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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정치논리서 벗어나 과감하게 대응해야”

DBR | 1호 (2008년 1월)
[
동아일보]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인터뷰
 
감원 기사 볼때마다 가슴 아파… 고용유지 노력해야
기업 최대한 살리되 구조조정 덮어놓고 피해선 안돼
지방 미분양 해소 시급… 양도세 중과 아예 폐지해야
한국, 위기 극복해낼 저력 충분… 경제회복 자신 있어”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나타냈다.
 
손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고통을 분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업과 정부, 노조, 정치권 등이 모두 힘을 보태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이 ‘형평의 논리’에 휩싸여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실기(失機)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인터뷰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장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지금 위기가 외환위기보다 더 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지금 한국은 외환위기 때의 한국과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둘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수출만 잘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세계경제 흐름이 좋지 않아 수출이 부진합니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때 많은 단련이 됐고 기업의 재무구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충분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포트폴리오가 좋습니다. 무서운 저력이 있습니다. 환율이 높아 다소 걱정이지만 이는 단기 외채가 많은 데 따른 것이고, 단기 외채 문제는 곧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국은 인재 강국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적 자신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대목에서 손 회장의 목소리가 유독 높아졌다. 그는 “온 국민이 노력하고 마음을 합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난국에서 정치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리먼브러더스를 초기에 구제했다면 금융위기의 세계적 확산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국민의 세금을 민간기업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형평의 논리’에 빠져 있었습니다. ‘구제금융이 한 기업이 아니라 전 국민을 위한 조치’라는 인식이 있다면 이번 경제위기 양상은 좀 달랐을 겁니다.”
 
한국 정치권도 각종 경기 부양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쟁(政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지방경제를 살리려면 미분양 주택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시급합니다. 세제(稅制)도 주택의 수요를 넓힐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합니다.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게 아니라 중과 자체를 아예 폐지했어야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정치권이 형평의 논리에서 벗어나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 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과감하게 그 집행 시기를 놓치지 않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형평의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요.
 
수도권에서는 규제를 푸는 대신 지방에도 ‘메리트(혜택)’를 주면 됩니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 재산세 감면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지방을 방문해 보면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특수목적고 유치를 쉽게 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요구가 참 많습니다.”
 
최근 LG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 사이에 ‘어려워도 인위적 감원은 하지 않겠다’는 경영기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일부 (중소)기업이 효율을 위해 감원을 실시한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참 아픕니다. 경영자는 인력 감축을 가장 먼저 택하기보다 인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대기업들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도 늘리고 고용도 유지하는 ‘사회적 책임’을 국민에게 최대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안에 대한 의견은….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살리되 무조건 모든 기업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채권자와 주주, 경영자가 협상해 퇴출을 결정하든지, 회생 계획을 도출하든지 해야 합니다. 다만 구조조정은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퇴출이 결정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덮어놓고 회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사정이 더욱 안 좋습니다. 특히 ‘돈 가뭄(금융 경색)’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지 않으려고 하는데 후순위채와 우선상환주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을 지원해야 합니다. 또 은행에 돈이 있더라도 대출자의 신용이 낮아 못 빌려주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여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부양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는 고용과 소득 창출 등 지방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SOC 예산이 조기에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연말 휴가 계획을 묻자 “잠 좀 푹 잘 예정”이라며 크게 웃었다. 손 회장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지만 경제 난국을 극복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손경식 회장은
△1939년 서울 출생(69세)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석사(MBA)
△1974년 삼성화재해상보험 전무
△1977년 삼성화재해상보험 사장
△1991년 삼성화재해상보험 부회장
△1994년∼현재 CJ(주) 대표이사 회장
△1995년∼현재 CJ그룹 회장
△2005년∼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및 서울상의 회장
△2006년∼현재 자유무역협정(FTA)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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