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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도, 싸움닭도 No! 일로 승부하라

하정민 | 33호 (2009년 5월 Issue 2)
학업 성적과 업무 능력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똑똑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른바 ‘알파 걸’ 전성시대다. 하지만 현실에서 조직의 최고위직은 여전히 남성들 차지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증했다지만 그 생명력은 매우 짧은 편이다. 여성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도 여전하다. ‘알파 걸’은 많지만, 이들이 본받을 만한 여성 리더를 뜻하는 ‘알파 우먼’은 아직 드물다.
 
이런 가운데 2007년 11월에 결성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원조 ‘알파 우먼’ 모임이 있다. 지금보다 남녀 차별이 훨씬 심했던 시절에 남성과 경쟁해 리더 자리에 올라선 국내외 기업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WIN(Women In iNnovation)이다. WIN은 조직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알파 걸들을 21세기 여성 리더로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WIN 회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회장을 맡고 있는 손병옥 푸르덴셜 생명보험 부사장을 필두로 조화준 KTF 전무, 이영숙 Aligned & Associates 대표, 이향림 볼보코리아 전 대표 및 볼보 스웨덴 본사 영업담당 임원, 서유순 라이나생명 부사장, 조미진 LG필립스LCD 상무, 이정미 한국IBM 파트너(전무급), 최명화 LG전자 상무, 임수경 LG CNS 상무, 박정현 구글코리아 상무, 이수경 P&G 상무 등 업계에서 이름난 여걸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WIN은 5월 27일 오후 5시부터 9시 30까지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2층 오키드룸에서 차세대 여성 리더의 역량 개발을 위한 리더십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WIN 멤버들을 포함해 여성부 진영곤 차관, BMW 코리아 김효준 사장,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위원,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4월 30일 WIN을 이끌고 있는 손병옥 부사장, 조화준 전무, 이영숙 대표와 만나 한국 기업에 여성 리더들이 필요한 이유와 여성 리더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을 들었다.
 
한국 기업에 여성 인력을 활용하고 여성 리더를 키우는 일이 왜 중요할까요?
손병옥 부사장 “10년 전만 해도 감히 이런 모임을 만들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각계 여성 임원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의 경제 구조가 일사불란한 남성 문화 위주의 제조업에서 배려와 포용, 유연성이 중시되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여성 리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죠. 현재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수는 일본 기업보다 많습니다.”
 
조화준 전무 “한국의 40∼50대 남성들을 보세요.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수가 없잖아요. 구매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도 모르죠.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여성 인력 활용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이영숙 대표 “지식산업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다양성이 좌우합니다. 다양한 인재 풀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성 리더를 키우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죠. 한 사람의 여성 직장인이 탄생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해보세요. 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입니다.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니까요. ”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셨는지요.
“흔히 남성 리더들을 칭찬할 때 카리스마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제 기질은 남성적 리더십과 맞지도 않았지만, 설사 제가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성 리더가 화를 내면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하지만, 여성 리더가 화를 내면 ‘히스테리가 많고 신경질적’이라고 평가하는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요.
 
저는 30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을 호되게 야단친 적이 없습니다. 실수했을 때 제가 야단치지 않으면 오히려 실수한 사람이 더 미안해하면서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제가 이 말을 하면 부하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니까 사람을 잘 뽑아야죠. 리더의 주요 역량은 애초에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만한 사람을 뽑지 않는 겁니다.
 
한번은 아이의 급식 당번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팀장을 일찍 가게 해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다음 날부터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 10시, 11까지 남아서 일하더군요. 회사도 가정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가부장적 리더십을 발휘하면 누가 따라옵니까. 리더가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일은 자식 키우는 일과 똑같습니다. 화도 나고 속도 썩지만 그렇다고 자식 키우기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부하 직원에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보다 리더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셀프 리더십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리더십이라는 용어보다 ‘컴패니언십(Companionship)’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조직에서 여자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화초’와 ‘싸움닭’ 2가지밖에 없더군요. 문제는 화초나 싸움닭 모두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겁니다. 저는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제 자신보다 부하 직원들을 위해 줄타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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