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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뒤집기』 저자 5인의 리더십 팁

위임은 권한 포기 아닌 ‘리더십 상향 이동’

박해리,정리=이한규 | 447호 (2026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리더들이 위임을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역할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있다. 하지만 위임은 리더가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에서 전략가로 역할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리더는 ‘나 없으면 안 된다’는 가짜 효능감에서 벗어나 팀이 자율적으로 성과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위임을 ‘리더십의 상향 이동’으로 재정의하고 업무를 단계별로 나눠 리더와 팀원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객관적인 동료평가로 위임한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리더로서 지원할 부분을 질문하며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해야 한다.



조직 내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리더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대부분 회의실에서 발표를 듣거나, 보고서를 검토하거나, 티타임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조직의 진짜 성과는 리더가 깊이 파악하기 어려운 ‘실무 현장’에서 달성된다. 누가 막힌 업무를 묵묵히 처리하는지, 서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는 매일 8시간 동안 함께 일하는 팀원들만이 제대로 목격할 수 있다.

현장의 실상을 다 알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리더를 ‘마이크로매니징’으로 내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을수록 직접 확인하고 관리해야만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뛰어난 전문성으로 승진한 리더일수록 ‘중요한 일은 내가 직접 맡아야 제대로 된다’는 확신 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 불안감의 이면에는 또 다른 속내도 자리한다. 바로 자신의 역할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다. 팀원이 중요한 업무를 혼자서도 완벽히 수행해 임원들의 칭찬을 받는다면 리더 입장에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두려워진다. 이처럼 리더들이 위임을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존재감에 대한 심리적 불안’에 기인한다. 자신의 권위가 약해지거나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위임을 망설인다. 하지만 리더의 위임은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위임하지 못하는 리더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시간을 잃고 조직의 성장까지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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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으면 안 된다’는 가짜 효능감

현장의 리더들은 하루에도 직원들로부터 수십 개의 질문과 업무 검토 요청을 받는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반복될수록 자신이 ‘조직의 해결사’라는 묘한 만족감에 빠져든다. 자신의 피드백이 없으면 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기보단 잘못된 자기효능감에 빠졌다는 신호다.

이런 리더의 착각은 개인적인 만족감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업무 태도까지 변화시킨다. 리더가 모든 질문에 즉시 정답을 건네면 직원들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잃는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하는 경험도 쌓지 못한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이 고민하는 대신 리더의 판단에 기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 또는 결정하지 못한 채 리더에게만 의존하면 조직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고, 리더는 쏟아지는 질문과 업무 검토 요청에 치여 정작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잃는다. 리더로서 조직을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던 행동이 오히려 팀의 생산성을 낮추고 직원들의 성장까지 가로막는 셈이다.

리더의 존재감은 ‘나 없으면 안 되는 팀’이 아닌 ‘나와 함께 성장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잘하는 팀’을 만들 때 실현된다. 팀원의 질문에 즉시 답하는 대신 시도할 만한 해결책을 되묻고 점진적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위임은 ‘권한 포기’ 아닌 ‘상향 이동’

리더가 위임을 ‘내 일을 남에게 주는 것’ 혹은 ‘권한을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리더는 위임함으로써 더 높은 차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실무자에서 전략가로, 실행자에서 시스템 설계자로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과정이다. 가령 팀장이 매일 진행하던 보고서 작성 업무를 팀원에게 위임하면 그 시간에 다음 분기 전략 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즉 보고서 작성자에서 전략 수립자로 역할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위임은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로서 맡아야 할 더 중요한 역할로 나아가는 수순이다. 조직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리더보다 사람을 키우고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리더를 더 높게 평가한다. 위임을 잘하는 리더일수록 조직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리더의 경쟁력은 팀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능력으로 결정된다.


위임의 필수 조건은 신뢰,
객관적인 동료평가를 만드는 법


위임은 팀원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일을 맡긴 후 팀원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에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고 신뢰가 무조건적인 믿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맹신은 자칫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는 위임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 이때 효과적인 장치가 바로 ‘동료평가’다. 위임으로 인해 리더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업무처리 과정과 협업 태도를 동료들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방법이다.

많은 리더가 동료평가를 도입할 때 “서로 친하거나 성격 좋은 사람들이 유리한 인기투표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에 부딪힌다. 하지만 동료들은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수개월간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친분과 업무 역량을 정확히 구분해서 살핀다. 동료평가는 여러 구성원의 시선을 통해 리더가 미처 보지 못한 영역을 확인하는 강력한 평가 방식이 될 수 있다.

동료평가가 인기투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평가 기준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제시해야 한다. 평가 기준이 추상적일수록 평소 친분이나 호감도 등 감정에 치우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협업을 잘하는가”처럼 막연한 기준 대신 “회의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가” “반박하기 앞서 상대방의 제안을 존중하는가”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평가자도 감정이 아닌 평소 관찰한 동료의 행동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평가의 편향을 줄이려면 여러 관점에서 결과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 한 사람의 평가는 편향될 수 있기 때문에 직속 상사 및 협업 부서, 자기 평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업무의 특성에 따라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팀 내 협업이 중요한 직무라면 전체 점수를 책정할 때 동료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타 부서와 자주 소통해야 하는 직무라면 유관 부서 담당자의 평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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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프로젝트란?


DBR과 인터비즈가 연간으로 진행하는 ‘WOW(Write Our Way)’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업종과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현직 리더와 리더십에 관심 있는 코치 등이 모여 각자 경험한 조직문화 및 리더십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토론해 한 권의 책에 담는 공동 도서 출판 프로젝트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시리즈 등을 쓴 김진영 코치가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해 프로젝트 전반을 진행한다. 『리더십 뒤집기』는 2025년 2기 참가자들의 책이다.



위임에 필요한 5가지 실천 방법

위임은 리더의 의지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리더의 관점과 업무 관리 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제대로 위임할 수 있다.

❶ 리더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많은 리더가 업무를 위임할 때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해당 업무에서 리더의 역할을 정의하는 작업이다. 리더가 모든 실무 과정을 통제하면 팀원은 수동적인 실행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리더는 실행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방향 제시, 기준 설계, 갈등 관리를 담당하는 조정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고 조율하는 리더의 본질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❷ 업무를 단계별로 위임하기: 업무를 통째로 넘기지 않고 단계별로 나눠보면 위임이 쉬워진다. 리더가 업무의 중요한 방향과 기준을 직접 잡고 이에 수반하는 실행 과정을 팀원에게 맡기는 것이 관건이다.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에서 리더가 전략의 방향성을 정하고, 팀원이 협업 부서와의 조율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 및 진행하고, 리더가 다시 리스크 판단과 최종 의사결정을 맡는 식이다. 업무를 나눠서 위임하면 리더와 팀원 모두 자기 담당 영역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❸ 업무 체크 포인트를 설정하기: 리더가 위임 후 불안해지는 건 당연하다. 이럴 땐 세세한 부분에 관여하는 대신 ‘맥을 짚는 질문’으로 흐름을 점검하면 된다. 진행 상태와 주요 이슈 등을 주 단위로 간단히 공유받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소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팀원 스스로 방향을 점검하도록 주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체적인 행동 지표로 업무를 관리할 수도 있다. 퇴근 전에 진행 상황을 팀에 공유했는지,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안을 신속하게 논의했는지 등 지켜야 할 근무 수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위임한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관리 수단이 된다.

❹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기: 새로운 일을 맡을 때 팀원은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리더가 팀원에게만 업무 진행 상황을 묻고 정작 본인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팀원은 위임을 ‘책임 전가’로 인식해 더욱 불안해한다. 리더는 해당 업무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자신이 지원해야 할 점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팀원도 서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느낀다. 이 안전감은 팀원이 새로 맡은 업무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❺ 스스로 일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리더가 업무에 관여하지 못할 때도 팀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리더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업무가 멈추면 지속가능한 조직이 아니다. 진정한 리더의 역할은 자신이 부재중일 때도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업무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런 시스템의 토대를 만들려면 팀원과 함께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과 의사결정 기준 등을 미리 정비해야 한다.

위임은 리더가 실무자에서 중요한 방향을 결정짓는 전략가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이다. 팀의 성과와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모두 증대시킬 수 있는 리더십의 확장으로 봐야 한다. 또한 위임은 장기적인 인재 육성 방안으로 작용하며 기업의 성장 구조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위임은 권한을 포기하는 결정이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을 전략적 의사결정에 투자함으로써 이전보다 큰 성과를 달성하며 조직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리더의 용감한 선택이다.
  • 박해리

    남양주시청 주무관

    필자는 15년간 기업·공공기관·지자체 현장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 등을 수행해 온 HRD(인적자원개발) 전문가다. 개인의 성장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만든다고 믿으며 누구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과 도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더를 위한 도서 출판 ‘WOW(Write Our Way)’ 프로젝트 2기에 참여해 『리더십 뒤집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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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한규 hanq@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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