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위기, 생존의 리더십

38호 (2009년 8월 Issue 1)

우리는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또 한 차례의 격동기쯤으로 여기며 위안을 삼을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최근처럼 긴박하고, 아주 위험하며, 불확실한 상황은 경기 침체가 끝나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쟁, 에너지 부족, 기후 변화, 정치 불안 등의 악재로부터 안전한 보호막은 없다. 이번 위기는 낯설고 심각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는 항구적인 위기의 전초전일 뿐이다.
 
한밤중에 심장 발작을 일으킨 환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응급 구조대원들은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긴다. 의료진은 창의적인 응급 처치를 할 시간이 없다. 일단 정해진 절차에 따라 환자를 안정시키고, 심장에 새로운 혈관을 이식한다. 응급 상황을 간신히 넘기더라도 위험은 남아 있다. 수술에서 회복된 환자의 심장 발작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수술로 목숨을 건진 환자가 달라진 현실의 불확실한 상황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위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회사의 임시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간부에게도 지속적인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이끄는 임무는 매우 아슬아슬하고 어려운 일이다. ‘위기 리더십(crisis leadership)’은 2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비상 단계’다. 리더는 상황을 안정시키고, 시간을 버는 역할을 맡는다. 두 번째는 ‘적응 단계’다.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역량을 구축하는 일이 리더의 역할이다. 적응 단계의 역할이 특히 까다롭다. 직원들은 리더가 믿을 만하고 확실한 행동으로 불안을 걷어내주길 강력히 원한다. 설령 아는 것을 과장하고 모르는 것은 무시하는 식으로 대응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위기 적응을 위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태도나 업무상의 변화를 요구한다면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리더조차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아우성친다. 이 시기에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여러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뿐이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도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
 


물러서지 말고 다시 시작하라
최근 경제 상황이 위험한 이유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관리 강화, 전반적인 비용 절감, 구조조정 계획 등 단기적인 대응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직원들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익숙한 전문지식만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이해는 된다. 조직 구성원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직원들이 신속하게 정상을 되찾도록 하는 게 리더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리더라 할지라도 요즘 같은 상황에서 조직과 직원을 완전히 보호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닥치는 시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인물이 가진 전문지식을 뛰어넘는 조직 전체의 적응력이 필요하다. 어떤 리더도, 세상 어느 누구도 현재의 이런 상황을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우리가 과거에 의존했던 전문지식이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시련이 닥칠 때 고위 관리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직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에서 잘못된 결론을 내리면 위험이 한층 커진다. 심장 발작을 겪고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수술 후에도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수술 후에 담배를 끊거나, 식습관을 바꾸거나, 운동량을 늘리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첫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위급 상황을 넘기면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착각한다. 의사들의 뛰어난 의술 덕분에 살아났지만, 살아남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할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여전히 높은데도 당장 위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생활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감는다.
 
필자들이 주장하는 ‘적응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을 실천하는 리더들에게서는 이런 실수를 찾아볼 수 없다. 위기의 순간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기회로 여기고 위기를 붙든다. 요즘과 같은 불안한 상황이 벌어질 때, 지나간 시간에 마침표를 찍고 사세 확장을 위한 기회로 위기를 활용하기 위해 나선다. 적응 리더십의 리더들은 이 과정에서 게임의 중요한 법칙을 바꾸고, 조직의 여러 부분을 고쳐 직원들의 업무를 새로 정의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적응 과정은 재발견 과정인 동시에 보존 과정이다. 조직의 DNA 중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적절하게 수정하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사람의 DNA와 침팬지의 DNA가 90% 이상 일치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물론 이 과정에서 잃는 것도 있다. 일부 부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될 테고, 몇몇 일자리와 익숙한 업무 방식도 사라진다.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도움이 되지 않는 가르침을 전달하는 멘토나 동료의 얘기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조직의 DNA 중 무엇을 버려야 할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다.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이끄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오는 직원들의 충성심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스스로 찾는 직원들의 열성적인 도움이 미래 개척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통제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배려해야 한다.
 
 
[DBR TIP]위기 적응 단계의 새로운 리더십
 
조직이 다시 예전처럼 정상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위급하고, 리스크가 크며,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몇 가지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적응력을 키워라. 현재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최적의 실행 방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서도 조직의 발전에 필요한 ‘차세대 업무 방식’을 개발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
 
불안정을 껴안아라. 직원들이 변화에 나서도록 긴장을 조성하라. 다만 직원들이 저항하거나, 회피하거나, 복지부동하지 않을 정도만 필요하다.
 
리더십을 육성하라.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직원에게 변화의 시기에 필요한 실험적인 시도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
하고 싶은 일을 잠시 접어두는 식으로 자신을 희생해서는 리더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오늘날 리더십의 임무
리더십은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이다. 대부분의 경영진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던 분석적인 문제 해결, 명쾌한 의사결정, 명확한 방향 제시 능력이 이제는 성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능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위기 적응 단계’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의 실천이 필요하다.
 
적응력을 키워라.경영자들은 2가지 요구에 부딪히고 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맡은 업무와 그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해내는 동시에 ‘차세대 업무 방식(next practices)’을 개발해야 한다.
 
줄리 길버트 사례를 보자. 그는 조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리더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2가지 임무를 제대로 해냈다. 길버트는 2000∼2009년 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에서 부사장과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베스트바이의 영업 관행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냈다. 남성 중심적이었던 소비자 가전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 여성들이 가전제품 구매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이 같은 변화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트렌드를 활용하려면 뛰어난 마케팅 계획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 했다. 베스트바이의 전반적인 태도 변화도 필요했다.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즉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관행에 정면 도전해야 한다. 관행을 바꾸려고 나서다가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길버트는 소비자 가전이 가정생활과 통합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베스트바이 매장 안에 홈시어터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가구 및 소품들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관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장에 전자제품만 달랑 전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 거실처럼 전자제품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 코너를 꾸몄다. 영업 사원들에게는 홈시어터를 고르기 위해 남성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교육, 훈련시켰다.
 
길버트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경험이 아닌 기술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라고 생각하는 일부 관리자들의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전략은 시장에서 먹혀들어갔다. 영업 사원은 남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여성 고객과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좋아하는 영화를 묻고, 매장에 전시된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이 영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객들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길버트는 “부부가 함께 와서 구매를 하면, 남성 혼자 구매할 때보다 교환이나 환불이 60% 낮았다”고 말했다. 기존 영업 방식을 바꾼 덕분에 베스트바이의 홈시어터 사업은 번창했다. 2004년 중반 2개의 매장에서 처음 선보인 홈시어터 전시관은 5년 후 350개 이상으로 늘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 업무 방식을 없앨 때는 반드시 ‘보유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the essential)’과 ‘없애도 되는 소모적인 부분(the expendable)’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정체성과 역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고,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버려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길버트는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베스트바이의 문화를 보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성 영업 직원이 남성 고객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식의 남성 중심 문화는 그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듯했다. 가령 베스트바이에서 ‘제트기가 떴다(the jets are up)’는 표현은 고위 남성 경영진이 베스트바이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회사 전용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뜻으로 통용됐다. 비행시간 동안 남성 경영진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결속을 다질 수 있었다. 이 출장을 다녀온 뒤, 남성 경영진이 중요한 결정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홈시어터 전시관을 방문한 경영진이 길버트에게 연락해 여성 고객에 대해 물었다. 길버트는 한 명 이상의 여성 경영진이 탑승하지 않았을 때에는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말라고 고위 경영진을 설득했다.
 
조직의 적응 능력을 구축할 때에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대하고 세부적인 전략 계획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대신에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많은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테고, 지속적인 중간 수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여러 차례 중간 수정 과정을 거치는 지그재그 행보는 더 나은 상품과 공정을 찾아내는 회사의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기술업계의 전략을 보자. ‘버전 2.0’은 곧 시장에 나올 기술 상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하나의 실험이자 프로토타입임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베스트바이의 홈시어터 사업도 하나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여성 고객의 지속적인 증가라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길버트의 믿음에 따라 진행된 실험이다. 베스트바이는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혁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위 경영진의 의견을 중시했다. 하지만 길버트의 설명처럼 여성 고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매 소비자 가전 부분에서는 일반 직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직급을 막론하고 회사 내 모든 여성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에는 ‘여성 리더십 포럼(Wo-men’s Leadership Forum·WoLF)’이 등장했다. 매장 계산대에서 일하는 직원에서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베스트바이의 모든 여직원들은 WoLF에 참여해 서로 도와가며 여성 소비자로서의 경험을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응용했다. 베스트바이의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성 직원들도 WoLF에 참여시켰다. 남성 직원들의 참여로 남성 2명과 여성 2명이 짝을 이뤄 WoLF의 각 그룹을 구성하게 됐다. WoLF 참여 직원의 수는 3만 명을 넘어섰다. 베스트바이는 이 전략을 통해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리더 후보들을 많이 길러낼 수 있었다. 여성 입사 지원자가 급증하고, 여성 직원의 이직률도 떨어져 수익성 또한 나아졌다.
 
길버트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 능력을 키우는 ‘적응 리더십’의 2가지 목표를 이뤄냈다. 즉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배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동시에, 재무적 성과도 단기간에 개선시켰다. 그는 최근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다른 기업에 영입됐다.
 
불안정을 껴안아라.
긴박감이 떨어지면 어려운 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고민이 너무 커지면 사람들은 저항하거나, 회피하거나, 복지부동하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경제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충돌, 혼란, 혼동을 잘 조정해 불안한 상황이 파괴적 역할이 아닌 생산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의료 부문은 여러 측면에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혼란과 불확실성의 축소판과도 같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의 CEO 폴 레비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레비가 CEO로 부임했을 때, 이 메디컬 센터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 몇 년 전 하버드대 부속병원 두 곳이 성급하게 통합되면서 설립된 이 병원은 이질적인 조직 문화를 통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적자에 허덕이며 영리 병원에 인수될 가능성까지 제기돼 저명한 연구 센터라는 명성마저 잃어버릴 처지였다. 레비는 이런 위급 상황에서 병원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고 문화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신속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먼저 그는 조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즉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 적자, 대량 해고, 병원 매각 등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원들에게 환기시켰다. 이를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이번이 병원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내용의 메모를 전달했다. 또 병원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파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더 이상 문화의 충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흑자 전환이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레비가 부임 초기에 거둔 노력의 결과로 조직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정이 당면한 지속적인 도전에 대처하는 병원의 적응 능력에는 오히려 위협이 됐다.
 
조직이 불균형 속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리더십의 실행 과정에서 당신은 항상 ‘자동 온도조절 장치’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한다. 온도가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직원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거꾸로 온도가 너무 높으면 조직 자체가 무너져 직원들이 공포에 질리고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레비는 병원의 재정적인 응급 상황을 넘긴 이후 온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의료 역사상 최초로 분기별로 의료 과실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4년 내에 의료 과실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실수를 공개하는 보고서가 명성에 누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심각한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만 환자 치료와 병원에 대한 신뢰를 개선해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조직 내에 적절한 불균형을 유지하려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실험과 변화가 일으키는 갈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객관화하는(depersonalize)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갈등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리더의 관점에서 사안의 쟁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쟁점 사안에서 드러난 사실이나 분석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람의 능력, 충성심,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문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석적으로 행동하되 ‘정중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사안의 시비곡직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 두려움, 목표, 파벌 간의 충성도까지 이해해야 한다. 대립과 손실을 조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적절히 협상하는 게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지속될 때에는 가장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정책에 반대하지만 중요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외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고위 경영진은 새로운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며,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폴 레비는 2009년 초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회의를 열었다. 최근 몇 년간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2000만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레비는 인원 감축이 병실 청소부 등 임금이 낮은 직원들에게 타격이 되리라 우려하며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을 아이디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회의실 앞줄에 앉아 있는 간부 등 고임금 직원들의 급여 및 복지 예산을 삭감해 저임금 근로자 일부를 해고 명단에서 빼자고 제안했다. 놀랍게도 회의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레비가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자 수많은 비용 절감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13명의 의료 부서장들은 모두 35만 달러에 이르는 개인적인 기부를 약속하며 10개의 일자리를 지키자고 제안했다. 레비의 이 같은 노력 덕에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는 직원 해고를 계획보다 75% 줄일 수 있었다.
 
리더십을 육성하라.기업의 적응력은 본사가 구상한 광범위한 새로운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작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세 적응력(microadaptation)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조직의 큰 성과도 새로운 길을 여는 다양한 실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실험을 장려하려면 조직 구성원의 상호 의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협력 업체, 고객, 경쟁 업체 등 회사 외부 플레이어 간의 상호 의존성을 인정하는 추세와도 같은 이치다. 최고 경영진만의 힘으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조직 내 깊숙이 리더십이 형성되도록 리더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경영진 헤드헌팅 업체인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의 창립자 에곤 젠더는 2000년 6월, 전 세계 파트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36년간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이 자신의 지휘 아래 꾸준히 성장해온 과정을 회고하기보다는 새로운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안정성은 자산이 아닌 부채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은 만화경(불안정을 상징)을 돌려 나오는 여러 모습을 한 번씩 슬쩍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 회사의 미래는 전적으로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의 손에 놓여 있다.”
 
젠더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마지못해 한 말로 흘려버릴 수 있다. 하지만 젠더는 조직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회사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홀로 회사의 성공을 책임지려 한다면 조직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경영진 개개인이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경영진은 위계질서와 공식적인 권위를 없애고, 리더십의 책임을 분산해 직원들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경영진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 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다 조직 내의 다양한 부서 및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책임을 공유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책임을 조직 내 다른 직원들에게도 내려주고, 경영진 본인은 앞으로 나타날 도전을 생각하고 탐지하고 정의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리더십의 책임을 좀더 널리 분산시키고 싶다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다른 구성원들과 나눌 수 있도록 정보의 흐름을 늘려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려면 다양성을 활용해야 한다. 물론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얻는 일은 성가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을 포함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 내·외부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리더십이 분산돼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리더십과 관련된 권한과 소유권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이는 법적인 것일 수도,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목적은 모든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행동하게 만들고, 어느 곳에서든 혁신을 추구하거나 조직을 위한 가치 창출에 앞장서게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젠더는 자신이 세운 회사를 법인으로 바꿔 자신을 포함한 모든 파트너들이 똑같은 지분과 똑같은 수준의 의결권을 갖도록 했다. 회사 전체 성과에 따라 모든 파트너에게 주어지는 보상도 똑같이 올리거나 줄였다. 젠더가 파트너들에게 동등한 지분과 의결권을 부여한 목적은 모든 파트너들이 ‘목적과 실질적인 측면에서’ 함께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젠더가 창안한 협력적이고 분산적인 리더십 모델을 보면, 그가 은퇴한 후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이 어떤 행보를 보였을지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이 회사는 경영진 헤드헌팅 시장의 침체에 직면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온라인 채용 증가와 경쟁사의 주식시장 상장 등 경쟁 환경 자체의 변화가 더 큰 문제였다. 이 회사의 파트너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번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젠더의 말을 떠올렸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꼴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절대 변하지 않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원칙과 매일매일 달라지는 관행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작정 변화를 추구할 게 아니라 본질적이고 소중한 것을 구별하고 보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은 미래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신참이나 고참 파트너를 망라한 모든 파트너들을 참여시키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을 택했다. 이 회사는 주식시장 상장을 택하는 경쟁 업체와 달리 파트너들끼리 지분을 나누는 컨설팅 업체로 남았다. 또 경쟁 업체들이 대량 해고를 한 반면, 사실상 해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직의 사회적 구조를 보존하는 일이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적이며, 단기적인 재무 성과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계속 파트너를 신규 채용하곤 했다.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은 독립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적정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높일 수 있었다(사기 진작이야말로 지속적인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다). 적응력을 중시하는 업무 방식 덕분에 이 회사는 미래에도 창사 이후 가장 성공적인 순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DBR TIP]적응 리더십의 사례
 
베스트바이:한 수석부사장의 활약 덕분에 베스트바이는 소비자 가전제품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 좀더 잘 적응할 수 있게 됐다.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새로 부임한 CEO는 하버드대 부속병원 두 곳의 성급한 합병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병원을, 현대적인 의료 서비스의 도전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켰다.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경영진 전문 헤드헌팅 업체인 이 회사의 창업자는 온라인 채용 및 경쟁 업체의 주식시장 상장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회사를 적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기 자신을 관리하라
위기를 일으키는 세력들에 둘러싸이지 않으려면, 리더의 권위만 믿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권위적 확신(authoritative certainty)’부터 버려야 한다. 조직 내외부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적응 반응(adaptive responses)’은 물론, 자신의 생각과 감정도 관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는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과도 같다. 성공을 위해서는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식으로는 리더십의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우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동시에 현실적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라.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면 건강한 긴장감이 형성돼 현실주의가 냉소로, 낙천주의가 부인(denial)으로 바뀌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고 균형 잡힌 시각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안식처를 마련해야 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활동이나 장소가 안식처가 될 수 있다. 가령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자문해볼 수 있다. ‘내가 너무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을까? 내 자신을 포함해 직원들을 소모시키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헌신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는 걸까?’
 
셋째, 업무에 관한 얘기, 특정한 행동을 취한 이유 등에 귀를 기울여줄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속을 터놓고 얘기할 만한 상대가 조직 내부인보다 외부인일 때 가장 이상적이다. 내부인에게 흉금을 털어놓았는데, 시간이 흐른 뒤 그 사람이 특정한 문제에 관해 자신과 반대되는 편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문제가 된 현안보다 나를 더 걱정해준다면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직장에서 감정을 더 많이 표출해야 한다. 감정을 적절하게 드러내면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평정심을 잃지 않는 태도와 감정적인 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감정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된 상황이 벌어져도 리더가 얼마든지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직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은 줄타기를 하는 것과도 같다. 특히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이유로 쫓겨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여성은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
 
마지막으로, 역할에 매몰돼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하나의 관점으로 자신의 인생을 정의한다면 환경에 변화가 있을 때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조직을 위해 가장 높고 숭고한 목표를 이루려면 일생을 바쳐도 부족할지 모른다. 당신이 애를 쓰고 있지만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일지도 모른다. 직장 동료, 가족,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일 가치 있는 어떤 일을 달성할 수도 있다. 적응 리더십은 끊임없이 변하고 도전적인 세상에서 사람이라는 자원이 번성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상의 기회와도 같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7, 8월 호에 실린 로널드 하이페츠, 알렉산더 그래쇼, 마티 린스키 하버드대 교수의 글 ‘Leadership in a (Permanent) Crisi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로널드 하이페츠(heifetz@cambridge-leadership.com),
알렉산더 그래쇼(agrashow@cambridgeleadership.com),
마티 린스키(marty@cambridge-leadership.com)는 ‘케임브리지 리더십 연구소(Cambridge Leadership Associates)’에서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적응 리더십의 실천(The Practice of Adaptive Leadership)>(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 2009)을 공동 집필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공공리더십 센터(Public Leadership Center)를 설립한 하이페츠 교수와 케네디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린스키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2년 6월 호에 실린 ‘리더를 위한 생존 지침(A Survival Guide for Leaders)’을 공동 저술했다.
 
참고
이 논문의 내용 중 일부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사례 9-303-008번 ‘폴 레비: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를 책임지다’ 및 하버드 경영대학원 사례 9-904-071번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에 관한 전략적 고찰’에서 발췌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3호 Talent Transformation 2021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