 하기도 했다. 이것이 불씨가 되어 직원들이 이탈했다고 한다. 조직지향적 사고와 신속한 실행력이 한국기업의 자랑이었지만, 현지인 직원을 통해 사업의 현지화를 추구해야 하는 한국기업에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족쇄’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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