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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ing Yourself

무조건 따라가는 개미만 있다면...

정현천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20세기 초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라는 미국의 학자는 남미 가이아나 정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무리의 병정개미들이 큰 원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둘레는 400미터나 됐고 개미 한 마리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데 두 시간 반이 걸렸다. 개미들은 ‘앞에 가는 개미를 따르라’는 한 가지 간단한 규칙만 따르고 있었다. 대부분 개미들은 이 간단한 규칙에 의해 무리 없이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비브가 목격한 개미들은 이틀 동안 원을 돌고 또 돌다가 대부분 죽고 말았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고 이름 붙였다. 평소에 아주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개미사회도 한 번 ‘원형선회’에 빠지면 떼죽음이 일어나고 만다.
 
원형 선회에 빠진 조직
논쟁이 부족한 조직은 평소에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원형 선회에 빠진 것처럼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1960년대 초 쿠바에 카스트로 공산혁명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의 케네디 정부는 이를 전복시키고자 카스트로 정권에 의해 쫓겨난 반정부 군인과 망명자 약 1400명을 민병대로 훈련시켜 피그스만(Bay of Pigs)을 통해 침투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곧 쿠바군에 의해 전멸당하고 포로 1179명은 이듬해 5000만 달러 상당의 식품과 의약품으로 교환하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로부터 비난과 함께 비웃음을 받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내가 어떻게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침공 작전은 모든 단계에서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쿠바군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 상당수가 투항할 것이고, 민병대에 호응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나 카스트로 정권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식이었다. 한편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는 침공계획에 반대한 각료들을 따로 불러 대통령이 뜻을 굳혔기 때문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 특보를 지낸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훗날 회고록에서 “말도 안 되는 작전을 당장 그만 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회의 분위기에 눌려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예일대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이 작전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이유를 ‘집단사고(Groupthink)’의 결과로 분석했다. 집단사고는 집단구성원들이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왜곡된 사고방식이다.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 경향 때문에 생겨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집단이 천하무적이라는 착각과 극단적인 낙관주의를 품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생각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쉽게 무시해버린다. 또 자신들의 도덕성을 확신한 나머지 어떤 목표를 이루는 수단의 부도덕성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경쟁집단이나 적대집단을 약해빠진 겁쟁이, 또는 사악한 무리로 여기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토론은 물 건너 가고 목소리가 큰 일부의 주장에 집단 전체가 휩쓸리게 되며, 다른 구성원이 제기하는 반론은 쉽게 묵살한다. 의혹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억눌러서 순응하려 하며, 집단의 시각에 위배되는 정보를 숨기기 때문에 언뜻 만장일치라는 착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전문가집단
이와 같은 집단사고 외에도 조직 내에서 논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지나치게 경직된 상하관계와 위계질서, 폐쇄적인 전문가집단의 노출불안 등이 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에는 몇 건의 비행기 추락사고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 기장과 부기장, 또는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관료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명백한 위험을 앞에 두고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전문가들은 자기들의 전문성에 도전하는 비전문가들의 지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들의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고 불안해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번복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이처럼 집단사고와 위계질서, 그리고 전문가집단의 장벽은 사실과 진리와 외부환경에 대한 조직의 감수성 발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분들이 조직에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은 있으나, 지나치면 반드시 문제가 된다. 누군가는 항상 밖을 바라보고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안으로 전달해줘야 한다. 위계질서가 사실과 진리를 가로막아서는 안되며, 비전문가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전문가들의 오래된 통념은 다시 검증 받아야 한다.
 
1940년 11월 7일 개통된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미국 Tacoma해협의 현수교가 붕괴됐다. 잠깐 동안 위용을 자랑하던 다리는 공진현상에 의해 약한 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리다가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엄청난 규모의 토목공사였기 때문에 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프로젝트에는 당대 최고의 토목기술자와 지반공학자들이 참여했다. 그런데도 수백 미터에 이르는 다리가 순식간에 처참하게 붕괴된 것이다. 사후적으로 분석한 결과, 프로젝트에 항공공학자가 한 명이라도 끼어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다리를 만드는데 항공공학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꼭 항공공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토목분야의 사람들 외에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도 프로젝트 전체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참여했었더라면 붕괴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 사후조사의 결론이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로만 집단이 구성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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